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9

기고 토끼의 해 종횡무단하며 활약하자 - 최길성(崔吉城) 동아대학교 교수, 히로시마대학 명예교수

기고 토끼의 해 종횡무단하며 활약하자 - 최길성(崔吉城) 동아대학교 교수, 히로시마대학 명예교수
<기고>토끼의 해 종횡무단하며 활약하자 - 최길성(崔吉城) 동아대학교 교수, 히로시마대학 명예교수

작품 한국민화 작가 지 키미코(池貴巳子)
하늘에서도 뛰고 용궁까지도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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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지형과 닮았다?

2011년은 토끼의 해다. 토끼란 중국 문화권에 있어 십간, 십이지를 조합한 60주년기의 간지 연호다.

원래 유목민족은 별과 친숙해지고 기억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별자리에 큰곰자리와 백조자리, 그리고 사자, 뱀, 양, 토끼, 공작 등의 동물 이름을 붙이는 습관이 있었다. 이로부터 그리스 신화가 탄생하고 점성술이 일반화됐다. 개인이 별과 관계 짓는 경우는 많으며 이는 비단 서양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 중국 문화권에서도 공통적인 것이다. 고대 중국인도 서양과 비슷해 천체에 동물 이름을 붙이곤 했다. 중국 고대에서는 이를 보다 신화처럼 만들었고 고대 중국 시인 굴원(屈原)은 초사(楚辞) 천문편(天問篇)에서 달 안에 토끼가 있다고 했다.

별뿐만 아니라 지도 등에서 나라의 지형을 기억하기 쉽게 또는 상징화하기 위해 동물과 물건에 비유하는 일이 있다. 예를 들면 벨기에를 사자로, 이탈리아를 장화로 비유하고 한반도의 모양이 토끼에 비유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일본의 학자가 당시 조선의 나약함을 상징한 것이라며 반감을 가진 최남선(崔南善)씨가 호랑이로 대체했다고 한다. 호랑이가 만주를 향해 발을 뻗고 있는 형태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하늘과 우주는 완전 미지의 세계로 관심 대상이 된적이 없었다. 가끔 여름 밤하늘을 보면서 하늘의 신비함을 느꼈을뿐이었다. 그러나 동요와 옛날 이야기, 신화 등을 알게되면서 서서히 관심이 높아졌다.

'달에 있다'는 한중일 공통된 이야기

나의 샤머니즘 연구에서는 별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특히 버려진 왕녀가 3명의 남자 아이를 낳고 그들이 하늘에 올라 '삼태성'(오리온자리)가 됐다는 가장 긴 신화가 있다.

또, 달에는 토끼가 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 달에서 신선이 먹는 불로장생의 선약을 절구로 찍는 동물 토끼를 보면 아이를 밴다는 전승도 있다. 달과 토끼의 관계성이 알게 된 이후 나의 관심은 더욱 깊어졌다. 베트남을 제외하고 중국, 한국, 일본까지 공통적이다. 단, 베트남어에서는 토끼의 발음이 고양이 울음 소리와 비슷해 토끼가 '고양이'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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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보다도 폭넓게 뛰어 돌아다녀

토끼는 일반적으로 가축이 아니다. 신성한 또는 상징적인 동물도 아니다. 친숙한 동물이지만 애완 동물로 널리 인식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옛 이야기나 동요 등에서는 친숙한 동물이다. 달에 계수나무가 한 그루 있어 토끼가 한 마리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를 노래로 듣고 관찰하면 달과 우주에 보다 친숙해진다.

한국적 정서 '반달'의 세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다 아는 아동문학가 윤극영(尹克榮,1903~88)씨가 작곡한 동요 '반달'이 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나라를 잃은 조선 민족이 대해를 방황하는 한척의 배, 하늘을 방황하는 반달처럼 돛대도 삿대도 없이 그냥 흘러 가는 것에 대한 슬픔과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 노래는 애국심을 갖고 읽지 않아도 한국적 정서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금성 등 천제를 올려다 보며 '반달'의 존재를 알고 그 멜로디에 따라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의 신화의 세계에 빠져든다.

토끼의 신비스러운 모습은 여러 문학에서 등장한다. 중국 고대 신화와 한국 옛 이야기 가운데 토끼와 거북이가 주연인 작품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토끼 간 이야기다. 용왕이 불로장생의 약이라고 토끼의 간을 구해 오라는 이야기다. 판소리 '수궁가', '별주부전'이 만들어지고 그 사설(판소리에서 연기 사이 사이에 넣는 이야기)이 글로 바뀌어 소설 '토끼전'으로 발전했다. 이후 개화기에 이해조(李海朝)에 의해 '토끼의 간장'이라는 새로운 소설로 개작됐다.

개수에서 절구를 찍는 토끼의 모습은 부부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토끼는 하늘에 있는 달에서 바다속 용궁까지를 오가며 천상, 지상, 지하 세계에서 활동하는 동물처럼 그려졌다. 마치 용에 버금가는 동물인 것이다. 용은 연못과 호수에서 하늘로 승천하고 지중에 숨는다. 또, 지중에서는 용맥, 바다속에서는 궁전을 갖고 있다. 토끼는 용보다 더 높은 달까지 간다. 우주에서 용궁까지 폭넓은 활동을 하는 것으로 상상돼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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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년 메세지

옛날 동해 용왕의 딸이 병에 걸려 토끼의 간을 삶아 마시면 낳는다고 했다. 그러나 바다에는 토끼가 없어 거북이가 토끼의 간을 구할려고 육지에 올라 토끼와 만나 꾀를 써 토끼를 속이고 자신의 등에 업고 바다에 들어갔다. 거북이는 토끼한테 말한다.

"지금 용왕님의 딸이 병에 걸려 너의 간만이 약이 된다고 해서 내가 힘들게 너를 업고 온 것이다"

거북이를 속여 살아나

토끼가 이 말을 듣고는 "나는 신명의 후예로 자주 간을 꺼내 씻고는 다시 돌려놓는다. 요즘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 간을 꺼내 깨끗하게 씻어 바위 위에서 말리고 있었으니 돌아가 간을 가지고 와 너에게 주겠다 "고 답한다.

거북이는 토끼의 말을 믿고 토끼를 업고 다시 육지를 향해 되돌아간다.

토끼는 거북이를 향해 "이런 바보, 간 없이 살아가는 동물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 외친다.

토끼는 달에서 용궁까지 우주에서 해저까지 천상, 지상, 지하의 세계를 오간다. 여기서 2011년의 메시지가 전해진다.

글로벌화 및 국제화 등은 주로 평면적으로 퍼져 나가지만 토끼의 해부터는 하늘에 뜬 달에서 깊은 용궁까지 종횡무진 발전했으면 한다.
(2010-12-27 민단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