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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이어령 마지막 인터뷰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 - 2019.10.19 조선일보
이어령 마지막 인터뷰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
김지수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10.19 07:00 | 수정 2019.11.01 23:09
"죽는 것은 돌아가는 것… 내가 받은 모든 게 선물이었다"
"죽음 알기 위해 거꾸로… 유언같은 '탄생' 써내려가"
"촛불 꺼지기 전 한번 환하게 타올라, 그것은 신의 은총"
"나중 된 자 먼저 돼, 죽음 앞에서 당당했던 딸 좇아"
"괴테처럼… 인간과 학문 전체를 보는 제너럴리스트로"
![](https://images.chosun.com/resizer/TisatBELEFAQoig57csrXtcm8yc=/464x0/smart/cloudfront-ap-northeast-1.images.arcpublishing.com/chosun/JL5NNARS7KQTEHULU7M4GYFK7Q.png)
이어령 전 장관(87세). 생의 마지막 시간을 치열하게 쓰고 있다.
"이번 만남이 아마 내 마지막 인터뷰가 될 거예요."
이어령 선생이 비 내리는 창밖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주에 보기로 했던 약속이 컨디션이 안 좋아 일주일 연기된 터. 안색이 좋아 보이신다고 하자 "피에로는 겉으로는 웃고 속으로는 운다"며 쓸쓸하게 웃었다. 품위 있게 빗어넘긴 백발, 여전히 호기심의 우물이 찰랑대는 검은 눈동자, 터틀넥과 모직 슈트가 잘 어울리는 기개 넘치는 한 어른을 보며 나는 벅참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살아생전, 이어령의 회갑연에서 두 장의 그림을 그려주었다. TV 상자 안의 말(馬) 그림과 TV 상자 안의 입술(말言이 터지는 통로) 그림이었다. 말(言)이라는 무기를 들고, 말(馬)달리는 자가 이어령이었다.
그가 쏟아낸 말은 과거를 달릴 때나 미래를 달릴 때나 주저가 없었다. 스킵(skip)과 시프트(shift), 축지법과 공중부양을 자유자재로 구사해서, 선생과 앉아 인터뷰하던 서재는 늘 ‘매트릭스’나 ‘인터스텔라’ 같은 SF 영화의 세트처럼 느껴지곤 했다.
오늘 마주 앉은 방엔 책 한 권, 서가 한 칸 없이 고적했다.
기품이 넘치는 이태리산 적갈색 책상과 의자 한 벌. 한 면을 가득 채운 녹색 벽엔 선생과 교류했으나 먼저 세상을 뜬 세계의 지성들이 보내온 편지와 사진, 기사로 채워져 있었다. 루이제 린저, 이오네스코, 누보리얼리즘의 창시자 알랭 로브그리예, 노벨문학상 작가 프랑수아 모리악 등등. 선생은 한 명 한 명 짚어가며 그들과의 인연을 즐겁게 회상했다.
한국의 지성의 큰 산맥이었던 이어령. 22살에 문단 원로들의 권위의식에 비수를 꽂는 선전포고문 ‘우상의 파괴’로 유명 인사가 이후, 65년간 때로는 번뜩이는 광야의 언어로 때로는 천둥 같은 인식의 스파크로 시야의 조망을 터주었던 언어의 거인. 벼랑 끝에서도 늘 우물 찾는 기쁨을 목격하게 해준 우리 시대의 어른.
십수 년 전 이미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라는 아름다운 미래문명을 선창한 분임에도, 당신이 제일 잘한 일은 문화부 장관 시절 ‘노견(路肩)’을 ‘갓길’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오늘 선생 앞에 앉아 있으니, 갑자기 아득하여 88올림픽 개막식에서 그가 연출했던 잠실벌의 굴렁쇠 소년이 생각났다. 햇빛 내리쬐는 광장에 쓰였던 한 줄 정적의 시. 가을비가 대지를 적시는 오늘, 나는 그에게서, ‘죽음'이라는 한 편의 시를 듣게 될 터였다.
그는 항암치료를 마다한 채로 마지막 기력을 다해 책을 쓰고, 강연하고, 죽음까지 기록할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었다. 머지 않아 ‘탄생'이라는 책이 나오는데, 이 인터뷰로 가까운 이들에게 "그동안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사진 촬영을 할 땐 "씽킹맨(Thinking Man)은 웃지 않는다"고 겁을 주더니, 인터뷰 내내 "쫄지 마!"라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죽음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 줄 오늘 처음 알았다.
![](https://images.chosun.com/resizer/WBYykLuXEE0RWc_HknlR07GcKBs=/464x0/smart/cloudfront-ap-northeast-1.images.arcpublishing.com/chosun/2VW4H5T4SSPKC23OF2BM7INFYA.png)
그의 말 속에서 과거의 탄생과 미래의 죽음이 만났고, 그렇게 그의 주례로 ‘아름다워진’ 현재가 탄생했다.
-건강해 보이십니다.
"나같은 환자들은 하루에도 듣는 코멘트가 여러 가지야. "수척해 보여요." "건강해지셨네." 시시각각 변하거든. 알고 보면 가까운 사람도 사실 남에겐 관심이 없어요. 허허. 왜 머리 깎고 수염 기르면 사람들이 놀랄 것 같지? 웬걸. 몰라요. 남은 내 생각만큼 나를 생각하지 않아. 그런데도 ‘남이 어떻게 볼까?' 그 기준으로 자기 가치를 연기하고 사니 허망한 거지. 허허."
남겨진 생의 시간이 유한하여, 나는 선생께서 하는 말은 무엇이든 듣고 싶었다. 토씨 하나, 한숨 한 자락이라도 놓치기 싫어 "예전처럼 자유롭게 대화하자"고 부탁드렸다.
-혼자 기다리며 녹색 벽에서 선생께서 젊은 시절에 신문에 쓰신 ‘모리악의 기침 소리'를 보았습니다.
"(미소지으며)내가 프랑스에서 모리악 선생을 만나고 쓴 거지. 여기엔 없지만 실존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과의 추억도 있어요. 그때 그분이 여든이 좀 넘었을 때야. 생각해보면 지금 나보다 젊었는데 아파트 계단을 못 올라가셨어요. 내가 등에 업히라고 했더니 화를 내요. 나는 시체가 아니라고(웃음). 서양 문화는 부축은 받아도, 업히는 건 수치로 여겨요. 한국은 다르지. 상호성이야.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봐도 처음 만난 아들과 아버지가 업고 업혀서 냇물을 건너잖아. 사위가 장모를 업고 사장이 사원을 업어줘요. 다들 어릴 적 엄마 등에 업힌 기억이 있거든."
-업어준다는 건 존재의 무게를 다 받아준다는 건데… 서양인에겐 익숙지 않은 경험이군요.
"그들은 아이를 요람에서 키우니까. 태어나자마자 존재를 분리하지요. 땅에 놓으면 쥐들이 공격해서 아이를 천장에 매달아 두기도 했어요. 우리나라는 무조건 포대기로 싸서 둘러업잖아. 어미 등에 붙어 커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천성이 착해요(웃음). 서양은 분리가 트라우마가 돼서 독립적인 만큼 공격적이거든. 한국의 전통 육아는 얼마나 슬기로워요. 오줌똥도 쉬쉬~, 끙아끙아~ 하면서 어린애 말로 다 유도를 했거든."
-요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지난번 뵐 때 ‘마지막 파는 우물은 죽음’이라고 하셨는데요.
"죽음을 앞두면 죽는 얘기를 써야잖아? 나는 반대를 써요. 왜냐? 죽음은 체험할 수가 없으니까. 사형수도 예외가 없어요. 죽음 근처까지만 가지. 죽음을 모르니 말한 사람이 없어요. 임사체험도 살아 돌아온 얘기죠. 살아 있으면 죽음이 아니거든.
가령 이런 거예요. 어느 날 물고기가 물었어. "엄마, 바다라고 하는 건 뭐야?" "글쎄, 바다가 있기는 한 모양인데 그걸 본 물고기들은 모두 사라졌다는구나." 물고기가 바다를 나오면 죽어요. 그 순간 자기가 살던 바다를 보지요. 내가 사는 바다를 볼 수 있는 상태, 그게 죽음이에요. 하지만 죽음이 무엇인가를 전해줄 수는 없는 거라. 그래서 나는 다른 데서 힌트를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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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이어령은 일본인을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라고 명명하며, 섬나라 사람들에게 정체성의 경종을 울렸다. 그 책은 일본에서 출간 5개월 만에 12만 부가 판매되었다.
-어디서 힌트를 찾으셨나요?
"죽을 때 뭐라고 해요? 돌아가신다고 하죠. 그 말이 기가 막혀요. 나온 곳으로 돌아간다면 결국 죽음의 장소는 탄생의 그곳이라는 거죠. 생명의 출발점. 다행인 건 어떻게 태어나는가는 죽음과 달리 관찰이 가능해요.
2~3억 마리의 정자의 레이스를 통해서 내가 왔어요. 수능 시험보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거지(웃음). 그런데 그 전에 엄마와 아빠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또 그 전의 조부모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계속 거슬러 가면 36억 년 전 진핵 세포가 생겼던 순간까지 가요. 나는 그렇게 탄생을 파고들어요."
-죽음을 느끼면서 태어남 이전을 복기한다? 엄청난 속도의 플래시백인데요. 뇌에서 빅뱅이 일어났겠습니다.
"허허. 그렇지요. 모험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먼 과거에 있어요. 진화론자의 의견에 비추어보면 내 존재는 36억 년 원시의 바닷가에서 시작됐어요. 어찌 보면 과학은 환상적인 시야. 내가 과거 물고기였을까, 양수가 바닷물의 성분과 비슷하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태아 형성 과정을 보면 아가미도 물갈퀴 자국도 선명하게 보이거든. 그렇게 계산하면 내 나이는 사실 36억 플러스 여든일곱 살이야. 엄청난 시간을 산 거죠. 죽음에 가까이 가고서 나는 깨달았어요. 죽음을 알려고 하지 말고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과거로 가서 미래를 본다는 설명이 이상하게 안도감을 주었다. 그는 이어령이다. 평생 창조적 역발상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시야를 선물처럼 안겨준 사람.
-선생은 오래전에 이미 ‘디지로그가 온다'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을 예언하셨어요. 미지의 죽음을 탄생의 신비로 푸니, 이번엔 또 뭐가 보이던가요?
"난 옛날부터 참 궁금했어요. 왜 외갓집에만 가면 가슴이 뛸까? 왜 외갓집 감나무는 열린 감조차 더 달고 시원할까(웃음)? 그게 미토콘드리아는 외가의 혈통으로만 이어져서 그래요. 거슬러 가면 저 멀리 아프리카의 어깨 벌어진 외할머니한테서 내가 왔는지도 몰라. 허허. 이렇게 한발 한발 가면서 느껴지는 게 신의 존재예요. 최초의 빅뱅은 천지창조였구나…"
과학을 잘 모르면 무신론자가 되지만, 과학을 깊이 알면 신의 질서를 만난다고 했다. 죽음이 아닌 탄생을 연구하면서 선생은 점점 더 자신만만해졌다. 말하는 중간에 '쫄지 마'라는 악센트를 농담처럼 박아넣었다.
"탄생을 연구하면 무섭지가 않아. 지적으로도 그래요. 아리스토텔레스 나와보라, 그래. 너는 생명을 알고 썼냐? 나는 이제 안다, 이거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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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지성.
-그런데 요즘엔 탄생 자체를 비극으로 보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인간은 내 의지로 세상에 나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래서 안 태어나는 게 행복했다, 어쩔 수 없이 태어났으니 빨리 사라지는 게 낫겠다, 이렇게 반출생주의적인 사고를 하는 건 무의미해. 제일 쉬운 게 부정이에요. 긍정이 어렵죠.
나야말로 젊을 때 저항의 문학이다, 우상의 파괴다, 해서 부수고 무너뜨리는 데 힘을 썼어요. 그런데 지금 죽음 앞에서 생명을 생각하고 텅 빈 우주를 관찰하면, 다 부정해도 현재 내가 살아 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어요. 숨을 쉬고 구름을 본다는 건 놀라운 일이에요."
-그 놀라움의 힘으로 또 무엇을 보셨나요?
"생명은 입이에요. 태내에서도 생명은 모든 신경이 입으로 쏠려 있어요. 태어난 후엔 그 입으로 있는 힘껏 젖을 빨지요. 그 입술을 비벼 첫 소리를 내요. "므, 브…" 가벼운 입술 소리 ㅁ으로 ‘엄마, 물’을, 무거운 입술소리 ㅂ으로 ‘아빠, 불’을 뱉어요. 물은 맑고 불은 밝잖아. 그런데 그 ㅁ과 ㅂ이 기가 막힌 대응을 이루는 게 바로 우리 한글이에요. water와 fire로는 상상도 못할 과학이야. 놀랍죠."
어떤 주제든 언어로 시작해서 언어로 끝난다는 게 더 놀라웠다.
-프로이트도 구강기를 정신분석의 첫 단계로 중요하게 보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프로이트는 뱃속 세계를 몰랐어요. 태어난 후부터 트라우마를 적용했는데, 기실 태아 때 더 많은 트라우마가 생긴다는 걸 그는 몰랐지.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사람의 후손 중 많은 사람이 폐소 공포증을 앓았어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유전은 내 조상의 정확한 이력서예요.
동양의 탄생학과 서양의 유전학은 동시에 말하고 있어요. 뱃속에서의 10개월이 성격, 기질, 신체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고. 스승이 10년 가르친 게 뱃속에서 가르친 10개월만 못하다잖아. 그래서 지혜로운 한국인은 태중의 아이를 이미 한 살로 보는 거예요."
그 사실을 프로이트가, 칸트가, 헤겔이 알았겠느냐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가슴뼈가 커지는 화통한 웃음에 공기 틈이 시원하게 벌어졌다.
"그러니까 ‘쫄지 마!' 허허. 알고 보면 프로이트는 돌팔이였어요. ‘우상의 추락’이라는 책에도 있잖아. 다만 인간의 에고를 구조적으로 봤다는 데 의의를 두는 거죠. 인격은 다층적이라 의학뿐 아니라 인문학자의 상상력으로도 봐야 해요."
-철학자 김형석 선생은 인격의 핵심은 성실성이라고 했지요. 선생은 인격의 핵심을 뭐라고 보십니까?
"하하. 핵심은 인격과 신격은 다르다는 거예요. 하나님을 흉내 내기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려고 했던 괴테가 그 인간다움으로 구제를 받았어요. 나는 유다가 베드로보다 예수님을 더 잘 이해했을 거라고 봐요.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유다는 교회가 아니라 피의 밭을 남겼어요. 그런데 인간의 인격은 유다에 가까워서 더욱 신격을 욕망해요. 그래서 고통스럽죠.
내 마음의 빅뱅을 그 누가 알겠어요? 한 소녀가 "이 남자와 헤어질까요?"라고 물으면 아인슈타인이 뭐라고 할까? 그는 물리적 상대성 이론의 대가지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몰라요. 각자의 마음은, 두뇌는 지구에서 하나예요. 기술로 찍어낸 벽돌이 아니거든. 내 몸의 지문도 마음의 지문도 세상에 하나뿐이지. 하나님의 유일한 도장이야. 내 마음의 지문에는 신의 지문이 남아있어요."
-요즘 들어 신에 대해 더 많은 말씀을 하십니다.
"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신에 대해 말할 지식도 자격도 없는 자들이지요. 하나님의 눈으로 보면 베드로나 유다나 똑같아. 베드로도 유다처럼 닭이 울기 전 세 번 예수님을 부정했잖아. 오래 관찰하면 알아요. 신은 생명을 평등하게 만들었어요. 능력과 환경이 같아서 평등한 게 아니야. 다 다르고 유일하다는 게 평등이지요.
햇빛만 받아 울창한 나무든 그늘 속에서 야윈 나무든 다 제 몫의 임무가 있는 유일한 생명이에요. 그 유니크함이 놀라운 평등이지요. 또 하나. 살아있는 것은 공평하게 다 죽잖아."
-왠지 선생의 유니크함은 탄생부터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내 유니크함의 80%는 어머니가 주셨어요. 내가 돌상에서 돌잡이로 책을 잡은 걸, 어머니는 두고두고 기뻐하셨어. 그때는 쌀이나 돈을 잡아야 좋아했는데, 어머니는 달랐죠. "우리 애는 돌상에서 책을 잡고 붓을 잡았다"고 내내 자랑을 하셨어요. 내가 앓아누워도 어머니는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셨어요.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나는 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우는 인간이 됐어요."
-언어적 상상력은 어린 시절에 길러진 것인지요?
"그랬어요. 형님이 놓고 간 책, 대학생이 보던 한자투성이 세계문학 전집을 읽었어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상상으로 단어를 익혔어. 사전도 없었죠. 내 언어 조직의 세포가 그때 활성화된 거라. ‘눈이 내릴 때 루바시카를 입었다’는 문장을 만나면 전후 문맥으로 그 겉옷을 상상해 보는 거야. 동화만 읽었으면 어림도 없었겠죠. 라틴어 고전도 그렇게 읽었어요.
나는 지금도 외국 여행을 가면 대실망이야. 어릴 때 소설을 읽으며 파리, 런던, 러시아를 다 상상으로 여행했어요. 내가 실제 만난 에펠탑은 내가 언어로 상상한 것보다 훨씬 작고 초라했지. 어릴 때 어려운 책을 읽으면 상상의 언어 능력이 발화돼요. 지금도 나는 모든 문제를 어원으로 접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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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내 목숨은 빌린 거였어요. 바깥에서 저 멀리서 36억년의 시간이 쌓여 온 거죠.”
어원은 화석과 같아서 그 자신, 고고학자처럼 언어라는 화석 조각을 찾아 거대한 공룡을 그린다고 했다. 모든 게 어린 시절 독서의 힘이었다고.
-글도 그렇지만 평생 말을 하면서 살아오셨어요. 지성에 막힘이 없고, 재미까지 있는 이야기꾼으로 사랑받으셨습니다. 선생의 뇌 구조가 궁금합니다. 질문이 어떤 방식으로 입력되고 흘러나오는지요?
"하하. 나는 좌뇌 우뇌를 다 써요. 나의 최전선은 말이고 생의 의미야. 말이 나오면 언어의 전선이 형성되거든. 그 말에 관심을 갖고 검색을 하다 보면 수억 개의 정보 중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고를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존경하는 시인 이상은 좀 달랐어요. 이 사람은 수학적 언어를 썼어. 수학적 머리와 문학적 머리가 다 트였던 사람이야. 그래도 쫄지 마(웃음). 이상은 일찍 죽었잖아."
-신기합니다. 어떤 천재는 단명하고 어떤 천재는 장수하는 걸까요?
"오래 살면 생각이 계속 달라져요. 내가 존경하는 이들은 다 일찍 죽었지. 이상도, 랭보도, 예수도. 단명한 이들의 공통점은 번뜩인다는 것. 둔한 게 없어요. 면도날로 소를 잡았지. 소를 잡으려면 도끼를 써야 하는데, 이상은 날카로운 면도날로 단번에 그었어요. 반면 괴테는 80살까지 살았어요. 도끼날 같았지. 도끼로 우주를 찍어 내린 사람이었어요. 형태학, 광산학까지 했잖아.
천재는 악마적 요소가 있어요. ‘파우스트'를 봐요. 파우스트는 신학을 했던 성스러운 사람이었어요. 사색적인 그가 한계에 부딪혀 자살하려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만, 결국 신은 그를 구원해요. 나는 서른이 지나고 모델이 없었는데, 그때 잡은 게 괴테였어. 괴테는 바이마르의 재상을 지냈죠. 그런데 나도 문화부 장관을 했잖아. 바이마르 인구보다 한국 인구가 더 많으니, 나는 괴테한테 쫄지 않아요(웃음)."
-선생이 한 말, 쓴 글, 해오신 일은 그 영역이 너무 방대해서 입이 벌어질 때가 많습니다.
"괴테도 유니버설맨이었어요(웃음). 동과 서를 알았고 성과 속을 알았고, 인공지능인 호몬클루스까지 써서 미래의 정황을 보여줬지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랬죠. 코끼리의 전체를 보려면 그들처럼 제너럴리스트가 돼야 해요. 코만 만지고 코끼리를 봤다고 하면 엉터리야. 그렇게 인간과 학문의 전체를 보려고 했던 르네상스맨이 다빈치와 괴테였어요. 그런데 제너럴리스트들은 종종 욕을 먹어. ‘전공이 뭐냐’는 거죠. 허허."
-전공의 구분이 없으셨지요. 언어기호학자이면서 언론인, 비평가이면서 소설가, 시인, 행정가, 크리에이터로 살아오셨어요. 최종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우물 파는 자라고 하셨습니다.
"단지 물을 얻기 위해 우물을 파지는 않았어요. 미지에 대한 목마름, 도전이었어요. 여기를 파면 물이 나올까? 안 나올까? 호기심이 강했지. 우물을 파고 마시는 순간 다른 우물을 찾아 떠났어요. ‘두레박'의 갈증이지요. 한 자리에서 소금 기둥이 되지 않으려고 했어요. 이제 그 마지막 우물인 죽음에 도달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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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상태에 관한 공부도 하셨습니까?
"했지요. 인간에게도 퇴화한 날개가 있어(웃음)."
-무슨 말이지요?
"새는 날짐승이잖아. 그런데 무거운 새는 못 날아요. 그때는 날개가 덮개가 되죠(웃음). 인간도 몸이 불으면 못 날아. 늙고 병들면 머리가 빠지고 이빨이 빠지고 어깨에 힘이 빠져요. 비극이지. 그런데 마이너스 셈법으로 몸이 가벼워지면 날아요. 고통을 통과해서 맑고 가벼워진 영혼은 위로 떠요. 덩컨 맥두걸이라는 학자가 실험했어요. 죽은 후 위로 떠오르는 영혼의 무게를 쟀더니 21g이었죠. 그러니 죽어갈수록 더 보태지 말고 불순물은 빼야 해요. 21g의 무게로 훨훨 날아야지요."
-평생 어떤 꿈을 꾸셨습니까?
"동양에선 덧없는 것을 꿈(夢)이라 하고 서양은 판타지를 꿈(dream)이라 하죠. 나는 평생 빨리 깨고 싶은 악몽을 꿨어요.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빠져 외길을 걷는 꿈, 어릴 때 복도에서 신발을 잃고 울던 꿈, 맨발로 갈 수 없던 공포, 뛰려면 발은 안 떨어지고, 도망가보면 아무도 없는 험한 산길이었지요. 자기 삶의 어두운 면이 비치는 게 꿈이에요. 깨면 식은땀을 흘리고 다행이다 했어요.
현실에서 눈뜨고 꾸는 내 꿈은 오직 하나였어요. 문학적 상상력, 미지를 향한 호기심…"
-요즘엔 어떤 꿈을 꾸십니까?
"빅뱅처럼 모든 게 폭발하는 그런 꿈을 꿔요. 너무 눈이 부셔서 볼 수 없는 어둠. 혹은 터널 끝에 보이는 점 같은 빛. 그러나 역시 8할은 악몽이에요. 죽음이 내 곁에 누워있다 간 느낌... 시계를 보면 4시 44분 44초일 때도 있어요(웃음). 동트기 전에, 밤도 아니고 새벽도 아닌 시간이죠. 그 시간이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에요. 섬뜩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혼자라는 거였어요. 누구도 그 길에 동행하지 못하니까요. 다행히 그때 또 새롭게 깨달아지는 것이 있어요. 젊은 날 인식이 팽팽할 땐 몰랐던 것."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은 무엇인가요?
"모든 게 선물이었다는 거죠. 마이 라이프는 기프트였어요. 내 집도 내 자녀도 내 책도, 내 지성도... 분명히 내 것인 줄 알았는데 다 기프트였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처음 받았던 가방, 알코올 냄새가 나던 말랑말랑한 지우개처럼. 내가 울면 다가와서 등을 두드려주던 어른들처럼. 내가 벌어서 내 돈으로 산 것이 아니었어요.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고."
-87년간 행복한 선물을 참 많이 받으셨지요?
"그랬죠. 산소도, 바다도, 별도, 꽃도… 공짜로 받아 큰 부를 누렸지요. 요즘엔 생일케이크가 왜 그리 그리 예뻐 보이는지 몰라. 그걸 사 가는 사람은 다 아름답게 보여(웃음). "초 열 개 주세요." "좋은 거로 주세요." 그 순간이 얼마나 고귀해. 내가 말하는 생명 자본도 어려운 게 아니에요. 자기가 먹을 빵을 생일 케이크로 바꿔주는 거죠. 생일 케이크가 그렇잖아. 내가 사주면 또 남이 사주거든. 그게 기프트지. 그러려면 공감이 중요해요. 공의가 아니라, 공감이 먼저예요."
-공의보다 공감이라는 말이 크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마르크스의 상품 경제 시대에서 멀리 왔어요. AI시대엔 생산량이 이미 오버야. 물질이 자본이던 시대는 물 건너갔어요. 공감이 가장 큰 자본이지요. BTS를 보러 왜 서양인들이 텐트 치고 노숙을 하겠어요? 아름다운 소리를 좇아온 거죠. 그게 물건 장사한 건가? 마음 장사한 거예요.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즐거움, 공감이 사람을 불러모은 거지요."
-젊은이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는지요?
"딱 한 가지야.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그리스 사람들은 진실의 반대가 허위가 아니라 망각이라고 했어요. 요즘 거짓말하는 사람들은 과거를 잊어서 그래요. 자기가 한 일을 망각의 포장으로 덮으니 어리석어요. 부디 덮어놓고 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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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국 사회는 밀물의 시대에서 썰물의 시대로 가는 시기라고.
-지금의 한국 사회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미래를 낙관할 수 있습니까?
"지금은 밀물의 시대에서 썰물의 시대로 가고 있어요. 이 시대가 좋든 싫든, 한국인은 지금 대단히 자유롭고 풍요하게 살고 있지요. 만조라고 할까요. 그런데 역사는 썰물과 밀물을 반복해요. 세계는 지금 전부 썰물 때지만, 썰물이라고 절망해서도 안 됩니다. 갯벌이 생기니까요."
썰물 후에 갯벌이 생긴다는 말이 파도처럼 가슴을 적셨다. 두려울 것이 무엇일까. 이어령 선생은 7년 전 2남 1녀 중 맏딸 이민아 목사를 암으로 먼저 보냈다. 미국에서 검사 생활을 했던 딸은 목사 안수를 받았고, 위암 발병 이후, 수술하지 않고 시한부를 택해 열정적으로 쓰고 강연하며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요즘 따님 생각을 더 많이 하시겠습니다. 암 선고받은 후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쓰는 까닭도 따님과 관련이 있는지요?
"(미소지으며)우습지만 성경에는 나중 난 자가 먼저 된다는 말이 있어요. 내 딸이 그랬어요. 그 애는 죽음 앞에서 두려워 벌벌 떨지 않았어요. "지금 나가면 3개월, 치료받으면 6개월" 선고를 듣고도 태연하니까, 도리어 의사가 놀라서 김이 빠졌어요.
민아가 4살 때였어요. 아내가 임신해서 내가 아이를 데리고 대천해수욕장 앞 해변 바라크 건물에 묵은 적이 있어요. 아이를 재우고 다른 천막에 가서 문학청년들과 신나게 떠들었지. 그때 민아가 자다 깨서 컴컴한 바다에 나가 울면서 아빠를 찾은 거야. 어린 애가 겁에 질려서...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파요. 우리 애는 기억도 안 난다지만(웃음). 그랬던 아이가 혼자 미국에 가서 무척 고생을 했어요.
그 어렵다는 법대를 조기 졸업하고 외롭게 애 키울 때, 그날 그 바닷가에서처럼 "아버지!"하고 목이 쉬도록 울 때, 그때 나의 대역을 누군가 해줬어요. 그분이 하나님이야. 내가 못 해준 걸 신이 해줬으니 내가 갚아야겠다. 이혼하고도 편지 한 장 안 쓰던 쿨한 애가, "아빠가 예수님 믿는 게 소원"이라면 내가 믿어볼 만 하겠다, 그렇게 시작했어요. 딸이 실명의 위기에서 눈을 떴을 때 내 눈도 함께 밝아진 거지. 딸이 아버지를 따라가야 하는데 아버지가 딸의 뒤를 좇고 있어요(웃음)."
![](https://images.chosun.com/resizer/z9WSKOin7nCmsZYbMLh3UZmG8rs=/189x302/smart/cloudfront-ap-northeast-1.images.arcpublishing.com/chosun/5B4RXAN3U2N2X3CDI7DA6XT4YU.png)
-언제 신의 은총을 느낍니까?
"아프다가도 아주 건강하게 느껴지는 아침이 있어요. 내 딸도 그랬죠. "아빠, 나 다 나았어요"라고. 우리 애는 죽기 전에 정말 충만한 시간을 보냈어요. 1년간 한국에서 내 곁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죠. 암에 걸리고 큰 선물을 받았어요. 죽음에 맞서지 않고 행복하게 시간을 썼어요. 망막 수술도 성공해서 밝은 세상도 봤지요.
내가 보내준 밸런타인데이 꽃다발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호텔 방에서 "아빠, 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라며 전화가 왔어요. 육체가 소멸하기 마지막까지 복음을 전했고, 기도 드리고 쓰러져서 5~6시간 있다가 운명했어요.
어떤 환자라도 그런 순간이 와요. 촛불이 꺼질 때 한번 환하게 타오르듯이. 신은 전능하지만, 병을 완치해주거나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게 해주진 않아요. 다만 하나님도 인간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면 가엾게 여겨 잠시 그 자비로운 손으로 만져줄 때가 있어요. 배 아플 때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만져주면 반짝 낫는 것 같잖아. 그리고 이따금 차가운 눈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지요. 그때 나는 신께 기도해요."
-어떤 기도를 하십니까?
"옛날엔 나는 약하니 욥 같은 시험에 들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했지요. 지금은… 병을 고쳐달라는 기도는 안 해요. 역사적으로도 부활의 기적은 오로지 예수 한 분뿐이니까. 나의 기도는 이것이에요. "어느 날 문득 눈뜨지 않게 해주소서." 내가 갈피를 넘기던 책, 내가 쓰던 차가운 컴퓨터… 그 일상에 둘러싸여 눈을 감고 싶어요."
그 전까지는 죽음의 의미, 생명의 기프트를 마지막까지 알고자 한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사형수도 형장으로 가면서 물웅덩이를 폴짝 피해 가요. 생명이 그래요. 흉악범도 죽을 때는 착하게 죽어요. 역설적으로 죽음이 구원이에요."
그러니 죽을 때까지 최악은 없다고. 노력하면 양파 껍질 벗겨지듯 삶에서 받은 축복이 새살을 드러낸다고. 빅뱅이 있을 때 내가 태어났고, 그 최초의 빛의 찌꺼기가 나라는 사실은 ‘수사'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라고. 여러분도 손놓고 죽지 말고,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끝까지 알고 맞으라고. "종교가 있든 없든, 죽음의 과정에서 신의 기프트를 알고 죽는 사람과 모르고 죽는 사람은 천지 차이예요."
한마디 한마디, 목구멍에서 빛을 길어 올려 토해내는 것 같았다. 녹색 칠판 앞에 앉아 선생이 마지막으로 판 우물물을 거저 받아 마시자니, 감사가 샘처럼 벅차올라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저는 나이 들면 과거를 반복해서 사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지성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선생의 말씀을 들으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지혜의 전성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소지으며)창을 열면 차가워진 산소가 내 폐 속 깊숙이 들어와요. 이 한 호흡 속에 얼마나 큰 은총이 있는지 나는 느낍니다. 지성의 종착점은 영성이에요. 지성은 자기가 한 것이지만, 영성은 오로지 받았다는 깨달음이에요. 죽음의 형상이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로 올지, 온갖 튜브를 휘감은 침상의 환자로 올지 나는 몰라요.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이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 그러니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침대에서 깨어 눈 맞추던 식구, 정원에 울던 새, 어김없이 피던 꽃들…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 돌려보내요. 한국말이 얼마나 아름다워요. 죽는다고 하지 않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면 마지막에 ‘END’ 마크 대신 꽃봉오리를 하나 꽂아놓을 거라고 했다. 피어있는 꽃은 시들지만, 꽃봉오리라면 영화의 시작처럼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을테니.
"끝이란 없어요. 이어서 또 다른 영화를 트는 극장이 있을 뿐이지요(웃음)."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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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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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ok Lee “명(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되지 못하고,
2020/12/15
Namgok Lee - ‘공자 최후의 20년’
Namgok Lee
13h ·
나는 60대의 나이에 ‘논어’ 속에서 공자를 만났고, 그의 말을 현대 속에서 보편적인 언어로 들으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실제로 공자의 생애를 알지 못하고, 그다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공자가 활동한 시대의 사회의 모습(제도, 습속, 예절 등)이 강조되어 그의 사상의 보편성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암묵적 우려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도 하나의 단(端)이라는 생각이 드는 참에, 마침 ‘공자 최후의 20년’이란 책을 인터넷에서 발견하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다음은 그 책을 소개한 내용의 일부다.
이 책은 성인군자로서의 공자가 아니라, 고뇌하는 인간이자 실패한 정치가로서의 공자를 조명한다. 계속되는 제후들의 냉대, 오랜 기간의 떠돌이 생활에 지친 제자들의 항변, 초기 제자들이 현실 정치계로 입문해 고위관료가 되며 타협하는 와중에서도 애초에 품었던 높은 도道의 이상을 놓지 않았던 공자의 모습을 여러 사료를 동원해서 세밀하게 복원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특히 저자는 ‘확고한 공자’가 아닌 ‘흔들리는 공자’에 초점을 맞춘다. 공자와 초기 제자들이 광야를 떠도는 과정에서 빚은 인간적인 갈등을 탁월하게 분석했는데, 자로와 자공은 물론 공자의 분신이라 일컬을 만한 안회 같은 애제자들과 공자의 심리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등을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요즘 유행하는 말로, 비틀비틀하면서도 정도正道를 걸어간 공자의 ‘어지러운 행적’을 복원했다. 또한 『논어』를 통해 공자의 어록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좌절과 고뇌를 읽어내고 있다. 잘못 알려진 공자에 대한 신화를 낱낱이 해부함으로써 공자의 올바른 역사상歷史像을 재구성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50대 후반 이후, 고난과 역경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 공자를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논어』의 중요한 구절들을 새로운 관점, 지극히 역사적이고 사실적인 관점에서 분석해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
60세가 되기 전의 공자는 시종 완고하게 운명을 향해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끊임없이 현실 속에서 정치적인 출구를 찾으려고 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 세상이 철저하게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자신의 이상이 실현될 날이 오리라고 굳게 믿었다. 그때까지 비록 그 과정이 험난하고 고되다고 하더라도 기꺼이 기다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몇 년이 지나자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진나라에 있던 공자는 “돌아가자! 어서 돌아가자! 고향의 어린 제자들은 뜻은 높으나 재능이 부족하고, 비록 학문의 성취는 볼 만하지만 바르게 활용할 줄은 모르는구나”(『논어』「공야장」)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저자는 “공자의 일생은 아무래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莫己知]’이 진정한 주조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지‘알아준’ 다음에 저지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결론짓는다.
자로는 공자가 나아가는 것을 왜 그리 격렬하게 반대했을까. 유가의 이상과 세상의 이치는 서로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자가 변하든, 공자가 현실에 무릎을 꿇든 어느 쪽이든 제자 자로는 견디기 힘든 결과이다. 따라서 당연한 반대였다. 하지만 공자는 달랐다. 공자는 세상을 자신의 이상에 맞게 바꿀 자신이 있었다. “나는 주나라의 도를 동쪽에 세울 것이다”라는 말이 바로 그 자신감이다. 공자는 오히려 자로의 걱정을 타박했다. 『논어』 「자한」에서 공자는 자로를 평해 말한다. “함께 배울 수는 있어도 함께 도에 나아가지 못하는 자가 있고, 도에 나아가도 함께 확고하게 서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스승에 대한 자로의 확고하지 못한 믿음을 섭섭해 한 표현이 아니었을까?(105쪽) 저자는 이러한 공자의 자신감을 다소 현실감의 결여된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만약 공자가 염유와 자공, 자로 이 세 제자가 크게 쓰였을 때 그들은 공자가 만들어놓은 이상세계를 벗어나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의 자신감은 줄어들지 않았을까?”라고 말한다.
공자의 떠돌이 생활에서 가장 힘들 때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의 광야에 고립되었을 때다. 이 책의 제4장 ‘광야의 소리’는 국내 독자들이 가장 흥미롭게 읽을 만한 구절들이 많이 등장한다. 육체적·경제적·심리적으로 총체적 난국에 처한 공자의 심리가 매우 예리하게 그려지고 성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랑의 길로 들어선지 9년 째 고립된 공자 일행은 식량이 바닥났다. 기대했던 초나라 소왕이 죽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공자에게는 큰 충격이었다.(117~118쪽) 배가 고프고 춥고 전란 속에 심신은 지쳐갔다. 공자의 내면에 질문이 떠오른다. “나의 도에 무슨 잘못이 있다는 말인가? 내가 왜 여기서 곤란을 겪어야 한단 말인가?” 공자도 이런데 제자들이라고 다르겠는가? 먼저 자로가 화가 나서 공자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상을 품고 부지런히 도를 실천했는데 군자도 이처럼 곤궁할 때가 있습니까?” 그러자 공자가 타일렀다. “군자는 곤궁해도 도를 지키고 실천하지만, 소인은 닥치는 대로 탈선한다”고 말이다. 또 다른 세 명의 제자들도 찾아왔다. “우리는 코뿔소도 호랑이도 아닌데, 왜 정착하지 못하고 광야에서 이리 방황해야 합니까?”(120쪽) 자로가 이 말에 답한다. “우리가 어질지 못해서 세상이 우리를 몰라보는 것 아니겠는가?” 공자는 웃었다. “어진 사람이 반드시 남의 신임을 얻으면 백이와 숙제는 왜 굶어죽었겠느냐?” 자공이 현실적으로 말했다. “왜 선생님은 세상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의 도를 조금도 낮추지 않으십니까?”(121쪽) 그러자 공자가 화를 냈다. “너의 뜻이 어찌 이렇게 천박해졌느냐?” 안회는 공자의 마음을 알아주었다. “받아들여지지 않은 연후에 더욱더 군자의 참모습이 드러날 것입니다. 도를 갖춘 인재를 중요하지 않는 것은 나라를 가진 자의 수치입니다.”(122쪽) 공자는 “자네가 부자가 되면 나는 기꺼이 자네의 재정 관리자가 되겠네.” 말은 이러했지만 공자의 내면은 들끓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특히 안회와 공자의 차이점에 대해서 주목한다. 안회는 자로나 자공과는 달리 도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이 도를 알아주든 말든 ‘자족’할 수 있었다. 공자도 도에 대한 신념은 확고했다. 하지만 제자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못했다. 이것은 안회가 스스로 숨어 살려는 일종의 도가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공자는 세상에 나아가 도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는 도를 세상에 펼치려는 자의 초조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안회보다 더욱 어렵게 극적인 인내와 자기 수양으로 공자가 도를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강조점이 아닐까? 아래는 저자의 정리이다. “세상은 불합리해서 세상을 바꾸려는 모든 노력은 왜곡된다. 이런 불완전한 세상이 완전해지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한 사람의 인격과 인생의 경지를 완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세상을 좌우하기는 힘들지만 자신을 바꿀 수는 있다. 아니 자기 자신만 책임질 수 있는 법이다.”(127쪽)
제5장 ‘나루는 어디에 있는가’에서 공자는 곤경에서 벗어나 채나라 지역으로 간다. 가는 길에 채나라 유민으로 생각되는 여러 은자들을 만난다. 저자는 이 과정을 중계하듯이 보여주면서 ‘숨으려는 자’와 ‘실천하려는 자’의 차이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은자는 세상에서 도피하여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만, 공자는 이와 반대로 세상에 뛰어들어 자아의 완성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자가 은자를 마음속 깊이 공경했지만 둘의 삶은 물과 불처럼 달랐다고 말한다. 공자는 되묻는다. “세상을 도피하여 숨는 것이야 무엇이 어렵겠는가. 천하에 도가 있다면 나도 굳이 바꾸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가 더 나아가서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공자가 채나라 땅으로 가면서 만난 은자들이 던진 그와 같은 말이 비수처럼 그의 가슴에 꽂혔다는 사실! “공자는 마치 팽팽해진 풍선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듯 더 이상 예전처럼 의기왕성하지는 못했다”라는 말이 그렇다. 그래서 공자는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제6장 ‘최후의 좌절’은 공자가 노나라에 돌아온 무렵을 다룬다.
제자들에게 공자의 말씀은 더 이상 절대 진리가 아니었다. 공자의 초기 제자들의 정계 진출은 공자가 노나라에 돌아온 후 엄청나게 활발해졌다. 공서화公西華는 외교 사절로 외국에 나갔고 자유子游는 무성武城의 읍재邑宰가, 자하子夏는 작은 읍인 거부?父의 읍재가 되었다. 유약有若은 애공과 정사를 논했으며, 심지어 훗날 증자曾子의 제자가 된 양부陽膚는 맹씨가 도와 치안을 담당하는 판관으로 등용되었다. 그러나 이들과 공자의 관계는 갈수록 멀어졌다. 제7장에서 저자는 공자와 초기 제자들 간의 입장 차이를 ‘염유’라는 창을 통해서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공자와 제자들의 간극을 그들의 인간적인 모자람이나 배신의 문제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도를 포기하지 않는 자’와 ‘도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자’의 차이임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지적했고, 오히려 그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묘사하는 것을 통해 독자들에게 공자가 말년에 더욱 쓸쓸하게 자신의 도를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다음 문장에서 그렇다. “만일 도를 행하는 것이 편안함과 부귀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상 최고의 도는 도구로 간주해야 하지 않겠는가?”(227쪽)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말한다. 공자에게는 ‘두 세계’가 있었다고 말이다. 그 대목을 아래에 인용한다. “공자의 마음속에는 아마도 깊은 곳에 꼭꼭 숨어 있는 도가적이고 은자적인 세상을 떠나려는 공자와, 바깥으로 드러나는 유가적이고 실천하는 그리고 세상에 쓰이려는 공자가 대화하고 있었을 것이다. 공자가 ‘내려놓을 수 없다’고 한 것은 세상에 쓰이려는 공자가 세상을 떠나려는 공자를 항상 이겨왔음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공자가 진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있는 길에서 은자를 만나거나 스쳐지나간 것은 어쩌면 공자의 마음 속에 은둔하고 있던 또 다른 자신과 대화한 것일 수도 있다.” 저자는 현실 속에 실현할 수 없는 도를 추구한 공자가 마지막에 한 선택이 바로 『춘추春秋』의 집필이었다고 말한다. 공자는 “요순의 법도에 맞춰” 『춘추』를 집필함으로써 자신이 현실에서 실천할 수 없었던 도를 기록하고 후기 제자들에게 도를 전해줬다. 그것은 은둔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를 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미래 세계에 둔 것이었다.
44이병철, 박정미 and 42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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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표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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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공자, 최후의 20년'<신간> '공자, 최후의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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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ok Lee 이계표 절판되어 살 수가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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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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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표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29741&cid=46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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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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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 Hill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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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나는 공자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도 별로 호감을 갖질 못했습니다. 그의 가르침과 그의 행적이 일견 모순된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자의 뜻을 이어왔다는 후대 유가의 행실에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오늘 소개해주신 이 책에서 공자의 삶과 그 고뇌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12/11
Namgok Lee - 한국의 중도파들은 자기 지탱력이 없어요 신복룡 교수 ..
Namgok Lee - 아침 산책길. 마스크에 장갑까지. 라목을 사진에 담았다. 벗은 나무보다는 '라목'이라고 하니까...
2020/12/09
[넬슨 만델라의 서거] 한국은 만델라에게서 무엇을 배울것인가?
[넬슨 만델라의 서거] 한국은 만델라에게서 무엇을 배울것인가?
만델라의 서거에 이어 세계각국의 국가대표부터 민간인 개인까지 애도를 표시한다. 만델라만큼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는 인물은 간디정도를 빼고는 없는 듯하다. 백인이나 흑인이나,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모두가 존경과 애도를 표시한다. 그런데 만델라의 업적의 무엇이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한가지는 흑인들의 인권운동으로서의 흑인차별정책과 싸와온 그의 투쟁이며 리더쉽이겠다. 그러나 그가 존경받는 이유, 또는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다른데 있다. 그것은 흑인들이 권력을 차지했을때 백인들을 숙청하지 않고 그들을 용서하고 그들과 화합하는 길을 선택하여 남아프리카의평화와 안정을 가져오고 세계에 모범을 보였다는 것에 있다.
한국이 남아프리카와 만델라에게서 배울 것은 만델라가 서거하기 전부터 너무나 당연히 과거의 가해자를 용서하고 그들과 화해를 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에서는 첫째로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제까지는 소위 "국민의 정서"라는 이름으로 증오심을 애국심으로 조장하는 길을 택하여 왔다. 일본에서는 그 반일감정에 대한 반응으로 또 반한감정이 일어난다. 밖에서 한국을 드려다 보면, 한국서는 일본에 나쁜일이 일어나기를 바래는 것 같이 보인다. 일본에 지진 같은 나쁜일이 일어나면, "잘 됬다 나쁜 짓을 하니 천벌을 받았다. 조금 더 받아야 한다"하는 반응이 되풀이하여 일어 난다. 그런데 그런 반응에 한 사회로서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런 나라사람들이 만델라를 존경한다는 것은 뭐를 보고 존경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 살면서 이런 지적을 하면 사회적으로 매장될 가능성이 높다. 나도 한국에 살면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한국은 한국의 정신적인 성장을 위해서 일본과 화해를 하여야 겠다. 어린 아이들에게 더 이상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증오를 가르처서는 않된다.
이병철
13 September 2019 ·
-한가위에 한편의 영화와 한 권의 책을/
-영화/'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
-책/'넬슨 만델라의 위대한 협상'
한가위날 아침 하늘이 청명하다.
하늘에도 가을의 빛과 향기가 흠뻑 묻어나는 것 같다.
고맙다. 하늘은 인간사의 선악과 피아의 대결구조를 따지지 않고
눈부신 햇살과 맑은 바람을 차별없고 가림없이 베푼다. 어디에도 편가름과 진영과 정파와 색깔의 구분이 없다. 천지부모라는 말이 가슴에 다가온다.
며칠 전에 본 한 편의 영화가 아직도 가슴 깊은 먹먹함으로 남아 있다. 이 영화를 최근 극심한 진영논리의 진흙탕 속에서 상처받고 좌절한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리라 여겨 함께 권하고 싶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지금과 같은 비이성적 진영논리의 망령에서 하루 속히 깨어나지 못하는 한 이 나라는 망국적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내 예감이 한갓 노파심이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예상되는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고 불길하다.
내가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하는 것은 이해와 입장이 다른 이들을, 서로 적대적 관계로, 원수로 맞섰던 이들을 전쟁과 학살이 아니라 화해와 공생의 길로 어떻게 이끌어 내었던가를 실제로 보여준 한 정치지도자의 일화를 감동적읋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은 추석, 이 연휴동안 이 한 편의 영화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넬슨 만델라가 제시하고 걸었던 그 길이 우리에게도 길과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 권의 책도 함께 소개한다.
책, '넬슨 만델라의 위대한 협상'이다.
나도 이 책은 아직 못 읽어 오늘 주문하려고 한다.
출판사의 책소개 글 한편을 여기에 옮긴다.
한가위 명절, 건강과 평화와 기쁨이 함께 하시기를 마음 모은다.
-문화적으로 맹렬하게 충돌하는
우리 시대의 필독서/
인종 전쟁을 막은
인간적 공감과 합리적 이성의 힘
적의 시선으로 바라본
넬슨 만델라.
'1990년,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 종식이 선언된 뒤 백인들은 흑인들의 보복이 두려웠던 나머지 병력을 모아 무장투쟁을 벌였고, 흑인 극단주의자들은 만델라가 너무 온건하다며 비난했다. 인종 간 대규모 무력 충돌의 위험이 만연해 있었던 것이다.
만델라는 이런 극단적인 대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을 시도한다. 상대는 과거에 남아공 군대를 이끈 장군이자 백인들이 무장투쟁을 이끌 지도자로 추대한 콘스탄드 빌욘이었다. 그는 과거에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인 만델라를 신뢰하지 않았다. 게다가 백인들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력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만델라는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합리적인 이성에 바탕한 진솔한 대화로 빌욘을 설득해낸다. 만델라는 인종차별을 당연시하도록 교육받아온 백인들이 흑인들을 얕잡아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백인들이 정치권력을 장악하려는 흑인들에게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공감한다. 그러곤 이성에 의지하여 “백인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흑인들이 품고 있는 정당한 열망을 조화롭게 풀어갈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이러한 협상으로 빌욘 장군의 마음을 돌림으로써 만델라는 남아공에 민주 정부를 정착시키고 350여 년에 걸친 인종 분규를 종식시킨다.
만델라가 빌욘을 설득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오늘날의 정치 양극화와 문화 충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시사한다. 갈등 상황에서 공감과 이성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수많은 화해 시도가 암울한 결과로 이어지고 마는 것을 수없이 보아온 한국인에게는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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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ok Lee 우리 상황은 만델라가 만난 상황 보다는 덜 심각할지 모릅니다.
그런데 세상사는 그 심각성과 해결의 어려움이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극적인 반전을 가능케도 하는 것 같습니다.…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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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이남곡 형님도 건강과 평화가 함께 하는 한가위 되십시오.
Invictus (film)
Invictus | |
---|---|
![]() Theatrical release poster | |
Directed by | Clint Eastwood |
Produced by |
|
Screenplay by | Anthony Peckham |
Based on | Playing the Enemy: Nelson Mandela and the Game that Made a Nation by John Carlin |
Starring | |
Music by | |
Cinematography | Tom Stern |
Edited by | |
Production company | Liberty Pictures[1] |
Distributed by | Warner Bros. Pictures |
Release date |
|
Running time | 133 minutes |
Country | United States South Africa[1] |
Language | Afrikaans English Māori Southern Sotho Xhosa Zulu |
Budget | $50–60 million[2][3] |
Box office | $122.2 million[2] |
Invictus is a 2009 biographical sports drama film directed by Clint Eastwood and starring Morgan Freeman and Matt Damon. The story is based on the 2008 John Carlin book Playing the Enemy: Nelson Mandela and the Game That Made a Nation about the events in South Africa before and during the 1995 Rugby World Cup. The Springboks were not expected to perform well, the team having only recently returned to high-level international competition following the dismantling of apartheid—the country was hosting the World Cup, thus earning an automatic entry. Freeman and Damon play the South African President Nelson Mandela and François Pienaar, respectively. François was the captain of the South Africa rugby union team, the Springboks.[4]
Invictus was released in the United States on December 11, 2009. The title refers to the Roman divine epithet Invictus and may be translated from the Latin as "undefeated" or "unconquered". "Invictus" is also the title of a poem, referred to in the film, by British poet William Ernest Henley (1849–1903). The film was met with positive critical reviews and earned Academy Award nominations for Freeman (Best Actor) and Damon (Best Supporting Actor). The film grossed $122.2 million on a budget of $50–60 million.[2]
Contents
Plot[edit]
On 11 February 1990, Nelson Mandela is released from Victor Verster Prison after having spent 27 years in jail.[5] Four years later, Mandela is elected the first black President of South Africa. His presidency faces enormous challenges in the post-Apartheid era, including rampant poverty and crime, and Mandela is particularly concerned about racial divisions between black and white South Africans, which could lead to violence. The ill will which both groups hold towards each other is seen even in his own security detail where relations between the established white officers, who had guarded Mandela's predecessors, and the black ANC additions to the security detail, are frosty and marked by mutual distrust.
While attending a game between the Springboks, the country's rugby union team, and England, Mandela recognises that some black people in the stadium are cheering for England, and not their own country, as the mostly-white Springboks represent prejudice and apartheid in their minds; he remarks that he did the same while imprisoned on Robben Island. Knowing that South Africa is set to host the 1995 Rugby World Cup in one year's time, Mandela persuades a meeting of the newly black-dominated South African Sports Committee to support the Springboks. He then meets with the captain of the Springboks rugby team, François Pienaar (Matt Damon), and implies that a Springboks victory in the World Cup will unite and inspire the nation. Mandela also shares with François a British poem, "Invictus", that had inspired him during his time in prison.
François and his teammates train. Many South Africans, both black and white, doubt that rugby will unite a nation torn apart by nearly 50 years of racial tensions, as for many black people, especially the radicals, the Springboks symbolise white supremacy. Both Mandela and Pienaar, however, stand firmly behind their theory that the game can successfully unite the South African country.
Things begin to change as the players interact with the fans and begin a friendship with them. During the opening games, support for the Springboks begins to grow among the black population. By the second game, the whole country comes together to support the Springboks and Mandela's efforts. Mandela's security team also grows closer as the racially diverse officers come to respect their comrades' professionalism and dedication.
As Mandela watches, the Springboks defeat one of their arch-rivals—Australia, the defending champions and known as the Wallabies—in their opening match. They then continue to defy all expectations and, as Mandela conducts trade negotiations in Taiwan, defeat France in heavy rain to advance to the final against their other arch-rival: New Zealand, known as the All Blacks. New Zealand and South Africa were universally regarded as the two greatest rugby nations, with the Springboks then the only side to have a winning record (20–19–2) against the All Blacks, since their first meeting in 1921.
Before the game, the Springbok team visits Robben Island, where Mandela spent the first 18 of his 27 years in jail. There, Pienaar is inspired by Mandela's will and his idea of self-mastery in "Invictus". François mentions his amazement that Mandela "could spend thirty years in a tiny cell, and come out ready to forgive the people who put [him] there".
Supported by a large home crowd of all races at Ellis Park Stadium in Johannesburg, Pienaar motivates his teammates for the final. Mandela's security detail receives a scare when, just before the match, a South African Airways Boeing 747-200 jetliner flies in low over the stadium. It is not an assassination attempt though, but a demonstration of patriotism, with the message "Good Luck, Bokke"—the Springboks' Afrikaans nickname—painted on the undersides of the plane's wings. Mandela also famously arrives onto the field before the match wearing a Springbok cap and a replica of Pienaar's #6 jersey.
The Springboks complete their run by beating the All Blacks 15–12 in extra time, thanks to a drop goal from fly-half Joel Stransky. Mandela and Pienaar meet on the field together to celebrate the improbable and unexpected victory, and Mandela hands Pienaar the William Webb Ellis Cup, signaling that the Springboks are indeed rugby union's world champions. Mandela's car then drives away in the traffic-jammed streets leaving the stadium. As Mandela watches South Africans celebrating together in the street from his car, his voice is heard reciting "Invictus" again.
Cast[edit]
- Morgan Freeman as Nelson Mandela, the head of the African National Congress, who has become the first black President of South Africa
- Matt Damon as Francois Pienaar, the Springboks' captain and blindside flanker
- Tony Kgoroge as Jason Tshabalala
- Adjoa Andoh as Brenda Mazibuko
- Julian Lewis Jones as Etienne Feyder[6]
- Patrick Mofokeng as Linga Moonsamy
- Matt Stern as Hendrick Booyens
- Marguerite Wheatley as Nerine Winter, Pienaar's wife
- Patrick Lyster as François Pienaar's father
- Leleti Khumalo as Mary
- McNeil Hendricks as Chester Williams, the Springboks' left wing and the only black player on the team
- Scott Eastwood as Joel Stransky, the Springboks' fly half and goal kicker
- Zak Feaunati as Jonah Lomu, the All Blacks' left wing, considered the best player in the world
- Grant L. Roberts as Ruben Kruger, the Springboks' openside flanker
- Rolf E. Fitschen as Naka Drotské, the Springboks' reserve hooker
- Vaughn Thompson as Rudolf Straeuli, the Springboks' reserve flanker
- Robin B. Smith as Johan de Villiers, sport commentator.
- Charl Engelbrecht as Garry Pagel, the Springboks' reserve prop
- Graham Lindemann as Kobus Wiese, the Springboks' number 4 lock
- Louis Minnaar as Springbok Coach
- Sean Cameron Michael as Springbok Equipment Manager
- Danny Keogh as Louis Luyt
- Bonnie Henna as Zindzi Mandela-Hlongwane
- Kgosi Mongape as Sipho
- David Dukas as the pilot of the Boeing 747 who flew low over Ellispark Stadium just prior to the appearance of Mandela on the field before the game started
- Hennie Bosman as Racist Rugby Coach
Production[edit]
The film is based on the book Playing the Enemy: Mandela and the Game that Made a Nation by John Carlin.[7] The filmmakers met with Carlin for a week in his Barcelona home, discussing how to transform the book into a screenplay.[8] Filming began in March 2009 in Cape Town. Primary filming in South Africa was completed in May 2009.[8]
Morgan Freeman was the first actor to be cast, as Mandela. Matt Damon was then cast as team captain François, despite being significantly smaller than him[9] and much smaller than members of the current Springbok squad.[10] He was given intensive coaching by Chester Williams, another star of the 1995 team, at the Gardens Rugby League Club.[11] "In terms of stature and stars, this certainly is one of the biggest films ever to be made in South Africa," said Laurence Mitchell, the head of the Cape Film Commission.[12] On March 18, 2009, Scott Eastwood was cast as flyhalf Joel Stransky (whose drop goal provided the Springboks' winning margin in the 1995 final).[13] Over Christmas 2008, auditions had taken place in London to try to find a well-known British actor to play Pienaar's father, but in March it was decided to cast a lesser-known South African actor instead.[14] Zak Fe'aunati, who had previously played professionally for Bath, was cast as Jonah Lomu,[15] while Grant L. Roberts was cast as Ruben Kruger, who was the Springboks' other starting flanker in 1995. Chester Williams was also involved with the project to teach rugby to those of the cast playing players who had not played it before, while Freeman and Williams also became involved with the ESPN 30 For 30 film The 16th Man. Filming of the final also took place on location at Ellis Park Stadium, the actual venue for the 1995 final.
Release[edit]
Invictus opened in 2,125 theaters in North America at #3 with US$8,611,147 and was the largest opening for a rugby-themed film. The film held well and ultimately earned $37,491,364 domestically and $84,742,607 internationally for a total of $122,233,971, above its $60 million budget.[2]
Home media release[edit]
The film was released on May 18, 2010 on DVD and Blu-ray Disc. Special features include
- Matt Damon Plays Rugby
- Invictus music trailer
The Blu-ray release included a digital copy and additional special features:
- Vision, Courage and Honor: Diplo and the Power of a True Story
- Mandela Meets Morgan
- The SmoothieWolf Factor documentary excerpts
- Picture-in-Picture exploration with cast, crew and the real people who lived this true story
Reception[edit]
The film was met with generally positive reviews. Review aggregate Rotten Tomatoes reports that 77% of critics have given the film a positive review based on 244 reviews, with an average score of 6.61/10. The website's critical consensus is: "Delivered with typically stately precision from director Clint Eastwood, Invictus may not be rousing enough for some viewers, but Matt Damon and Morgan Freeman inhabit their real-life characters with admirable conviction."[16] On Metacritic, the film has a weighted average score of 74 out of 100, based on 34 critics, indicating "generally favorable reviews".[17]
Critic David Ansen wrote:[18]
Anthony Peckham's sturdy, functional screenplay, based on John Carlin's book Playing the Enemy, can be a bit on the nose (and the message songs Eastwood adds are overkill). Yet the lapses fade in the face of such a soul-stirring story—one that would be hard to believe if it were fiction. The wonder of Invictus is that it actually went down this way.
Roger Ebert of the Chicago Sun-Times gave the film three-and-a-half stars[19] and wrote:
It is a very good film. It has moments evoking great emotion, as when the black and white members of the presidential security detail (hard-line ANC activists and Afrikaner cops) agree with excruciating difficulty to serve together. And when Damon's character—François Pienaar, as the team captain—is shown the cell where Mandela was held for those long years on Robben Island. My wife, Chaz, and I were taken to the island early one morning by Ahmed Kathrada, one of Mandela's fellow prisoners, and yes, the movie shows his very cell, with the thin blankets on the floor. You regard that cell and you think, here a great man waited in faith for his rendezvous with history.
Shave Magazine's Jake Tomlinson wrote:[20]
Eastwood's film shows how sport can unify people, a straightforward and moving message that leaves audiences cheering. The sports, accurate portrayal and the solid storyline earn this movie a manliness rating of 3/5. However, the entertainment value, historical accuracy and strong message this movie delivers earn it an overall rating of 4.5 stars. Definitely, worth seeing.
Variety's Todd McCarthy wrote:[21]
Inspirational on the face of it, Clint Eastwood's film has a predictable trajectory, but every scene brims with surprising details that accumulate into a rich fabric of history, cultural impressions and emotion.
Awards and honors[edit]
Organization | Award | Person | Result | Ref |
---|---|---|---|---|
Academy Awards | Best Actor | Morgan Freeman | Nominated | [22] |
Best Supporting Actor | Matt Damon | Nominated | ||
Broadcast Film Critics Association Awards | Best Film | Nominated | [23] | |
Best Director | Clint Eastwood | Nominated | ||
Best Actor | Morgan Freeman | Nominated | ||
Best Supporting Actor | Matt Damon | Nominated | ||
Cesar Awards | Cesar Award for Best Foreign Film | Nominated | [24] | |
ESPY Awards | Best Sports Movie | Nominated | [25] | |
Golden Globe Awards | Best Actor in a Leading Role – Motion Picture Drama | Morgan Freeman | Nominated | [26] |
Best Supporting Actor – Motion Picture | Matt Damon | Nominated | ||
Best Director – Motion Picture | Clint Eastwood | Nominated | ||
Movieguide Awards | Faith & Freedom Award for Movies | Won [notes 1] | [27] | |
NAACP Image Awards | Outstanding Actor in a Motion Picture | Morgan Freeman | Won | [28] |
Outstanding Motion Picture | Nominated | [29] | ||
Outstanding Writing in a Motion Picture (Theatrical or Television) | Anthony Peckham | Nominated | ||
National Board of Review | Freedom of Expression Award | Won | [30] | |
NBR Award for Best Director | Clint Eastwood | Won | ||
NBR Award for Best Actor | Morgan Freeman | Won [notes 2] | ||
Producers Guild of America Award | Darryl F. Zanuck Producer of the Year Award in Theatrical Motion | Clint Eastwood, Rob Lorenz, Lori McCreary, Mace Neufeld | Nominated | [31] |
Screen Actors Guild Awards | Outstanding Performance by a Male Actor in a Leading Role | Morgan Freeman | Nominated | [32] |
Outstanding Performance by a Male Actor in a Supporting Role | Matt Damon | Nominated | ||
WAFCA Awards | Best Actor | Morgan Freeman | Nominated | [33] |
Best Director | Clint Eastwood | Nominated | ||
Visual Effects Society Awards | Outstanding Supporting Visual Effects in a Feature Motion Picture | Michael Owens, Geoff Hancock, Cyndi Ochs, Dennis Hoffman | Nominated | [34] |
- ^ tied with The Stoning of Soraya M.
- ^ tied with George Clooney for Up In The Air
Soundtrack[edit]
- "9000 days" – Overtone with Yollandi Nortjie
- "Invictus Theme" – Kyle Eastwood and Michael Stevens
- "Colorblind" – Overtone
- "Siyalinda" – Kyle Eastwood and Michael Stevens
- "World in Union 95" – Overtone with Yollande Nortjie
- "Madiba's theme" – Kyle Eastwood and Michael Stevens
- "Hamba Nathi" – Overtone with Yollande Nortjie
- "Thanda" – Kyle Eastwood and Michael Stevens
- "Shosholoza" – Overtone with Yollande Nortjie
- "Inkathi" – Kyle Eastwood and Michael Stevens
- "Ole Ole Ole—We Are The Champions" – Overtone with Yollandi Nortjie
- "Enqena (Anxious)" – Kyle Eastwood and Michael Stevens
- The South African National Anthem – Overtone
- "Ukunqoba (To Conquer)" – Kyle Eastwood and Michael Stevens
- "Victory" – Soweto String Quartet
- "Xolela (Forgiveness)" – Kyle Eastwood and Michael Stevens
- "The Crossing (Osiyeza)" – Overtone with Yollandi Nortjie
- "9,000 days (acoustic)" – Emile Welman
See also[edit]
References[edit]
- ^ Jump up to:a b "Invictus". American Film Institute. Retrieved February 26,2017.
- ^ Jump up to:a b c d "Invictus". Box Office Mojo. Retrieved February 13, 2015.
- ^ Thompson, Anne (June 10, 2009). "Produced By Conference: Are Boomers Abandoning Movies?". Variety. Archived from the original on June 14, 2009. Retrieved February 13, 2015.
- ^ Stephensen, Hunter (March 14, 2009). "First Look: Clint Eastwood's The Human Factor with Matt Damon". Slash Film. Archived from the original on 2012-06-04. Retrieved March 31, 2009.
- ^ Archive: Nelson Mandela's 'walk to freedom' in 1990 after his release from prison, retrieved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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