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9

15 세계 추이에 역행하는 북한 간척지 개발



세계 추이에 역행하는 북한 간척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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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추이에 역행하는 북한 간척지 개발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5-04-03

사진은 북한이 용매도 간석지라고 소개한 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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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북에서 배울 때 북한의 면적은 12만 몇 천㎢, 남한의 면적은 9만 몇 천㎢로 배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의 면적은 이미 10만㎢가 넘었습니다. 땅이 저절로 커질 리는 만무하겠죠. 이렇게 늘어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해안에 간석지를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흔히 간석지와 간척지란 말을 헛갈리기 쉬운데 간석지는 개발 이전의 갯벌을 뜻하는 말이고, 간척지는 개발이 된 갯벌이란 뜻입니다.

지금 한국의 간척지 총 면적은 13만 정보 정도 된다고 합니다. 북에서 1981년에 김일성이 4대 자연개조사업을 제시하면서 30만 정보 간석지 개간을 목표로 했는데, 발전된 한국이 13만 정보 정도 개간한 것을 보면 30만 정보는 정말 황당한 목표 같습니다. 과거 못살던 시절엔 남이나 북이나 간석지 개발에 엄청 신경을 썼습니다. 먹을 게 없으니 곡식을 심어먹는 땅이 최고였던 것입니다. 한국도 1970년대에 간척농지를 40만 정보 개발할 것을 국가 주요 목표로 정했습니다.

그냥 쓸모없는 갯벌을 개간해 벼를 심을 수 있는 논으로 만든다니 참 좋은 구상이 아니겠습니까. 한국의 간척지 중에서 제일 규모가 큰 것이 전라북도 군산에 있는 새만금 간척지인데 면적이 4만 정보 정도 됩니다. 이 간척지를 개발하기 위해 만든 방조제의 길이는 무려 33.9㎞인데, 세계에서 제일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합니다. 바다를 막은 85리나 되는 긴 제방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남포갑문 건설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대공사였죠. 마지막 가뭄막이 공사 때 아무리 집채 같은 바위를 넣어도 계속 물살에 밀려 나갔습니다. 그래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폐기해야 할 길이 300미터가 넘는 20만 톤급 유조선 한 척을 몰고 와 통째로 가라앉혀 물길을 막은,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렇게 남쪽도 열심히 간척지를 만들었는데, 불과 20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습니다. 이제는 개간했던 간척지를 다시 갯벌로 돌리기 위해 그렇게 어렵게 만든 방파제를 다시 허물자는 목소리가 압도적 다수입니다. 여론 조사를 했더니 간척지를 갯벌로 복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92.4%나 됐습니다. 그래서 방파제를 실제로 허물기 시작한 곳도 있고요. 한때 갯벌을 메워 좁은 국토를 조금이라도 늘이기 위한 국토 대개조이자 인간 승리의 사례로까지 홍보됐던 간척 사업에 왜 이런 급작스러운 여론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그 해답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쌀값에 있습니다. 이제는 간척지를 만들어 쌀을 생산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국내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들어 벼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돈을 못 번다고 아우성입니다. 있는 논밭도 농사로는 수지가 맞지 않다고 놀리는데, 간척지에 굳이 벼농사를 지을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20년 전에는 논 100정보에 쌀농사를 지으면 46억 원 즉 400만 달러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는데, 지금은 200만 달러 정도밖에 못 법니다. 모든 것이 다 값이 비싸졌는데 쌀값은 오히려 반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반면 갯벌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 갯벌 100정보는 500만 달러가 넘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갯벌에선 낙지, 바지락, 굴과 같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또 제방으로 막으면 안에서 물이 썩어서 오염돼 철새 도래지가 사라집니다. 이런 환경적 문제도 심각합니다. 지금까지 간척지 사업으로 국내 갯벌 면적은 20%나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남쪽은 알게 된 것입니다. 쌀이 문제가 아니라 자연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쌀이 모자라면 중국에서 사올 수도 있고, 미국에서 사올 수도 있습니다. 논은 세계 다른 나라에도 많지만, 우리의 갯벌은 어디서 사올 수도 없습니다. 지금 남북한의 간석지와 이와 붙은 중국 동부 연안의 간석지는 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간석지 지역입니다. 북한의 간석지 면적은 한국보다 더 많습니다.

제가 한국의 간척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남쪽에서 실패를 깨닫고 다시 되돌리려는 간석지 개간이 북한에선 여전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계도 간석지, 용매도 간석지, 홍건도 간석지 등에서 여전히 방조제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머잖아 한국처럼 북한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북한은 돈도 없지 않습니까. 굳이 막대한 자원과 인력, 자금을 투자해 간척지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그럴 인력이면 도로나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갯벌 복원은 한국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은 오히려 늦었습니다. 전 국토의 95%가 간척지인 네덜란드는 1980년대 초반부터 해마다 수천 만 달러를 투자해 제방을 허물고 갯벌을 복원하고 있고, 이웃 일본도 갯벌 유지가 우선입니다. 한국이나 해외에서 잘못된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간석지를 계속 개간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지도자들이 멀리 내다보는 혜안도 없고, 남의 교훈을 받아들일 줄도 모른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지금 북한에 식량이 부족한 것은 간척지 개발이 안돼서가 아닙니다. 있는 논밭도 비료가 없고 농기계가 없어 소출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제를 체제 개혁과 개방으로 해결해야지 간척지나 늘이면 뭘 합니까. 그 간척지에서 소금기를 빼내고 벼를 심을 때쯤이면 아마 북한은 더 이상 배고픈 나라가 아닐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금이라도 간척지 개간을 중단하길 바랍니다. 차라리 그 갯벌을 활용해 해산물을 생산해 외국에 팔아야 합니다
. 그게 얼마나 후대들에게 소중한 자연인지 제발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보고 정치를 하라고 김정은과 북한 간부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어린 충고를 해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