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4

알라딘: 노자 도덕경과 동아시아 인문학 자연은 소유하지 않는다 조성환, 김현주, 한승훈, 박일준

알라딘: 노자 도덕경과 동아시아 인문학








노자 도덕경과 동아시아 인문학 
자연은 소유하지 않는다
조성환, 김현주, 한승훈, 박일준
(지은이), 
 2023-02-28
288쪽



책소개

동아시아 삼국은 물론 동서양을 넘나들며, 고금을 통틀어 많은 영감을 제공한 『도덕경』을 읽으며, 삐걱거리는 동아시아의 공생을 모색하는 지혜를 찾아내고,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지구적 위기에 대한 통찰을 발견하여 독자들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재해석과 확장을 시도하였다.

노자(老子)와 그의 『도덕경(道德經)』이 전후 2천여 년, 동아시아라는 시공간 속에서 철학, 종교, 신학 등의 제 방면에 걸쳐 다양하게 해석되고 영향력을 발휘한 이력에서부터, 그 미래적, 지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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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_ 도덕경의 철학적 해석

01 인간의 조건으로서의 자연 _ 조성환
1. 도와 덕: 길과 힘
2. 가도와 상도: 도는 이름이 아니다
3. 천장지구: 자연은 소유하지 않는다

02 성인은 자기가 없다 _ 조성환
1. 허무 철학자 노자
2. 장자의 허심응물
3. 비움의 디자인

03 자연스러운 정치를 꿈꾸다 _ 김현주
1. 무위와 유위, 그들의 관계는?
2. 도로서의 무위란?
3. 노자가 말하는 자연은?
4. 무위정치란 무엇인가?
5. 인간, 땅, 하늘, 도

제2부 _ 노자, 동아시아와 만나다

04 옌푸(嚴復), 노장을 현대화하다 _ 김현주
1. 옌푸, 센세이션을 일으키다
2. 전통의 정반합을 이루다
3. 노장 속에서 민주·과학 사상을 찾다
4. 노장에서 자유주의 사상을 찾다
5. 노장 사상을 현대화하다

05 신이 된 노자, 경전이 된 『도덕경』 _ 한승훈
1. 도교란 무엇인가?
2. 도교의 네 가지 요소
3. 국가도교, 교단도교, 민간도교
4. 도교와 『도덕경』
5. 도교와 노자
6. 도교와 한국

06 노자로 보는 한국사상 : 『도덕경』의 문화신학적 역할 _ 박일준
1. ‘한국적 텍스트’로서 『도덕경』
2. 동북아시아의 텍스트로서 『도덕경』
3. 해석적 다양성의 증가로서 텍스트의 의미 : 『도덕경』 1장을 중심으로
4. 천명의 해체로서 『도덕경』의 도 : 한국문화 속 『도덕경』의 해체적 역할
5. 절대화된 하나님의 해체로서 한국 기독교인들의 『도덕경』 읽기
6. 인류세 시대를 위한 텍스트로서 『도덕경』

참고문헌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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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14
노자(老子)는 고대 중국의 철학자로, 공자(孔子)와 동시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노자와 공자가 살던 시대는 지금부터 약 2,500년 전인 ‘춘추시대’라고 불리는 혼란기였다(기원전 770년~기원전 403년). 이 시기는 중국 역사에서는 주(周)나라 말기에 해당하고, 세계사적으로는 소크라테스나 붓다가 태어난 이른바 축의 시대(axial age)이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말기가 되면 사회가 혼란스럽듯이, 이 시기도 전통적인 지배 체제가 흔들리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과도기였다. 그 새로운 질서를 노자는 ‘도(道)’라고 하였다. 도란 ‘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노자가 말하는 도는 ‘새 길’로 풀이될 수 있다.

P.40~41
노자가 보기에 자연은 생명의 성립 조건이다. 그것은 꽃과 비료의 관계와 같다. 한 생명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연이라는 비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간도 생명인 이상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의 주변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조건이자 토대가 된다. 노자가 천지(天地)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지는 ‘하늘과 땅’이라는 뜻으로, 지금으로 말하면 일종의 ‘지구시스템’을 가리킨다. 만물을 생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지구 환경이 바로 천지이다.

P.100
‘자연(自然)’은 노장 사상의 핵심 개념이다. 그래서 자연에 대한 해석도 각양각색이다. 게다가 자연을 얘기한 것이 노자만은 아니다. 노자 이후 『장자(莊子)』, 『순자(荀子)』, 『한비자(韓非子)』, 『여씨춘추(呂氏春秋)』, 『춘추번로(春秋繁露)』, 『회남자(淮南子)』, 『문자(文子)』, 『논형(論衡)』 등 여러 책에서 모두 자연을 얘기하였다. 그리고 왕필(王弼)(『老子注』), 하상공(河上公)(『道德真經河上公注』), 곽상(郭象)도 각각 『노자』에 주석을 달면서 자연에 대해 설명했다. 이 세 사람은 명실공히 노자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니, 그들의 해석은 후대 연구자들에게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P.119
노자의 철학을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철학이라고 부른다. 무위와 자연(=天)이 합해져 천인합일을 이루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땅과 하늘 사이에 살고, 그들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이며, 자연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에, 땅을 본받고 하늘을 본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녹아낸 정치를 통해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자연은 그야말로 노자철학의 핵심인 무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존재이다.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는 어떻게 그것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다. 현대에는 과학이 발달하여 자연법칙을 이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정치도 자연처럼 행해져야 한다. 그래서 노자의 도는 현(玄)이라고 말해진다. ‘현’은 오묘하다는 뜻이다.
접기

P.90
옌푸는 전통 속에서 서구의 가치들, 즉 자유, 민주, 평등, 인권 등의 요소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유가 전통 속에서는 그것을 충분히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그는 서(恕), 혈구(絜矩)에서 서구의 자유와 유사한 점을 발견하였고, 그것이 서구적 자유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았지만, 같다고는 할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중국의 사상 전통에서 서구적 가치들을 발견하기 위한 길을 유가가 아닌 도가에서 찾았다. 그가 노장 사상에서 발견한 서구적 가치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 민주·과학 사상, 둘째, 자유주의 사상이다.

P.160
노장 사상은 기본적으로 양생을 중시한다. 개인적 수양을 통해 더 오래, 더 잘 살기를 추구한다. 오늘날 우리도 그 점을 중시한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건강식품이 잘 팔리는 나라라는 것도 그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노장 사상은 오늘날 충분한 유의미한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노장 사상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품성은 각자 자신에 맞는 일을 하고, 그것에 자족하며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했고, 잘난 체 하지 말라고 했다. 그것은 오늘날 경쟁이 과도한 사회에서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이른 우리에게 필요한 가르침이다.

P.208
한국에서 교단화된 도교는 19세기가 되어서야 비교적 분명하게 등장한다. ‘무상단’(無相壇)이라는 이름의 이 교단은 삼성(三聖), 즉 관성제군(關聖帝君), 문창제군(文昌帝君), 부우제군(孚佑帝君)을 모시는 여덟 명의 도사를 중심으로 하였다. 그들은 이 신들이 자신의 몸에 강림하여 가르침을 글로 쓰게 하는 강필(降筆)의 술수로 여러 권의 경전을 만들어 출판하기도 하였다.
19세기 말 이후에 등장한 동학, 증산, 단군계 종교들, 그리고 20세기 말 이후 활발히 나타난 수행 단체들은 노자나 『도덕경』과의 관련성을 직접적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그러나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崔濟愚)는 동학의 핵심 상징인 영부(靈符)를 ‘선약’(仙藥)이라고 불렀고, 동학 계열 종교 가운데 하나인 청림교(靑林敎)는 강필을 중요한 수행 방법으로 삼았다.
접기

P.220
『도덕경』이 한국인의 텍스트라는 주장으로부터 시작했다. 이는 내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바로 지금 여기의 문제의식으로부터 텍스트를 주체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대의 체제는 언제나 문제를 은폐하고 우리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텍스트 읽기는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권력이 현실에서 은폐한 문제를 저항 없이 들추어낼 수 있는 핵심적 투쟁이자, ‘반자’(反者)의 움직임이며 ‘도’이다. 문자 그대로 읽으면 ‘반자’는 ‘되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라 ‘반대한다’는 뜻이 아닌가. 하지만 인류세 시대 모든 곳이 이미 지구촌화된 세상에서 ‘한국’은 더 이상 지리적으로 한반도에 국한된 장소를 단순히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성(locality)에서 세계로 연결된 지구성(globality)을 동시에 함의한다. 따라서 한국적 문제의식이 지구의 문제를 품을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지구적 의식이란 언제나 자신이 구체적으로 터한 시공간의 자리(독일어의 da 혹은 영어의 t/here)를 품고 말해져야 한다. 이 장(章)은 그러한 맥락에서 여전히 많은 성찰이 필요한 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경』이라는 텍스트를 한국의 문화적 반자(反者) 속에서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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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3
인류세 시대를 향한 『도덕경』의 지혜는 지난 수십 년간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에 대한 계속된 경고들에도 불구하고 전혀 정치적인 영향력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는 『도덕경』이 본래 만인을 위한 텍스트가 아니라, 다스리는 자들을 위한 통치술을 담고 있는 텍스트임을 앞에서 인지한 바 있다. 그렇게 우리는 『도덕경』이 본래 당대의 정치 지도자(들)를 위한 가르침이라는 점을 유념하면서, 우리 시대를 위한 정치적 지혜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예를 들어, 천하의 선/악과 미/추의 이분법을 따르지 말고, 오히려 모든 구별은 반자(反者)의 움직이는 도에 있으니, 결국 유/무는 어느 것이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도는 이치라는 것, 다스리는 자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정치를 하면, 백성들이 사라질 것이니, 다스리는 자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정치 즉 무위(無爲)의 정치를 한다면, 사람들은 선을 행하고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일을 하게 될 것이란 정치적 지혜를 『도덕경』은 담고 있다. 즉 정치 지도자가 “비움의 자리를 차지하면, 사람들이 충만 혹은 현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말이다(Mueller,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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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조성환

최근작 : <노자 도덕경과 동아시아 인문학>,<강원도 원주 동학농민혁명>,<지식의 역사와 그 지형도> … 총 3종 (모두보기)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


지은이: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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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노자 도덕경과 동아시아 인문학>,<동북아, 니체를 만나다>,<춘추전국시대의 고민> … 총 7종 (모두보기)
성균관대학교의 정치외교학과와 동아시아학술원 동아시아학과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중국 칭화대학교 철학과에서 ‘선진정치사상에 대한 양계초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주제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교수로 있다. 저역서로 《춘추전국시대의 고민》, 역서 《만국공법》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중국의 전통적 천하관에 입각한 양계초의 세계주의〉, 〈양계초와 중국 근대 헌정주의의 성립〉, 〈중국현대 문화개념의 탄생-양계초의 문화관을 중심으로〉 등 다수가 있다.


지은이: 한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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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지은이: 박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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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


기획: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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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노자(老子)는 고대 중국의 철학자로, 공자(孔子)와 동시대 인물로 알려져 있다. 노자와 공자가 살던 시대는 지금부터 약 2,500년 전인 ‘춘추시대’라고 불리는 혼란기였다(기원전 770년~기원전 403년). 이 시기는 중국 역사에서는 주(周)나라 말기에 해당하고, 세계사적으로는 소크라테스나 붓다가 태어난 이른바 축의 시대(axial age)이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말기가 되면 사회가 혼란스럽듯이, 이 시기도 전통적인 지배 체제가 흔들리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과도기였다. 그 새로운 질서를 노자는 ‘도(道)’라고 하였다. 도란 ‘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노자가 말하는 도는 ‘새 길’로 풀이될 수 있다.
--- p.14

노자가 보기에 자연은 생명의 성립 조건이다. 그것은 꽃과 비료의 관계와 같다. 한 생명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연이라는 비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간도 생명인 이상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의 주변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조건이자 토대가 된다. 노자가 천지(天地)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지는 ‘하늘과 땅’이라는 뜻으로, 지금으로 말하면 일종의 ‘지구시스템’을 가리킨다. 만물을 생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지구 환경이 바로 천지이다.
--- pp.40~41

‘자연(自然)’은 노장 사상의 핵심 개념이다. 그래서 자연에 대한 해석도 각양각색이다. 게다가 자연을 얘기한 것이 노자만은 아니다. 노자 이후 『장자(莊子)』, 『순자(荀子)』, 『한비자(韓非子)』, 『여씨춘추(呂氏春秋)』, 『춘추번로(春秋繁露)』, 『회남자(淮南子)』, 『문자(文子)』, 『논형(論衡)』 등 여러 책에서 모두 자연을 얘기하였다. 그리고 왕필(王弼)(『老子注』), 하상공(河上公)(『道德經河上公注』), 곽상(郭象)도 각각 『노자』에 주석을 달면서 자연에 대해 설명했다. 이 세 사람은 명실공히 노자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니, 그들의 해석은 후대 연구자들에게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 p.100

노자의 철학을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철학이라고 부른다. 무위와 자연(=天)이 합해져 천인합일을 이루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땅과 하늘 사이에 살고, 그들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이며, 자연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에, 땅을 본받고 하늘을 본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녹아낸 정치를 통해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자연은 그야말로 노자철학의 핵심인 무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존재이다.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우리는 어떻게 그것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다. 현대에는 과학이 발달하여 자연법칙을 이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정치도 자연처럼 행해져야 한다. 그래서 노자의 도는 현(玄)이라고 말해진다. ‘현’은 오묘하다는 뜻이다.
--- p.119

옌푸는 전통 속에서 서구의 가치들, 즉 자유, 민주, 평등, 인권 등의 요소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유가 전통 속에서는 그것을 충분히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그는 서(恕), 혈구(矩)에서 서구의 자유와 유사한 점을 발견하였고, 그것이 서구적 자유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았지만, 같다고는 할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중국의 사상 전통에서 서구적 가치들을 발견하기 위한 길을 유가가 아닌 도가에서 찾았다. 그가 노장 사상에서 발견한 서구적 가치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 민주·과학 사상, 둘째, 자유주의 사상이다.
--- p.90

노장 사상은 기본적으로 양생을 중시한다. 개인적 수양을 통해 더 오래, 더 잘 살기를 추구한다. 오늘날 우리도 그 점을 중시한다. 한국이나 중국 모두 건강식품이 잘 팔리는 나라라는 것도 그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노장 사상은 오늘날 충분한 유의미한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노장 사상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품성은 각자 자신에 맞는 일을 하고, 그것에 자족하며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했고, 잘난 체 하지 말라고 했다. 그것은 오늘날 경쟁이 과도한 사회에서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이른 우리에게 필요한 가르침이다.
--- p.160

한국에서 교단화된 도교는 19세기가 되어서야 비교적 분명하게 등장한다. ‘무상단’(無相壇)이라는 이름의 이 교단은 삼성(三聖), 즉 관성제군(關聖帝君), 문창제군(文昌帝君), 부우제군(孚佑帝君)을 모시는 여덟 명의 도사를 중심으로 하였다. 그들은 이 신들이 자신의 몸에 강림하여 가르침을 글로 쓰게 하는 강필(降筆)의 술수로 여러 권의 경전을 만들어 출판하기도 하였다. 19세기 말 이후에 등장한 동학, 증산, 단군계 종교들, 그리고 20세기 말 이후 활발히 나타난 수행 단체들은 노자나 『도덕경』과의 관련성을 직접적으로 내세우지는 않는다. 그러나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崔濟愚)는 동학의 핵심 상징인 영부(靈符)를 ‘선약’(仙藥)이라고 불렀고, 동학 계열 종교 가운데 하나인 청림교(靑林敎)는 강필을 중요한 수행 방법으로 삼았다.
--- p.208

『도덕경』이 한국인의 텍스트라는 주장으로부터 시작했다. 이는 내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바로 지금 여기의 문제의식으로부터 텍스트를 주체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대의 체제는 언제나 문제를 은폐하고 우리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텍스트 읽기는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권력이 현실에서 은폐한 문제를 저항 없이 들추어낼 수 있는 핵심적 투쟁이자, ‘반자’(反者)의 움직임이며 ‘도’이다. 문자 그대로 읽으면 ‘반자’는 ‘되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라 ‘반대한다’는 뜻이 아닌가. 하지만 인류세 시대 모든 곳이 이미 지구촌화된 세상에서 ‘한국’은 더 이상 지리적으로 한반도에 국한된 장소를 단순히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성(locality)에서 세계로 연결된 지구성(globality)을 동시에 함의한다. 따라서 한국적 문제의식이 지구의 문제를 품을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지구적 의식이란 언제나 자신이 구체적으로 터한 시공간의 자리(독일어의 da 혹은 영어의 t/here)를 품고 말해져야 한다. 이 장(章)은 그러한 맥락에서 여전히 많은 성찰이 필요한 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경』이라는 텍스트를 한국의 문화적 반자(反者) 속에서 찾아보았다.
--- p.220

인류세 시대를 향한 『도덕경』의 지혜는 지난 수십 년간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에 대한 계속된 경고들에도 불구하고 전혀 정치적인 영향력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는 『도덕경』이 본래 만인을 위한 텍스트가 아니라, 다스리는 자들을 위한 통치술을 담고 있는 텍스트임을 앞에서 인지한 바 있다. 그렇게 우리는 『도덕경』이 본래 당대의 정치 지도자(들)를 위한 가르침이라는 점을 유념하면서, 우리 시대를 위한 정치적 지혜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예를 들어, 천하의 선/악과 미/추의 이분법을 따르지 말고, 오히려 모든 구별은 반자(反者)의 움직이는 도에 있으니, 결국 유/무는 어느 것이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도는 이치라는 것, 다스리는 자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정치를 하면, 백성들이 사라질 것이니, 다스리는 자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정치 즉 무위(無爲)의 정치를 한다면, 사람들은 선을 행하고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일을 하게 될 것이란 정치적 지혜를 『도덕경』은 담고 있다. 즉 정치 지도자가 “비움의 자리를 차지하면, 사람들이 충만 혹은 현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말이다(Mueller, 58).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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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동아시아 지혜의 현묘한 원조, 도덕경
노자의 철학은 어떻게 지구와 인류를 구원하는 철학이 되나
동아시아 사상의 플랫폼 도덕경이 전하는 인류 구원의 메시지를 읽다

가깝고도 먼 이웃 동아시아 삼국

세계 여타의 권역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한/중/일)는 건국 이래 현재까지 문화의 전달과 교류를 하는 한편으로 끊임없이 갈등하며 때로는 전쟁으로 서로에게 파괴적 결과를 낳으며 정립(鼎立)하고 있다. 근대 이후에 동아시아의 갈등은 세계적 지평의 갈등과 분쟁의 축소판이거나 혹은 그 분쟁선(紛爭線)으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세계가 G2 체제로 굳어져 가면서 미중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확고한 반중친미의 노선에 선 일본과 달리 미국에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중국과 이어진 끈 또한 놓칠 수 없는 한국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거듭하는 어릿광대와 같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사적인 지평의 대립 에너지가 아니더라도 동아시아 삼국은 ‘동아시아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그 내적으로는 문화적 이질성이 더욱 큰 바가 있어 서로에 대한 오해와 곡해 사이에서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슬픈 혹은 비극적인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다른 한편 오늘날 우리 인류의 삶은 ‘지구적인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질이다. 이것은 ‘거대한 세계, 광범위한 차원’의 문제여서 한 개인에게는 무의미한 언술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일상 생활용품의 가격이나 품질, 그리고 그 정의로운 소비 문제에서부터 코로나19가 지나가더라도,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호모 마스쿠스’(마스크-인간)로 살아가야 하는 문제가 모두 ‘전 지구적’ 생산 시스템과 연계되어 있다. 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가중되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환경적 재난과 식량위기 등의 실질적인 위협에 이르기까지 ‘지구적인 차원’은 우리 삶에 밀접히 연관을 맺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는 비로소 ‘지구인’으로 등극하였다. 이는 하나의 ‘현상’일 뿐만 아니라 현대인―이른바 문명사회인, 도시인이든 아니면 아마존의 원주민이든―이 직면한 생생한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동아시아는 공통의 과제에 직면하여 이에 대하여 공동 대응해 나가야 하는 공생체(共生體) 관계이기도 하다.

『도덕경』, 우리가 살길(道), 우리가 살 힘(德)

이러한 동아시아의 지역적, 역사적 맥락으로부터 유래한 위기와, 생명과 생존과 생활의 위협 및 전 지구적인 재난의 일상화 시대에 즈음한 위기의 이중고에 직면하여 동아시아의 전통으로부터 치유와 대안 모색을 위한 지혜를 얻고자 하는 시도가 크게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00여 년의 장구한 역사 속에서 동아시아 전역에 깊은 지혜를 제공해 온 『도덕경』이 위기의 탈출구를 제시하는 지혜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음 같은 구절이다; “하늘과 땅이 오래가고 유구할 수 있는 것은 자기만 살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은 자기 몸을 뒤로 하는데 몸이 앞서고 자기 몸을 던지는데 몸이 보존된다. 이는 거기에 사(私)가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도덕경』 제7장) 전자가 ‘공생’의 도로써 완생과 상생을 구현한 것이라면 후자는 사(私)를 버림으로써 공(公)을 이루고 결과적으로 오히려 전체로서의 사(私)를 이루는 데로 나아가는 역설을 보여준다.

홀로 살자면 죽고, 함께 살아야 산다

오늘 전 지구적 위기에 직면하여 인류가 『도덕경』으로부터 새삼스럽게 배우는 것은 사람은 혼자서만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일 뿐 아니라, 자연과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보면 한-중-일 삼국의 관계도 일방이 타방을 전유(專有)하거나 점유(占有)하려 할 때는 파멸과 파탄으로 귀결될 뿐이며 상호 교류와 문화의 수수(授受)가 활발하여 공생(共生)과 상생(相生)을 추구할 때 문화적 번성(繁盛)을 이루었던 역사적 사례가 한두 차례가 아닌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 책 『도덕경과 동아시아 인문학』은 『도덕경』이 일찍이 고대의 전통적인 질서가 흔들리고 최악의 사회적 혼란이 거듭되던 시기에 이를 극복하는 방법-길로서 더불어 살아야 길이, 널리 살 수 있다는 지혜를 발견한다. 또 인위(人爲)와 허위(虛僞)로 구축한 문명이 결국은 스스로를 죽이는 독약임을 체득하고, 자연 친화적이며 순수 지향적인 무위(無爲)와 무사(無私)의 새로운 질서를 제시했던 『도덕경』 탄생의 원천을 재조명한다. 나아가 갈등과 대립과 투쟁 그리고 자연, 자원, 자생의 힘을 남용함으로써 절멸과 파멸의 위기를 자초한 구세계를 닫고 사람과 만물이 서로 위하고 살리는 새 세계를 여는 동아시아 공동, 나아가 인류 공통의 지혜의 경전으로 『도덕경』을 조명한다.

그리고 『도덕경』이 도(導)로서의 도(道)로서 우리를 동아시아 평화, 상생과 공생과 완생의 지구 시대로 나아가는 방법이자, 그 길을 살아갈 갈 생명 에너지(德)를 제공하는 원천이라는 점을 다양한 관점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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