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3

백승종 -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백승종 - 시작하며 강좌의 이름을 이렇게 정했지요.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이제부터 제가 여러분을 어디론가...




백승종
31 mins ·



시작하며

강좌의 이름을 이렇게 정했지요.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이제부터 제가 여러분을 어디론가 인도를 해야 할 텐데요. 동학을 통해서 제가 여러분을 설마 과거로 데려갈 수야 있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겠지요.

그럼 동학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겠습니까. 그것은 청소년인 여러분과 학자인 저로서는 아무래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결국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동학을 통해서 미래의 길을 여는 것이지요. 물론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저는 여러 모로 많이 부족한 사람이지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특별한 지혜의 말씀을 선사할 입장은 못되고요. 여러분과 함께 지난 역사를 더듬는 가운데 지난 세기에 우리사회에 찬란한 빛을 뿜었던 동학으로부터 무엇인가 중요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강좌를 저는 다음과 같이 설계했어요. 첫 번째 강좌에서는 동학의 중요한 가르침이나 정치사회 운동으로 들어가지 않아요. 19세기 후반 동학이 처음 등장하게 될 때까지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살피려는 거지요. 그래서 제1강은 ‘<정감록>에서 신종교로’ 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어요. 결국 조선 후기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보자는 것입니다. 동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사상이 움트기 전에 한국 사회에서 어떠한 문화적 태동이 있었는가, 하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제2강에서는 동학사상의 핵심으로 파고들 것입니다. 우선 동학을 일으킨 최제우라는 분이 누구인가를 알아봐야겠지요. 이어서 그 후계자였던 최시형의 사상을 점검할 것입니다. 흔히 말하기로, 최시형은 까막눈이었다고 말합니다. 한자도 제대로 모르는 순수한 평민이었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이 까막눈 최시형이 실로 대단하였던 것입니다. 바로 그 해월 최시형과 수운 최제우에게서 동학의 근본정신을 듣는 것이 둘째 강의입니다.

세 번째 강의에서는 동학이 동학답게 사회적으로 벌인 운동에 관해 알아볼 것입니다. 그렇지요,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운동 또는 동학혁명의 본질을 검토하자는 것이죠.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동요가 생각나지 않으세요. 동학을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르침의 실천이었어요. 바로 그 실천적 운동을 혁명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고, 또 한 쪽에서는 농민전쟁이라고도 하지요.

저는 ‘운동’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영어로는 무브먼트(movement)라고 하지요. 동학농민들이 무슨 전쟁이나 혁명을 치렀다기보다는 사회문화적으로 대대적으로 혁신운동을 벌였다고 보는 것이 제 관점이지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운동의 주체가 소농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끝으로, 네 번째 강의에서는 동학의 현재적 의미를 따져보고 싶어요.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고 제가 그랬는데, 그것은 실상 동학의 과거와 현재를 통찰할 때 가능한 거겠지요. 사실 이 강의의 가장 큰 목적이 그 점에 있습니다. 물론 과거란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지마는, 바로 그 과거가 있었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고요.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과거로부터 현재를 통해 형성된 유장한 역사적 흐름의 귀결점이 아닐까 합니다. 과거나 현재가 우리의 미래를 완전히 구속하는 것은 물론 아니죠. 때로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꿀 수도 있어요.

저는 이른바 역사적 결정론을 주장하지도 않아요. 뿐만 아니라. 그러한 역사주의가 널리 퍼지기기를 소망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저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요. 저는 그것이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여행자의 필수품인 지도와도 같은 것이라고 봐요.

앞으로, 네 번에 걸친 이 강의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동학을 통해 우리의 선조들이 이루고자한 꿈이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히 알아보고 싶어요. 나아가 바로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검토해볼 생각이예요.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역사의 새 길인지도 여러분과 함께 토론해보고 싶답니다.

어때요. 첫 강의부터 마지막 강의까지 저와 함께 호흡하실 거지요.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평택 석양재에서 백승종

출처: 현재 집필중인 제 책,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의 서문. 어제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