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5

[식민지조선][여성학][책] <두 조선의 여성 : 신체.언어.심성> 황상익 | 장석만 | 김호 |...

[식민지조선][여성학][책] <두 조선의 여성 : 신체.언어.심성>
황상익 | 장석만 | 김호 | 박애경 | 박무영 | 최종성 | 서지영 | 이연숙 | 송연옥 | 김영희 | 이혜령 | 김예림 | 김현주 | 송지연 | 허남린 (지은이) | 혜안 | 201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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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국학총서 108권. 두 개의 '조선', 즉 조선시대 후기와 일제식민지 조선의 문맥 안에서 여성의 역사를 읽어내는 책이다. 여기에는 특정한 사회-문화적, 인식론적 환경에서 여성이 어떻게 존재해 왔는가라는 질문이 담겨 있다. 여성은 전통과 근대(식민성)의 현실적.이념적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작용해 온 결정적인 장소인 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이 재구성하고자 한 시대는 조선후기로부터 식민지기로 이어지는 시기이다. 두 '조선'의 역사성을 염두에 두면서 그 지층 사이사이에 '여성'이라는 질문을 끼워 넣었다. 자자들의 관심과 입장은 서로 다르며, 그만큼 다양하고 풍성하다. 그러나 이 생산적인 차이는 여성을 통해 복잡다단한 역학의 역사를 읽는다는 공통의 지향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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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제1부 소비와 생산의 장소로서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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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호|조선 왕실 출산 지식의 계보:「임산예지법」과 「태산요록」의 비교
1. 서론
2. 행우서옥 소장본 「임산예지법」
3. 최초 교육의 장, ‘자궁(子宮)’
4. 난산의 해결
5. 벽사(?邪)의 기술
6. 산모의 보호
7. 소아 보호
8.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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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연옥|식민지주의에서 다시 보는 나혜석의 여성주의
1. 들어가며
2. 나혜석 연구 현황
3. 전통과 근대가 교차하는 생가(生家)
4. 도쿄에서 만난 페미니즘과 자유연애사상
5. 식민지의 근대 가족의 정치성
6. 나아가며:식민지주의와 여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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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령|「무정」의 그 많은 기생들:이광수의 민족 공동체 또는 식민지적 평등주의
1. 매춘의 일반화 과정으로서의 식민지화와 「무정」
2. 평양에서 온 다방골 기생 계월향 영채의 사회문화적 맥락
3. 기생 연속체(continuum)로서의 민족 공동체 또는 식민지적 평등주의
4. 순결한 창녀인 누이와 한국형 매춘부 서사의 망탈리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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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식민지 조선, 하녀들의 공간과 친밀성의 함의들
1. 식민지 조선에서 ‘하녀’라는 존재
2. 가사노동의 상품화와 근대 가정의 틈새
3. 1920~30년대 재조 일본인 가정 속의 조선인 하녀 ‘오모니’
4. 제국의 불안과 조선인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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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익|조선시대의 출산 왕비의 출산을 중심으로
1. 조선시대의 출산 관련 자료
2. 조선시대 왕실의 출산력
3. 조선시대 역대 왕비의 출산력 개괄
4. 불임-무자녀 왕비
5. 출산후유증으로 사망한 왕비들
6. 왕비들이 출산한 자녀들의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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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여성에 대한 언어와 여성의 언어

허남린|열녀 담론의 형성과 임진왜란
1. 들어가는 말
2. 「동국신속삼강행실도」 열녀편의 편찬
3. 「신속동국삼강행실도」의 열녀상
4. 사족 남성들은 왜 여성에게 죽음을 강요했나?
5. 맺음말

박무영|조선 후기 한·중 교유와 젠더 담론의 변화‘서영수합(徐令壽閤)’의 중국 반출을 중심으로
1. 조선 후기의 여성문필활동과 ‘서영수합’
2. ‘서영수합’의 중국 반출과 남성의 전략
3. 여성담론의 개발과 변화
4. 남성의 문화와 여성의 언어

박애경|근대 초기 공론장의 형성과 여성주체의 글쓰기 전략
1. 들어가는 말:공론장과 젠더
2. <춘향전>과 신문-한글 공론장의 등장과 여성의 문명화
3. 공적 담론의 젠더적 전유와 그 효과-공감을 통한 감정의 공론화
4. 여성 소수자의 국민되기-구술적 전통과 정념의 전면화
5. 나오는 말:여성, 언문, 구술과 감성의 공론장

김영희|구술 서사 속 여성 배설물 모티프에 대한 젠더비평적 독해
1. 들어가며
2. 신화와 탈신화:신화적 표상의 잔존과 신비화
3. 탈신성화와 양가적 분화:기괴함(uncanny)
4. 세속화의 전략들:조롱과 훈육
5. 신성(神聖)의 저항과 탈주:‘몸’의 긍정적 재인식
6.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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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여성의 심성과 가치의 체제

송지연|조선시대 천주교 여성사 다시 읽기 동정녀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1. 머리말
2. 1945년 이후 조선시대 천주교 여성사에 관한 지식의 형성
3. 전근대사 속 조선시대 여성의 ‘근대화’ 찾기가 가져오는 문제
4. 조선의 동정녀들의 역사
5. 여성사의 틀을 통해 조선시대 동정녀의 역사 다시 읽기
6. 조선의 동정녀와 프랑스 선교사의 숨겨진 투쟁
7.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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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성|생불로 추앙받은 조선의 여인들
1. 서론
2. 신당 및 신상의 파괴
3. 무당들의 귀의
4. 미륵의 화신, 생불
5. 생불여인들:영매(英梅), 복란대(福蘭臺), 영시(英時)
6.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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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만|식민지 조선에서 여자가 운다
1. 신부(新婦)의 방성 통곡(慟哭)
2. 장례식의 울음
3. 1930년대 총독부의 울음 통제와 ‘명랑(明朗) 정치’
4. 울지 않는 아내의 “의연함”을 칭송하라
5.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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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깨진 사랑의 정치학:1930년대 후반의 혁명, 사랑, 이별
1. 사랑의 의미 구성:번역으로서의 사랑
2. 혁명의 시대와 사랑의 위상:선택 혹은 지속
3. 상실의 시대와 부서진 사랑:버림받은 자
4. 또 하나의 이별의 윤리학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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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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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에도, 일제 식민지에도 조선 여성은 운다. 왜?

세상을 떠난 감사 이명익의 아들 이단표의 아내 박씨는 열다섯 살에 이씨에게 시집가서 부도(婦道)를 정성으로 실행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 이단표가 기이한 병으로 타향에서 객사하니, 박씨가 부고를 듣고 염습과 매장의 제구를 손수 장만하여 장례에 보내고 곧 목을 찔렀으나, 집안사람이 급히 구제하여 살렸습니다. 박씨가 또 독초를 먹었으나 죽지 않고, 또 자기 발로 깊은 우물에 빠진 것이 두 번이고, 장지에서 스스로 목맨 것이 한 번이었습니다. 그래도 죽지 못하니, 다시 높은 데에서 아래로 몸을 던져 몸에 성한 피부가 없었습니다. 부모가 말려 뜻을 이루지 못하게 하니, 이때부터 마실 것조차 입에 대지 않아 더욱 여위어 갔는데, 숨질 때가 다가오자 종을 불러 상복을 가져오게 하여 입고 부축 받아 일어나서 지아비의 영연(靈筵)을 향하여 사배(四拜)하고 나서 갑자기 죽으니, 그녀의 나이 열아홉 살이었습니다.(「숙종실록」 1690년 2월 13일 을해)

이인석 군의 부인은 ‘전선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마는 남자의 당연한 일이오니 슬픈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하고 부군 못지않은 굳은 뜻을 보이었다.(일제하 조선인 지원병 중 최초의 전사자 이인석 일등병 기사, 「동아일보」 1939년 7월 9일자)

조선후기 숙종 때의 한 ‘열녀’의 이야기와 일제식민지 말 ‘피로써 내선일체를 실천한’ 이인석의 부인 이야기에서 당시의 ‘권력’은 이 조선 여인들을 ‘영예롭게 찬양했다.’ 그녀들의 ‘눈물’에는 눈을 감은 채.
이 책 「두 조선의 여성:신체·언어·심성」은 두 개의 ‘조선’, 즉 조선시대 후기와 일제식민지 조선의 문맥 안에서 여성의 역사를 읽어보려 한 작업이다. 여기에는 특정한 사회-문화적, 인식론적 환경에서 여성이 어떻게 존재해 왔는가라는 질문이 담겨 있다. 여성은 전통과 근대(식민성)의 현실적·이념적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작용해 온 결정적인 ‘장소’인 바,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재구성하고자 한 시대는 조선후기로부터 식민지기로 이어지는 시기이다. 조선후기는 유교적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하는 왕조 체제의 강고함과 미세한 균열 및 변동이 공존했던 시간이다. 식민지시기에는 봉건적 질서가 깨지고 근대적 삶의 양식이 구축되는 한편, 종속과 억압의 모순이 본격화되었다. 이 시기에 유교적 가부장제는 지속과 단절의 불규칙한 결을 형성하며 새로운 가부장제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조선후기에 가속화된 외부세계와의 교통은 식민화와 더불어 비약적으로 증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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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필자들은 ‘여성’이라는 장소 혹은 사건은 그녀들의 신체, 언어, 감정, 의식 등 여러 지점을 고려하면서 탐색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다면적으로 접근하면서 여성들이 얼마나 복잡한 역할을 할당받거나 스스로 확보해갔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시대적 구속에 노출되거나 반대로 대항했는지 규명하고자 했다. 이 책의 짜임은 이러한 관심과 관점의 표현이다.

1부 <소비와 생산의 장소로서의 여성>은
섹슈얼리티, 출산, 노동 등 여성의 살아있는 몸과 활동 에너지의 장에 누가(무엇이) 참여하여 어떤 일을 벌였던가를 살펴보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19세기 초 명온공주(明溫公主)를 통해 전해진 「임산예지법」과 빙허각 이씨가 정리한 「부녀필지」를 통해 조선 왕실의 출산 풍속과 육아 지식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고, 허난설헌과 조선의 왕비들의 출산과 유산 과정을 통해 ‘출산의 비극’들을 살피고 당시 일반 민중들이 겪은 불행은 이에 비해 더욱 큰 것으로 출산의 과정, 그리고 결과와 의미가 지금과 너무나 다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일제식민지하에서 생겨난 ‘일본인 내지’가정에서 일하는 ‘조선인 하녀’들의 삶을 통해, 그 공간이 피식민자 여성으로서 착취되거나 차별받는 공간이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경제적 보상과 도시적 삶의 체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위해 선택한 과도기적 공간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또한 근대한국 ‘최초의 여성화가’로 출발했으나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한 나혜석을 통해 ‘식민지 가부장제에 반기를 든 마녀’와 마녀를 추방한 남자들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이광수의 「무정」을 ‘매춘의 일반화 과정으로서의 식민지화’라는 시각에서 살펴본 글까지 다양한 관점들을 수록했다.

2부 <여성에 대한 언어와 여성의 언어>는
여성이라는 사건성을 규명할 때 매우 중요한 측면인 언어-언설-언어역능에 초점을 맞춘 글들로 이루어졌다. 열녀를 향한 광분은 적어도 조선이 막을 내리는 시기까지 지속되었다. 우선 조선후기 ‘열녀’ 담론이 양반사족 남성들에게는 그만큼 마력이 있었고, 필요했고, 편리했고, 사회적 수요가 있었음을 살핀다. 각 지역에서는 각종 열녀전이 만들어져 유포되고, 각 가문에서는 열녀교육에 열을 올린 현실에서, ‘열녀의 뒤안길은 온갖 협잡과 타락으로 물들어 갔’지만 그럼에도 국가로부터 받는 열녀의 포상이 가져오는 부대이익은 적지 않아 가문의 명성은 올라가고, 복호 요역의 면제 등 경제적 이익, 무엇보다 사족 남성들은 성에 대한 배타적 독점적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었음을 추적한다. 한편, 근대계몽기 「혈죽가」나 「평양여학도 애국가」 등에서 나타난 여성들의 구술 언어와 정념의 수사가 을사조약 이후 개인과 집단의 각성을 통해 총체적 난국을 극복하려는 언론에 의해 ‘계몽을 위한’ 효과적 언어로 수렴되기에 이른 과정을 살펴보기도 한다. 이렇게 필자들은 여성의 쓰기(말하기) 혹은 여성에 대한 쓰기(말하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그 양상과 의의를 분석하고 있다.

3부 <여성의 심성과 가치의 체제>는
여성의 마음, 감정, 믿음, 가치관 등을 포괄하는 폭넓은 심성과 정동의 층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조망한 글들을 모았다. 천주교로 대표되는 서구의 가부장제와 유교로 상징되는 동아시아의 가부장제는 조선후기 천주교 여성들을 매개로 하여 조선 땅에서 처음으로 충돌하였음을, 그리고 조선의 ‘천주교 동정녀들’은 이 두 가부장제가 정면충돌하면서 만들어진 빈 공간에서 가부장제로부터 벗어날 방법과 언어를 발견하였음을 추적하기도 하고, 조선후기인 18세기 중엽 ‘미륵의 화신으로서의 생불’로 간주된 여인들이 출현하고 제거되면서, 그녀들이 평범한 일상의 질서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존재이기보다는 질곡의 말법적 상황을 해결해 줄 주역으로서 종교적 카리스마를 발휘하였던 실상을 따라가 보기도 한다. 필자들은 조선의 여성들이 특정한 시대적 조건 속에서 형성, 변용되면서 어떤 질감과 역할을 갖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망탈리테’는 통치의 힘이 겨냥하여 지배적 가치질서로 환원시키려 한 영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힘을 거스르는 반작용이 일어난 영역이기도 했다.

이 책의 필자들은 두 ‘조선’의 역사성을 염두에 두면서 그 지층 사이사이에 ‘여성’이라는 질문을 끼워 넣었다. 필자들의 관심과 입장은 서로 다르며, 그만큼 다양하고 풍성하다. 그러나 이 생산적인 차이가 여성을 통해 복잡다단한 力學의 역사를 읽는다는 공통의 지향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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