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8

11 저먼애그로액션, 북한 식량난 해법 도시농업에서 찾다 2011년 1월호 | 통일한국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 저먼애그로액션, 북한 식량난 해법 도시농업에서 찾다 2011년 1월호 | 통일한국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 저먼애그로액션, 북한 식량난 해법 도시농업에서 찾다 2011년 1월호

IPA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캠페인


저먼애그로액션, 북한 식량난 해법 도시농업에서 찾다


수경재배시스템을 도입한 GAA의 온실




북한의 농촌 인구보다 도시 거주자들의 식량난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식량배급제가 붕괴된 상황에서 직접 농작물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농촌에 비해 식량을 구매해야 하는 도시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도시 주민들은 주말이면 도시 외곽 개간지를 경작하고, 그도 여의치 않으면 농촌의 친척들이 보내주는 먹거리에 의존한다. 이 같은 도시 식량난 해결을 위해 독일의 비정부기구 저먼애그로액션(German Agro Action, 이하 GAA)은 2008년부터 북한 도시농업 지원 사업을 전개하였다.

도시농업, 1990년대 쿠바 식량난 해결


도시 농업. 조금은 생소한 용어지만 북한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도시 농업에 의존해 오고 있다. 발코니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 채소를 기르고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땅에서 거둔 푸성귀를 밥상에 올리고. 이 모두가 도시 농업의 일부인 것이다. 어떤 이들은 뒷마당에서 거두는 상추와 오이가 뭐 얼마나 식량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겠냐고 의심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동구권의 붕괴 이후 경제난과 더불어 극심한 식량난에 직면했던 쿠바가 1990년대 후반에는 도시농업을 통해 전체 쌀 소비량의 65%, 채소의 46%, 오렌지를 뺀 과일류의 38%를 충당했으며, 도시농업이 쿠바의 식량난을 종식시키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는 것을 알면 놀랄 것이다. 이렇듯 도시농업은 조건과 정책 여하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GAA의 지원사업은 단체 이름이 말해 주듯 농업 분야를 근간으로 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실무자들이 농업 혹은 그와 연관된 분야를 전공했고, 1962년 창립 이후 다양한 기후와 자연 환경을 가진 70여 개 국가에서 농업 지원사업을 펼치면서 노하우를 쌓아왔다. 그런 배경 속에서 GAA의 북한 도시농업 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

2008년 11월에 시작하여 2011년 4월에 종료되는 1단계 북한 도시농업 지원사업은 EU 등이 후원한 172만유로(한화 약 26억원)가 투입됐으며, 평양 봉수동과 평남 순천시 동암동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크게 2개의 하위 프로젝트로 나뉘는데 첫째는 수경재배시스템을 도입한 태양열 채소온실 지원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의 개별 가정을 대상으로 한 채소재배 지원사업이다.

태양열 채소온실 지원사업은 수경재배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는데 수경재배는 일반 흙을 이용한 재배보다 수확량이 월등하다. 태양열 온실은 겨울의 혹한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온실 한쪽 면에 낮 동안의 태양열을 흡수하는 콘크리트 수조를 설치하여 외부 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더라도 내부는 0도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봉수동과 동암동의 하우스 단지는 각각 60m×9m 크기의 온실 14개동, 그리고 그보다 조금 작은 아치형 온실 1개동 등 15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재배한 채소는 인근 42개 탁아소와 유치원에 공급되며 일부는 시장 판매를 통해 농민들의 소득원이 되고 있다.


북한 가정에 보급된 채소재배시설

“우리는 언제나 긍정적입니다”


개별 가정에 대한 채소재배 지원사업은 뉴질랜드 매시(Massey) 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채소재배 시설을 각 가정에 지원하고 재배기술을 전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재배시설은 3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첫 번째 유형은 10m×5m 크기의 온실타입, 두 번째는 30m×1m의 터널타입, 그리고 4m×1m 크기의 세 번째 유형은 토마토 재배용 챔버이다.

이 재배시설들은 최소한의 토양과 물을 사용하는 구조로 발코니나 뒷마당, 옥상 등 어느 곳에나 설치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된 야채는 한 가족이 소비하기에 충분할 뿐더러 일부는 시장에서 판매된다. 봉수동과 동암동에 각각 105세대, 총 210개의 시설이 공급되었다.

GAA는 각 하우스 단지의 1개동에 양어장을 설치하여 물고기 배설물을 비료로 이용하는 재순환농법(Aquaponics)도 시범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성공할 경우 비료에 대한 부담을 더는 것은 물론, 주민들에게 단백질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농사짓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쿠바 당국은 도시농업을 식량난 해결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채택한 이후 도시 곳곳에 유기질비료 생산시설과 각종 관련 연구소를 설치하였고, 도시농업 종사자들이 언제든지 이를 이용하고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따라서 아직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는 북한의 도시농업이 그저 뒷마당에서 상추와 오이를 조금 더 거둬들이는 정도로 끝날지 아니면 도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할지는 북한 스스로의 선택에 달렸다.

더 많은 북한 주민, 도시농부로 거듭나길


“북한 도시농업 지원사업은 매우 성공적입니다. 우리 단체와 북한의 카운터파트는 내년엔 이 사업을 2~3개 도시로 확대하기로 합의했지요. 그런데 자금 확보가 문제예요.” 게르하르트 우흐마허(Gerhard Uhrmacher) GAA 북한사업담당관이 말한다.

그러나 곧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긍정적입니다. 조만간 이 문제도 해결 되리라 믿어요.” 전문성과 더불어 그들의 긍정적인 태도가 14년간 대북지원사업을 이끌어 온 힘이었을까? 게르하르트의 믿음처럼 그가 새로운 후원자를 찾아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도시 농부’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저먼애그로액션(German Agro Action, 독일명 Welthungerhilfe)
독일의 비정부기구. 196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펼치는 “기아로부터의 자유 캠페인”의 독일 실행단체로 설립되었고 이후 비영리민간단체로 독립했다. ‘기아와 빈곤이 없는 세상’이라는 비전 아래 70여 개 국가에서 농업축산, 환경, 아동/청소년, 긴급지원/복구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1997년 북한 지원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EU의 지원을 받는 유럽연합지원계획(EUPS) Unit 4로 평양에 상주사무소를 운영하며 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예정 부장(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