2022/08/23

[김삼웅] 김지하 평전 | 72화절필선언과 은둔ㆍ칩거ㆍ투병 - 오마이뉴스

절필선언과 은둔ㆍ칩거ㆍ투병 - 오마이뉴스


[김삼웅의 인물열전] 시인 김지하 평전 | 72화

절필선언과 은둔ㆍ칩거ㆍ투병[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인 김지하 평전 72] 그는 늘 심한 병환에 시달렸다
22.08.21 
김삼웅(solwar)



▲ 우리 옛 신화와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강조하는 김지하 시인 우리 옛 신화와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강조하는 김지하 시인
ⓒ 정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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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시집 <흰 그늘>과 산문집 <우주생명학>의 출간과 함께 절필을 선언한 그는 원주의 자택에서 은둔, 칩거, 투병생활로 여생을 보내었다. 2019년 11월 25일 아내 김영주를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는다. 아내는 그동안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왔다.

시인의 사후 추모문화제에서 '미발표 시 8편'이 소개되었다. 절필선언 후에 쓴 것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교감>, <헌화>, <열리리>, <심화(心火)>, <사랑은 공경>, <처용>, <살아라>, <하늘세계> 등이다. 하나 같이 짧은 내용을 담고 있다. 네 수를 소개한다.

교감


내가 멀리서
너를 부르면

청산이어라

강물이어라
구름이어라.

헌화

뜨겁고
붉은 사랑이로라
이 늙음
아니 부끄리시면
절벽 위
꽃 꺾어
고이 바치리
뜨겁고
붉은
어허, 사랑이로라.

열리리

열리리 열리리
꽃 같은
한 사랑이면
천지 장벽
사람 그늘
열리리 열리리
꽃 같은
한 사랑이면.

심화

밤은 꿈속에 타고
꿈은
몸 속에 타고
아아
불타는 하늘
불타는
님의 눈빛. (주석 7)

▲ 김지하와 그의 신간. 김지하와 그의 신간.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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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심한 병환에 시달렸다. 1991년 2월에 쓴 '고백'을 들어보자.

"나의 병명은 심한 정신분열증이었고, 두 번이나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치료는 끝났다. 그러나 이것이 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 정신분열은 결코 유전이 아니다." (주석 8)

사형선고를 받고 얼마 후 무기형 그리고 다시 얼마 지나서 석방한 박정희 정권을 향해 "내가 미쳤는지 시대가 미쳤는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할 만큼 그는 광란의 권력과 최전선에서 맞서다 광기를 갖게 되고, 그런 중에서도 담시, 서정시, 희곡ㆍ생명사상ㆍ울려사상 등 빼어난 작품과 철학사상을 남겼다.

"얼마간의 광기가 없으면 시인이 되지 못한다." - (M.T. 키케로)고 했던가. 세계문학사에 큰 별이 된 문인ㆍ철학자ㆍ사상가 중 병고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 시인 김지하 <유목과 은둔> 마산문화문고 시인 김지하 <유목과 은둔> 마산문화문고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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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문학의 거장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에서 몇 사람의 사례를 찾는다.

무엇보다도 정신의 생명력이 이 병들고 쇠약한 육체를 이겨낸, 이러한 인간승리는 유례없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병자였고, 그의 청동 같은 불후의 명작은 부서지고 무력한 팔다리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가물가물 타오르는 정신의 불꽃에서 얻어낸 것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의 몸 한가운데 가장 위험한 병이 도사리고 있었고, 이는 영원히 현현하는 무서운 죽음의 표상인 간질병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그가 예술활동을 펴온, 삼십 년간 간질을 앓았다. (주석 9)

병리학적으로 볼 때 횔덜린에게는 명백하게 드러난 파멸은 없었고, 건강한 정신과 병적인 정신 사이의 명확한 경계선도 없었다. 횔덜린은 아주 서서히 내면으로부터 불이 붙은 것이다. 광기의 힘은 깨어 있는 그의 이성을 산불처럼 눈깜짝할 사이에 태워 버린 것이 아니라,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타고 있는 불마냥 서서히 태웠던 것이다. 그의 존재의 일부인 신적인 부분만이, 다시 말해서 시와 가장 잘 결합되어 있는 부분만이 석면(石綿)처럼 저항했다. 그러니까 그의 시적 통찰력은 광기를 극복했고, 선율은 논리를, 리듬은 언어를 극복했다. 어쩌면 횔덜린은, 시가 이성보다 더 오래 지속되어 파멸의 상황에서도 절대적 완성에 이른 유일한 예가 될 것이다. (주석 10)

머리를 마비시킬 정도로 지끈지끈 쑤시는 두통으로, 니체는 비틀거리며 몇날 며칠 동안 감각을 잃고 소파와 침대의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각혈을 동반한 위경련ㆍ편두통ㆍ신열ㆍ식욕부진ㆍ무력감ㆍ치질ㆍ변비ㆍ오한과 밤이면 식은땀을 흘리는 증세, 그리고 오싹할 정도로 나쁜 혈액순환이 끔찍한 병마령들이다. 게다가 거의 장님에 가까울 정도로 나쁜 혈액순환이 그 끔찍한 병마령들이다. 게다가 '거의 장님에 가까울 정도로 나쁜, 두 눈'은 조금만 무리를 해도 곧 부어오르며,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정신노동자인 그는 두 눈의 시력으로는 '하루에 한 시간 반' 이상 일할 수 없었다. (주석 11)


주석
7> <추모문화제 자료집>, 76~77쪽.
8> <뭉치면 죽고 헤치면 산다>, 37쪽.
9> 슈테판츠바이크, <천재와 광기>, 97쪽.
10> 앞의 책, 265쪽.
11> 앞의 책, 352쪽.

태그:#김지하, #김지하평전, #시인김지하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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