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4

대승 보살의 이념 - 불교신문

대승 보살의 이념 - 불교신문



대승 보살의 이념“중생이 병들었으므로 나도 아프다”
대승불교(大乘佛敎)가 인류 정신문화사에 기여한 두 가지 이념은 보살(菩薩)사상과 공(空)사상이라 할 수 있다. 공사상이 대승불교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면 보살 사상은 대승불교가 종교로서 성공하게 된 원동력이 된 이념이었다. 보살 (Bodhisattva)이란 ‘깨달음’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의 ‘bodhi’라는 말과 ‘존재’ 또는 ’본성‘이라는 의미를 지닌 ‘sattva’라는 단어의 합성어이다. 초기 불교에서의 보살은 싯다르타 태자가 출가하여 수행하던 시대의 구도자를 가리킬 때 쓰이는 용어였으나, 대승불교의 보살은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여 부처가 되고자 하는 원력과 모든 중생을 구하고자 노력 하는 이를 의미한다. 보살은 용맹스러운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켜 정진하는 구도자로써 모든 무리 가운데 가장 위대하고 수승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마하살’(mahasattva)라고도 부른다. 아라한(阿羅漢)은 대승불교 이전의 전통 교단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불교적 성자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이상에 도달하는 성자는 많지 않았으며 그것도 출가한 승려에 한한 것이었다. 또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 곧 타인(他人)을 위한 자비(慈悲)의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은 자기 스스로의 해탈에 머물지만 보살은 스스로의 깨달음을 남을 위해 회향(廻向)하는 성인(聖人)이다. 대승의 출발에 있어서 출가승(出家僧)과 재가신자(在家信者)와의 관계는 정확하게 규정짓기 곤란한 점이 있으나 재가 신자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틀림없는 일이었다. 재래의 승단(僧團) 중심의 교단(敎團)에서 아라한의 이상이 퇴색되어 가자 재가 신자의 새로운 종교적 역할이 요청되었던 것이다. 대승경전 가운데 〈유마경〉은 보살도를 행하는 재가신자의 우월함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재가신자 유마는 출가한 장로 비구보다 수행의 경지나 실천에 있어 뛰어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승이 출가와 재가라는 이원적 대립의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입장을 초월하여 중생을 구하기 위해서는 승속을 문제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생사와 열반을 둘로 보지 않는 대승의 불이(不二) 사상에서 볼 때 당연한 논리라 할 것이다. 범부는 생사에 집착하고 소승의 불자는 열반에 집착하지만, 보살은 생사를 싫어하지도 않고 열반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승의 자비의 논리는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연기법의 자각에서 오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자비는 무아 연기의 체험에서 나오는 뜨거운 사랑이며 연민이다. 자(慈, maitri)란 다른 존재에 대한 평등한 사랑을 말하며, 비(悲, karuna)란 동정과 연민을 의미한다. 〈청정도론(淸淨道論)〉에 “비심(悲心)이란 타인의 괴로움에 대해 견디지 못하는 심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바와 같이 비심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아픔을 같이 느끼고 그 고통을 없애주려는 마음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연민의 정을 유마거사는 “모든 중생이 병들었으므로 나도 아프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현양론顯揚論)〉에는 대승보살이 어떠한 마음 가짐과 태도를 갖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첫째, 보살은 십이분교 (十二分敎)가운데 보살장 (菩薩藏)에 나타나는 광대한 방편을 배우는 구도자이다. 둘째, 보살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려는 마음을 일으킨 이로써 깨달음의 마음을 실현하고자 깊은 결의를 다진 큰 뜻을 갖은 자이다. 셋째, 보살은 그가 수행해야 할 대승의 진리가 무엇인가를 훌륭히 이해하는 자이다. 넷째, 보살은 불안이나 절망 등의 마음을 벗어나 희망과 환희(歡喜)와 자신에 넘치는 맑고 밝은 마음을 지닌 자이다. 다섯째, 보살은 지혜와 복덕을 성취해 나가는 자이다. 여섯째, 보살은 오랜 세월에 거친 수도 끝에 자신의 이상을 이루는 존재이다. 일곱째, 보살은 그리하여 위없는 온전한 깨달음 (無上正等覺, anuttarasamyaksambodhi)을 원만히 성취하는 존재이다. 이와 같이 보살은 오묘(奧妙)하고 광대(廣大)한 대승의 진리(眞理)를 깨닫고 그대로 행하는 대승불교의 이상적 인간상인 것이다. 대승보살의 이상은 다음의 ‘네 가지 큰 서원’으로 요약된다. ① 가없는 중생을 기어이 건지리라(衆生無邊誓願度), ② 끊없는 번뇌를 기어이 끊으리라(煩惱無盡誓願斷), ③ 한없는 법문을 기어이 배우리라(法門無量誓願學), ④ 위없는 불도를 기어이 이루리라(佛道無上誓願成).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불도(佛道)를 성취하여 부처가 되는 일보다 중생(衆生)을 구제하겠다는 서원(誓願)이 먼저 있다는 사실이다. 동국대 불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