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2

[서평] C. S.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와「헤아려 본 슬픔」

[서평] C. S.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와「헤아려 본 슬픔」





[서평] C. S. 루이스의 「고통의 문제」와「헤아려 본 슬픔」

글쓴이 : 코리언미디⋯ 날짜 : 2014-09-18 (목) 06:57



어느 경기든지 일정한 규칙을 따라 움직인다. 체스경기는 쉬운 듯하면서도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복잡하다. 어느 말을 움직이는가에 따라서 판이 달라진다. 승패가 갈린다. 어떤 말을 움직여도 반드시 규칙을 따라서 움직인다.  삶에도 분명히 규칙이 있다. 삶의 습관을 규칙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삶의 습관이 다르다. 그래서 규칙이 있는 듯하다가도 규칙이 쉽게 무너진다. 나의 규칙이 다르고 다른 사람들의 규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에는 규칙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규칙이 나에게 유리하게 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내게 유리한 규칙이 아니고 아주 불리한 규칙으로 바뀌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게 바로 고난이라는 것이다.



고난은 일어날 수 있지만 일어나서는 안되는 놈이다. 고난이란 영물은 우리의 삶을 혼돈으로 만든다. 난장판으로 만든다. 놀다가 버려둔 장난감 같은 느낌을 받는다. 고요함이 사라지고 혼란만 가득하다.  깜깜한 밤에 바다를 건너는 제자들이 풍랑을 만났다. 선생님을 깨우지 않고 바다를 건너려고 제자들은 애를 썼다. 어부로서 살아온 제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힘을 다해서 노를 젓고 이 풍랑을 헤쳐나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애를 써도 풍랑은 사라지지 않았다. 예수님은 얼마나 곤하셨는지 뱃머리에서 주무셨다.  제자들은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주무시던 예수님을 깨웠다. "주여 우리의 죽게된 것을 돌아보지 아니하시니까?" 주무시던 예수님이 눈을 번쩍 떴다. 풍랑을 향하여 즉시 말씀하셨다. "바람아 잠잠하라!" 바람이 잠잠해졌다.  그러나 삶의 실제는 이와 다르다. "죽게 되었습니다"라는 제자들의 말을 듣자마자 예수님은 잠을 깼다. 그리고 바다를 향하여 꾸짖었다. "나도 죽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소리쳐도 나에게는 풍랑이 더 거세졌다. 오히려 부르짖던 내가 지쳐갔다. 계속 주무시는 예수님을 만났다. 



C S Lewis는 「고통의 문제」를 그대로 책 제목으로 책을 썼다. 그가 쓴 [고통의 문제]는 그의 삶에 고통이 없을 때 쓰여졌다. 고통을 이해하려는 그의 합리적인 성찰로 돋보인다.  저자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세상의 고통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즉 고통이 교만한 세상을 일깨우는 하나님의 확성기라고 하였다. 고통을 당하지 않고 책을 썼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다가 본인이 결혼을 했다. 죠이라고 하는 여자... 그녀의 본명은 N. W. 클라크였다. 질병으로 천천히 죽어가는 아내를 보면서 루이스는 고통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본다. 「헤아려 본 슬픔」이라는 책에 고스란이 기록하였다. 그의 이론은 산산히 부서진다. 루이스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눈앞에서 문이 쾅하고 닫히고, 빗장을 굳게 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침묵뿐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고통을 당하기 전에는 하나님이 좋았다. 그분은 언제나 나에게 말씀하시고 채워주시는 분이셨다. 그러나 고통을 통하여 난 버림받았다. 아무리 하나님을 붙잡고 싶어도 그분이 싫었다. 문을 닫는 그분이 싫었다. 쾅! 하고 문을 닫는 그분이 싫었다. 



내 인생도 진흙 구덩이에 던져졌다. 40살의 나이에 난 진흙 구덩이에 쳐박혔다. 아내의 나이 35살이었다. 아이를 낳고 3일 뒤에, 교회를 설립하고 3개월 뒤에 내 인생은 깊은 웅덩이에 빠졌다 .그리고 웅덩이의 뚜껑을 누군가 닫았다.  쾅! 쾅! 쾅! C S Lewis가 "고난이 교만한 세상을 깨우는 확성기"라고 한 것처럼 나도 교만을 회개하였다. 자존하며 살던 것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였다. 나의 잘못을 회개하고 은혜를 구하였다. 고통이 나의 교만에 눈을 뜨게 하였다. 그러나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삶의 불합리함에 화를 내기 시작하였다.  기도에 눈을 떴다. 풍랑을 만난 제자들과 달리 난 처음부터 예수님을 깨웠다. 기도원으로 달렸다. 굶었다. 생떼를 썼다. 그러나 침묵하셨다. 말로는 위로하셨다. 그러나 병든 아내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하셨지만 아내는 여전히 누워있었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지혜로운 사람은 폭풍이 몰아칠 때는 위험에서 구해달라고 기도하지 않고 두려움에서 구해달라고 하나님에게 기도한다"고 하였다. 내가 지혜로워서가 아니라 위험에서 구해달라고 기도하다가 기도 중에 두려움을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바닷가 뻘 진흙구덩이에서 작은 조개들이 살아간다. 매일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데도 조개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파도가 치고, 물이 다 빠져도 진흙 구덩이에서도 생명이 숨쉬고 있었다. 살아있다. 그 두려움이 사라지자 삶이 시작되었다. 
"고난은 내가 누구인지를 자각하게 하는 놀라운 각성제"이다. 나도 두려움을 벗어나자 나의 존재를 발견했다. 바로 고난의 진흙 구덩이에서 나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다. 고난이라는 풍랑 속에서 살아 숨쉬는 법을 배웠다. 보화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