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5

‘유교사회 조선’ 이 명제는 틀렸다 허남린 교수



‘유교사회 조선’ 이 명제는 틀렸다



‘유교사회 조선’ 이 명제는 틀렸다


입력 2016.10.04 19:58


조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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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상이 지극한 효심의 표현인 것만은 아니다. 효를 통해 스스로를 차별화, 특권화하고자 하는 양반들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허남린 교수 한국학대회 논문
“유교적 핵심가치 충ㆍ효ㆍ열은
양반의 이익 위한 수단일 뿐
윤리라는 탈을 쓴 폭력 구조”


“조선 사회가 유교적이었다는 전제는 조선 사회에 대한 이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제사나 차례 등 흔히 말하는 조선시대 유교적 풍습에 대해서는 많은 반론이 있다. 그런데 대개는 어정쩡하다. 현실사회주의권 붕괴 뒤 좌파들이 ‘그게 진짜 마르크스주의는 아니다’고 중얼대듯, ‘그게 진짜 유교는 아니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로 5~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열리는 학술대회 ‘세계한국학대회’에서 발표되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사회의 전란 극복 노력과 사회적 약자’라는 논문은 정색하고 ‘조선=유교’라는 등식을 비웃어버린다. 발표자는 캐나다 브리시티컬럼비아대 아시아학과에 적을 두고 있는 허남린 교수다.


조선이 유교사회가 아니었다면 어떤 사회였을까. 허 교수는 일부 양반들의 계급적 이익이 폭력적으로 관철된 사회로 간주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유교사회의 핵심가치라는 충(忠) 효(孝) 열(烈)을 공박한다.

우선 ‘충’. 허 교수는 임진왜란기 김덕령과 신충원의 사례를 든다. 경남 의병장으로 이름을 떨친 김덕령이건만, 충청에서 일어난 이몽학의 난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정강이뼈가 모두 부러지는 모진 고문 끝에 죽었다. 조령의 방비를 맡았던 신충원은 부족한 병사를 보충하려 나라에서 허가한 공명첩을 썼다는 이유로 교수형 대상으로 지목됐다. 뭘 좀 했답시고 나대지 말라는 신호다. “전란을 겪으면서 특권적 신분 질서와 경제 이익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한 사족들은 전쟁 이후 자신들의 이익 구조에 반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강조되는 충의 가치라도 이를 제거”해버렸다.
임진왜란 때 열녀, 열부를 기리기 위한 비, 문이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그게 바람직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이 없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효’도 마찬가지다. 유교의 3년상은 잘 지켜지지 않았고, 국가 변란 시 상중이라도 조정에 나가 공무를 보는 ‘기복출사(起復出仕)’가 있었다. 그러나 임란 이후 기복출사는 사라졌다. 아무리 나라가 위급하고 왕이 다급해도 효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양반들에게 남달리 애틋한 돌연변이 효심 DNA가 있어서가 아니다. “효의 가치를 내세워 왕권이 강요할 수 있는 충의 가치로부터 침해”받지 않을 수 있었을 뿐더러 “3년상의 상례는 일년 내내 자기 노동에 생존을 의존해야 하고 양반들의 수탈경제에 종속됐던 백성과 노비에겐 그림의 떡”이었기 때문이다. 효란 계급적 특권화였을 뿐이다.

‘열’은 참혹한 수준이다. 광해군 3년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는 718명의 열녀 얘기가 실려있다. 얼굴 한번 못 본 남편이 죽었다고 따라 죽고, 모질지 못해 한번에 탁 죽지 못하니 보름씩 굶다 죽고, 애가 어리니 좀 키워놓고 몇 년 뒤 죽고…. 이런 얘기들의 향연이다. 그나마 그 기록이 사실이긴 한지 아무도 모른다. 허 교수는 “전통 중국 사회에서는 지혜, 변론, 정치권력, 내조 등 일곱 가지 가치를 구현한 여성을 ‘열녀(列女)’로 찬양”했는데 조선의 양반들은 이를 오직 성적 순결이라는 열(烈) 하나로만 획일화했다고 지적했다. “윤리의 탈을 쓴 폭력구조” 그 자체라는 얘기다.

허 교수는 그래서 ‘조선은 유교사회’라는 명제는 거짓이라 결론짓는다. “현실적 이해를 실현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폭력이었지만 이를 유교적 가치 개념으로 분식”했을 뿐이며, 그 목표는 “전쟁 이후 기존의 권력과 특권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TiTi

조선이 그래서 유교사회가 아니라는 말은, 코란에는 이러이러하게 씌여있는데 이란은 저러저러하다고 하면서 지금 이란이 이슬람사회가 아니라는 말과 똑같다.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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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채

좌파?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 그리고 이상적 사회주의(마르크스주의)는 뭔지 배우기는하셨나요?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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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Gi Ung

2탄으로 불교 사회가 아니었던 고려라고 붙이는게 더 흥미로울거고 3탄으로 민주사회가 아니었던 대한민국이라고 후세에 제목붙이는 사람도 나오겠지. 나라이념을 유교로 정하고 유교적 이념으로 국가를 운영하려고 하니까 그걸 이용해서 폭력을 정당화하는 무리가 생겨난거지 어떻게 유학자체를 비판하나 유학에는 사람 해치라는 말이 한 글자도 없는데 물론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서 존비는 있지만 그건 후대에 재해석해야지 각주구검처럼 그대로 따르는 빡대가리를 비판해야 옳지않을까... 야담문학을보면 당대 문제점을 비판한 글도 얼마나 많은데.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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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 Gi Ung

유교 사회라고 하면 예외없이 충효예를 했던 사회라고 생각하나본데 유교는 학문이자 통치수단이었던 시대였고 유교적 가치를 추구하고 올바른 본보기에는 칭찬하고 그렇지 못한 사례에는 벌을 준거지. 물론 거기엔 정치적 이해관계가 들어가기도했지. 그렇게치면 지금은 법치인데 법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윤리적으로 어긋나도 죄가 되지 않고 합리화 시키는 시대는 옳은가. 개인주의는 좋지만 이기주의로 가는 건 옳은가 이렇게 걸고 넘어지면 세상에 살만한 시대가 어딧는가. 조선 왕조 500년은 전부 한국의 공백인건가? 좋은건 받아들이고 지양할건 고쳐야지.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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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ho choi

열녀가 그렇게 많았으면 열녀비를 세우는 제도 자체가 필요 없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