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8

[김조년] 스스로 제 발로 서서, 그러나 또 함께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스스로 제 발로 서서, 그러나 또 함께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스스로 제 발로 서서, 그러나 또 함께
기자명 금강일보   입력 2022.05.17 13:36  수정 2022.05.17 13:4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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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명예교수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 놀이 할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하며 놀이동무들을 모으던 아주 좋은 기운은 또 다른 방향으로 틀어져 아주 나쁜 기운으로 작용할 때도 참 많다. 아마 모든 사람은 어렸을 때나, 학교에 다닐 때, 또는 사회생활을 할 때 이런 방법으로 자기 패를 모으고 힘을 자랑하던 분위기가 있던 것을 많이 경험하였을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든 힘이 센 쪽, 즉 공부를 잘하든가, 운동을 잘하든가, 그림을 잘 그리고 노래를 잘하든가, 글을 잘 쓰거나 말을 잘하든가 아니면 특별히 예쁘든가 멋지게 생겼다든가, 그렇지 않지만 어떤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 모으는 재주가 있든가 할 때는 그런 방법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잘난 힘으로 사람을 모아 자기편을 만들고 거기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따돌리고 골리고 어렵게 만들던 일들도 매우 많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와 반대로 약하든가 좀 남에게 떨어지든가 하는 사람들은 자기편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려고 애를 써보아도 잘 안 되어 언제나 이리저리 밀리고 채이던 일들이 있었던 것도 기억할 것이다. 이런 모습은 온갖 곳에 다 있는 듯이 보인다. 특히 정치계나 국제관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노골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평화로운 시대는 덜 하지만, 전쟁상황이나 어떤 위기상황이 왔을 때는 아주 분명하게 이런 힘모으기, 패거리짓기가 노골화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아주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금방 안다. 그 전쟁에 미국이 개입하고 나토가 개입하면서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게 되어 간다. 한 지점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런 전쟁상황이 펼쳐진 데는 아주 복잡한 이유와 계산이 있었겠지만, 그것이 진전되면서 문제는 간단히 되지 않고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삶의 터전을 떠나서 피난하고, 상당히 많은 도시와 건물과 시설들이 파괴되고 어마어마한 것들이 잿더미로 변한다. 고도로 개발된 첨단무기들이 동원된다. 이렇게 하여 매일 매순간 파괴되고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일들이 벌어지지만, 이렇게 되면 될수록 더 힘을 확장하고 돈을 벌고 윤택해지는 세력이 있다. 군수산업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기업과 나라들이다. 충돌지점은 파괴되고 한없이 괴로움을 당하지만, 그곳에 강력한 무기를 보내고 싸움을 부추기는 세력은 언제나 이득을 본다. 그러나 혼자서 그 일을 감당하기에는 언제나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온갖 명분을 내세워 다른 세력들이 그 전쟁에 참여하기를 독려한다. 여기에 두 세력들은 온 세계의 다른 세계들을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ㆍ일ㆍ호주ㆍ인도가 참여하는 동맹체인 쿼드(Quad)에 참석하는 길에 한국에 와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다. 취임한지 열흘 남짓에, 아직 업무파악이나 국제정세에 대한 판단과 감각이 세워지지 않아 분명한 방향이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감한 시기에 세계에서 강력한 나라의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특히 현대역사에서, 한ㆍ미 사이는 동맹관계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족속관계라고 할만큼 기울어진 상황이었는데, 지금 만나는 것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일정을 거부하거나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매우 불편한 사실관계의 이야기들이 오고갈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것들은 언제나 힘의 역학관계다. 국익이라는 것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명분은 항상 평화롭고 평등한 국제질서를 귀하게 한다는 것을 내세운다. 이러한 때 약한 세력은 자주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불리한 대화에 참여하고 이끌려 간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에는 많이 듣고,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고 다음 만남을 약속하는 정도로 하되, 무엇인가를 쉽게 결정하지 않는 만남이 되면 좋겠다.


 
물론 국제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합종연횡을 반복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독자노선을 당당하게 걸어야 하는 것도 상식이다. 언론에도 가끔 나오고 실제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군사참여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고급살상무기를 직접이든 간접으로든 지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예를 들어 한국산 고급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기 곤란하면 미국을 통하여 지원하도록 미국이 중간역할을 하겠다는 식의 꼼수를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단 말이다. 지금은 과학과 기술이 서로 얽혀 있는 때이기 때문에, 어느 첨단무기가 어느 나라 어느 블록의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뒤섞여 있다. 수없이 복잡한 기술제휴를 통하여 만들어진 것들이다. 다시 말하면 러시아의 기술협력이나 지원을 통하여 만들어진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내서 그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고 할 때 얼마나 더 복잡하고 놀라울 것인가?

그 대신 아주 고급스런 평화체계를 이루는데 노력하면 좋겠다. 쿼드(Quad)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인도ㆍ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인 IPEF에 가입한다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인 CPTPP에도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언제나 노력했듯이 한ㆍ중ㆍ러ㆍ일ㆍ몽ㆍ북한을 엮는 동북아시아 평화와 문화 그리고 경제를 긴밀히 교류하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 상대방을 고립시키고 누르기 위한 공동체를 꾸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화해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공동체를 꾸리는 데 노력하면 좋겠다. 힘의 관계는 종속관계일 가능성이 크지만, 평화관계는 대등한 자리에 서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어느 세력과든 적대관계를 만들 일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미국에 끌려가는 대화가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