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7

[한국, 소통합시다](10)실험! 소통 ①서재진-이종석 - 경향신문

[한국, 소통합시다](10)실험! 소통 ①서재진-이종석 - 경향신문




[한국, 소통합시다](10)실험! 소통 ①서재진-이종석김종목·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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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8.02 18:24:17 수정 : 2009.08.03 09:35:55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경향신문사에서 ‘남북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환담하고 있다. <남호진기자>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통미봉남’은 북의 전략적 결정 ‘불통정권’ 이념적 딱지만 붙여”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남북관계 악화 북 책임 있지만 기존합의 부정·언어도발 잘못”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하 서재진) = 소통이라는 화두가 제기된 게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작년 5월 쇠고기 파동이 일어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소통이 안된다고 딱지를 붙이면서 정치적 화두가 되었습니다. 취임 두세달 만에 소통문제가 제기될 만큼 국민의 소리를 정말 안 들었던가에 의문이 듭니다. 최근의 소통 개념 자체가 불통정권이라는 이념적 딱지를 붙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재진 = 본질은 이념갈등이 아니라 영·호남간,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권력갈등입니다. 대북정책과 관련, 국민들의 이념적 편차는 크지 않습니다. 불만·비난은 선거가 끝났는데 정권을 빼앗겼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쇠고기파동 데모진에 야당 지도부가 있었어요.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미국하고 어떻게 외교를 할 것인지 염두에 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통하기가 어렵고 가슴이 답답한 거예요. 반미 데모 중앙에 헤드캠프를 세워놓고, 대북정책 비난도 나왔거든요. 정권이 바뀌었으면 새 정권이 새로운 대북 정책을 하도록 지켜봐야죠. 그런데 집권하자마자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하라는 것은 너무 답답한 거예요. 왜 소통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이면 정권교체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죠.


“10·4 계승” 한마디 하고 협상하면 될 것을 일방적 정책 밀어붙여


이종석 = 정권을 잡고 좌파적출을 공공연히 내세우면서 연구자들까지 직장에서 내몬 문제나 최근의 미디어법 사태를 보면 이념적인 골이 있습니다. 쇠고기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촛불시위에서 반미가 나왔습니까. 반미를 외치려 하면 시민들이 못 외치게 제어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스탠퍼드대학 강의에서 ‘반미랑 상관없다. 정부가 국민에 대해서 책임을 못졌기 때문에 발생한 거다’라고 끊었겠어요. 대북정책도 바뀌었으면 자기 브랜드를 설명해야 하는데 왜곡된 숫자를 동원하고 터무니없는 소리를 공연히 하면서 남북관계 악화를 과거정부 탓으로 돌리는 행동을 계속하니까 말을 안 할 수 없는 거죠.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지지결의된 게 6·15선언이고 10·4선언인데, 이 정부는 부정하고 있습니다. 영속성을 가진 대한민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맺은 조약들, 국민들이 지지하고 전세계가 보증한 거라면 그것을 당연히 그 다음 사람이 받아들이고 원하는 만큼 고쳐나가야죠. 통일부 장관이나 중요 인사가 비핵·개방·3000이 뭐다, 어떻다고 국민들 앞에 토론해본 적 있습니까. 왜 못합니까.



정권이 바뀌었으면새 대북정책 지켜봐야지또다른 갈등 부추겨


서재진 = 비핵·개방·3000 이론화 작업을 제가 했어요.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참여하게 해서 경제 발전을 돕겠다는 정책이죠. 과거 사회주의 나라들은 경제난을 해결하는 돌파구로써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하는 방식을 걸어왔는데, 유독 북한만 그 길을 못 왔다 이거죠. 북한이 그 길을 갈 거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에 보고서를 썼고, 자기 브랜드를 내놨어요.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일부 대북정책이 수정보완되는 시점과 때를 같이 해서 북한이 대남정책을 대폭 바꿨어요. 우리 국민들한테 잘 알려져 있지 않죠. 그리고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정책이기 때문에 남북관계 문을 닫는다면서 책임을 일방적으로 전부 남한으로 돌렸고, 10년간 진행되던 남북대화 문들을 모두 닫았어요. 대통령 취임 한달 남짓되는 3월말에 개성공단에서 우리 당국자들을 내보냈어요. 북한 내부 기강이 허물어지고, 군경제·내각경제·김정일경제·가가호호하우스경제로 가면서 정권의 위기의식을 느낀 거예요. 남한과 거래를 계속하면 정권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형적인 폐쇄주의 정책으로 돌아간 거예요. 북한 내부 이유로 남북관계 문을 닫았는데, 우리 일부 언론과 진보쪽에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경색시켰다고 매도해요. 이게 소통이 안되는 거고 답답한 거예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시도해보지도 못했어요. 너무 억울하잖아요. 6·15, 10·4선언 말씀하셨는데, 6·15공동선언 때는 핵실험을 하지 않았어요. 2006년에 실제로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비핵화를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이종석 = 비핵·개방·3000이 어떻게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건지요. 남북관계 악화는 북한도 이명박 정부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소통의 핵심 중 하나가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쓰는 것인데, 남북관계에서는 상대가 불필요하게 자극받거나 도발할 수 있는 언사를 자제하는 게 지도자의 덕목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떼쓰고 그러는데 밀려서 하지는 않겠다’, 그 다음 합참의장이 선제타격 오해를 할 수 있는 발언을 했고, 김하중 장관도 개성 공단 확장이 어렵다 같은 발언을 했어요. 북한은 3개월간 아무런 반응도 안하고 지켜보다가 3월말, 4월초부터 판단하고 공격해왔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정책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남북관계가 악화됐다는 말은 맞습니다. 기초적·전략적 언사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전략부재의 마인드와 언어가 망가뜨린 거예요. 남북관계는 길항관계인데, 우리는 열심히 하려는데 북한이 도발을 걸고 안하려고 했다 하면 역사적 사실에 맞지 않는 거죠. 이명박 정부는 북한하고 같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끊임없이 악화되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우리 때 퍼주기라는 부당한 비난을 받았지만 참여정부나 국민의정부 때 절대로 북한한테 먼저 주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북한이 도와달라는 말을 하게끔 해서 줬죠. 그렇게 해서 상대방이 고맙다는 말을 하게 하는 게 소통 전략이죠.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70~80%가 남북관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인정하지 않고 잘하고 있다고 하면 지금과 똑같이 하겠다는 뜻인데, 과연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됩니다.


서재진 = 남북관계 경색 책임의 절반이 북한에도 있다는 말씀을 들으니 상당히 소통이 됐습니다. (웃음) 진보쪽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분은 이 전 장관님이 처음입니다. 첨언을 드리자면 북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남한의 <천국의 계단> <태극기휘날리며>를 다 봤다고 해요. DVD로 구워서도 보고, USB가 요즘 제일 좋은 선물이라고 합니다. 김정일 정부에서 보기에 위험수위에 달한 것입니다. 그래서 2007년 말,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무렵에 남북관계 문을 닫아야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습니다. 정상선언 하루 앞서 10·3 6자회담 합의가 있었습니다. 북한 김계관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앞에 와서 6자회담 합의를 보고할 정도로 북한은 고무됐습니다. 테러지원국 해제와 50만t 식량 지원이 어느 정도 합의된 걸로 알려졌죠. 그래서 북한은 미국과의 거래를 통해서 생존의 돌파구가 생겼다고 판단했어요. 우리 속담에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갓집 신세 안진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미국 쌀 50만t이 들어오게 되고) 미국과의 관계 개선 돌파구가 마련되면서 통미봉남이라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만들게 된 거예요. 그때부터 남한과의 관계를 끊는 수순을 밟았고요. 남한쪽과 거래하던 사람들을 숙청하고, 전적인 책임을 남한에 넘기기 위해 일절 말을 안한 겁니다. 그에 따라 합참의장과 통일부 장관의 발언 한 마디를 토대로 개성공단에서 우리 당국자를 추방하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방을 하는 수순으로 간 겁니다. 국민과 이 전 장관님 같은 통일전문가들까지 이용되는 그런 통일전선전술을 한거예요.


이종석 = 2007년 말 50만t을 받기로 했다든가 10·3 합의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 동안 북핵문제 합의를 고려하면, 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제가 거꾸로 이런 얘기들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요. 그리고 제가 (지금) 여권 인사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북한이 여러 방면으로 이명박 당선자 시절에 시그널을 보냈고, 취임식에 사람을 보낼 의향이 있다고 했는데 이쪽에서 사실 거부를 해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원장님 가설은 입증이 안된 상태에서 반증들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서재진 = 가설이 아니라 여러 정보채널을 종합해서 그렇게 확신하고 있어요. 북한에서 고위급으로 계시다가 지금 한국으로 오신 분 말씀이 김정일 위원장이 2007년 그 무렵부터 개성공단을 닫으라고 지시한 게 세 번이었다고 합니다. 북한정권에서 김 위원장이 세번이나 지시한 것이 먹히지 않은 게 북한 역사에 없었다는 거예요.


이종석 = 원장님이 하시는 그런 말씀은 굉장히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세번씩이나 개성공단을 닫으라 하는데 닫지 않았다는 것은 개성공단 운명과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씀은 정제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 북한 상식으로 미루어 볼 때 믿기 어렵습니다.


서재진 = 출처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사실입니다. 2007년에 정부에 안 계셨잖습니까. 남북관계를 이해하려면 북한이 최근 미국에 행한 조치들 내부에 어떤 다이내믹스가 있는지 봐야 한다는 거예요.


이종석 = 미국의 대부분 전문가는 북한이 도발적으로 세게 나오는 이유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건강악화와 후계 체제 확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건강악화는 2008년 8월 이후고, 북한내 사회적 다이내믹스는 1990년대 말부터 지속돼왔던 것 아닙니까. 그런데 2007년말에 발생한 사태가 (핵실험 및 비핵화 포기 등) 최근 북한정권의 결단과 연결됐다는 말씀은 미국 전문가들의 주류가 보는 것과는 좀 다르다는 거죠.


서재진 = 북한이 생존의 큰 전략을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뒀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북한이 10·4 정상선언 실행에 큰 비중을 두고 생존 도모와 경제발전 전략으로 했다고 (참여정부는) 분석하지만 북한의 마음은 딴 데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이종석 = 참여정부 사람들도 일반적으로 북한이 10·4선언을 통해 생존전략의 상당히 중요한 핵심을 추구했다고는 보지않죠. 북한에 북·미관계가 최대 현안이라는 거는 항상 느끼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북·미관계 진전과 함께 남북관계를 병행하면서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거지, 원장님이 말씀대로 10·4선언이 북한의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라는 평가는 하지 않죠.


서재진 = 북한 대남방송 같은 걸 보면 10·4정상선언을 이명박 정부를 몰아붙이는 명분으로 사용하거든요.


이종석 =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을 계승한다는 말 한마디 하면 되는 거죠. 계승한다고 해서 다하는 거 아니잖습니까. 북한하고 협상하면 되는 거죠.


서재진 = 만나서 협의하자고 했어요. 북한이 통일전선 차원으로 이용하려 했던 의도가 있지 않았느냐는 얘깁니다.


이종석 =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대한민국과 주변 4개국 간의 소통도 중요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5자회담이란 것을 내놨는데 사실상 제대로 되지 않아서 5자 협의로 떨어지고 지금도 고생을 많이 하잖습니까. 그것도 성사시키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고, 성사되더라도 중국하고는 얘기가 안 된 상태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실천하는 여러 단체들과의 소통 문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부내 소통도 잘 안되고 있어요. 이렇게 소통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원활하게 되지 못하고 있고, 이런 현상이 오늘날 한반도가 처한 위험한 현실에 반영되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재진 = 지금 어느덧 저 사람은 소통이 안되는 사람이다, 저 정부는 소통이 안되는 정부다 이렇게 딱지를 붙여서 또 하나의 갈등의 축을 만들고 있어요. 소통을 이데올로기화해서 갈등구조를 더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거지요. 그래서 이명박 정부를 매도하는 수준으로 비판했기 때문에 비핵·개방·3000, 상생공영 정책을 국민들한테 설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이 안되는 상태로 갔습니다. 통일부 장관이 국민 앞에 나서 설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안됐어요. 일방적으로 매도하니까 황당하단 말이에요. 소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을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진짜 취지와 목적이 뭔지를 들으려 하는 마음의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종석 = 대통령이나 장관이 나와서 말을 못하고, 설명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얘기할 정도라면,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재진 = 소통을 잘 발전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해 대담에 나왔습니다. 국민들한테 대북정책을 설명해야겠다고 해서 나온 겁니다. 대북정책이 권력투쟁의 무기로 이념적인 색깔까지 덧칠해서 나가는 것은 우리사회의 불행이고 극복돼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내부에서 갈라지고, 주변 국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것은 너무나 불행한 것이죠. 야당에서는 좀더 지켜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종석 = 남북간계가 완벽하게 악화돼서 파탄지경에 이른 상태면 당연히 다시 돌아가야죠. 궁극적으로 남북간 소통의 핵심은 평화공존이고, 국민과의 소통 핵심은 민주주의입니다. 국민이 무엇을 말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알려고 하는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서재진 = 남북관계가 파탄났다는 말씀은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봐요.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것이고 조정 단계입니다. 더 많은 대화를 위해 서로 상대방의 내부적 입장을 고려해서 조정하고 있지요. 과거 10년 동안 남북관계의 물꼬를 텄다면 이제는 물길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명박 정부가 새롭게 노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8021824175#csidx07bc2defdf0fccc84436fdd2dd1c8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