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6

“공감 이뤄내는 진실의 힘” …위안부 연구팀 3인이 전하는 영상 발굴 풀스토리 - 경향 모바일



“공감 이뤄내는 진실의 힘” …위안부 연구팀 3인이 전하는 영상 발굴 풀스토리 - 경향 모바일




■학문 외적 상황서 자유롭지 못한 연구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중적 반응도 극과 극을 오간다. ‘반일’과 ‘반(反)반일’이다. 관심과 분노는 뜨겁지만 정작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에게 실제 일어난 일을 정리하고 이들에게 공감하는 작업은 어느 새 뒷전으로 밀려난다. 김 연구원은 “이번 영상과 관련된 뉴스도 카드뉴스 등으로 소비되는 방식을 보면 불편한 점이 있다. ‘고통을 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고, ‘고통을 지켜주지 못한 나’의 수치심이 있으며, 그 끝은 민족과 국가를 강화하는 방식”이라며 “영상의 힘은 삶의 흐름을 재현하면서 오는 ‘공감’에 있다. 언론이 이 방면을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유하 세종대 일문학과 교수가 2013년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도 생산적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강 연구원은 “<제국의 위안부>도 기존 위안부 운동의 일부와 이에 대한 열광이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이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 그러나 연구자로서 보기에 <제국의 위안부>는 학술적으로 틀린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를 지적하는 것은 기존 위안부 운동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는 외교관계에, 정부와 연구자 사이에서는 정책논리에, 대중적으로는 진영논리에 휘말리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의 위안부 문제다.

간극을 메우는 것은 결국 ‘진실의 힘’이라고 연구진들은 말했다. 진실을 발굴해 나가면서 메울 수밖에 없다.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은 전갑생 연구원과 곽귀병·공준환·이민정 연구보조원은 미국에서 후속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추가 자료 발굴 이외에도 기존에 발굴한 영상 역시 후속 연구를 할 계획이다. 사진과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누구인지 추적하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어떤 삶을 살았는지, 가족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고, 위안부 운동의 주체로 서는지 파악해 한 명 한 명의 삶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증언과 문서와 사진을 교차시키는 작업은 이 과정의 핵심이다.






한국인 위안부 여성들이 심문받는 사진. 팔짱을 끼고 서로 기댄 채 뒷모습만 나온 두 여성은 영상자료에서도 내내 붙어 있는 모습을 보였다. / 서울대 인권센터 연구팀 제공


박 연구원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구술기록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근거로 위안부 여성이 ‘거짓말’을 한다고 불신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은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지속적인 비난이나 지나친 동정의 영향을 받고 오염된 기억을 갖고 있다”며 “위안부 연구의 핵심은 전쟁이라는 폭력상황이 인간을 어떤 상황까지 몰고 갈 수 있는지 보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쟁에 있던 여러 상황 속에서 피해자를 중심으로 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흐릿하게 굴절된 기억을 타당한 자료로 보완하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할 일이고, 이것이 피해자를 중심에 둔 연구자의 시선이라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나아가 한 시대의 역사를, 인간을, 여성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우리가 느끼고 다시 그러고 있는 측면은 없는지. 지금 억압을 받는 누군가는 없는지 되돌아보는 것이 진상규명”이라며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 조사와 자료의 분석. 자료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위안부 문제를 한 인간의 삶으로 인식하고, 다층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정치지도자들이 ‘이건 강제연행이 아니다’라고 주장해도 시민들이 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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