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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의 자성록에서 본 ‘마음 공부법’
마음 집중해야 세상 이치 본다
기자명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입력 2011.06.01
<함양과 체찰〉
-신창호 엮고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1만7000원
퇴계 이황(李滉)(1501~1570)의 생애와 철학을 ‘마음 공부의 중요성’ 측면에서 엮은 책 <함양과 체찰>이 주목받고 있다. 함양(涵養)이란 학식을 넓혀 심성을 닦는 것이고 체찰(體察)은 몸으로 익혀 실천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자성록(自省錄)은 퇴계가 율곡 이이(李珥) 등과 같은 후배 유학자들과 주고받은 말년에 엮은 편지모음 서간집인데, 이 책은 자성록을 뼈대로 퇴계의 가르침을 재구성한 것이다.
저자인 신창호 교수(고려대)는 “여기에는 선생이 제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매우 겸손하면서도 상호문답을 통해 소통하며 열정적인 멘토(Mentor)가 되어 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오늘의 CEO들이 마음으로 담을 만한 ‘의사소통과 진정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새로운 상황에 대비하여 다양한 채널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리더십을 고양한 퇴계의 자세는 성공과 성취감에 매몰되기 쉬운 것을 경계하는 귀중한 마음 공부의 한 대목이다.
퇴계 철학을 응축한 글귀는 ‘경(敬)’으로 ‘한 곳에 몰입하여 다른 쪽으로 마음을 쓰지 않는 공부법’이다. 이른바 ‘몰입’이나 ‘마음의 집중’은 퇴계가 간파한 공부의 핵심으로 이를 집중해야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제대로 된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은 그래서 심오한 퇴계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는 당연해 보이면서도 심오한 보편적 진리다.
인간 퇴계의 일면도 재미있게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이황 선생의 가장 인간적 매력에 대해 ‘겸손’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면서 삶을 합리적으로 펼쳐가기 위한 마음 공부를 한 분이지요. 제자들은 물론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배려하는 모습은 성스럽고 맑은 영혼을 지닌 분으로 드러납니다. 그것은 자신을 뒤로 할 줄 아는 자기 충실과 타자 배려에 몰입한 산림처사(山林處士)로서의 거룩한 생명정신”이라고 말했다.
퇴계 말년 10 여년은 학문의 원숙기였다. 제자들과 공부에 몰입함은 물론, 전국 각지의 선비들과 편지로 교유(交遊)하며 학문을 논의한 것은 조선 지성인들의 열정이 어떠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학문과 연구에 몰입하고 자신이 거두는 삶에 최선을 다한 만년의 그의 행보는 오늘날에도 의미 있게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퇴계가 지은 시편과 ‘활인심방’ ‘수신십훈’ 등 공부법과 맥이 닿아있는 내용도 함께 실었다.
도를 넘어선 경쟁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 버린 현대사회에서 저자는 “퇴계 선생의 함양과 체찰을 통한 자기 공부는 바로 살림의 사유와 행위를 유도할 수 있는 교육이자 학습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원이나 향교 등 교육문화유산 답사를 수시로 하며 전통 교육의 가치를 성찰하는데 몰입하고 있는 저자는 “‘자성록의 이치를 깨우치는 법’은 마음 공부를 빼곤 설명되지 않는다”며 “그의 생각이 녹아 있는 문구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마력이 있다”고 말했다.
권동철 문화전문 기자 kd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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