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4

알라딘: 동북아, 니체를 읽다 - 니콜라이 그롯부터 《학지광》까지, 원전으로 읽는 동북아 니체 수용사 2023

알라딘: 동북아, 니체를 읽다


동북아, 니체를 읽다 - 니콜라이 그롯부터 《학지광》까지, 원전으로 읽는 동북아 니체 수용사 
김정현 (엮은이),김현주,문준일,유지아,조성환 (옮긴이)책세상2023-10-20


































272쪽

책소개
러시아, 일본, 중국, 대한제국과 식민지 조선 등 동북아시아에 20세기 초를 전후해 니체 사상이 처음 수용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주요 텍스트를 번역해서 엮은 것이다. 동북아시아 각 지역 국가에서 니체가 처음으로 수용되는 지점에 있거나 다른 국가로 전이되고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글을 선별했다.

니체전집 한국어본 편집위원인 김정현 교수가 책임을 맡고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HK+인문사회연구소에서 러시아, 중국, 일본의 철학, 역사학, 정치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들이 통섭적인 지식을 나누며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제1부 러시아의 초기 니체 수용

니콜라이 그롯, 〈우리 시대의 도덕적 이상들: 프리드리히 니체와 레프 톨스토이〉(1893)

제2부 일본의 초기 니체 수용
필자 미상, 〈유럽에서 덕의 사상의 두 대표자인 프리드리히 니체 씨와 레오 톨스토이 백작의 견해 비교〉(1893. 12.)
필자 미상, 〈니체 씨와 톨스토이 백작의 덕의 사상을 평하다〉(1894. 1.)
우키타 가즈타미, 《윤리총화》(1909) 68

제3부 중국의 초기 니체 수용
량치차오, 〈진화론 혁명론자 키드의 학설〉(1902. 10. 16.)
왕궈웨이, 〈니체 씨의 교육관〉(1904. 3.)
왕궈웨이, 〈독일문화 대개혁가 니체전〉(1904. 6.)
왕궈웨이, 〈니체 씨의 학설(제10기)〉(1904. 7.)
왕궈웨이, 〈니체 씨의 학설(속 제10기)〉(1904. 7.)
왕궈웨이, 〈쇼펜하우어와 니체〉(1904. 11)

제4부 대한제국과 식민지 시기의 니체
대한제국기의 니체 소개
필자 미상, 〈윤리총화〉, 《서북학회월보》(1909. 4. 1.)
필자 미상, 〈윤리총화 속〉, 《서북학회월보》(1909. 5. 1.)

식민지 조선 시기 《학지광》의 니체 소개
주종건, 〈새해를 맞이하여 유학생 제군에게 드림〉, 《학지광》(1915. 2. 27.)
최승구, 〈너를 혁명하라! “Revolutionize yourself!”〉, 《학지광》(1915. 5. 2.)
최승구, 〈불만과 요구 - 가마쿠라로부터〉, 《학지광》(1915. 7. 23.)
현상윤, 〈강력주의와 조선청년〉, 《학지광》(1915. 7. 23.)
이광수, 〈먼저 짐승이 된 연후에 사람이 되라〉, 《학지광》(1917. 1. 1.)
전영택, 〈전적 생활론〉, 《학지광》(1917.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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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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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이 책은 러시아, 일본, 중국, 대한제국과 식민지 조선 등 동북아시아에 니체 사상이 처음 수용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주요 텍스트를 번역해서 엮은 것이다. 즉 동북아시아 각 지역 국가에서 20세기 초 전후 니체 사상을 소개하고 언급한 초기 텍스트들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글들을 선별해 번역한 것이다. 동북아시아 각 지역 국가에서 니체가 처음으로 수용되는 지점에 있거나 다른 국가로 전이되고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글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_‘책을 펴내며’ 중에서  접기

P. 30 나는 가장 전형적인 두 명의 뛰어난 현대 사상가에 집중해 양극단에 있는 그 둘의 세계관을 비교하고자 한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자신을 순수한 이교도 세계관의 수호자로 묘사하고, 그의 펜으로 기독교의 종교적, 도덕적 이상들에서 영원히 해방되기를 꿈꾼다. 그는 프리드리히 니체다. 다른 한 사람은 인류의 삶에서 기독교의 지고한 도덕적 이상들의 최종적 승리를 위해 실증적, 과학적 그리고 이교적 세계관과 정력적으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사람은 레프 톨스토이다.
_〈우리 시대의 도덕적 이상들, 프리드리히 니체와 레프 톨스토이〉 중에서  접기

P. 57~58 지금 유럽에서는 오늘날의 덕의德義의 상태에 불만을 품고서, 근본적으로 정신의 개량을 도모하고, 대대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폐풍과 악습을 일소하지 않을 수 없음을 깨닫고, 그 고상한 사업을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을 늘리려 하지만, 도덕 개량의 방안에 이르러서는 학자마다 설을 달리하여 때로는 정반대의 설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은 인류를 종교 덕의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자연에 방임하게 함으로써 인물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에, 다른 사람은 종교의 힘을 빌려서 자연의 정욕情慾을 절제함으로써 덕의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전자의 학설을 주창하는 자는 오늘날 유럽에서 저명한 윤리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씨이고, 후자의 학설을 대표하는 자는 러시아의 저명한 작가 레오 톨스토이 백작이다.
_〈유럽에서 덕의德義사상의 두 대표자인 프리드리히 니체 씨와 레오 톨스토이 백작의 견해 비교〉 중에서  접기

P. 130~131 오호라! 19세기의 사조로 한 획을 그어 존경받고 평등을 귀히 여겼으나, 자질구레하고 번거롭고 세세한 것에 붙잡히고 헛된 관습에 물들어, 마침내 오늘날의 원기가 사라지고 천재가 사라지니, 세계와 인류가 슬프게도 무미건조한 목석처럼 되었구나! 이에 홀연히 소매를 걷어 붙이고 큰소리를 외치며 현대 문명을 파괴하고, 가장 참신하고 활발하고 자연에 맞는 신문화를 주장하여,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학계를 흔든 이는 누구인가?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이다. 낡은 것을 지키려는 무리는 현대의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므로, 그를 미친 사람이라고, 악마라고 비난했다. 새로움을 말하는 자들은 현대의 문화에 만족하지 못하므로, 그를 위인이라고, 천재라고 한다. 비방과 칭찬의 소리가 오랫동안 논단에서 오고 갔다.
_ 〈니체 씨의 교육관〉 중에서  접기

P. 222 니체〔니-지에〕가 말하기를 “나의 벗이여, 너의 감정과 너의 사상의 배후에는, 어떤 힘센 주인—보지 못하는 철인—이 있다. 그 이름은 자아自我라고 한다. 그것은 너의 신체에서 살고 너의 신체에 있다” 하였다. 그 이른바 자아—fulbft—self는, 감정이나 사상을 분배하는〔配하는〕 권력의지를 의미하였었다. 우리는 각각 우리 자아—ownself—yourself—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직접 전선〔戰鬪線〕에 내놓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것을 내세우기 전에 먼저 구해야 할 것이오, 환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_〈너를 혁명하라!〉중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김정현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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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종교학을 공부한 뒤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표준판 니체전집 한국어본(전 21권, 책세상)의 편집위원과 한국니체학회·범한철학회·대한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원광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있으며, 중앙도서관장을 지냈다. 현재 한중관계연구원장, 동북아인문사회연구소장으로 HK+사업단의 책임을 맡고 있다.
저서로 《니체의 사회 철학Nietzsches Sozialphilosophie》, 《니체의 몸 철학》, 《니체, 생명과 치유의 철학》, 《... 더보기

최근작 : <동북아, 니체를 읽다>,<동북아, 니체를 만나다>,<소진 시대의 철학> … 총 25종 (모두보기)

김현주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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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의 정치외교학과와 동아시아학술원 동아시아학과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중국 칭화대학교 철학과에서 ‘선진정치사상에 대한 양계초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주제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원광대학교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춘추전국시대의 고민》,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공저), 역서로 《만국공법》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중국의 전통적 천하관에 입각한 양계초의 세계주의〉, 〈양계초와 중국 근대 헌정주의의 성립〉, 〈중국현대 문화개념의 탄생-양계초의 문화관을 중심으로〉 등 다수가 있다.

최근작 : <동북아 인물전>,<노자 도덕경과 동아시아 인문학>,<동북아, 니체를 만나다> … 총 9종 (모두보기)

문준일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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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혁명기 러시아문학으로 문학박사를 받았다. 귀국 후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에서 학문적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초기 한러관계사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신화, 사할린 디아스포라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원광대학교 HK+동북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붉은 광장의 아이스링크》(공저), 《민족의 모자이크, 유라시아》(공저),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전함 팔라다》, 《사할린 ... 더보기

최근작 : <동북아 인물전>,<동북아, 니체를 만나다>,<민족의 모자이크, 유라시아> … 총 11종 (모두보기)

유지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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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사학과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고, 일본 릿교대학교에서 일본사를 공부한 뒤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북아시아 냉전과 아시아.태평양전쟁 후 일본의 전후 처리 과정 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일본사학회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원광대학교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쟁점 한국사: 현대편》(공저), 《GHQ시대 한일관계의 재조명》(공저), 《한일역사 갈등과 역사인식의 변용》(공저),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아메야마 쇼이치의 《점령과 개혁》, 《아베... 더보기

최근작 : <동북아 인물전>,<동북아, 니체를 만나다>,<한국문제 관련 유엔문서 자료집 - 하> … 총 16종 (모두보기)

조성환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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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중국철학을 공부한 뒤에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한국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강사,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의 전임 연구원,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을 거쳐 현재 원광대학교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 근대의 탄생》과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공저) 역서로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인류세의 철학》(공역) 등이 있다.

최근작 : <한국의 철학자들>,<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동북아 인물전> … 총 2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격변기에
니체 사상은 어떻게 유입되었는가?

원전으로 만나는 동북아시아 초기 니체 수용사

이 책은 러시아, 일본, 중국, 대한제국과 식민지 조선 등 동북아시아에 20세기 초를 전후해 니체 사상이 처음 수용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주요 텍스트를 번역해서 엮은 것이다. 동북아시아 각 지역 국가에서 니체가 처음으로 수용되는 지점에 있거나 다른 국가로 전이되고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글을 선별했다. 니체전집 한국어본 편집위원인 김정현 교수가 책임을 맡고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HK+인문사회연구소에서 러시아, 중국, 일본의 철학, 역사학, 정치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들이 통섭적인 지식을 나누며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독일에서 태동해 서구의 전통을 깬 ‘망치를 든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은
동북아시아에 어떻게 전파되었을까?

20세기 동북아시아의 정신사는 서양 사상과의 만남이나 그 수용과 변용 속에서 움직이는데, 니체의 수용은 당시 유행하던 유럽 철학사상을 단편적으로 소개하는 단계를 넘어 동북아시아의 사회적·시대적 문제를 풀어내려는 정신사의 역동을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은 동북아시아에서 니체 사상이 수용되는 과정, 즉 니체가 동북아시아에서 왜 문제가 되었는지, 그리고 니체 사상이 각 지역 국가에서 어떻게 오용 또는 활용되었는지를 밝히는, 동북아시아 정신사를 읽는 영향사적 텍스트가 될 수 있다. 니체 사상은 사상의 수용과 텍스트 읽기에 대한 이해와 오해 속에서, 역사적 격변과 문명사적 전환 속에 있던 동북아시아의 국가·사회·정치·시대 문제들 속에서 여러 형태의 시대적·사회철학적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역사적 격변기를 겪던 동북아시아에서 수용한 니체에 대한 해석이며, 동시에 동북아시아의 정신사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니체가 수용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각 지역 국가의 사회·정치·문화·시대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러한 텍스트를 읽으며 동북아시아 정신사의 주요 이슈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일본, 중국의 초기 니체 수용

초기 니체 수용 과정에서 쓰인 주요 텍스트들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톨스토이주의와 니체주의를 하나의 개념 쌍으로 묶어 소개함으로써 동북아시아에서 니체를 수용하는 데 첫 가교 역할을 한 니콜라이 그롯Nikolai Grot의 글 〈우리 시대의 도덕적 이상들: 프리드리히 니체와 레프 톨스토이〉(1893)를 선정했다. 니체와 톨스토이를 비교하며 함께 다룬 그롯의 글은 서양 사상과 슬라브주의, 서구의 근대화/산업주의와 러시아의 전통과 토양을 지키려는 토양주의의 대립과 충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그롯의 글을 토대로 니체와 톨스토이의 도덕 사상을 비교하며 양극단의 사상을 조화하고자 한 고니시 마스타로小西增太郞를 주목했다. 1893년 12월과 1894년 1월에 잡지 《신카이心海》에 작자미상으로 게재된 〈유럽에서 덕의 사상의 두 대표자인 프리드리히 니체 씨와 레오 톨스토이 백작의 견해 비교〉와 〈니체 씨와 톨스토이 백작의 덕의 사상을 평하다〉가 일본에서 최초로 니체를 소개한 두 편의 글인데, 이는 후일 러시아에서 유학하며 그롯과 톨스토이 지근에 있던 고니시 마스타로의 글로 밝혀졌다.
이와 더불어 이 책은 대한제국 시기에 간행된 《서북학회월보西北學會月報》에 그 내용의 일부가 번역 소개된 우키타 가즈타미浮田和民의 《윤리총화倫理叢話》(1909)에 주목했다. 이는 작은 책자인데, 그 내용 전체를 번역했다. 우키타 가즈타미는 애기愛己와 애타愛他의 관점에서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며 니체주의와 톨스토이주의의 양극단을 비판하고, 이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도덕을 찾고자 했다.
중국에 니체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량치차오梁啓超와 왕궈웨이王國維, 루쉰魯迅 등 일본에 체류하던 개혁파 지성인들에 의해서였다. 이 책의 중국 편에서는 1902년 니체를 처음 소개하는 량치차오의 글〈진화론 혁명론자 키드의 학설〉(1902. 10. 16.)을 선정했다. 이 글은 마르크스와 니체, 키드Benjamin Kidd를 언급하며,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와 니체의 개인주의가 아니라 종교적 요소가 인류의 미래와 사회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키드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이후 중국인으로서 니체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사람은 왕궈웨이다. 그는 1904년에 네 편의 글을 통해 니체를 소개하는데, 〈니체 씨의 교육관〉(1904. 3.),〈독일문화 대개혁가 니체전〉(1904. 6.), 〈니체 씨의 학설〉(1904. 7.), 〈쇼펜하우어와 니체〉(1904. 11.)가 그것이다.

대한제국과 식민지 조선의 초기 니체 수용

대한제국에서 니체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09년 《서북학회월보》라는 잡지에 의해서였다. 《서북학회월보》 제1권 11호(융희 3년, 1909년 4월 1일)에 실린 작자미상의 〈윤리총화倫理叢話〉라는 글에서는 애기愛己와 애타愛他, 사회의 의미,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의 삶 등이, 그다음 달에 나온 《서북학회월보》 제1권 12호(융희 3년, 1909년 5월 1일)에 실린 〈윤리총화 속續〉에서는 톨스토이주의와 니체주의가 소개되었다. 이 글은 잡지에 작자미상이라고 되어 있으나 1909년 일본에서 출간된 우키타 가즈타미의 《윤리총화》 16장 가운데 1장에서 4장까지를 번역한 것이었다.
한국의 지성인 그룹에서 니체라는 이름을 언급하거나 니체의 사상적 개념을 활용하며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1910년대 중반 이후 재일본동경조선유학생학우회에서 간행한 《학지광學之光》을 통해서였다. 니체는 주종건朱鍾建(1895~?), 최승구崔承九(1892~1917), 현상윤玄相允(1893~1950), 이광수李光洙(1892~1950), 전영택田榮澤(1894~1968) 등 당시 일본에서 유학하던 식민지 조선의 젊은 지성인들에 의해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생존경쟁, 우승열패, 자연도태라는 사회진화론적 인식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었고, 우리가 세계 문명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며 강해져야 하고, 젊은이들이 새로운 원기를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191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의 니체 수용에는 식민지 상태를 벗어나는 역사적 시대적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고뇌가 묻어 있었고, 러시아, 일본, 중국 등에서 전이되고, 변용되며 재형성된 조선 청년들의 정신적 문제의식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텍스트 안에 해석되지 않고 묻혀 있는 정신사적 지층을 확인하고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니체를 만나고 읽다

이 책은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2022, 책세상)과 한 쌍을 이룬다.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가 국내외 연구자들이 동북아시아에서 니체가 수용된 현황을 각자의 연구 분야에서 조망한 것이라면, 《동북아, 니체를 읽다》는 이와 병행해 독자들이 동북아시아 니체 수용사의 초기 궤도 위에 있는 원텍스트를 확인할 수 있게 기획되었다. 저서가 필자들이 자신의 연구 영역에서 바라본 니체 수용의 과정과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면, 번역서는 당시의 원텍스트들을 담아내 독자들이 자신의 시각으로 동북아시아 정신사의 다양한 역동과 내용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을 실마리로 동북아시아 정신사의 지평이 한 단계 넓어질 것을 기대한다. 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