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6

▒ 한국문화교류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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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본의 팽창주의 정책은 단순히 일본의 정치적 책략이나 미국의 정치적 지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큰공을 들여 추진되어 온 문화적 전략의 산물이기도 하다. 문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생각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문화적 변화는 곧 삶의 변화이자 사람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일본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문화적 전략이야말로 우리가 일본의 팽창주의에 맞서기 위해 주목해야 할 중요한 대상이다. 

다시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조선이 을사늑약을 강요받고 있을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테어도르 루즈벨트는 일본에 관한 한 권의 책을 읽고 일본을 사랑하게 되었다.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가 1899년에 영어로 쓴 ‘무사도’라는 책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홋카이도대학 출신의 농학자였을 뿐만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학을 세운 인물이고, 일본에서는 드문 기독교도였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천황신도를 합리화한 제국주의자였다. 그가 쓴 ‘무사도’는 서구 사회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로써 일본은 서구 사회에서 신비롭고 우아한 나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50년대 초에 라이샤워는 ‘일본의 근대화’라는 논문을 써서 일본을 동양에서 가장 훌륭한 국가로 설명했다. 이런 논문의 바탕에도 역시 니토베 이나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일본의 ‘무사도’는 서구 대중문화에서 서구의 ‘기사도’에 필적하는 동양의 문화유산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로버트 드니로가 주연한 ‘로닌’이라는 제목의 영화에서 ‘로닌’이란 사실 ‘낭인’의 일본 발음이다. 대륙침략의 첨병이자 명성황후 시해의 주범인 승냥이 무리들이 서구에서는 ‘고독한 영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