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9

1895년 5월 서울에 파송한 피터즈 군의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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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계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 안에서 평안하심을 빕니다. 일본 요코하마에 소재한 미국성서공회 총무로 일하는 헨리 루미스 목사입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 옆에는 한글 성서도 인쇄하는 횡빈복음인쇄회사 건물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이수정의 마가복음서 번역을 통해서 저를 약간 알고 계시리라고 믿습니다. 1884년 이수정이 요코하마에 왔을 때 4월에 세례를 받은 후, 제가 그를 고용하여 4복음서 현토한한성서 번역에 이어, 1885년에는 마가복음언해를 출판해서, 마침 그때 요코하마에 온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4월에 한국에 갈 때 짐 속에 그 한글 마가복음을 가지고 간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제 얼굴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여기 한 장 올립니다.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제가 1895년 5월 서울에 파송한 권서 피터즈 군의 활동입니다. 그는 러시아 국적의 23세 유대인 청년으로 1895년 4월 나가사키에서 개종하고 세례를 받은 후, 제가 바로 한국에 권서(성서판매원)로 서울에 파견했습니다. 그는 열정이 넘치는 신실한 청년으로 영적인 동시에 사업 머리가 밝아보여서 적임자로 판단하고 고용했습니다.
 
저는 서울에 돌아간 이수정이 1885년에 병사한 후, 서울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서울에는 대개 미국 선교사들이 파송되었기 때문에, 저는 미국성서공회 사업을 착수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고, 여러 선교사들과 친분을 유지했습니다. 따라서 청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난 시점이 바로 성서공회 사업을 시작할 떄라고 판단하고, 피터즈 군을 파송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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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일했는지는 아래 옥성득 교수가 정리한 <대한성서공회사 2> (1994), 229-231쪽을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에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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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896년 동학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고난의 땅 전라도에 가서 성서를 팔고 전도했습니다. 그는 충청도와 강원도에도 가서 전도했습니다. 선교사가 들어가지 않은 여러 마을에서 처음으로 전도한 곳이 매우 많습니다. 그는 여러번 동학도를 만났고 '동학란' 중에 파괴된 마을들의 참상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가 어릴 때 러시아에서 보았던 파괴된 유대인 정착존의 모습도 비슷했습니다. (* 여러 분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그런 모습을 잘 보고 계시겠지요.)

 한국의 1890년대는 도처에 그렇게 비참한 마을이 많았고 '불한당'이 많아 가난한 아이들은 각설이패가 되었고 농민들은 전답을 버리고 화전민이 되었습니다.
1897년에도 다시 전라도에 가서 전도했습니다. 목포-나주-보성-낙안-순천-광양-구례-국성-남원-함양을 거쳐 경상도로 가서 마산-부산에서 성경을 팔며 전도했습니다. 그게 다 걸어다니면서 한 일이니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일부 전라도 지역은 피터즈가 처음 복음의 씨를 뿌렸습니다.
 
* 그래서 최근 그 지역 교회사가들이 피터즈의 보고서가 실린 <대한성서공회 자료집 1>을 열심히 보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1898년까지 말씀드렸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피터즈 군이 한국어를 빨리 익히고 유창하게 되어서, 선교사들이 시편을 발췌하여 번역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는 1897년 여름 휴가 기간을 이용하여 번역에 착수했습니다. 예배 교독문으로 사용할 시편은 운율이 맞아야 하고 암송하기 쉬워야 하는데, 유대인으로서 히브리어에 능하고 운문 번역을 잘하기 때문에, 그가 번역한 <시편촬요>(광무 2년 1898)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들었습니다. 詩篇撮要는 시편 150편 가운데 축복 편에 속하는 62편만 번역한 것입니다. 나는 권서 일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번역에 반대했지만, 선교사들의 요구가 매우 강해서 결국 그는 시편을 발췌해서 번역했고, 언더우드가 손질을 조금 해서 발간되었는데, 유려한 번역으로 인해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 일로 그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피터즈는 영국성서공회 권서 겸 부총무로 채용되었다고 하는군요. 나는 그를 통해 미국성서공회 한국 지부를 설립하려고 했으나 일이 틀어졌습니다.
피터즈는 단순한 성서판매원이 아니라 이제 번역자까지 되었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수정의 마가복음에 이어 피터즈의 시편촬요까지 한국에 선물하는 후원자가 되었으니, 저의 공도 조금은 기억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수정의 마가복음은 폐기되었으나, 피터즈의 시편은 살아 있습니다. (*1938년 피터즈가 완성한 개역 성경전서에까지 살아서 오랫 동안 여러분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긴 글을 읽어주신 여러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의 평안을 빕니다. 삶이 고단하고,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오늘과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나도, 피터즈 청년에게 일어난 일들을 보며,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신실하신 주님을 바라보며 낙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씨를 뿌리면 거둘 때가 있을 것입니다. 주의 인도와 위로가 넘치기를 빕니다.
1898년 어느 날
요코하마에서 루미스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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