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9

[클로즈업 북한] 어버이날 없는 북한, ‘어머니날’ 만든 이유는?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어버이날 없는 북한, ‘어머니날’ 만든 이유는? > 남북의창 > 정치 > 뉴스 | KBSNEWS
[클로즈업 북한] 어버이날 없는 북한, ‘어머니날’ 만든 이유는?
입력 2016.11.19 (08:08) | 수정 2016.11.19 (08:48)남북의창| VIEW 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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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수령이자 어버이로 섬겨선지,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어버이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김정은이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어머니날’을 새로 제정했습니다.

사흘 전이죠, 지난 16일이 바로 다섯 번째 어머니날이었는데요.

어머니날을 만든 속내는 뭔지, 또 사회의 꽃, 가정의 꽃이라 불리는 북한 여성의 실상은 어떤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손님들로 가득한 이 곳.

지난 16일, 북한의 ‘어머니날’을 맞아 축하카드를 파는 상점의 모습이다.

<녹취> 백명신(평양 기념품상점 직원) : "우리 상점은 11월만 되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흥성입니다."

어머니날을 기념해 제작된 화려한 축하카드들... 손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겠다는 다짐도 이어진다.

<녹취> 최혁철(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 : "저는 이 축하장(축하카드)이 마음에 듭니다. 어머니에게 이 아들의 마음과 인민군 군인들의 마음을 담아서 축하 인사를 보내려고 합니다."

화장품 상점 역시 어머니날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6일) : "우리 어머니가 더 젊어보이게 하자면 향기도 있고 피부도 보호해주는 기능성 화장품이 좋겠는데 그걸 좀 주십시오."

북한 매체들은 이번 주 어머니날을 맞은 모습들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16일) : "뜨거운 사랑과 정으로 충만된 가지가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어머니날..."

해마다 이 무렵이면 어머니날 분위기를 띄우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전파를 탄다.

<녹취> 조선중앙TV(2014년 11월) : "뜻깊은 어머니날을 맞으며 많은 시청자들이 노래를 요청해왔습니다."

<녹취> 북한 노래 ‘그대는 어머니’ : "어머니의 끝없는 힘 떨쳐가는 당이여."

선물과 꽃을 전달하거나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건 우리의 어버이날 모습과 꼭 닮아있지만 어머니를 존경하는 이유는 사뭇 다르다.

<녹취> 김류화 : "우리 어머니는 청춘 시절에 사회주의 대건설장에 진출해서 많은 노력적 위훈을 세웠습니다."

<녹취> 박명철 : "우리 어머니가 누가 알아주건 말건 지원 사업에 모든 것을 다 바쳐간 그 모습에서 훌륭한 가풍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게 다지게 됩니다."

낳아주고 길러준 고마움 보다는 당이 진행한 사업을 충실히 수행한 어머니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것이다.

별도의 어버이날이 없던 북한은 지난 2012년 ‘어머니날’을 새로 제정하고 공휴일로 지정했다.

<녹취> 조선중앙TV(평양 화초연구소/2012년 9월) :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국가적으로 어머니의 날이 제정된 것만큼 이날에 꽃을 사다가 어머니들이나 아내들에게 주면 좋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날인 11월 16일은 지난 1961년 김일성이 ‘자녀교양에서 어머니의 임무’라는 연설을 했던 날이다.

<녹취> 조선중앙TV(특집 ‘우리의 어머니날’/2013년 11월) : "어린이의 첫째가는 교양자는 어머니이며 아들딸들에 대한 교양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어머니 자신이 훌륭한 혁명가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신 어버이수령님..."

할아버지 시대의 향수를 들춰가며 김정은이 어머니날을 새로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이인정(통일교육원 교수) : "김일성 이미지 메이킹하는 차원에서 이제 김정은은 김일성과 관련돼서 여러 가지 활동들을 또 벌이고 있고, 특별히 실적이나 업적이 좀 적은 상태이기 때문에 김일성 방식에 애민 이미지, 그래서 여성과 그다음에 자녀, 어린이들을 사랑한다, 이런 이미지 가운데서 어머니의 날을 제정을 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국제부녀절’로 기념하고 있는 북한.

이 날이 남녀평등이라는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머니날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이른바 ‘사회주의적 여성’의 역할을 한층 강조한다.

<녹취> 조선중앙TV(‘녀인들의 하루’/지난 3일) : "가족들은 아직 잠자리에 들어있지만 이 여인은 벌써 밥상을 차려놓고 어디론가 바삐 뛰어갑니다."

<녹취> 김행석(김책공업종합대학 연구사) : "저기 가는 저 여성이 우리 집사람입니다. 70일 전투가 시작된 첫날부터 저렇게 드바삐 다닙니다. 누가 시켜서 하면 저렇게 하겠습니까."

새벽부터 아침밥을 차리고는 출근길 선전전에 나서는 여인들.

이들은 조선노동당의 외곽단체인 조선민주여성동맹, 즉 여맹에 속한 주부들이다.

<녹취> 조선중앙TV(‘녀인들의 하루’/지난 3일) : "먼 훗날 어머니는 충정의 70일 전투, 200일 전투의 나날들에 무엇을 했는가하고 묻는 자식들 앞에 떳떳이 이 어머니도 당당한 만리마 기수였다고 말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31세부터 55세까지 전업주부들은 의무적으로 여맹에 가입한다.

이들의 임무는 ‘당의 정책을 가정에서부터 관철하는’ 것.

이를 위해 매주 정기적으로 사상 교양을 받는다.

또, 남편을 도와 다양한 작업 현장에 투입되는데, 주로 선전대 활동을 하거나 구호품 등의 물자를 지원한다.

<녹취> 김성희(여맹 초급 위원장) : "어떤 여맹원 동무들은 하루라도 막장에 들어오지 않으면 정말 섭섭하다고 하는 여맹원 동무들도 많습니다."

<녹취> 광부 : "이렇게 여맹원들이 매일 들어오니 우리 탄부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오늘 계획도 문제 없습니다."

여맹은 분단 직후인 1945년 11월 18일 창립됐다.

여성해방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근본적 목적은 여성들을 사상적으로 무장시키고 노동력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터뷰>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전 北 청진의대 교원) : "사회주의 건설에서 혁명의 수레바퀴를 끌고 밀고 나가는... 수레바퀴는 두 쪽 수레바퀴가 다 같이 있어야 제대로 굴러가니까 한쪽 수레바퀴는 남성이고 한쪽 수레바퀴는 여성이다. 사회주의 건설장에서, 우리로 말하면 직장에 가서 일을 잘해서 이바지하는 여성이 돼야 하고, 또 집에서는 내조도 잘해야 되고, 또 아이들도 잘 키워야 되고..."

여맹의 세력이 커진 건 김정일의 계모 김성애가 여맹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하지만 1974년 김성애의 친아들 김평일을 제치고 김정일이 후계자로 지명되면서 여맹의 세력은 급격히 위축된다.

그랬던 여맹의 지위가 다시 부각된 건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부터다.

국가가 주도하는 배급체계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장마당.

직장에 나간 남편을 대신해 장마당에 나온 건 가정주부, 즉, 여맹원들이었다.

장사를 하기 위해 기혼이라 속이고 여맹에 가입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인터뷰> 이소연(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2008년 탈북) : "북한에서는 사실은 결혼을 해야만 장마당에 나오게 됩니다. 결혼한 사람만 여맹조직의 한 성원으로서 시장에 나와서 장사를 하게 되어있는데. 한국으로 말하면 혼인관계증명서 같은 거죠. 그걸 가져오라고 그러죠. 그러면 보안서에 가서 담배 한 갑을 주면 거짓말 서류 한 장을 떼어줍니다. 그러면 그거 갖다가 시장 관리소에다 바치고 그러면서 장사를 했죠."

장마당이 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 지탱하면서 여성들의 지위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김정은이 어머니날을 제정하고 화장품 생산을 독려하는 등 여성을 우대하는 듯한 정책을 펴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맞닿아있다는 분석이다.

여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중요한 배경은 출산 장려 정책이다.

북한 TV에 방송된 한 다자녀 가족의 모습.

<녹취> 北 기록영화 ‘조국을 받들어가는 애국자부부들’(지난해 11월) : "오늘은 강철우·박금옥 부부가 10번째로 낳은 딸이 첫 걸음마를 떼는 날입니다."

북한은 출산을 여성의 의무라 강조하며 다산을 적극 장려한다.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을 ‘모성 영웅’이라 칭하며 메달까지 줄 정도다.

<녹취> "우리 장군님 곁에 더 많은 총대 병사들을 세우는 것이 우리가 잘 사는 길이리... 견디기 힘든 고난 속에서도 내일을 생각하며 우리는 자식들을 계속 낳아 키웠습니다."

이는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생산을 책임질 북한의 인구가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인터뷰> 통일교육원 교수(이인정) : "고난의 행군기인 1990년대 출생자가 그 영유아 사망률이 높았었기 때문에 현재 워낙 북한의 군복무 인력에 해당하는 20대 초, 그리고 노동 생산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될 그 인구들이 굉장히 부족하고... 출산을 장려해서 조국 보위를 할 많은 자녀들을 낳아서 건강하게 잘 키워서 국가건설에 이바지해야 된다. 이것이 어머니의 의무다..."

특히 다둥이는 김정은까지 나서 선전할 만큼 ‘나라의 경사’로 치부된다.

<녹취> 北 기록영화 ‘어머니당의 품 1’(2014년 6월) : "세쌍둥이들이 잘 자라는가 알아보시려 몸소 현지에까지 찾아오시어 극진히도 보살펴 주시는 우리 원수님..."

<인터뷰>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세쌍둥이는 온 나라 다 털어야 뭐 몇 명이 되겠어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을 그 집중 조명하고 그 몇 명을 내세운 걸 통해서 그 당과 국가가 수령이 이렇게 여성들을 존중하고 아이들을 돌본다. 이런 걸 그 선전하기도 좋고요."

<녹취> 조선중앙TV(국제부녀절 기념 공연/지난 3월 8일) : "생활의 꽃, 나라의 꽃으로 활짝 피어나 가정과 사회에 아름다운 향기를 안겨주는 우리 여성들! 정다운 어머니, 아내, 그리고 누이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녹취> 북한 노래 ‘여성은 꽃이라네’ : "여성은 꽃이라네 생활의 꽃이라네."

여성을 사회주의의 꽃, 가정의 꽃이라 선전하고 있는 북한.

하지만 북한 여성들의 인권 실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탈북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 이소연(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2008년 탈북) : "북한은 성폭행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당 간부라거나 심지어 회사에서 내 위의 작업반장, 심지어 어깨에 뭐 하나라도 걸친 사람이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하거나 강간을 했다라고 하면 북한 사회의 분위기가 뭐냐면 여자를 욕합니다. 이게 뭐냐면 인권이 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런 식의 사회 분위기가 국가에 의해 조장되거나 묵인된다는 점이다.

<인터뷰> 현인애(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성추행, 성 유린 이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거죠. 왜? 국가가 그런 의식을 고양하지 않고 거기에 대한 법적 책임을 크게 묻지 않으니까. 그래서 북한 여성들이 참 고생도 많이 하고... 여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중 삼중 인권유린을 당한다고 봐야 되겠죠."

안으로는 가부장적인 권위, 밖으로는 노동력 동원에 시달리는 북한 여성들.

하지만 장마당의 성장과 함께 여성의 경제적 역할이 커지면서 북한에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뷰> 이소연(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2008년 탈북) : "저는 이 장마당이라는 곳은 여성이 움직이고 있고 여성이 북한사회를 이제는 변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왔다. 그래서 우리가 북한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이 장마당 또는 여성, 이런 문제들을 우리가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주고 주장해주는 것이 바로 북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하나의 그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세월 출산과 가사, 여맹 활동에 체제를 지탱하는 경제활동까지 떠맡아야 했던 북한 여성들.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 원동력으로 꼽히는 장마당 여성들의 성장이 북한 사회의 진정한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