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9

바람의 검,신선조-아버지의 모습

다양한 시선

바람의 검,신선조-아버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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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라스트 사무라이"에 대한 영화평을 하면서 꼭 한 번 비교해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람의 검, 신선조"라는 일본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제목만 보면 사무라이 활극같이 보이지만 실제론 눈물나는 감동드라마입니다. 물론 사실적인 칼싸움 장면도 나오지만 영화는 무명의 한 시골 출신 사무라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라스트 사무라이"와 비슷합니다. 오랜 기간의 막부통치가 끝나고 덴노(天皇)에게 실권이 넘어가던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막부의 지시를 따르는 신선조(新選組:수도의 치안을 담당한 국가경찰조직)에 모리오카 출신의 요시무라 칸이치로(나카이 키이치)가 들어옵니다. 순박한 외모와 달리 그는 뛰어난 칼솜씨를 가지고 있습니다. 칸이치로의 사무라이 답지 못한 언행에 비위가 상한 신선조 최고의 검객 사이토 하지메(사토 코이치)는 요시무라 칸이치로를 꿰어 내 죽이려 하지만 놀라운 칼솜씨로 막아냅니다. 어쩔 수 없이 사이토는 요시무라를 더 두고 보기로 하는데 요시무라가 하는 짓이 점입가경입니다.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굽신거리기도 하고 돈에 강한 집착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칼솜씨 하나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신선조에도 위기가 닥칩니다. 막부가 마침내 덴노에게 권력을 내 주고 반란자의 위치에 서게 됩니다. 신선조의 많은 무사가 덴노편으로 가 버립니다. 사이토는 밀정 및 암살을 위해 거짓으로 신선조를 떠나 덴노편에 가담합니다. 그런데 평소 돈에 매우 집착하던 요시무라는 뜻밖으로 두 배의 급료보장에도 불구하고 신선조를 떠나지 않습니다. 비록 돈에 집착하고 다소 비굴한 듯 보이지만 요시무라는 진정한 사무라이였던 겁니다. 사이토는 요시무라의 묘한 매력에 끌립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서 그 외의 자세한 스토리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역사적 사실 보다는 한 아버지의 삶에 초점을 맞춥니다. 요시무라는 시골 번의 검술선생을 하던 하급무사지만 뛰어난 검술과 무사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번에 기근이 들어 도저히 가족을 먹여살릴 수가 없어서 신선조로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그가 그토록 돈에 집착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겁니다. 그의 희망은 오로지 가족과 함께 고향에서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때론 비굴함도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이죠.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목숨을 건 아버지의 모습은 눈물겹습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순박하고 비굴해 보이지만 사무라이로서의 긍지를 저버리진 않습니다. 자신은 굶으면서도 동료들은 먹이는 인간적인 사람이지만 최후의 순간엔 혼자 칼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용기를 가진 사람입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아사다 지로의 소설이라고 합니다. 아사다 지로는 "러브레터"와 "철도원" 우리나라 영화 "파이란"의 원작자입니다. 이 사람의 소설은 하나 같이 감동휴먼 드라마입니다. 애잔한 과거의 추억을 소재로 인간적인 주인공들의 얘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집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제목만 보고 사무라이 활극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따뜻한 이야기를 보며 잔잔한 감동을 맛보고 싶은 분이라면 만족하실 겁니다. 덤으로 마지막 사무라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사무라이 정신이 무엇인가를 엿볼 수도 있고 말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영화 속에 나오는 사이토 하지메는 실존인물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