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행복하게 살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기자명 금강일보 입력 2022.05.03 15:00 수정 2022.05.03 15:0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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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 명예교수
[금강일보] ‘딱지치기 할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제기차기 할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여러 동무들이 있는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으면 누구인가가 주먹쥐고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리면서 이렇게 노래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 함께 하고 싶은 아이들은 또 그렇게 외치면서 엄지손가락을 잡고 자기 것을 위로 빼 세웠다. 몇 아이들이 거기에 손가락을 잡고 자기 엄지손가락을 올려 몇 사람을 더 불렀다. 이렇게 모아진 아이들끼리 한 동아리가 되어서 자기들이 놀고 싶은 놀이를 하였다.
오늘 나는 ‘행복하게 살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 하고 함께 놀 사람들을 부르고 싶다. 모든 사람은 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또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물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사람들 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행복은 어떤 객관화할 수 있는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본다. 행복은 느낌이면서 선언이요 의지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오늘 행복을 느껴보고, 나는 행복하다고 선언하고, 행복해야 하겠다고 의지를 표현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나는 지난 여섯 달 동안 행복하였다.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았다. 나는 지난 2월 7일부터 18일까지 대전 NGO 지원센터에서, 그리고 3월 29일부터 4월 10일까지 옛 충청남도 관사촌 ‘테미오래’에서 ‘홀로 그리고 함께’라는 주제로 붓글씨 전시회를 가졌다. 나는 붓글씨 전문가는 아니지만, 생활붓글씨를 쓰고 싶었고, 그것을 나누고 싶었다. 매년 한 번씩 전시를 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그 동안은 유영모 선생과 함석헌 선생의 글 중에서 적절한 것을 뽑아서 썼다. 이번에는 여러 친구들의 도움말로 내가 쓴 글에서 뽑아서 써보았다. 특히 작년에 낸 내 칼럼집 '홀로 그리고 함께'에서 뽑아 쓰기로 하였다. 11월과 12월에 어느 문장을 어떻게 쓸까를 생각하면서 꼼꼼히 읽었다. 사실 나의 경우, 자기의 글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별로 흥미 있는 일도 아니고, 어떤 흥분이나 감동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루하지만 적절한 문장을 가려뽑아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읽었다. 30여 가지로 줄여 골랐다.
글씨를 쓰고, 작품을 만들 때는 어떤 분명한 전시목적이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미얀마가 다시 생각이 났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민주화를 꿈꾸던 기운이 꺾이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저항하다가 죽고, 고향에서 쫓겨나 난민이 되는 상황을 뉴스를 통하여 보았다. 맘이 많이 아팠다. 우리 사회의 군사정권 시절에 대한 생각이 겹쳐서 났다. 그 때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들, 직접 우리와 관계를 맺지 않았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사람들을 돕고, 지지하던 것을 생각했다. 그런 나라와 민족과 인종과 종교를 넘는 함께함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던가를 생각했다. 미얀마에도 그런 기운이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친구들과 상의하여 붓글씨 전시를 미얀마의 민주화를 돕는 후원금 마련으로 하기로 하고 전시회 제목은 책 제목 그대로 ‘홀로 그리고 함께’로 결정하였다.
글씨는 내가 후원하기로 하였다. 써야 할 글자 수가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집중력을 많이 필요로 하였다. 정성을 많이 들였다.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인쇄를 하고, 입간판을 만드는 것을 친구들이 후원하였다. 코로나 상황이 부드러워지지 않았기에 많이 염려하였다.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동시에 있는 것이 아니기에 조심하면서 하기로 하였다. 대전문화재단에서 금년부터 관리하는 ‘테미오래’에서 한 번 더 전시할 것을 제안 받아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시작하는 날은 쿠데타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꾸린 저항단체라고 해야 할 ‘미얀마공화국 한국대표부’에서 보낸 한 사람이 와서 미얀마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사회와 노래로 후원한 친구도 있었다. 내 아내와 나는 매일 전시장에 가서 정성스럽게 찾아오는 친구들을 맞이하였다. 이렇게 하여 두 번에 걸쳐 전시한 작품들이 완전히 다 팔렸다. 어떤 글은 여러 분들이 겹치게 주문하여 다시 써서 보내드렸다. 근 80여 분이 작품을 사주었고 아주 많은 분들이 기쁘고 행복한 맘으로 그냥 후원하여 주었다. 오늘까지 통장에 들어온 것을 살피니, 들어간 경비를 제외하면 1400만 원을 후원할 수 있게 됐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 아름답고 아픈 마음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참 고마웠다. 사람은 이렇게 선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맘이 들어 기뻤다. 친구들과 상의하여 두 기관에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은 맘이 생겼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을 꾸미는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여러 해 전 '표주박통신'을 통하여 ‘상서로운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약 800만 원 정도가 모아졌다. 그것을 다시 살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분이 좋거나, 어떤 기쁜 일이나 행복한 일이 있을 때는 맘에 잡히는 얼마의 돈을 내는 일이다. 그것을 각자 자기의 작은 저금통에 넣었다가 일정한 때 그것을 ‘상서로운 기금’에 넣는 것이다. 돈이 남아서가 아니라,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고 느낄 때, 그 귀한 기운을 약간의 돈에 담아 넣는 일이다. 그렇게 모아진 돈으로 누구인가 절실히 필요한 분에게 이자 없이 빌려주는 일이다. 빌려간 그분의 일이 풀리고 돈이 생기면 원금만 갚는 일을 하자는 취지였다. 이 일을 다시 시작하고 살리고 싶다. 행복하고 싶은 사람,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놀라운 기운을 모으고 펼치자는 것이다. 함께할 사람은 여기여기 붙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