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8

11 준비된 농업개발 모델, AFSC 2011년 4월호 | 통일한국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 준비된 농업개발 모델, AFSC 2011년 4월호 | 통일한국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 준비된 농업개발 모델, AFSC 2011년 4월호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4
준비된 농업개발 모델, AFSC


AFSC가 사업을 펼치고 있는 협동농장의 관리자들

지난 2007년 5월 9일, 인상 좋은 외국인 3명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당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추진 중이던 평양시 강남군 당곡리협동농장에서의 벼농사 및 시설농업 협력사업에 특히 큰 관심을 보였다. 벽안의 방문자들은 북한에서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열정과 진지함으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사업내용을 경청하고, 또 자신들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설명하던 이들이 1997년부터 북한에서 협동농장 단위의 농업협력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온 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AFSC)의 전(前) 농업개발협력 자문관 렌달 아이어슨(W. Randall Ireson)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었다.

미국친우봉사회로도 잘 알려진 AFSC는 미국의 기독교 퀘이커 교단에 소속된 민간구호단체로, 퀘이커 교단 내 ‘친구들의 종교적 모임(Religious Society of Friends)’ 산하의 모임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191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전쟁 희생자 구제, 세계 인류평화 모색을 목표로 정식 설립된다. 이후 활발한 평화 및 구호 활동을 벌여 1947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평안남도 소재 협동농장 내 시험포전

노벨 평화상에 빛나는 국제 구호 단체


이들은 1984년대부터 북한의 ‘조선세계인민연대위원회(The Korean Committee on Solidarity with the World’s People)’와 접촉하면서 초기에는 ‘전쟁화해와 평화’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펼쳤다.

1997년부터는 본격적인 농업과 보건의료 개발협력사업과 함께 이들 분야에서의 북·미 양국 간 민간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AFSC의 30여 년에 달하는 대북 인도지원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개발협력사업과 그간 이들이 북한 당국과 쌓은 각별한 신뢰는 AFSC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긴급 구호 차원의 일회성 식량 지원보다 그 이상의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북한의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그 해법이라는 것에도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농업 인프라 체계가 무너진 현실 속에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북한은 산림황폐화와 관개 체계의 능력저하로 매년 반복되는 농경지에 대한 수해 피해 등과 함께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비료, 농약, 농업용 비닐 등 농자재 공급부족과 품종 개량 기술 및 밀식 재배 형식의 주체 농법 등 낙후된 농업 기술과 농촌의 노동력 부족이 그것이다.

북한 스스로도 자신들의 어려운 농업 현실 속에서 최소한의 노동력과 물자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알곡생산’, 즉 최대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절실한 과제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AFSC는 이러한 북한의 열악한 농업 환경을 직시하고, 협동농장에 대한 비료, 농기자재, 종자 등의 단순 농업 지원사업과 함께 현실적인 농업 기술의 개발과 보급, 그리고 역량 구축(capacity building) 분야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농업 개발지원적 접근을 시도한다.

화학비료 의존도 낮은 새 종자·농법 개발


AFSC는 먼저 비료가 절대 부족한 북한의 농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 농업과학원, 농업대학, 유기농업개발협회, 복합미생물연구소 등과 협력하여 황폐해진 토양에 질소를 공급하기 위한 콩과 작물 도입과 함께 화학 비료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새로운 종자 개발 연구를 진행하였다.
아울러 농학자로 유명한 미주리 대학의 제리 넬슨(Jerry C. Nelson) 교수 등 미국의 농업 전문가들을 북한에 초청해 농업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퇴비와 농업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하였다.

마침내 이들은 기존 못자리 준비 작업 방식을 적용하는 것과 비교해서 75%나 적은 종자와 비료만으로도 농사가 가능한 농법을 개발한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농업 기술이 아닐 수 없었다.

AFSC는 이렇게 개발한 새로운 농업 기술을 북한 농업 생산의 기본 단위이자 전초 기지라 할 수 있는 협동농장에 적용하는 시험재배 사업을 추진한다. 2008년 평안남도 소재 협동농장 네 곳에서 진행한 시험재배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250ha 규모의 시범 포전에서 기존 못자리 방식의 4분의 1수준의 종자와 비료만으로 헥타르 당 수확량을 최소 0.5t에서 1t까지 증대시켰다. 뿐만 아니라 더욱 놀라운 사실은 농업 투입재의 절감과 더불어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력 투입측면에서도 획기적인 절감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AFSC의 기술을 현장에 보급하는 문건을 통해 “논벼 파종 전단계 계렬기술(모내기 전 준비단계에서 적용하는 벼농사 기술)을 보급하면, 조선에서 모내기시기에 농촌의 노동력이 부족하고 농촌투자가 긴장하여 알곡생산이 부진되고 있던 문제들을 크게 해결할 수 있으며, 현재에 비하여 적은 노동력과 물자투자로 알곡생산량을 훨씬 높일 수 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예의 기술개발 및 보급 이외에도 협동농장의 토양 비옥도 및 토양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합리적 관개 및 수자원의 관리, 농작물의 다변화, 작물 취급 및 처리 방식 개선, 효율적인 농작을 위한 협동농장의 관리 체계 개선을 위한 사업도 병행 추진하여 효율성의 극대화를 꾀했다. 그렇다고 AFSC가 현장중심의 농업 개발협력사업만 진행한 것은 아니다.

AFSC는 미국의 구호단체인 MCC(Mennonite Central Committee)와 함께 북한 농축산 전문가들과 연구자들이 미국과 중국에서 선진 농업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본격적인 역량 구축(capacity building) 분야의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2002년 AFSC는 북한 농업성 이성조 부국장을 단장으로 한 5명의 북한 농축산대표단이 50일간 미국에 체류하면서 농축산 관련 시찰 및 교육 연수를 받도록 하는 전문인력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북한 대표단은 연수기간 중 아이오와, 미주리, 워싱턴 주립대학과 사료생산 기업 등을 방문하여 미국의 농·축산 전문가, 수의사 등을 만나 서로의 의견과 과제를 교환하는 한편, 농축산 분야의 신기술을 학습하는 기회를 가졌다. 북한의 호응과 평가가 상당했던 이 사업은 그러나 아쉽게도 2005년을 마지막으로 북미관계 악화 등의 이유로 중단된다.

현지 역량구축 위한 해외 연수 적극 추진


그러나 북한 인력들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중국에서의 연수 프로그램은 꾸준히 진행하여, 2010년에는 협동농장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중국에서 종합 작물과 축산 분야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중국 대련에서 대북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AFSC의 중국 현지사무소 책임자인 린다 루이스(Linda Lewis)는 며칠 전 “현재도 북한의 농학자들과 함께 중국내 여러 곳을 돌면서 플라스틱 육묘상자를 사용한 모내기 농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남측 민간단체들의 사업들이 모두 중단된 상황에서 린다 루이스의 답변은 반가움과 더불어 깊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AFSC는 북한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농업 협력사업과 전문 인력 양성과 같은 역량 개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농업 분야 개발협력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더 나아가 일회성이 아닌 중·장기적인 안목과 목표를 근간으로 한 지속적인 사업의 추진과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북측 파트너와의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하였다.

AFSC의 농업분야 개발협력사업들은 꾸준한 사업 추진과 수원국과의 신뢰 형성이 성공적인 개발협력 사업 추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잘 보여준다.

황재성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