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김정일과 카스트로가 경제위기를 만났을 때 - 북한과 쿠바 경제의 위기와 개혁
김정일과 카스트로가 경제위기를 만났을 때 - 북한과 쿠바 경제의 위기와 개혁
신석호 (지은이) | 전략과문화 | 2008-11-10
반양장본 | 354쪽 | 152*223mm (A5신) | 496g | ISBN : 9788995986899
‘경제위기’와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개혁’이라는 이론과 개념의 틀로 1989년 이후 북한과 쿠바의 역사를 비교함으로써 북한과 쿠바 체제, 궁극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책.
추 천 사
프롤로그
제1장 사회주의 경제의 위기와 개혁
제1절 북한과 쿠바의 엇갈린 20년
제2절 경제위기와 개혁의 정치경제
제3절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제2장 경제위기 이전의 초기조건들
제1절 정치적 초기조건
제2절 경제적 초기조건
제3절 종속과 의존의 대외경제
제4절 소결론
제3장 경제위기와 대응의 정치학
제1절 1990년대 경제위기의 내용
제2절 북한과 쿠바 국가의 대응
제3절 북한 경제위기의 심화와 대응
제4절 소결론
제4장 경제위기와 대응의 경제학
제1절 경제개혁의 전개와 성격
제2절 1990년대 쿠바 경제개혁의 성과
제3절 2000년대 북한 경제개혁의 성과
제4절 소결론
제5장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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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신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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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_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장 겸 동아닷컴 미디어콘텐츠본부장
_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연구위원
_ 북한학 박사(경제.IT 전공)
북한과 남북관계, 한반도 안보 문제를 탐구하는 24년차 기자. 신문기자로는 처음으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금강산을 시작으로 2008년 개성공단까지 모두 아홉 차례 북한 현지를 방문해 취재했다. 일곱 차례 평양을 방문하며 백두산과 묘향산, 남포 등 북한 이곳저곳을 탐방했다. 동아일보의 종합편성TV인 채널A 개국멤버인 신방겸영 기자이다.
1970년 서울에서 ...
김정일과 카스트로가 만난다면?!
김정일과 카스트로의 회동
책은 2008년 봄 어느 날, 쿠바 카스트로 공산당 제1서기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쿠바 아바나 시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카스트로는 1959년 1월 혁명에 성공한 후 59년 동안 쿠바를 이끌어 오다 얼마 전 혁명 후배(동생 라울 또는 제3의 소장파)에게 정권을 물려주고 자유인이 된 상태다. 1990년대 초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로 ‘특별한 시기’라는 극심한 경제위기에 빠졌지만 즉시 경제개혁을 단행했고 2000년대에는 베네수엘라 및 중국 등의 지원 덕분에 나라 경제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반면 김정일은 1970년대 초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가 된 뒤 1985년 이후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해 왔고 지금까지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쿠바와 같은 이유로 국가적 경제위기를 경험했지만 경제개혁 대신 핵을 통한 체제 생존을 도모했다. 그러다 경제위기가 심화돼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 ‘고난의 행군’ 시절을 겪었다. 2000년대 들어 뒤늦게 경제개혁을 단행했으나 경제 회복 속도는 더디고 핵 문제 해결도 마음 같지 않다.
왜 북한과 쿠바인가?
이날 대화에서 김정일은 카스트로와 20년 전 했던 내기에서 자신이 졌음을 시인한다. 1989년 11월 동독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두 사람은 평양에서 긴급 회동을 가지고 사태의 심각성과 대처방안을 논의한 뒤 내기를 건다. 카스트로는 동독의 붕괴가 현실 사회주의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며 이 경우 이들 나라에서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받아 온 쿠바와 북한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실패를 인민들에게 솔직하게 시인하고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개혁을 빨리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일은 생각이 달랐다. 동독은 무너져도 소련은 결코 망할 수 없다고 봤다. 설령 소련이 무너지고 경제가 어려워지더라도 군대를 강화하고 인민들의 사상 무장을 단단히 하면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인민들이 알면 체제가 무너질 수 있으므로 솔직한 시인이나 개혁은 있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이에 두 사람은 내기를 했다. 20년 뒤 틀린 사람이 상대를 방문해 실패를 시인하고 반성하자고 말이다.
생생한 현장취재기에 학자로서의 문제의식을 더한 책?!
1989년과 2008년 두 ‘현존’ 사회주의 정상의 만남은 물론 픽션이다. 그러나 두 번의 설정된 만남을 제외하면 책의 모든 내용은 저자가 6년 동안 끈질기게 추적하고 검증한 역사적 사실(史實)로 채워져 있다. 역사를 재구성해 나가는 문제의식은 간결하고 선명하다. 소비에트 블록의 경제적 지원으로 살아온 두 나라는 1989년 탈냉전과 함께 유사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그런데 대응은 달랐다. 쿠바는 위기 초기에 과감한 경제개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그 결과 쿠바는 전 국민에 대한 배급제와 무상 의료, 교육 등 사회주의 경제의 장점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북한은 위기 초기에 과감한 경제 개혁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위기가 심화됐고 사회주의 경제가 근본부터 무너졌다. 현재 북한 경제는 사회주의 경제의 장점을 상당부분 잃어버렸다. 전 국민에 대한 배급제나 의료 및 교육혜택은 고사하고 당장 외부 식량 지원이 없이는 또다시 아사 사태가 올 판이다.
왜 두 나라는 비슷한 위기에 다르게 대응했을까. 문제의식은 더 깊어진다.
①왜 쿠바는 위기 초기에 개혁을 단행할 수 있었고 북한은 그렇지 못했는가?
②북한의 개혁 지연은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③1990년대 북한 경제의 변화는 2000년대 개혁과 어떤 관계인가?
요컨대, 이 책은 ‘경제위기’와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개혁’이라는 이론과 개념의 틀로 1989년 이후 북한과 쿠바의 역사를 비교함으로써 북한과 쿠바 체제, 궁극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경제위기는 경제사에 보편적인 현상이다. 1970년대 선진국들은 1차 석유파동에 따른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1980년대의 제3세계 국가들은 외채위기를 겪었다. 1990년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를 겪었다. 유사한 위기에도 잘 대응하는 국가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국가들이 있다. 왜 그럴까?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별 대응을 비교해 우등국과 열등국의 공통점을 도출한 연구서들이 많다. 이렇게 축적된 전 세계의 이론적 자원을 모아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 쿠바에 처음으로 적용해 보았다는데 이 책의 세계적인 독창성이 있다.
현직 언론인인 저자는 위 문제를 풀기 위해 2002년부터 북한과 쿠바 공부에 돌입했다. 그 동안 북한 현지를 일곱 차례 다녀왔으며, 북한 관료 등 현지인과 탈북자 수십 여 명을 인터뷰했다. 또한 사재를 털어 홀로 쿠바에도 다녀왔다. 그러한 땀과 노력의 결정체가 이 책이다.
북한학 박사가 제시하는 해법?!
저자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권력엘리트들은 위기에 대응해 개혁을 하지 않은 것이라기보다 개혁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다양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쿠바와 북한의 차이를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은 두 가지라고 주장한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정치적 소통이 얼마나 원활했는가와 권력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그것이다.
북한의 경제개혁 지체 원인①: 소통의 부재 - ‘제의서 정치’와 ‘측근 정치’에 매몰된 북한
먼저 소통의 문제다. 위기에 처한 국가가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권력자들이 경제가 위기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위기의 피해를 가장 먼저 받는 인민대중의 신음이 권부에 신속하게 전달돼야 한다. 반대로 권력자가 개혁을 하려면 경제가 위기라는 사실을 인민대중에게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혁명 이후 대중연설을 통해 인민들과 1대 1 직접 대화 방식을 발전시켜 온 카스트로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만든 수령의 절대성이라는 장막 속에 숨어 통치했던 김정일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제의서 정치’와 ‘측근 정치’에 매몰됐다. 우선 인민들의 절규가 최고지도자와 권력엘리트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최고지도자는 자신과 아버지의 경제적 실정(失政)을 인민들에게 고백할 수 없을 정도로 스스로를 신격화한 상태였다.
북한의 경제개혁 지체 원인②: 비정상적인 ‘수령경제’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다음으로 불평등의 문제다. 여느 사회주의 국가들에서처럼 카스트로와 권력엘리트들도 각종 경제적 특권을 누렸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자신과 권력엘리트, 인민대중을 같은 국민경제의 틀 안에서 먹여 살렸다. 때문에 경제위기가 오자 권력자들도 인민대중과 비슷하게 배가 고파졌다. 권력자들은 인민들이 바라는 개혁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은 달랐다.
김정일은 아버지의 후계자가 된 1970년대 이후 당과 군대의 권력엘리트들을 일반 국민경제와는 별도로 운영되고 비정상적으로 특권적인 ‘수령경제’를 통해 먹여 살렸다. 경제위기가 왔지만 국내 희소자원에 대한 독점권을 가진 수령경제는 한 동안 송이버섯과 금 등을 해외에 팔아 그럭저럭 상대적 특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인민들은 굶어 죽어갔지만 권력자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 경제개혁을 시도할 만큼 배가 고프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무거운 정치경제적 논의만 담는 것은 아니다. 최근 20년 동안 북한과 쿠바 사회주의 경제가 변화해 온 모습을 팩트 중심으로 추적한다. 쿠바의 다양한 상점과 시장을 돌아다녀본 경험과 쿠바인들이 ‘사적 연결망’을 통해 ‘부족의 경제’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남한 사람들에게는 접근이 제한된 북한의 시장과 인민들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쿠바의 경험을 북한에 적용할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햇볕정책 10년’이 가고 이명박 새 정부의 상생 공영 대북정책이 시작됐다. 북한을 보는 시각과 평가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쿠바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북한은 한국의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대북정책 결정권자와 북한문제 전문가, 그리고 한국의 새 정부에 적응해 가야 할 북한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 책이 무거운 정치경제적 논의만 담는 것은 아니다. 최근 20년 동안 북한과 쿠바 사회주의 경제가 변화해 온 모습을 팩트 중심으로 추적한다. 쿠바의 다양한 상점과 시장을 돌아다녀본 경험과 쿠바인들이 ‘사적 연결망’을 통해 ‘부족의 경제’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소개하면서 남한 사람들에게는 접근이 제한된 북한의 시장과 인민들의 생활상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쿠바의 경험을 북한에 적용할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햇볕정책 10년’이 가고 이명박 새 정부의 상생 공영 대북정책이 시작됐다. 북한을 보는 시각과 평가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쿠바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북한은 한국의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새 정부의 대북정책 결정권자와 북한문제 전문가, 그리고 한국의 새 정부에 적응해 가야 할 북한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