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7

[문선명 총재 사상 탐구]⑤ 전통종교사적 의미 (上)

[문선명 총재 사상 탐구]⑤ 전통종교사적 의미 (上)

[문선명 총재 사상 탐구]⑤ 전통종교사적 의미 (上)
입력 2012. 09. 09.
 
동양사상·과학·예술까지 통섭.. 미래종교 비전 제시


[세계일보]통일교는 기독교인가, 민족종교인가? 문선명 총재가 만 15세 때 부활절 새벽 예수님으로부터 특별계시를 받고 그것을 천명(天命)으로 삼아 창도한 것이지만, 여기에는 선생이 자란 문화적 토양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문화의 여러 요소가 녹아들어있기 마련이다. 그 까닭은 아무리 성인이라도 자신이 태어난 문화를 끌어안고 깨달음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예수님이 유대교의 전통 위에서 신약을 전개하는 것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통일교라고 하지만 기존의 것을 단순히 통일하거나 통합한 것은 아니다. 통일교는 문 총재의 하나님에 대한 개인적인 신비체험과 신앙과 시련과 깨달음에서 비롯된 새로운 '세계적 기독교'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통일교는 한국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그것의 전개과정에서 한국문화의 전통과 역사인식과 세계관이 스며있기 마련이다.





문선명·한학자 총재 내외가 1970년대에 통일교 교리서인 '원리강론'을 함께 훈독하고 있다.




한국문화·역사 인식 고스란히 녹아들어

통일교가 사용하는 여러 용어 중에는 동양의 천지인 사상이나 음양사상, 그리고 후천개벽사상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다. 특히 후천개벽사상은 동양에 예로부터 전해오는 사상이긴 하지만 이것을 구체적으로 종교의 교리체계로 도입한 종교는 수운 최제우 선생의 '동학(東學)'이 처음이다. 동학은 전통적인 천지인 사상을 내유신령(內有神靈·마음속에는 신령이 있다), 외유기화(外有氣化·밖에는 기운생동이 있다), 각지불이(各知不移·각자가 변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로 새로운 해석을 한다.

동학은 2세 교주 해월 최시형에 이르러서 이심치심(以心治心), 이천식천(以天食天), 양천주(養天主), 천지이기(天地理氣), 천지부모(天地父母), 심령지령(心靈之靈), 인시천(人是天), 부인수도(婦人修道) 개념까지 등장한다. 동학은 3세 손병희에 이르러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하늘이다) 개념으로 통합된다. 그래서 동학 천도교는 3·1운동의 중추가 된다.

근세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신흥종교 가운데 후천개벽사상을 주장한 종교는 동학의 천도교 이외에도 원불교와 증산교, 그리고 기독교로서 통일교가 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통일교가 후천개벽사상을 내포하고 있는 점이 주목되는 것은 기독교는 전통적으로 천지창조와 종말론을 신학과 교리의 기둥으로 삼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창조·종말론'과 한국 자생민족종교의 '선천·후천개벽사상'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창조종말론은 시작과 끝이 있는 체계이고, 개벽사상은 시작과 끝이 없는 체계이다. 그런데 기독교인 통일교는 개벽사상을 도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수기독교단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통일교의 교리체계 가운데 '지상천국'과 '천상천국'의 개념도 보수교단에서는 매우 이질적인 것이다. 보수교단에서는 '천국'밖에 없다. 특히 '지상천국'이라는 개념은 원죄로 인해 실낙원(失樂園)하고 지상에 세속적으로 살게 된 인간이 '지상에 천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문선명 총재가 1970년 미국을 방문해 흑인 청년들에게 말씀을 전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동학 이후 사상·종교사적 최대 성과

이밖에도 통일교의 교리체계에서는 동양의 천지인 사상이나 음양사상이 요소요소에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지인 사상은 해석학적 순환론의 패러다임이고, 음양사상은 기본적으로 상징체계(사상)이다. 천지인 사상과 음양사상이란 서양철학이나 신학의 '확실성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내포적인 의미'가 있는 매우 상대적인 개념들이다.

예컨대 통일교는 천지인 사상을 애천(愛天)·애국(愛國)·애인(愛人)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기독교의 하나님 이외에도 참아버님·참어머님·참부모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동양적(동아시아적) 전통에서 비롯된 세계관이고 우주관이다.



통일교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가인과 아벨, 아담과 해와, 천사와 사탄 등 기독교의 근본적인 개념을 개인적인, 혹은 종족적인, 혹은 국가적인, 혹은 세계적인 현실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해석이나 정치해석에서 상징적으로 사용하면서 세계관과 우주관을 전개하고 있다.

통일교는 전통 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원용이나 조합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으로 종합하고 통일하고 그 바탕 위에서 기독교적 이상인 '천국'과 '세계평화'를 도출하고, 끝내 기독교적인 완성을 의미하는 '성약시대'를 예언하고 약속하고 있다. 통일교는 성약시대를 열기 위해서 수많은 차원의 탕감복귀, 책임분담이라는 실천적 신학체계를 가지고 있다.

통일교에 앞서 한국이 근세에 세계에 처음 내어놓은 자생 민족종교는 동학이었다. 동학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에 그것에 대항하는 전통사상과 종교의 입장에서 큰 획을 그은, 종교적·철학적으로 성취한 한민족의 획기적인 업적이었다. 동학은 차라리 '운동으로서의 혁명'보다는 '철학으로서의 혁명' 혹은 '종교로서의 혁명'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치사회적 혁명으로서의 동학혁명은 과거사가 되었지만, 철학으로서의 동학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고, 세계 철학계에서의 본격적인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동학은 단순히 서학인 기독교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한 민족자생종교(철학)가 아니라 교주 최제우의 '한울님'에 대한 신비체험과 전통사상에 대한 수운 선생의 특유의 해석학을 종합하여 창도된 것이다. 이것은 처음엔 '학(學)'이었다가 '신앙'으로, '종교(천도교)'로의 발전을 거듭했다. 동학은 전통 '하늘신앙'을 계승하여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한울님'을 창안한, 새로운 철학이었다.

이에 비하면 통일교는 기독교를 받아들인 상태에서 기독교를 극복한, 더 정확하게는 기성 기독교를 초월한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통일교는 기독교에서 발생한 자생민족종교이며 동시에 세계종교이다. 통일교는 동학 이후 한민족이 거둔 사상사적·종교사적 최대의 성과이며,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3월24일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치러진 축복결혼식 직후 신랑·신부들이 억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전통사상 토대 위 구축… 기독교 토착화

오늘날 한국은 종교백화점이라고 할 정도로 지구상의 여러 종교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공존도 신령(神靈)에 쉽게 감동받는 한국인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일 것이다. 어쩌면 모든 종교의 통일을 외치는 통일교의 창설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 신흥 민족종교는 모두 기존의 동양권의 종교이지만, 통일교는 서양의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적 융합이나 습합과 통섭에서 전 지구적으로 전개된, 가장 극단적 최대치로 실천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통일교가 자생 종교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서양기독교와 동양의 유불선 사상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모든 종교와 사상을 종합한 것이 아니라 이들을 포괄하고 아우를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종교이기 때문이다. 통일교는 동서고금의 모든 종교와 사상을 통일할 뿐만 아니라 철학과 과학, 심지어 예술까지를 통섭하는 미래 종교적 비전을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는 예부터 천지인 사상과 음양사상이 있었다. 통일교는 이러한 전통 사상의 토대 위에 기독교를 새롭게 해석하고 실천하는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통일교야말로 기독교의 토착화에 성공한 종교이다. 그것이 국내적으로는 기독교의 토착화이지만 세계 기독교사적으로는 '성약시대'의 완성이다.

한국의 다른 기독교는 아직 토착화라는 문화의 당면과제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통일교는 보수교단과 다르게 '신령의 통일'을 주장하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독교는 통일교에서 완성되었고, 기독교는 완성되기 위해 통일교를 기다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문 총재의 통일교는 '존재의 근원에서부터 오는 소리'를 들은 종교이다. 비록 기독교의 '하나님의 말씀'은 '존재신학적' 계열에 속하지만, '기독교 성경'의 이상과 한국문화의 '심정적 토양'이라는 현실이 만나서 이룬 새로운 종교적 성과라는 점에서 통일신학은 '존재론적인 신학'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문선명 총재가 지난 7월16일 경기도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아벨여성UN' 창설대회에서 문형진 세계회장, 문국진 통일그룹 회장(왼쪽부터)이 지켜보는 가운데 창설 기념 타종을 하고 있다. 이날 대회엔 130개국 여성계 대표와 평화운동 지도자, 세계평화여성연합 회원 등 1만2000여명이 참석했다.세계일보 자료사진


하나님 역동적 신관 가장 잘 드러내

통일교는 기독교의 일신론(一神論)을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신론의 전개과정에서 신(神)의 이성성상(二性性相)을 둠으로써 한국 문화의 음양적 전통과 천지인 사상의 토양 위에 새롭게 기독교를 구축하고 있다. 이것이 미래 인류에게 중요한 이유는 기독교의 존재신학적 결함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기독교 내부에서 존재론적 신학의 전통을 구축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통일교는 동양의 전통적인 천지인·음양사상의 토대 위에 서양의 기독교 절대 신관을 재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신관(神觀)을 정립하게 된다. 단적으로 유대교의 '여호와(하느님)'는 기독교에 이르러 '하나님 아버지'로 진화하고, 이는 다시 통일교에 이르러 '참부모님' '천지인 참부모님' 으로 정립된다. 이는 천지인·음양사상의 영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통일교는 기독교 절대 신관과 함께 동양의 개벽신관을 통합하게 된다. 여기서 개벽신관이란 기도교적 '종말신앙'을 새로운 시작인 '지상천국과 천상천국'으로 보는 관점이다.

통일교는 지금까지 생겨난 수많은 기독교 종파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땅(地)'의 입장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높은 '하늘(天)'에 도달하는, '하나님 아버지의 모습(성상과 형상)'을 가지고 있는, 역동적 신관을 가장 잘 드러낸 기독교라고 할 수 있다.

박정진 문화평론가·종교인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