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3

달라이라마와의 대담집 ‘용서’저자 빅터챈 서울에 - 불교신문

달라이라마와의 대담집 ‘용서’저자 빅터챈 서울에 - 불교신문:



달라이라마와의 대담집 ‘용서’저자 빅터챈 서울에

승인 2004.11.05



30여년전 인도 다람살라에서 발목까지 오는 검은 망토와 뒤로 묶은 말총머리, 희한하게 자란 염소수염 차림의 중국인 청년과 달라이라마는 처음 만났다. 

이후 이들은 인도에서 아일랜드까지 함께 명상과 강연회에 동행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당시 물리학을 전공했던 청년학도는 이제 긴 머리가 짧아지고, 동양학 전공자가 돼 달라이라마와 함께 ‘용서’를 전파하기 위해 나섰다. 이들의 만남은 우리가 ‘적’이라고 부르는 모든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용서’를 통해 그들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달 30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빅터 챈교수는 달라이라마와의 대담집 〈용서〉(오래된 미래)의 공동저자로 방한했다.

“달라이라마는 용서가 이기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지요. 용서하는 사람은 만족을 얻고, 평화로운 마음을 얻게 되기 때문이지요.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이자 사랑입니다.”

지난 2일 만난 챈 교수는 어려서부터 한자와 태극권 계통의 타이치를 배우며 불교권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자동차로 네델란드에서 출발해 아프가니스탄까지 여행을 하던 중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 “그 때 동행했던 뉴욕출신 여성이 달라이라마에게 보내는 소개장을 소지한 것이 인연이 돼 달라이라마를 처음 만났습니다.”

지난 주까지도 인도 뉴델리에서 달라이라마와 함께 한 그는 가장 가까이에서 달라이라마를 지켜보고 있다. 이번 출간된 〈용서〉도 달라이라마의 농담과 웃음 등 삶을 영화처럼 보여주고 ‘용서하라, 그래야만 행복해진다’는 핵심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일상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이 책에서 달라이라마는 오후불식을 어기고 비스킷을 먹기도 하는 모습 이면에, 지진 피해를 입은 대만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티베트인을 위한 기금을 돌려주며 나눔을 실천하고, 자비와 상호의존의 가르침을 설하고 있다.

<빅터첸과 류시화>

챈 교수와 달라이라마의 대화 한 구절. 챈 교수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이 중국인을 미워하는가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을 진심으로 용서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관대함에 너무도 놀랐습니다”라고 하자 달라이라마는 “그것이 불교도의 수행입니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티베트 수행자들이 비슷합니다. 용서와 자비는 수행의 중요한 부분입니다”라고 말한다.

챈 교수는 라싸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4-5년 전부터는 중국인 순례객들이 늘고 있는 것도 큰 변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 달라이라마의 인적교류는 티베트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의 의도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달라이라마는 3년전부터 3차례에 걸쳐 사절단을 중국에 보내는 등 중국과의 관계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첫 방한에서 그는 달라이라마의 ‘한국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갖고 왔다. 달라이라마는 메시지를 통해 “한반도는 불행하고 슬프게도 남과 북으로 분단돼 있으며, 남한 내에서도 종교,믿음,이해의 차이에 따라 다툼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그럴수록 용서의 실천이 중요하며, 그것이 인간애 가득한 사회를 만듭니다”라고 전했다. 챈 교수는 “달라이라마는 불교도들이 많은 한국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 달에는 뉴델리에서 3일동안 200여명의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특별법문도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챈 교수는 3일 광주 대원사 티베트 박물관에서의 강연 등 일정을 마친 뒤 5일 출국할 예정이다.

임나정 기자 muse724@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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