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클로즈업 북한] 북 2030 ‘장마당 세대’ 끌어안기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북 2030 ‘장마당 세대’ 끌어안기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북 2030 ‘장마당 세대’ 끌어안기
입력 2015.08.01 (08:07) | 수정 2015.08.01 (08:41)남북의창| VIEW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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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베이비 붐 세대, X세대, 우리나라의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는 것처럼, 북한에도 시대상을 반영하는 세대들이 존재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2,30대의 젊은 층, 이른바 ‘장마당 세대’에 대한 북한 당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세 세대의 사상 무장까지 강조하고 나섰는데요.

‘장마당 세대’는 누구이고, 북한 당국이 부쩍 이들을 챙기고 나선 이유는 뭔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달 25일, 북한 전역에서 모인 노병들이 대회장을 가득 메웠다.

김정은 제 1위원장이 휠체어를 탄 노병과 함께 연단에 올랐다.

<녹취> 조선중앙 TV(지난 달 25일) : "항일의 노(老)투사들과 전쟁 노병들, 전시공로자들과 비전향장기수들, 전후 반미대결전과 사회주의수호전에서 위훈을 떨친 노병들이 참가하였습니다."

정전 협정 체결일, 이른바 ‘전승절’ 62주년을 앞두고 열린 북한군 노병대회 현장이다.

오랜만의 육성 연설에서 김정은은 ‘전쟁 노병들이야말로 민족의 영웅이자 진정한 애국자’ 라고 치켜세웠다.

노병들을 향한 깍듯한 예우...

하지만 그 속에는 북한 당국이 강조하려는 또 다른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녹취> 김정은 연설 내용(조선중앙TV) : "전화의 불길 속에서 창조된 조국수호정신, 이것은 우리 새 세대들이 사상과 신념의 강자들인 노병들에게서 넘어 받아야 할 가장 귀중한 유산입니다."

‘새 세대’로 불리는 북한의 젊은이들에게 ‘사상 무장’을 강조한 것이다.

노병들 역시 전승절 행사 당일 김정은 제 1위원장에게 충성하자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며 젊은 층의 각성을 촉구했다.

<녹취> 북한 노병 호소문(조선중앙TV) : "조국의 힘이며 젊음인 사랑하는 청년들이여! 최후승리의 7.27은 다름 아닌 청년들, 당신들의 것이다.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충정으로 받들어 기어이 조국을 통일하고 사회주의강성국가를 이 땅 위에 세우자!"

전승절을 계기로, 북한 당국이 새 세대의 사상 무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도 감지됐다.

지난 달 23일 김정은의 신천박물관 시찰...

새로 개축한 박물관을 둘러보며 전쟁을 겪지 못한 새 세대의 반미 교양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사상 무장을 강조하고 나선 새 세대는 누구일까.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90년대에 있었던 고난의 행군, 또는 이제 그 이외에 자라나면서 과거에 북한 계획 경제 체제가 작동됐던 시스템하고 다른 시장 경제로부터 생활을 해결해나가는 환경 속에서 자라났던 세대들을 새로운 세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1990년 대 중반 들어 북한에선 장마당으로 대표되는 지하 경제가 급속히 발달했는데 이 시기 출생하거나 아동기를 보낸 지금의 이삼십 대 청년들이 바로 북한의 5세대에 해당하는 ‘장마당 세대’이다.

장마당 세대 이전 북한의 혁명 세대는 4개의 세대로 구분된다.

1910년에서 30년 사이 출생자로, 항일 투쟁을 주도한 1세대가 ‘항일 빨치산 세대’.

그 뒤를 이어 6·25, 경제 부흥기를 거친 2세대 ‘천리마 세대’와 3세대 ‘3대 혁명 세대’를 거쳐 1970년 대 출생한 4세대가 ‘고난의 행군’ 세대이다.

그런데 사회주의 틀 안에서 비교적 안정된 삶을 영위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4세대 들어 주민들의 생활 방식은 큰 변화를 맞는다.

경제 위기로 배급망이 무너지면서 농산물 등의 단순 물물거래에 그쳤던 이전의 ‘농민 시장’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뷰>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살기 위해서 집에 있는 걸 다 갖다 판 거예요. 집에 옥수수가 있으면 옥수수를 갖다 팔고 집에 양은 냄비가 있으면 양은 냄비를 갖다 팔정도로 굉장히 어떻게 보면 원시적인 수준에서 장마당을 처음에 만들어온 세대들이 있다면 그 세대들이 지금은 이제 기성층이 된 거죠. 우리가 장마당 세대라고 명명하는 지금의 20대, 혹은 30대 초반까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회주의적인 체제에 대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정말 부모의 등에 업혀서 시장의 논리를 배운 것이죠."

북한 당국이 유독 장마당 세대에 대한 사상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장마당 세대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부모 세대인 고난의 행군 세대가 초기 시장을 개척했다면, 장마당 세대는 시장의 본격적인 확산과 더불어 성장했다.

20년 사이, 북한 전역에 세워진 장마당의 개수는 400여 개.

특히 최근엔 단순한 생계유지를 넘어 돈벌이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수의 장마당 세대가 학업 대신 장사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인터뷰> 김수정(30세/장마당 세대 탈북자) : "제가 엄마랑 같이 원단 장사를 하게 된 게 14살 때부터였거든요. 엄마가 저한테 ‘먹고 살려면 장사를 배워야 된다.’ 이래가지고 엄마가 저를 처음에 데리고 다니면서 돈을 세는 법부터 천 이거 얼마에 찍으면 얼마에 판다, 이런 걸 자세하게 배웠던 것 같아요. 저는 그때부터 학교는 뒷전이었고 장사의 길로 엄마랑 같이 나갔던 것 같아요."

장마당 세대의 출현이 체제 이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가 탈북 청년 54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당국의 사상 교육을 무시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들이 삼분의 일을 넘는다.

이 때문에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도는 약화되는 대신 시장을 통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눈 뜬 것이 장마당 세대의 특징으로 꼽히기도 한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장마당을 통해가지고 다양한 형태로서의 어떤 상거래를 통해서 그렇게 높은 부,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 어떻게 본다면 새로운 세대에 성공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과거와는 의식에서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외부 미디어를 통해 유행을 빠르게 흡수하는 것 역시 장마당 세대의 특징 중 하나이다.

외부 미디어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끈 건 한국 영화와 드라마.

특히 여주인공의 헤어스타일, 옷 모양 등은 북한 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인터뷰> 김수정(30세/장마당 세대 탈북자) : "그 드라마를 보면 송혜교 씨 거기서 나오잖아요. 생머리에 얼굴도 예쁘시고. 그런 걸 보면 흉내를 내요. 저희 어렸을 때 애들은 보면 ‘생머리다. 우리도 똑같이 하자.’ 저는 그때 매직기인가. 그걸 구해가지고 머리를 똑같이 하다가 머리 다 태우고 그랬던 그런 기억이 있어요."

장마당 세대 중에는 유행을 따라가는데 그치지 않고 드라마 주인공의 패션과 비슷한 옷을 들여와 지역 젊은 층에 유행시켰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인터뷰> 김단비(26세/장마당 세대 탈북자) : "친구들 몇 명한테 (남한식) 옷을 입힌 거예요. 옷을 입히고 ‘사람들 많은 장소를 계속 왔다 갔다 해라..’ 이렇게 해서 양강도 혜산에 유행을 만들어 놓은 거예요."

장마당을 통한 시장화, 그리고 이로 인한 자본주의 확산은 젊은 세대들의 개인주의 성향을 부추겼다.

북한 당국이 시장을 억제하기 위해 시행한 2009년 ‘화폐 개혁’ 실패 이후 ‘돈주’의 등장 등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전통적으로 강조해 온 ‘집단주의’에 전적으로 반한다는 면에서 개인주의를 장마당 세대의 대표적 특징으로 분석한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전체를 위해서 개인의 희생을 무릅쓰고 전체 조직을 위해서 헌신하는 것이 북한에서 요구하는 인간상이라고 한다면 시장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적인 성공과 개인적인 차별화가 일상화, 정당한 윤리로 작동되는 곳이기 때문에 조금 더 성공을 하거나 조금 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당에서 규정했었던 것을 벗어나는 행위들이 더 광범위하게 작동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장마당 세대의 민심을 잡기 위한 북한 당국의 행보도 바빠졌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5월) :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제 2차 전국 청년미풍선구자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셨습니다."

지난 5월, 북한 당국이 이틀간에 걸쳐 성대하게 치른 ‘전국청년미풍선구자대회’.

1993년 첫 대회 이후 22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 김정은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정과 의리, 도덕 기풍 등 타의 모범이 된 청년들을 불러 모아 크게 칭찬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5월) :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우리식 사회주의를 엄호고수하고 빛내이는데서 선구자가 되고 있는 청년들의 사상정신적 풍모와 미풍은 진주보석에도 비길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하시면서..."

이러한 김정은의 행보는 직후 선보인 소년단 챙기기와도 유사하다.

당시 창립 기념행사에서 김정은은 소년단의 상징인 ‘붉은 넥타이’까지 매고 나와 축하 연설을 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녹취> 김정은 축하 연설(2012년 6월) : "동무들은 선군혁명의 계승자들이며 미래의 주인공들입니다. 앞날의 조선은 우리 소년단원들의 것이며 동무들의 모습에 조국의 내일이 비껴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국제 야영소, 놀이공원 건립 등 집권 이후 김정은은 꾸준히 젊은 층을 겨냥한 정책을 펼쳐 왔다.

전문가는 김정은의 이 같은 행보가 미래의 지지기반인 청년들의 충성심을 일찍부터 고취시키기 위한 ‘세 세대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인터뷰>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새 지도자가 등장한 거잖아요. 그리고 그 새 지도자는 자기 아버지에 비해서 상당히 짧은 기간 동안 권력을 승계 받은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는 젊은 세대, 특히 어떻게 보면 생애주기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반항적이고 다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세대부터 먼저 자신의 체제, 김정은 체제에 좀 더 수호적인 집단으로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그러나 북한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마당 세대로 대표되는 북한 새 세대의 결속은 쉽지 않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 젊은이들이 10년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군대’이다.

최근 이 군대를 빠지기 위해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선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한 탈북자는 전한다.

<인터뷰> 김수정(30세/장마당 세대 탈북자) : "보면 돈을, 뇌물 같은 것을 국방부 쪽에 고여 가지고 안 나가는 애들도 많아요. 돈이 많은 집은 그래요. 뇌물을 고해서 군대를 안 내보내요. 군대 나가면 굶어 죽으니까. 영양실조가 와서 거의 다 다시 집으로 오거든요. 아들이 튼튼해서 나갔는데 진짜 막 못 먹고 영양실조가 와서 오니까. 그런 거 보면 옆집 아들이 그렇게 하고 왔는데 자기 아들 보내겠어요? 그래서 안 보내죠."

가뜩이나 고난의 행군 이후 젊은 세대 인구가 감소한 상황에서 뒤 따르는 병력 이탈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선군정치를 지향하는 김정은 체제에 큰 타격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북한 당국으로서도 장마당 세대의 성향을 감안한 정책 전환이 불가피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터뷰>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예전에 사회주의를 경험하고, 예전에 국가를 경험했던 사람들과 다른 방식의 사회주의와 국가를 경험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국가가 분명히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제 그런 측면에서는 북한 사회의 변화, 뭔가 자구책을 마련하는 방식에서 충분히 세대적인 성향을 의식하고, 그리고 받아들이고 정책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사회주의 체제에서 태어나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 성장한 북한의 세 세대, 장마당 세대!

체제 결속과 당에 대한 충성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가까운 미래 북한의 중심 세력이 될 장마당 세대를 끌어안기 위한 북한 당국의 고심이 깊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