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이슈&한반도] 북한 인권 역사로 기록한다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이슈&한반도] 북한 인권 역사로 기록한다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앵커 멘트>

남북 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는 [이슈&한반도]입니다. 

북녘 땅에선 당의 정책을 비판하면 선선한 곳으로 끌려간다고 합니다. 

북녘동포들의 은어로 정치범수용소 같은 곳을 말하는 것인데요, 

북한주민 인권유린 실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은 뜨거운 데 정작 같은 동포인 우리는 무관심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인권실태를 북한부 김개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국경 수비대의 총탄에 탈북을 시도하던 로켓 과학자의 아내가 목숨을 잃습니다.

북한 당국이 로켓 발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숙청에 나서자 이를 피해 국경을 넘다비극을 맞게 되는 과학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영화 <엔트리>입니다. 

과학자의 목숨이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한낱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생생히 그려낸 영화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영화에 오히려 담지못한 이야기가 더 많다고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김도현(<엔트리> 감독) : "방송 불가한 얘기들도 되게 많고요. 이렇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같이 같은 민족이 이런 일을 겪고 있구나."

북한 인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열린 ‘북한 인권 국제영화제’는 올해로3번째입니다.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모두 12편이 상영됐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에서도동시에 영화제가 열려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UN으로 이어졌습니다. 

UN은 참혹한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에 주목하고 올해 3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지난달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청문회에서는 인권을 침해당한 사례를 고발하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4번이나 탈북을 시도했던 탈북자 김송주씨는 탈북 과정에서 적발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뒤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 같은 폭행과 고문에 시달렸다고 증언했습니다. 

<인터뷰> 김송주(탈북자) : "누구든지 이 감옥에 들어오면은 짐승이다, 라고 표현을합니다. 그래서 짐승은 기어 다닐 수 밖에 없다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짐승이 되는 겁니다."

또 다른 탈북자인 박지현씨는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통해 강제 결혼을 했으며, 자신의 아이들과 생이별을 해야했다며 가슴에 묻어뒀던 아픈 사연을 공개했습니다. 

<인터뷰> 박지현(탈북자) : "여러 사람…장애인부터 해서 나이 어린 사람들, 나이 많은 사람들 이렇게 와서 저를 보고 갑니다. 보고가면서 값을 정하는 거죠."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지난 3월 이후 한국과 일본, 태국, 영국, 미국 등 5개국에서 65명의 증언을 청취했으며 200건에 달하는 관련 서류도 접수했습니다. 

이같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지난달 29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동안 활동에 대한 중간 보고를 했습니다. 

마이클 커버 위원장은 청취한 증언들이 놀란 정도의 구체성과 상세한 내용을 띠고 있다며 내년 3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면 국제적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마이클 커비(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 : "우리는 사실에 충실하여 정직하고 완벽하게 조사하고 증언들에 대해 보고할 것입니다."

증언의 일부는 정말 심각했습니다.

커비 위원장은 ICC 즉 국제형사재판소에 북한의 인권 침해 책임자들을 회부하는 방안을 법률 전문가들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들이 심한 처벌을 받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크게 다릅니다. 

국가인권위윈회가 북한 인권 침해상황 해결하겠다며 설치한 북한인권침해신고 센터입니다. 

문을 연지 2년이 넘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사실상 휴업상태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직원은 3명 뿐이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전담 직원이나 인권 전문가도 없습니다. 

지난 2년간 접수한 인권 침해 사례는 81건에 그쳤으며, 이 가운데 10건은 조사할 수 없다며 각하 처리됐습니다. 

나머지 71건도 책상 서랍에 마냥 쌓여 있는 상태입니다. 

<인터뷰> 이용근(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 팀장) : "북한 이탈 주민들에 대해서 우리가 전방위적인 어떤 조사라든가 인권 침해 행위를 우리가 파악하기 위해서는 3명으로서는 상당히 인력뿐만 아니라 예산도 상당히 많이 부족한 상황에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책임지는 통일부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통일부의 북한 인권 관련 예산은 1년 고작 4천3백만 원입니다. 

전체 예산 2천2백여억 원의 2.2%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통일부 이산가족과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인권문제 담당자는 단 한 명입니다.

<인터뷰> 김용태(북한민주화네트워크사무총장) :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지원, 또 재정적인 지원 이런 부분이 많이 필요한데 통일부 차원의 북한 인권 예산 편재나 이런 것들이 좀 다소 많이 줄어든 게 아쉬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서울 종로의 한 빌딩에 위치한 북한인권정보센터입니다. 

10여 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서 대 여섯 명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센터가 운영하는 ‘북한인권기록소’에 북한 인권 피해 사례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작업입니다.

북한에서 일어난 인권 침해 사건의 내용을 가능한 자세하게 기록하고, 인권 침해를 유형별로 정리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했고, 가해자의 구체적인 신상 정보도 기재했습니다. 

인권 침해 범죄 기록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범위와 내용은 국제 인권규약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녹취> 북한인권 리포트 : "교화소에 수감중이던 원명화는 도끼를 훔쳐 팔아넘겼다는 이유로 담당 보안원 김철수에 의해 심하게 구타당한 뒤 10일 만에 사망했다."

<녹취> 북한인권 리포트 : "교화소에서 면회지도원으로 일하던 보안원 김태근은 수감자 최경옥을 보안과 담화실로 끌고 가 약 40분간 손, 발을 각목 등으로 구타."

이렇게 수집된 인권 침해 사례를 모아 ‘북한 인권 사건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2번씩 국내외 북한 관련 단체와 개인에게 이메일을 통해 제공했습니다. 

한글과 영어, 일본어로 제작된 북인인권 사건 리포트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실명과 관련 신상 정보를 명시해 공개하는 유일한 자료입니다.

<인터뷰> 윤여상(북한인권기록소 소장) : "통일 전후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구제, 보상도, 보상에도 사용할 수 있고 특히 가해자들에 대한 신상정보가 축적되고 이것을 정기적으로 밝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이로 인해서 인권 피해를 예방하도록, 또 중지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그런 두가지 목적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일 전 서독은 중앙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동독이 저지른 인권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고 사례를 기록했습니다. 

동독이 저지른 인권 범죄의 증거와 사례를 수집 보관해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자는 취지였습니다.

동독 탈출자를 통해 수집하고 공개한 4만 3천 건의 인권 침해 자료는 동독 정권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동시에 인권 침해 범죄 관련자에게는 통일 이후 처벌에 대한 경고로 인식돼 인권 침해를 줄이는 데 적지 않은 힘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염돈재(성균관대 국가전략 대학원장) : "동독 정부에 대해서는 당신들이 이렇게 인권을 억압하는 그런 것을 해선 안 된다는 경고를 주고, 그 다음에 기록을 유지했다가 언젠가 동독이 자유화되거나 아니면 통일이 되면 관련자들 처벌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설립됐죠." 

북한인권기록소가 지금까지 확보한 사건은 4만 6천 건이 넘습니다. 

사건에 관련된 인물로 확인된 사람만 2만 6천 명에 달합니다. 

통일 전 서독의 사래처럼 북한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지 그 효과는 미지수지만 북한의 인권 범죄를 기록해 역사에 남기는 일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UN 북한인권조사회는 최근 위원회의 활동과 북한 인권의 실태를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가 한국 국민에게 알릴 것을 당부했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상항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북한 인건 침해를 기록하는 일은 민간단체가 감당해 내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