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9

불교를 다시 묻다 | 이민용 | 알라딘

불교를 다시 묻다 | 이민용 | 알라딘


불교를 다시 묻다 - 근대 이후 불교학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이민용 (지은이)모시는사람들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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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근대 불교학이 형성된 서구적 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 위에서 한국 불교학의 새로운 방향을 다시 묻는다. 저자는 불교학과 종교학을 횡단해 온 연구를 반성적·비판적·조망적으로 재구성한다. 1부는 서구 불교학의 성립과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짚고, 2부는 서구 사회에서 변용된 불교 신행을 분석한다. 3부는 한국 근대불교와 불교학의 형성과정을 검토하며 ‘한국적 불교학’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4부는 교상판석, 원효·원측 사상, 화쟁, 성과 인권 등 핵심 쟁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이와 같은 구성은 불교학의 형성과 변용, 그리고 그 현재적 과제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다.

이 책의 가치는 전문화된 불교학 담론을 폐쇄적 학문 내부에 가두지 않고, 오늘의 현실과 사유 속에서 다시 의미화하려는 데 있다. 저자는 불교학이 원전 언어와 전문 개념에 갇혀 온 현실을 직시하면서, 이를 교양적 인문 언어로 재서술하고 동시대적 문제의식 속에서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한다. 나아가 불교학을 둘러싼 해석의 조건과 지식의 형성 과정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학문이 어떻게 시대와 호흡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불교는 여기서 신앙이나 고전이 아니라,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사유의 장으로 복원된다. 그 결과 이 책은 불교학의 현재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미래를 새롭게 사유하게 하는 본격적인 인문적 제안으로 자리매김한다.


목차


서문

제1부 서구 불교학의 탄생과 전개

불교학 연구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성찰
1. 머리말 2. 불교학 연구의 발단
3. 학문적 위치와 해석의 차이 4. 또 다른 학문적 위치
5. 반성적 전환 6. 맺음말

서구 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
1. 발제를 위한 서언 2. 서구 불교학의 발단과 배경
3. 인도 문헌학의 선구자들과 불교 4. 불교학의 개창자들
5. 불교를 대하는 서구의 두 태도 6. 책상 위의 상상력

서구의 열반 이해의 역사와 그 유형
1. 머리말 2. 불교 이해의 발단
3. 무(無)의 공포 4. 열반, 부정의 극치로서의 구원
5. 사고의 전환, 대승의 해석 6. 맺음말

티베트 불교 연구의 발주자
1. 인생은 나그네 길 2. 미지에로의 출발
3. 상글리라를 찾은 학자들 4. 언어의 달인들
5. 고행의 학문 수행자 6. 학문적 결실

제2부 서구불교의 현상과 변용

학문의 이종교배
1. 무엇을 위한 접목인가? 2. 긁어 부스럼의 학문
3. 불교는 학문만의 대상인가 4. 불교학은 종교적인가

서구 불교신행의 양태와 서구적 불교의 탄생
1. 머리말 2. 불교는 믿을만한 종교인가?
3. 누가 불자인가 4. 불교신자의 유형
5. 불교신자의 새로운 범주화 6. 새로운 불교 공동체

미국의 일본 불교 수용의 굴절
1. 머리말 2. 미국의 불교 이해의 태도
3. 미국에서의 일본 불교 신행의 발단 4. 미국의 일본 불교 수용의 태도
5. 헨리 올코트와 일본 불교의 백인성 6. 폴 카루스와 미국의 Zen(禪) 유행의 고리
7. 샤쿠 쇼엔과 동양 불교의 성립

섬 같은 불교, 피자 같은 불교
1. 부처가 없는 땅 2. 불교 신행의 발단
3. 미국 속의 불교의 양태 4. 섬 같은 불교, 피자 같은 불교

제3부 한국 근대불교와 불교학

불교의 근대적 전환
1. 한국 불교의 근대적 기점 2. 조선불교통사의 구조와 서술 방식
3. 맺음말

근대기 호교론으로서의 『백교회통』
1. 머리말 2. 『백교회통』의 구성
3. 인경상조(引經相照)의 서술 방식 4. 인용구에 나타난 불교교의학
5. 근대적 교상판석 6. 호교론의 변형
7. 전도서로서의 『백교회통』 8. 맺음말

일제강점기 한국 근대 불교(학)의 전개
1. 한국 불교에서의 근대란 무엇인가? 2. 근대 한국 불교를 보는 시각
3. 진화론 수용과 한국 불교 4. 불교의 자기 인식과 불교학의 대두
5. 맺음말

한국종교의 근대적 각성
1. 머리말 2. 혼합성으로서의 문제
3. 불교적 시원성의 문제 4. 새로운 회상으로서의 불교 개혁론
5. 맺음말

불연 이기영(不然 李箕永)
1. 머리말 2. 파행의 한국 불교―이능화에서 이기영까지
3. 대체 불가능의 학자―라모트와 이기영 4. 책장 속의 불교와 현장의 불교
5. 문제의 학자, 교차점 위의 학자 6. 한국불교연구원과 이기영
7. 맺음말

외로운 나라, 왜곡된 한국
1. 머리말 2. 미국에서의 한국학의 발단
3. 한국학과 오리엔탈리즘 4. 한국문화 전통으로서의 불교(학)과 오리엔탈리즘
5. 맺음말

제4부 한국 불교와 종교에 대한 성찰

오늘의 교상판석(敎相判釋)은 어떻게 가능한가?
1. 불교에서의 학맥이란? 2. 종파/학파의 분화
3. 동아시아적 종합으로서의 화엄의 교판
4. 원측은 법상종의 아류인가? 화엄종의 선구자인가?
5. 맺음말

원측(圓測)사상
1. 문제의 고승, 원측 2. 원측 연구의 문제점
3. 교판해석의 문제 4. 완전한 이해와 완전치 못한 이해
5. 공·유의 문제 6. 맺음말

동아시아적 화쟁(和諍)의 유형
1. 머리말 2. 화쟁이란 개념의 출현
3. 원측의 경우―선구적 제기 4. 무엇을 위한 종합인가―법장의 화엄의 특징
5. 원효의 종합―화쟁

불교와 성(性)
1. 머리말 2. 금기로서의 성―계율의 규제
3. 구원으로서의 성―깨달음의 방편

불교와 미래
1. 불교는 어떻게 서양에 전파되었는가?
2. 서구 불교인의 모습―파란 눈, 회색 장삼의 그들은 누구인가?
3. 신승의 출현―새로운 불교 공동체 4. 새로운 시대의 불교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이제 우리는 어떤 불교유신을 처방할 수 있는가?
1. 머리말 2. 과거의 부정, 과거의 긍정
3. 현장의 거부와 현장 의식의 재현 4. 전통의 거부와 정통으로의 복귀
5. 맺음말

함석헌의 울타리 벗기기
1. 머리말 2. 함석헌에 접근하는 길
3. 환원주의의 함정 4. 본질주의적 함정
5. 맺음말

불교에서 인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 머리말 2. 인권 개념은 보편적인가?
3. 불교는 인권을 필요로 하는가? 4. 인권 개념의 불교적 접근방식
5. 맺음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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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49 서구의 정치적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문화의 변화는 인문학 영역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언어·역사·종교 분야에서의 연구와 함께 지역 연구(Area Studies)에서 시작된 미주의 아시아 연구는 그 연구자들의 인적 구성과 그들의 성분 변화와 함께 연구 태도 역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 세대의 유럽·불교학계의 거목들인 푸생(La Vallee Poussin)이나 라모트(Etienne Lamotte)는 기독교인으로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연구를 진척시켰으나, 오늘날 현역의 북미주의 불교학자들은 대개가 대학생 시절에 월남전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제국주의적 분위기, 절대권력, 기독교적 전통에서 자유로워진 세대이며, 상당수의 이들 불교학자들은 수계를 받았거나 각자가 전공으로 삼는 지역의 불교사원에서 종교적 체험을 겪는다. 데이비드 뤼에그(David Seyfort Ruegg)가 관찰했듯이 그들은 불교를 ‘삶의 한 방식’(a way of living)으로 생각하며, 일정한 교리체계에 의한 도그마의 종교로 생각하지 않는 세대이다. 합리적이며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즐기는 이들은 불교에 친화감을 갖고 있다. 접기
P. 122 오늘날 티베트 불교의 학문적 기여라면 일차적으로 티베트장경 속에 편입된, 일실된 산스크리트 원전을 밝혀내는 일이다. 그래서 티베트어를 통해 티베트 불교 내용을 해명하는 작업은 일차적 작업이 되겠지만, 오늘날 불교학의 중요한 관심사의 하나는 티베트 불교 원전 없이는 오히려 인도불교의 전통과 사상을 일관성 있게 연구하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곧 티베트 불교 연구는 인도불교 연구의 관건이 되고 두 전통이 서로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접기
P. 188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은 지금의 이런 서구에서의 불교 운동의 정착과 함께 기존의 불교학은 어떤 위치를 지니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불교학은 새로운 전환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불교학의 발단이 서구였고 서구의 학문적 불교학이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언어 문헌학적 연구의 한계성을 벗어나는 일이 심각히 논의되고 있다. 곧 학문의 이종교배적 새로운 불교학 영역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불교신학(Buddhist Theology)이란 새 개념을 불교학 속에 도입하면서 불교학 연구자들의 수행적(遂行的, performative), 변모적(變貌的, transformative)인 실존적 변화의 시도를 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앞서 예증적으로 관찰한 서구 나름의 신행의 현장이 자리 잡았다면, 불교에 대한 학문적 접근도 새 방향에서 시도될 수밖에 없다. 아직 확실한 틀을 잡고 일관된 연구 방법까지 제시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심각히 논의되는 것은 사실이다. 곧 서양/미국에서의 불교는 불교학의 어떤 카테고리 속에 위치 지우기보다 독립시켜 새로운 종교운동(New Religious Movements, NRM)으로 간주하자는 것이다. 곧 신종교(New Religions)로 불교를 분류하여 접근하는 것이 실질적이라고 주장한다. 접기
P. 253 미주에 거주하는 우리 한 개인 한 개인은 미국화의 변모를 겪고 있다. 그리고 미국 속에 불교가 들어와 있고 그것은 ‘우리 속’에 들어 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불교는 우리 자신을 통해 미국화되어 가고 있다. 제도로서의 사찰은 한국의 그것과 다름없이 그대로 존속되고 있으나 그 속에 담긴 불자들은 미국화의 변모를 겪는 모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하고 이 변화를 위한 엄밀한 평가나 계획이 선행되어야 한다. 접기
P. 334 무엇보다도 『회통』은 불교 텍스트를 십분 활용하고 있으며 무려 42개의 경론에서 적출 발췌된 구절을 통해 이능화 자신의 정신사적 관점을 피력하는 것이었다. 보기에 따라서 이능화의 저술은 인용에서 시작하여 인용으로 끝난 표절이거나 자료 수집의 호사 취미의 결과로 이해되기 쉽고 실제로 그렇게 평가되는 것이 불교학과 역사학계의 이능화 저작에 대한 통념이었다. 그래서 역사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문학 분야에서 그를 ‘근대기의 전환기적 계몽주의 학자’로 근대기의 ‘결함’과 ‘미숙’의 표본으로 결론지었다. 이런 오해는 결국 텍스트의 표기성과 전통 문헌의 서술 방법을 파악하지 못했던 역사방법론의 결정적 결함이었다. 그는 동양고전의 술이부작(述而不作)의 원칙과 선현의 문헌을 전범(典範)으로 삼는 전통적 자세를 충직하게 따랐고, 자료를 자의적으로 일그러트리지 않고 인용과 인용의 연결 속에서 자신의 사상을 표출하였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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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민용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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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및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하여 국제참여불교연대 실행위원, 영남대 국제교류원 교수, 동국대 객원교수, 한국불교연구원 원장,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하였다.
대표 저서로는 『말로 말을 버린다: 이민용의 세상 읽기』가 있으며, 「불교학 연구의 문화배경에 대한 성찰」, 「미국 속의 불교와 불교의 미국화」, 「서구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 「불교의 근대적 전환」, 「근대 불교/학의 형성과 아카데미즘에서의 위상」, 「근대기 호교론으로서의 백교회통」 등의 논문이 있다. 접기

최근작 : <불교를 다시 묻다>,<말로 말을 버린다>,<종교로 보는 세상> … 총 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이 책은 근대 불교학이 형성된 서구적 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 위에서 한국 불교학의 새로운 방향을 다시 묻는다. 저자는 불교학과 종교학을 횡단해 온 연구를 반성적·비판적·조망적으로 재구성한다. 1부는 서구 불교학의 성립과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짚고, 2부는 서구 사회에서 변용된 불교 신행을 분석한다. 3부는 한국 근대불교와 불교학의 형성과정을 검토하며 ‘한국적 불교학’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4부는 교상판석, 원효·원측 사상, 화쟁, 성과 인권 등 핵심 쟁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이와 같은 구성은 불교학의 형성과 변용, 그리고 그 현재적 과제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다. 이 책의 가치는 전문화된 불교학 담론을 폐쇄적 학문 내부에 가두지 않고, 오늘의 현실과 사유 속에서 다시 의미화하려는 데 있다. 저자는 불교학이 원전 언어와 전문 개념에 갇혀 온 현실을 직시하면서, 이를 교양적 인문 언어로 재서술하고 동시대적 문제의식 속에서 다시 질문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기한다. 나아가 불교학을 둘러싼 해석의 조건과 지식의 형성 과정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학문이 어떻게 시대와 호흡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불교는 여기서 신앙이나 고전이 아니라,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사유의 장으로 복원된다. 그 결과 이 책은 불교학의 현재를 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미래를 새롭게 사유하게 하는 본격적인 인문적 제안으로 자리매김한다.

■ 출판사 서평

오늘날 불교학은 고도로 전문화된 학문으로서 눈부신 성과를 축적해 왔지만, 동시에 그 성과가 학문 내부에 고립되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 원전 언어와 정교한 개념 체계, 세분화된 연구 영역은 깊이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지만, 그만큼 학문 간 소통과 공공적 이해의 가능성은 좁아졌다. 종교학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종교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는 활발하지만, 개별 전통 내부의 사유와 긴장 관계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외재적 분석에 치우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는 ‘연구 대상’과 ‘신앙 대상’ 사이에서 분리되어 이해되며, 살아 있는 사유로서의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 불교계 또한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재구성 사이에서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나, 그 논의는 종종 교단 내부의 제도 문제나 신행의 유지에 머무는 경향을 보인다. 불교학과 불교 현실, 종교학적 해석과 신앙적 실천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처럼 학문과 현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사이의 긴장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채 누적되어 온 것이 오늘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대한 근본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불교학의 형성과 전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사유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를 담아낸다.
『불교를 다시 묻다』는 근대 불교학이 형성된 서구적 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 위에서 한국 불교학의 새로운 방향을 다시 묻는 본격적인 학문적 저작이다. 단순한 논문 모음집이 아니라, 불교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어떤 역사적 조건 속에서 구성되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왜곡되고 재구성되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동시에, 그 위에서 다시 출발하려는 문제의식이 일관되게 관통한다.
이 책의 성취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가장 두드러진 성취는 높은 전문성과 동시에 그것을 성찰의 대상으로 삼는 자기비판적 태도에 있다. 「불교학 연구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성찰」, 「서구 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 등에서 저자는 근대 불교학이 인도 문헌학과 서구 학문 체계 속에서 형성되며 필연적으로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내포하게 되었음을 지적한다. 특히 열반 개념을 ‘무(無)의 공포’ 혹은 ‘부정의 극치’로 해석해 온 서구적 이해의 계보를 추적하는 작업은, 불교 교의가 어떻게 서구적 개념 틀 속에서 변형되어 왔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학설 정리가 아니라, 학문 자체의 인식론적 기반을 문제 삼는 작업이다.
둘째, 불교학적 관점에서 이 책은 문헌학 중심의 기존 연구를 넘어 해석의 틀 자체를 재검토한다. 티베트 불교 연구자들의 사례를 다룬 글에서 드러나듯, 언어 능력과 수행을 결합한 학문적 태도는 불교학이 단순한 텍스트 해석을 넘어서는 영역임을 보여준다. 또한 교상판석, 원효와 원측 사상, 화쟁에 대한 논의는 전통 불교사상의 위치를 재정립하는 동시에, 그 해석 틀이 어떻게 종파적 분화를 낳고 이해를 제한해 왔는지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불교사상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위치 짓는’ 작업이다.
셋째, 종교학적 관점에서 이 책은 불교를 하나의 역사적·사회적 현상으로 다루며, 그 변용 과정을 면밀히 분석한다. 「서구 불교신행의 양태와 서구적 불교의 탄생」, 「미국의 일본 불교 수용의 굴절」, 「섬 같은 불교, 피자 같은 불교」 등의 글은 불교가 서구 사회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소비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불교는 더 이상 ‘동양의 종교’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되고 변형되는 유동적 실천으로 나타난다. 특히 ‘피자 같은 불교’라는 개념은 서구 불교의 선택적 수용과 혼합적 성격을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개념적 성과다.
넷째, 이 책은 저자의 독특한 학문 이력―불교학에서 이탈했다가 다시 돌아온 ‘재수(再修)’의 경험—이 깊이 반영된 저작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고백을 넘어, 학문을 외부에서 다시 바라보는 거리감을 확보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 결과 이 책은 내부자의 전문성과 외부자의 비판적 시선을 동시에 확보하며, 불교학의 난해함과 폐쇄성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려는 긴장을 유지한다.
다섯째, 오늘의 학계에 대한 기여는 분명하다.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와 『백교회통』에 대한 재평가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에 저평가되거나 이념적으로 규정되어 온 텍스트를 학문적 대상으로 다시 호명함으로써, 한국 불교학의 지적 계보를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또한 이기영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서구 불교학과 한국 불교학의 접점과 긴장을 드러내는 작업 역시 학문사적 의의를 지닌다.
여섯째, 오늘의 불교계에 대한 함의 역시 크다. 이 책은 성과 인권, 종교 간 대화, 불교의 미래와 같은 주제들을 통해 불교가 현대 사회의 윤리적·사회적 문제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는 불교를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갱신’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시도다. 특히 “어떤 불교유신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전통의 계승과 비판적 재구성 사이에서 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근본적으로 다시 묻게 한다.

종합하면, 이 책은 불교학을 다시 묻는 동시에 학문이란 무엇인가를 함께 묻는 저작이다. 불교를 신앙이나 고전의 영역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해석과 오해,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사유의 장으로 복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교학이 스스로의 언어를 회복하고, 오늘의 세계와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색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불교학과 종교학, 나아가 인문학 전반에 던지는 강한 문제제기로 읽혀야 할 책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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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말을 버린다 - 이민용의 세상 읽기
이민용 (지은이),한국종교문화연구소 (기획)모시는사람들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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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민용의 세상 읽기. 저자는 “내 인생을 금강경(金剛經)을 천착하는 것으로 보내려 했으나 결국 금강석을 다루는 일로 끝마치게 됐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회고한다. 불교학 연구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보석상의 길로 전업하였으나, 다시 학문과 직업을 병행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격의 없는 친구들에게 농 삼아 하던 말이다.

그러나 객관의 견지에서 보건대 저자는 세속과 탈속, 학문과 수양, 이념과 현실을 겸전하고, 이변비중(離邊非中), 중도의 삶을 살아왔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그 이유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심연의 깊이를 품고, 쉼 없이 파도치며 육지와 교감하는 바다와도 같다.


목차


서문

1부 / 회상
재수하는 학문과 삶
나의 학문, 나의 부러진 인생
떠도는 삶들을 생각한다

2부 / 불교 리뷰
불교는 배반했는가?
불교는 종교이어야만 하는가?
종교가 담기는 그릇
달마가 서쪽에서 온 또 다른 까닭
종교가 문제다
한국의 불교는 지금 어디 있는가?
어떤 티베트를 말하고 있는가?
수입 불교, 수출 불교, 수하물 불교
한국 불교의 성공적 수출을 위한 조언
한국 불교의 국제회의 울렁증
스님과 절만이 불교는 아니다
불교계의 인기 스타
원효에 대한 금기
조사(弔辭)
기상의 질문과 천외의 답변

3부 / 단상
가짜 종교, 가짜 불교, 가짜 기독교
코로나 질병에 대한 잔상
요주의! 신비주의
말을 함으로 말을 버린다
시작을 다시 생각한다
미투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
새해 원단에 우리의 현실과 함석헌 선생을 생각한다
간디 다시 읽기
창(唱)과 무가가 어우러져 한판
둔황, 환상을 여행하다

4부 / 이민자의 눈으로 본 세상
만학의 왕, 만학의 졸
1불짜리 한국
교회를 못가는 사람들
말의 반란
보스턴의 삼각지
조감도
해외 독립선언
펜은 칼보다 무섭다
장사의 해석학
젊은 늙은이
신호등과 기계격
부고란
대통령 접견기
어떤 은퇴
상처받은 치료인, 보살
옥타비오 파즈와 인도 대사
졸업식과 명연설
Wrong Time at Wrong Place
워렌 비티의 정치
불온서적과 자유를 달라
비폭력과 핵무장
조깅 만세
동양의 건축
극서 지향론
염색된 국토
그 집 앞
우물가
침묵의 소리
Where am I?
‘KOREANNESS’ 1
‘KOREANNESS’ 2
사인방과 ‘떠들기’
나의 어머니와 페미니즘
감자 바위
시대정신
메아 쿨파 / 투아 쿨파
헌 천 년, 새 천 년
호모 하이어라키쿠스
한국 방문기
잔디 깎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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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책속에서
P. 26 내가 불교에서 영향을 받은 이 세 분, 이기영·서경수·박성배는 한결같이 불교학자이면서도 기독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기독교와 불교를 넘나드는 혼성적인 자세를 취하기 쉬운 일인데, 철저하게 불교적인 입장에서 기독교를 수용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기독교적 틀로써 불교적 개념을 해석해 갔다. 따라서 기독교를 배척하거나 비교론적인 객관성만을 표방하는 것도 아니었다. 박성배 교수의 치열한 불교적 신행이나 이기영 교수, 서경수 교수의 불교적 합리성 추구를 바라볼 때, 나는 종교 간의 갈등이나 논리적 상충보다는 오히려 종교 간의 넘나듦을 체감했다. 혹은 흔히 말하듯 동양적/한국적 융화(融和)이거나 합일적 화해(和解)의 체현은 아닐까 생각했다.  접기
P. 60 불교학은 분명히 서구적 의미의 분류 방식을 따른 학문은 아니다. 아직도 불교학의 객관성을 내세우며 문헌학적 접근, 언어학적 분석, 철학적 사변을 표방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불교학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역사학자가 접근하듯 타 종교인이나 다른 전공자도 불교에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오히려 불교학의 장점이나 되는 양 말이다. 그래서 불교는 철학이고, 종교이고, 철학적 종교이며, 종교적 철학이며, 철학/종교 모두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다행히(!) 그 어떤 서구적 학문 분류 체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정의는 자기 분야의 속 좁은 틀을 주장하는 것일 뿐이다. 학문이란 이름 아래 말이다.  접기
P. 80 불교는 종교이다. 그리고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고 불교에 대한 가장 간단한 자리매김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이 종교이어야만 하는가?” 하고 되물어 보자. 당연한 이야기를 되짚어 질문하면 오히려 전혀 새로운 답변도 가능하지 않을까? 적어도 질문의 형태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말이다. 우리가 ‘종교’라고 할 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독교가 종교이고, 이슬람이 종교이고 도교가 그렇고, 심지어 동양인의 일상생활과 삶의 지표를 마련해 준 유교마저 종교로 여긴다. 그러니까 종교란 이 모든 개별 종교들이 담길 수 있는 큰 바구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접기
P. 107 한국 불교가 해외로 확대되는 가장 좋은 예로 들고 있는 것이 적산법화원일 것이다. 신라 시대 당나라 땅에 신라방이 형성되고, 그곳에 거주하는 신라인들이 다니던 절이 바로 적산법화원이다. 당토(唐土)에 신라 절이 있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것이 당 불교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인지, 아니면 거꾸로 그곳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그 내용은 지금 알 길이 없다. 신라 불교가 신라 땅을 넘어서 당나라까지 진출한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미상불 그것은 거대한 당토에 하나의 섬처럼 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미주 속의 이민 불교가 혹시 이런 섬과 같은 양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접기
P. 164 근대 불교학, 특히 서구 불교학이 빠진 모순은 불교학을 박물관적 대상물로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불교를 문헌 속으로 환원시킬 때 불교의 살아 움직이는 현장은 배제된다. 불교를 문헌 속에서 색출함으로써 불교를 책상 위의 상상력으로만 작동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의 원형은 원전의 문헌 속에만 존재하게 된다. 불교의 현주소는 동양이기에 동양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현행의 종교이지만 서구에서는 학자들의 수집, 번역, 출판이라는 문헌적 과거로부터 출발하여 이 문헌을 소장하고 연구하는 도서관과 연구소에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곧 불교를 ‘골동품 애호적인 지식’이나 ‘유물 관리적 지식’으로 만드는 것이다.  접기
P. 271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말을 떠들어댔다. 어떤 때는 신중을 기해 말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다. 그것이 과연 남과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이었느냐를 생각할 때 그 구절을 항상 떠올리곤 했다. ‘인언견언’(因言遣言), 즉 ‘말’로 말미암아 ‘말’을 버리게 된다는 구절이다. 말을 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그런 표현이나, 의도했던 말을 없애 버리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말을 한다는 것은 그 말의 뜻과 발설장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서인데 그것 자체를 없애야 하는 말이어야 한다니, 소위 말이 안 되는 역설적인 말이다. 어찌 보면 개구즉착‘(開口卽錯), 즉 입을 벌려 무엇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그것은 틀렸다고 하는 구절과도 서로 상통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접기
P. 291 이민 생활이 처한 여건이 단순할 수 없듯이 각자의 생활에 부합되는 종교 생활도 단순할 수 없다. 각기 처한 여건에 따른 종교 생활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 집안의 경제적 풍요가 곧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고 부처님이 점지하신 복이라고 단순화시킬 수도 없다. 그런 축복과 복은 일찍이 교회에서, 사찰에서 예수님과 부처님에 의해 추방된 지 오래이다. 그런 것은 복도 아니고 축복일 수도 없고 우리 욕심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두 분은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성공도 해야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부처님의 가피력이라고 계속 주장하면 우리의 일상생활의 모순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성숙한 이민 생활을 위한 ‘이민신학’과 ‘이민설법’의 또 다른 해석학과 성현들의 가이드라인이 매주 교회와 법당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어도 극락에 갈 수 있고 하나님의 은총을 듬뿍 입을 수 있다는, 세속과 초월의 세계가 일치하는 또 다른 새로운 ‘말씀’을 우리들의 교회와 법당에서 듣고 싶다.  접기
P. 332 실제로 다른 종족과 다른 종교와 공존하는 정신이 바로 ‘비폭력’인 것이다. 이 말의 원어인 산스크리트의 영어 번역은 폭력의 반대 개념인 ‘비폭력’으로 되어 있지만 오히려 ‘불상해’(不傷害), 곧 ‘다른 존재에 해를 끼치지 않는’이라는 말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것은 다른 생존물에 대해 간섭하지 않고 어떤 일로도 괴롭히지 않고 자유스럽게 하는 일이다. 곧 서로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그리고 이 ‘불상해’(Ahimsa)는 ‘진리파지’(眞理把持, Satyagraha)를 근거로 한다. 이 진리의 내용은 사랑이고 인간은 누구나 이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접기
P. 358 인생살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은 없다. 보행(步行)의 길일 수도 있고 인생의 행로(行路)일 수도 있다. 아마 영어와 불어의 어휘와 구문(構文)상의 차이에서 온 이 영문학자의 ‘보행의 길’과 ‘인생행로의 길’의 차이는 어떤 면에서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재미 동포들에게 이민의 길은 인생 여정을 바꾸어 놓았다. 생업(生業)을 바꾸었다거나 잠시 인생 목표를 변경시킨 경우가 아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변신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행로까지 바뀌었다. 우리의 자식들은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곳에 ‘더불어’ 올 수밖에 없었으니 그들의 행로마저 우리 마음대로 정했다. 그래서 이제 우리 재미 동포들은 전력(前歷)을 갖게 되었다. 과거의 이력과는 전혀 다른 이력을 만든 셈이다. 전력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이도 있지만, 오히려 지금의 경력을 내세우고 싶은 이도 생겼다. 낙엽 흩날리는 이 계절에 이제 영어로 말고, 오해를 불러올 불어로도 말고, 우리말로 “나는 어디 있는가?” 하는 소박한 질문을 제기해 보자. 그럴 때 과연 어떤 답변들이 가능할까 자문해 봄직하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이민용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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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 및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를 비롯하여 국제참여불교연대 실행위원, 영남대 국제교류원 교수, 동국대 객원교수, 한국불교연구원 원장,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하였다.
대표 저서로는 『말로 말을 버린다: 이민용의 세상 읽기』가 있으며, 「불교학 연구의 문화배경에 대한 성찰」, 「미국 속의 불교와 불교의 미국화」, 「서구불교학의 창안과 오리엔탈리즘」, 「불교의 근대적 전환」, 「근대 불교/학의 형성과 아카데미즘에서의 위상」, 「근대기 호교론으로서의 백교회통」 등의 논문이 있다. 접기

최근작 : <불교를 다시 묻다>,<말로 말을 버린다>,<종교로 보는 세상> … 총 4종 (모두보기)

한국종교문화연구소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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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종교문화’에 대한 학제적 연구와 문화비평을 수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인문학적 전망을 모색하면서, 지식과 지혜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작 : <종교문화의 안과 밖>,<종교문화비평>,<종교문화비평> … 총 37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한국인이란 실존과 불교학·종교학이라는 전공을 기반으로 하여
이민자-거리감을 조화하여 한국, 불교, 종교를 깊게 ‘살아가다’

1.
이 책의 저자는 “내 인생을 금강경(金剛經)을 천착하는 것으로 보내려 했으나 결국 금강석을 다루는 일로 끝마치게 됐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회고한다. 불교학 연구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보석상의 길로 전업하였으나, 다시 학문과 직업을 병행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격의 없는 친구들에게 농 삼아 하던 말이다. 그러나 객관의 견지에서 보건대 저자는 세속과 탈속, 학문과 수양, 이념과 현실을 겸전하고, 이변비중(離邊非中), 중도의 삶을 살아왔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그 이유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심연의 깊이를 품고, 쉼 없이 파도치며 육지와 교감하는 바다와도 같다.

저자는 한창 학문적 성숙을 향해 가는 36세의 나이에 홀연 학문 현장을 떠나,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된다. 자의식이 생길 때부터 삶의 유일한 목표였던 학문의 길을 벗어버리는 과정은 만남도 고(苦), 헤어짐도 고(苦)의 연속이었다. 당시 대학의 부조리한 관행 속에서 배제되는 과정이 학문 자체에 대한 회의를 불러온 것이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공부 없는 인생도 훌륭한 인생일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던 그는 우연한/필연적인 기회에 하버드 대학의 동양학 강의 하나를 청강하면서, 다시금 학문의 길로 회귀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하버드 대학의 동양학 내용에 한국의 불교나 유학에 대한 관심과 언급이 일절 없었다는 것이 그의 의욕을 자극했다. 미국 사회에서 한국 불교는 중국 불교 전통과 일본 불교 특징 사이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재수’한 학문 여정의 최정점, 바로 아래(박사학위 논문 제출)에서 그는 또 다시 전회를 선택한다. 즉 논문 제출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가운데 학문과 수양을 겸전하는 삶의 자세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찾아 헤매는 자”로서 초빙교수, 방문교수로 강의하거나, 한국불교연구원, 종교문화연구소의 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하며 ‘소임’을 수행해 왔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학자의 책상 위에 책갈피에 존재하고, 박물관에 전시된 박제 상품으로서 존재하는 불교학을 벗어나, 기존의 틀을 깨고 껍질을 벗겨 내온 과정이었다. 이렇게 “재수하는 학문과 삶”이라고 명명한, 자신의 학문 여정을 회고한 1부에 이어 2부 불교 리뷰, 3부 이민자의 눈으로 본 세상, 4부 단상은 한국과 미주에서 신문, 뉴스레터 등에 기고한 단편들이 수록되었다.

2.
미주 사회, 기독교가 종교를 넘어 하나의 생활양식이 된 미주 한인 사회에서 ‘섬’처럼 떠 있는 불교를 (신앙)하는, 소수자 중의 소수자로서 그는 끊임없이 미국 내의 (한국) 불교의 정체성과 위상을 탐문하고, 그 진로를 모색한다. ‘수입불교, 수출불교, 수하물 불교’의 방식으로 미국 사회에 정착한 동아시아 불교 전반에서 한국 불교 또한 위 세 가지 정체성을 모두 아우르며 정착하고, 때로는 도태되며, 때로는 두렷한 족적을 남기며 이어져 오고 있다. 저자의 단편적인 글들을 통해서, 미주 한인 사회에 불교가 이식되고 정착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내부를 간직한 외부자’로서 저자는 미국에서, 불교의 진면목을 더 넓게, 더 멀리, 더 깊게 천착해 나간다. 폭넓은 학문 작업(서구 불교학에의 접근과 기독교-신학과의 교류를 포함하여)의 일단이 담담하게, 그러나 깊은 울림을 안겨주며 전개된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축은 그가 평생 불교학의 언저리를 떠돌며 만났던 적지 않은 수의 불교학, 종교학의 선배, 동학, 후배들의 면모를 알려준다는 점이다. 36세에 학문의 길을 접으며 그가 고통스러웠던 것은 부조리한 학교 사회의 관행보다도, 그동안 만났던 뛰어난 스승, 동학(同學)들과 이별하는 일이었다. 그들로부터 받은 영감과 그들의 혜지(慧智)들은, 저자의 단편적인 회고 속에서도 생생하다. 이기영, 서경수, 박성배, 안병무(기독교), 일타스님 등의 불교학 석학과 그리고 스승 이기영을 통해 접한 장 필리오자, 포르 드미에빌, 주세페 투치, 라모트, 외젠 뷔르누프 등 서구의 불교학자에 이르기까지 짧은 글 속에서도 그들의 학문적 업적을 간접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학문 여정에 대한 에세이들을 통해 우리는 미국 사회에서 (한국)불교의 여러 가지 행태와 과제 상황을 접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란 종교인가, 종교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의 빛을 얼핏얼핏 엿볼 수 있게 된다.(그 본격적인 이해는 이민용 교수의 근작으로 그간의 불교학 관련 논문들을 엮어 편집한 책에서 다루어진다.) 또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터득되는 폭넓은 시각을 통하여 오히려 한국(내) 불교의 문제점과 그 대안적인 방향을 간결하게 정리해 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또 한편, 동아시아에서 건너간 불교를 기반으로, 혹은 유럽을 통해 수용한 불교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 사회에서 미국(현지인)인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서양 불교’의 모습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울지도 흥미롭게 개진된다.

3.
‘말로 말을 버린다’(因言遣言)이라는 <대승기신론>의 경구는 그가 미주 한인사회, 그중에서 불교계에 대하여 말의 위험성, 말로 인해 오해되고 빚어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무릅쓰고 자기주장을 펼쳐 나갈 때, 스스로를 경계 시키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나아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소통단절’을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돌려주는 경구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그는 말을 통한 소통이 자기주장의 강조가 아니라, 나의 한계와 처지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일이며, 말을 통하여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심지어 다르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 그리고 그 차이마저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 바로 소통이라는 깨달음의 말을 전한다.

저자는 불교인이면서 또한 불교학자이면서, 그러나 ‘거리를 둔 관찰자’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또는 벗어던지지 못하면서, 다시 한번 더 나아가 학문적 추구자와 생활자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않으면서 바람직한 불자상, 건전한 종교인상과 더불어 종교론, 불교론과 그의 인생론을 담아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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