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8

[백승종의역설] 아르네 네스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백승종의역설] 아르네 네스 : 칼럼 : 사설.칼럼 : 뉴스 : 한겨레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올해 초, 노르웨이 철학자인 그가 세상을 떴다. 세계 주요 언론이 앞다퉈 애도를 표했다. 네스는 심층생태학 이론을 통해 온 세계의 환경운동과 녹색당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1970년대 초부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인간과 대등한 고유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생명 중심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는 노르웨이 남부 높은 산꼭대기에 오두막을 지어놓고 검박하게 살며 생태계의 평형과 조화 그리고 사회정의를 위해 많은 글을 썼다. 대표작으로는 <아르네 네스 선집>이 있다. 네스는 환경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대학교수를 사직했고, 스피노자의 범신론과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을 모태로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켰다. 그는 생태계의 평화를 위해 근대 산업자본주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녹색당을 창설하는 데도 앞장섰다. 네스는 현재 진행중인 극심한 환경파괴를 이유로 인류의 미래를 비관하면서도 환경운동이 잘만 지속되면 200년 뒤에는 파라다이스를 되찾을 수도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그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내가 머물고 있는 독일 보훔시는 본래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탄광도시였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광산학교가 여기 있었고, 불과 사십년 전까지도 시내 곳곳에 석탄 채굴장이 가동되었다. 지금은 어떤가. 보훔은 푸른 초원과 맑은 강물로 에워싸인 전원도시로 거듭났다. 산과 들을 망친 이도, 되살려낸 이도 시민들이다.

지난달 광양만에서는 유독성 침출수가 바다를 오염시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전국 각지에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 매몰지 주변도 심상치 않다. 주민들이 식수로 쓰는 지하수가 적잖이 오염돼 있다. 그런데도 이 나라 주류 언론매체는 보도조차 거의 안 한다. 생각해 보니 그네들은 네스가 작고했을 때도 침묵했다. 그들에게 환경은 아직 뒷전이다.

백승종 독일 보훔대 한국학과장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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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78708.html#csidx6ed88b6088ec51ba79ac41ea38abc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