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7

새로운 문명의 비젼(새문명운동 강령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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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로운 문명의 비젼(새문명운동 강령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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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2
날짜 2014/07/04




1.문명전환의 불가피성

근대 서구는 데까르트와 뉴우튼을 통하여 還元主義的이고 機械論的이고 확실한 計量化를 중시하는 세계관을 확립하면서부터 짧은 기간 동안에  폭발적으로 팽창하였다. 이후 산업혁명과 제국주의를 거치면서 그들은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였으며, 그들의 문명 또한 수명이 오래된 여타 지역의 문명에 대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면서 인류가 지향해야 할 유일무이한 문명으로 자처해왔다. 그들은 과학 기술의 힘으로 자연을 정복하고 생산력을 무한히 증대시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지극히 희망에 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20세기 전반에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하였고, 20세기 후반에 와서는 가공할 핵무기의 양산, 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등의 문제에 직면하면서 오히려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다. 20세기의 벼랑에 서 있는 인류 앞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 하나는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는 것이고, 하나는 이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바램은 후자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희망찬 미래의 길을 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현재의 과학기술이 더욱 발달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총체적 난국은 과학기술의 수준이 낮은 데서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과학 기술의 수준은 너무 높은데 그것을 사용하는 인류의 도덕적 철학적 수준이 거기에 따라가지 못한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정신과 물질을 확연히 구분하고 그 중에서 계량화가 가능한 물질을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근대 서구의 문명은 우리 인간의 물질적 능력을 날로 진보시켜 점차 신의 그것에 근접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비해 우리의 정신적 능력은 여전히 지극히 저차원적인 자기중심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물질적 풍요의 홍수 속에 표류하고 있다. 이 양자 사이의 깊은 골은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이전에 우리들의 물질적 능력이 별로 크지 않았을 때는 이 힘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행위능력과 가치체계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한 두 지역, 한 두 국가에 그치지 않는 전체적 파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 문제는 명백해졌다. 우리는 하루라도 속히 정신적 능력을 지금의 물질적 능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즉 지금의 물질 중심의 문명에서 물질과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문명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 20세기에 이르러 이미 많은 현대물리학자들이 우주의 실상은 근대 서구의 과학자들이 생각하였던 것처럼 환원주의적이고 기계론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대 동양의 현인들이 이해였던 것처럼 전일적이고 유기체적이라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정신과 물질도 확연히 구분될 수 없음을 발견하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과학을 널리 확산시키려는 신과학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외에 환경보호운동과 도덕재무장운동 공동체운동 등등의 많은 운동들이 21세기를 향하는 문턱에 선 요즈음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사회 전분야에 걸쳐 우리 모두 서로 손을 잡고 마음을 합하여 새로운 문명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할 때다.


2.새로운 문명의 동력

한 사람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은 그의 자아와 우주에 대한 안목 즉 세계관이다. 고매한 수행자나 종교인 및 철학자들은 그들의 세계관이 깊고 넓기 때문에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눈앞의 감각적 쾌락이나 물질적 이익 밖에 보지 못하는 얕고 좁은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은 자연 저급한 삶을 살아간다. 어떤 시대 어떤 지역의 문명의 질을 결정하는 것도 그 사회의 평균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인류의 평균적인 세계관은 각 지역에 따라 악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정신보다는 물질을 더 중시하고 전체와의 조화보다는 개아나 그 개아가 소속된 집단의 이익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소아적이고 근시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까지 보통의 인류는 개아나 개개집단의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여왔으며 이를 위하여 어떻게 하면 물질적인 생산력을 효율적으로 증대시킬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지금까지의 문명 발전의 동력은 바로 이 물질적 생산력이었다.

그러나 21세기를 바라보는 요즈음 물질적인 생산력을 위주로 하는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으며 이제 인류는 새로운 통로를 찾지 않으면 않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 통로는 바로 자아와 우주를 유기체적인 관점에서 인식하고 물질과 정신을 일원론적으로 이해하되 정신의 힘을 보다 더 중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명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하루빨리 우리의 평균 세계관의 수준을 상승시켜 물질중심적인 세계관에서 정신중심적인 세계관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며 또한 나아갈 수 있다.

고대 동양과 서양에는 이미 이러한 세계관을 지닌 소수의 현자들이 있었고 그 전통은 동양이 더욱 깊다. 그러나 분석보다는 직관을 객관성보다는 주관성을 더 중시하는 동양적 방법론은 이러한 세계관을 보편화시키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근대 서구 과학은 여러 가지 많은 한계를 지닌 것도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아울러 그들이 발명한 교통, 통신, 대중매체 분야의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들은 이러한 보편화 대중화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다. 즉 근대 서구 과학은 빠른 시일내에 많은 사람들의 세계관을 전체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았다. 이제는 보통 사람들의 현인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구자적 안목을 가지고 정신의 힘을 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문명을 창출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시급히 확산시키는 일이다. 한반도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문명의 충돌과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서구의 분석적인 사유와 동양의 직관적인 사유가, 서양의 기독교와 동양의 불교가,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가 서로 팽팽히 대립하면서도 교류하고 있다. 우리는 이 한반도에서 바로 21세기를 향한 문명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것임을 믿으며, 우리가 바로 그 주체적 역할을 해야 할 것임을 자각한다.


3.새로운 문명의 방향

새로운 문명은 기본적으로 아래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1)인간의 삶을 판단하는 기준이 물질적 능력에서 정신적 능력으로 전환될 것이다. 새로운 세계관의 보편화로 인해 소수의 철학가 종교가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삶의 목표를 물질적 풍요로 부터 점차 정신적 풍요, 영적 각성, 자아완성 등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도덕성, 인격, 정신수양능력 자아실현의 정도 등이 인간을 판단하는 주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2)종적 사회에서 유기체적인 사회로 전환될 것이다. 물질적인 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기존의 계급사회는 정신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사람들이 고도의 도덕성 및 정신 수양 능력을 추구하게 되면 본질적으로 만물의 평등성과 우주의 유기체적 성격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전의 저급한 종적인 계급사회와는 판연히 다른 기본적으로 평등하면서도 역할과 능력에 따라 차별이 있는 유기체적 사회를 이룩하게 될 것이다.

3)자연과의 새로운 조화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기계론적이고 이원론적인 기존의 세계관이 유기체적이고 전일적인 세계관으로 대체됨에 따라 앞으로는 자연을 정복과 개발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우리 자신의 일부로 삼아 그에 알맞는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자연의 유기체적인 순환체계를 파괴하지 않고 물질적 자원을 얻어내는 새로운 차원의 과학기술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될 것이다.

4)사랑과 일체, 상생과 공존의 새로운 공동체를 지향할 것이다. 우주를 전일적이고 유기체적으로 파악하는 새로운 세계관의 확립으로 각각 둘도 없는 개성을 지닌 개체이면서도 동시에 본질적으로 서로 일체임을 깊이 알고 아울러 부분과 전체의 오묘한 이치를 깨달아 개인과 개인이, 개인과 집단이, 집단과 집단이, 인간과 자연이 서로 깊은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다.


4.새로운 문명의 내용

새로운 문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전반에 걸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지니게 될 것이다.

1) 미래의 정치는 조화의 예술로 되어야 하고 긍극적으로는 정치권력의 無化를 지향한다.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국제화, 지방화, 민주화, 다원화는 이러한 전망의 기초이다.

2) 국가는 궁극적으로 소멸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 발생이전으로 돌아가거나 계급사관에 바탕을 둔 국가의 소멸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기능과 역할이 다원화되고 지역화된 소단위의 공동체로 이관되는 과정들의 총체적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3) 미래의 경제는 화폐에 의한 예속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며, 경쟁체제와 호혜체제의 공존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호혜체제를 지향한다. 선진자본주의의 체제변화와 삶의 질에 대한 욕구의 확대는 이를 위한 현실적 기초로 작용한다.

4) 생산과 소비가 삶의 질을 높이려는 보다 높은 욕구에 의해 자연스럽게 규제될 것이다.

5) 사회를 통합시키는 기제는 권력, 자본헤게모니로부터 지적, 도덕적 헤게모니로 이행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헤게모니에 의한 사회통합방식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6) 사람들은 현재의 祈福的인 종교의 상태에서 자아와 우주의 궁극적 실체를 이해하고 삶의 궁극적 문제를 풀기 위한 진정한 의미의 종교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 고등종교들이 서로간의 이해와 화합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5. 새로운 인간의 출현

새로운 문명은 새로운 인간의 출현을 전제로 한다. 이 새로운 인간은 돌연히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내재하고 있는 참된 인간성이 개화됨으로써 나타난다. 인간을 구속해온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질곡에서 해방되는 만큼 새로운 인간은 확대될 것이다. 한 개인의 내면 사회에서의 변화와 한 사회 안에서의 새로운 인간의 확대는 동일한 현상의 양측면이다. 다음은 새로운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다.

1) 새로운 인간은 물질적 소유와 나아가 정신적 소유까지도 지양한다. 소유는 우주자연의 본래모습이 아니며, 따라서 소유의식은 근본적인 전도 몽상이다. 이러한 소유와 소유의식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인류는 자유와 행복은 커녕 그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2) 새로운 인간은 자아와 우주의 유기체적인 일체감을 체득하고 실천한다. 우주자연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는 없으며, 모든 개체는 거대한 연대의 바다의 개개의 파도이다. 파도가 바다와는 별도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좁은 시야에서 나온 착각이다. 고등종교는 그 직관과 신앙의 체계를 통해 이를 주장해왔으며, 현대과학은 그 과학적 논리와 분석의 성과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 세계진화의 최고봉인 인간은 이제 그 실상과 의식의 근본적인 뒤틀림을 극복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3) 새로운 인간은 자아의 개혁과 세계의 개혁이 하나임을 이해하고 실천한다. 지금까지의 문명에서는 개인의 구원 및 해방과 새계의 구원 및 해방은 괴리되어왔지만, 새로운 인간은 자아와 세계의 유기체적 관계를 깊게 이해하여 세계와 동떨어진 채 개인적인 수행만을 추구하거나 세계를 인위적으로 변혁시키려는 열정 속에서 자신의 수행을 방치하지 않고 이를 효율적으로 조화시킨다. 이를 통하여 진정한 연대의 세계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불교사회연구소 내부회의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