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님의 침묵』과 『십현담』ㆍ『십현담주해』의 상호텍스트성 - '정위(正位)'에 머물지 않는 선(禪)과 '방편'으로서의 시 쓰기를 중심으로
On Intertextuality between Han Yong-wun's Silence of Lover and Siphyundam Joohae (the Annotated Siphyndam)
한국현대문학연구
약어 : 현대문학
2014, vol., no.42, pp. 29-66 (38 pages)
DOI : 10.22871/mklite.2014..42.002
UCI : G704-001493.2014..42.003
발행기관 : 한국현대문학회
연구분야 : 인문학 > 한국어와문학
서준섭 /Suh Joon Sop 1
1강원대학교
초록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의 원고는 1925년 그가 중국 선사 동안상찰(10세기)의『십현담』에 대한 주해 작업을 마친 직후에 집필되었다. 한용운의『십현담주해』에 사용한 『십현담』 텍스트는, 15세기 김시습이 지은 『십현담요해』인데, 『십현담주해』저술은 그의 선학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 작업은 이후 『님의 침묵』시편의 원고 집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님의 침묵』은 세속적인 사랑을 주제로 한 시집이고, 『십현담주해』는 선불교의 선화에 대한 주해로서 두 텍스트는 서로 다른 책이지만, 그 사이에는 상호텍스트성이 존재한다. 시집과 주해본들을 함께 정독해보면『님의 침묵』이 몇 가지 점에서『십현담주해』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텍스트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님의 침묵』시편에는 『십현담』과 그 주해 텍스트에서 얻은 소재ㆍ아이디어ㆍ모티프ㆍ언어 표현 등을 활용한 시작품이 상당수 발견된다. 예를 들면, 시집 '서문'에 나오는 '양(羊)'이라는 언어 표현, 「수의 비밀」ㆍ「낙원은 가시덤풀에서」ㆍ「선사의 설법」 등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ㆍ모티프ㆍ시어 등은 모두 그가 연구한『십현담』과『십현담요해』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둘째,『십현담주해』가 번뇌의 해결을 위한 승려 한용운의 사유가 표현된 작품이라면,『님의 침묵』은 승려 아닌 새로운 길의 모색을 위한 사유가 전개된 작품이지만,『십현담』이 강조하는 선(禪.)에서의 '정위/ 편위'의 방편과 '정위에 머무는 선'의 부정은 시 창작에서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시인의『님의 침묵』을 관통하는 지속적인 사유의 하나는 어떻게 불교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세속의 사랑을 수용하고 시인으로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정위(공계)’에 머무는 선을 부정하고 새로운 삶의 비전을 모색하는 시인의 사유 방식은 정위, 편위 어느 한쪽에 머물지 말라는 『십현담』 가르침을 활용한 것이다.
『십현담주해』와 시집은 이와 같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텍스트이다. 한용운의 시집과『십현담주해』의 상호텍스트성을 고려해야 시집에 나타난 시인의 독특한 사유와 시세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After exploring intertextuality between Silence of Lover and Siphyundam Joohae, this paper argues that in order to understand Han Young-un’s poetic world, it is necessary to understand how Han’s study of Zen Buddhism is not only closely connected to his writing of poems but also essential in constituting his poetic vision.
Han Yong-un began composing the poems in Silence of Lover right after completing Siphyundam Joohae in 1925. At that time two versions of annotated Siphyundam were available to him. One was Buban Moonik’s edition of Siphyundam, the other was Kim Si-seup’s. After studying these two texts throughly, Han created a compact, modern version of Siphyundam in his own style. His Silence of Lover is a collection of poems in Korean, whereas his Siphyundam Joohae is a Zen Buddhism text in Chinese. Though often considered separately, these two texts are deeply interconnected. His studying of Siphyndam greatly inspired him to write Silence of Lover.
Many major themes, motifs and expressions in Silence of Lover originated from Siphyundam Joohae. Among many, "Preface", "Master's Sermon", "Paradise in the Thornbush", and "The Secret of Embroidery" in Silence of Lover are arguably the most notable examples revealing the themes of Zen Buddhism. In addition, Han also applied ‘the doctrines of Jungui(정위) and Pyunui(편위)’ in Siphyundam to his writing of poems. As a monk-poet, Han’s major concern was how to combine Jung-ui and Pyun-ui, and, Buddism and secular love in his vision of poetry. In Silence of Lover can be found his persisting endeavor to make his literary life and practice compatible with lessons from Zen Buddhism.
In this sense, we can argue that without a thorough study of Siphyundam Joohae we cannot really understand Han’s poetic vision and thought in Silence of Lover.
키워드
『십현담요해』, 『십현담주해』, 『님의 침묵』, 상호텍스트성, 정위/ 편위
Siphyundam Yohae, Siphyundam Joohae, Silence of Lover, intertextuality, the doctrines of Jungui(정위) and Pyunui(편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