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니체를 만나다 -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동북아시아 사상의 전이와 재형성
김정현,문준일,조성환,이와와키-리벨 도요미,유지아,김현주,가오지안후이 (지은이)책세상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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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쪽
책소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사상이 동북아시아에 전해진 과정과 그 정신사적 의미를 탐색한 책. 니체전집 한국어본 편집위원인 김정현 교수가 책임을 맡고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HK+인문사회연구소에서 러시아, 중국, 일본의 철학, 역사학, 정치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들이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국내 연구자들이 동북아시아의 정신사 전체의 지평에서 통섭적 시각으로 니체 수용사를 연구한 결과물로 출간된 책으로는 최초다.
이 책은 니체 사상이 러시아와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건너가는 과정, 그리고 일본을 통해 대한제국과 식민지 조선으로 전해져 각국의 역사적 상황에 맞추어 변이되고 재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톨스토이와 루쉰, 이광수 등 우리에게 익숙한 당대의 주요 작가들이 니체 사상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초인’, ‘권력의지’ 등 니체의 주요 개념들이 이들의 작품에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관련 연구자들은 물론, 니체 사상과 근현대 문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목차
책을 펴내며 5
1장 19세기 말 러시아의 사상지형과 니콜라이 그롯의 니체와 톨스토이 해석
1. 러시아, 동북아 니체 담론의 시원
2. 러시아의 니체 수용사
3. 러시아 사회 상황과 니체 수용의 특징
4. 프레오브라젠스키, 니체에 대한 첫 번째 응답
5. 니콜라이 그롯의 니체와 톨스토이 해석 45
6. 그롯과 동북아 니체 수용의 전형 54
2장 고니시 마스타로의 니체와 톨스토이 수용과 일본 정신사적 의미
1. 동북아시아의 니체 수용사에 대한 국내 연구
2. 일본 니체 수용사의 선행연구 분석
3. 메이지 시기의 톨스토이 수용
4. 고니시 마스타로의 톨스토이와 니체 해석
5. 고니시 이후의 니체 해석
6. 초기 일본 니체 수용사의 의미
3장 다카야마 조규의 <미적 생활을 논하다>와 니체 사상
1. 다카야마 조규의 문제의식의 형성과 배경
2. 다카야마 조규의 평론 활동 성립과 개인주의
3. 조규의 <미적 생활을 논하다> 이전의 니체상 형성
4. <미적 생활을 논하다>의 주요 논지
5. 니체와 지글러로부터의 ‘미적 생활론’ 해석과 결론
6. 조규의 자아주의와 니체적 개인주의
4장 우키타 가즈타미의 애기/애타 해석과 윤리적 제국주의론
1. 일본의 니체 철학 수용 연구 현황
2. 청일전쟁 이후, 일본 지식인의 니체 철학 수용과 비판
3. 우키타 가즈타미의 애기/애타 해석
4. 러일전쟁 이후, 국가 인식과 윤리적 제국주의론
5. 우키타 가즈타미의 제국주의로의 전이
5장 량치차오 사회진화론과 니체 사상
1. 니체와 진화론
2. 진화사상의 주체
3. 진화의 동력
4. 진화의 과정
5. 량치차오와 니체의 진화사상
6장 루쉰과 선총원의 니체 해석
– 1920년대 문학 경전화와 니체의 중국화를 중심으로
1. 1902~1908년: 루쉰의 니체에 대한 이론적인 해석
2. 1918~1925년: 루쉰의 니체 중국화의 문학 실천
3. 1918~1925년: 니체의 중국 본토화와 루쉰의 경전화
4. 루쉰에서 선총원까지: 니체의 중국화의 확장
5. 결론
7장 191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니체 사상의 수용
- 《학지광》을 중심으로
1. 식민지 조선의 문제의식과 니체
2. 《학지광》과 니체
3. 1910년대 니체 해석: 사회진화론과 생명주의, 신청년의 자각
4. 식민지 조선에서 니체 수용의 의미
주・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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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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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니체가 어떻게 각 지역 국가에서 수용되고 논의되었는지를 살피는 일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격변하는 동북아의 정세 및 역사, 정신세계를 살피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이 시기 동북아시아는 역사적·문명적 격변을 겪었고, 니체 수용 과정 역시 이러한 동북아의 역사와 정치·사회적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당시... 더보기
이상으로부터 알 수 있는 점은, ‘한국에서의 니체 수용’에 관한 연구는 주로 문인들의 수용 양상을 다룬 연구가 대부분이고,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2007년 무렵부터이며, 그 양은 대략 논문 10여 편 정도라는 사실이다._2장
평론 〈미적 생활을 논하다〉에서 니체라는 이름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니체의 지명도가 그의 죽음을 계기로 상승하기 시작한 1900년 이후, 조규는 이 평론으로 인해 니체를 긍정적으로 수용한 초창기 니체주의자로 불린다. 일본에서의 니체사상 수용은 유럽에서의 니체 수용과 거의 시간적으로 일치한다._3장
일본의 ‘개인주의’에 대한 논의는 니체 철학을 소개하면서 더욱 치열하게 진행되었는데, 니체 철학은 메이지 후기인 19세기 후반에 일본에 소개되었으며, 이는 동양 3국 중에서 최초였다._4장
재미있는 것은 니체는 부정했지만, 진화론을 긍정했던 량치차오의 진화론에도 니체주의적 색채가 보인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량치차오의 여러 글을 통해 그의 진화론에서 다루고 있는 진화의 주체와 진화의 동력을 분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것이 니체 사상과 어떠한 연관성을 갖는지 얘기해보고자 한다._5장
학계에서는 루쉰이 니체를 언제 알았는지에 대해 아직 정설이 없지만, 저우쭤런의 회고에 따르면 루쉰은 일본에 도착하자 량치차오 등을 통해 니체를 알게 되었고, 그 경로는 《신민총보》에 실린 니체에 관한 글이었을 것이다._6장
니체가 ‘세계의 비밀Weltratsel’이라고 표현한 바 있듯이 이중 혹은 다중으로 중첩되고 접합되고 중층화되어 다양한 시대적 지문이 묻어 있는 동북아시아 지성사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영향사Wirkungsgeschichte적 과제가 많이 있으며 그 가운데 중요한 논의가 니체사상과 연관되어 있다._7장
저자 및 역자소개
김정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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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철학, 사회학, 종교학을 공부한 뒤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표준판 니체전집 한국어본(전 21권, 책세상)의 편집위원과 한국니체학회·범한철학회·대한철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원광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있으며, 중앙도서관장을 지냈다. 현재 한중관계연구원장, 동북아인문사회연구소장으로 HK+사업단의 책임을 맡고 있다.
저서로 《니체의 사회 철학Nietzsches Sozialphilosophie》, 《니체의 몸 철학》, 《니체, 생명과 치유의 철학》, 《... 더보기
최근작 : <동북아, 니체를 읽다>,<동북아, 니체를 만나다>,<소진 시대의 철학> … 총 25종 (모두보기)
문준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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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혁명기 러시아문학으로 문학박사를 받았다. 귀국 후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에서 학문적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초기 한러관계사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신화, 사할린 디아스포라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원광대학교 HK+동북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붉은 광장의 아이스링크》(공저), 《민족의 모자이크, 유라시아》(공저),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전함 팔라다》, 《사할린 ... 더보기
최근작 : <동북아 인물전>,<동북아, 니체를 만나다>,<민족의 모자이크, 유라시아> … 총 11종 (모두보기)
조성환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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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중국철학을 공부한 뒤에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한국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강사,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의 전임 연구원,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을 거쳐 현재 원광대학교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 근대의 탄생》과 《하늘을 그리는 사람들》, 《키워드로 읽는 한국철학》,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공저) 역서로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인류세의 철학》(공역) 등이 있다.
최근작 : <한국의 철학자들>,<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동북아 인물전> … 총 23종 (모두보기)
이와와키-리벨 도요미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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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슈대학교에서 비교철학,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비교철학을 전공했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 종교학, 일본학을 공부한 후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일본학과 및 법학부의 강사를, 에를랑겐-뉘른베르크대 학교에서 일본학과 연구 조수를 역임했고, 현재 뷔르츠부르크·슈바인푸르트 응용과학대학(FHWS)의 강사로 가르치며 《철학잡지》 등에서 집필·출판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니체의 순례자 철학Nietzsches Philosophie des Wanderer》, 《언어: 번역의 세계 Sprache: Ube... 더보기
최근작 :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
유지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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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사학과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고, 일본 릿교대학교에서 일본사를 공부한 뒤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북아시아 냉전과 아시아.태평양전쟁 후 일본의 전후 처리 과정 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일본사학회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원광대학교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쟁점 한국사: 현대편》(공저), 《GHQ시대 한일관계의 재조명》(공저), 《한일역사 갈등과 역사인식의 변용》(공저),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아메야마 쇼이치의 《점령과 개혁》, 《아베... 더보기
최근작 : <동북아 인물전>,<동북아, 니체를 만나다>,<한국문제 관련 유엔문서 자료집 - 하> … 총 16종 (모두보기)
김현주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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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의 정치외교학과와 동아시아학술원 동아시아학과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중국 칭화대학교 철학과에서 ‘선진정치사상에 대한 양계초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주제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원광대학교 HK+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춘추전국시대의 고민》,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공저), 역서로 《만국공법》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중국의 전통적 천하관에 입각한 양계초의 세계주의〉, 〈양계초와 중국 근대 헌정주의의 성립〉, 〈중국현대 문화개념의 탄생-양계초의 문화관을 중심으로〉 등 다수가 있다.
최근작 : <동북아 인물전>,<노자 도덕경과 동아시아 인문학>,<동북아, 니체를 만나다> … 총 9종 (모두보기)
가오지안후이 (高建惠)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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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톈진사범대학교에서 세계문학과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 경북대학교에서 중국어문학을 공부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톈진외국어대학교 에서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 경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초빙 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 수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있다.
<중국현대문학에서의 니체 수용 연구: 현대성과 현대문학의 탄생에 중심으로>, <色彩词的文学性研究-沈从文小说为中心>, <双城记-沈从文《边城》与卡夫卡《城堡》的文本含混性对比研究>, <沈从文《边城》中的《圣经》原型研究>, &l... 더보기
최근작 :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러시아부터 일본, 중국, 그리고 대한제국까지
프리드리히 니체는 어떻게 동북아시아에 전해질 수 있었을까?
국내 최초로 출간되는 동북아시아 니체 수용사 연구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사상이 동북아시아에 전해진 과정과 그 정신사적 의미를 탐색한 책. 니체전집 한국어본 편집위원인 김정현 교수가 책임을 맡고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HK+인문사회연구소에서 러시아, 중국, 일본의 철학, 역사학, 정치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들이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국내 연구자들이 동북아시아의 정신사 전체의 지평에서 통섭적 시각으로 니체 수용사를 연구한 결과물로 출간된 책으로는 최초다.
이 책은 니체 사상이 러시아와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건너가는 과정, 그리고 일본을 통해 대한제국과 식민지 조선으로 전해져 각국의 역사적 상황에 맞추어 변이되고 재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톨스토이와 루쉰, 이광수 등 우리에게 익숙한 당대의 주요 작가들이 니체 사상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초인’, ‘권력의지’ 등 니체의 주요 개념들이 이들의 작품에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관련 연구자들은 물론, 니체 사상과 근현대 문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동북아시아, 니체를 만나
다양한 문화적 갈래와 정신사적 지형도를 그리다
동북아시아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는 아편전쟁, 메이지유신, 청일전쟁, 러일전쟁, 을사조약, 한일합병 등 여러 역사적 사건들로 대표되는 많은 변화를 겪은 격변의 시기였다. 니체(1844~1900)는 이 시기에 러시아에 유입되어 일본에 소개되었고 일본에서 중국과 대한제국으로 전해졌는데, 이 책은 그 과정을 추적하고 수용 초기의 니체 사상이 동북아시아에서 어떤 정신사적 의미를 갖는지 밝힌다.
‘정신사’란 역사를 형성하는 근원적인 힘으로 ‘정신’을 지목하고 그 정신을 고찰하는 역사학을 말한다. 니체의 사상은 동북아시아에 소개되었을 때 각 지역 국가의 ‘정신’과 만나 변이되어 새로운 ‘정신’을 논의하는 데 기여했다. 니체주의와 톨스토이주의, 사회진화론과 주체적 문명 형성, 신민과 입인사상 등 니체를 언급하며 이뤄졌던 논의들엔 자아실현과 건강한 개인의 삶, 평등과 공존의 가치, 힘의 논리처럼 오늘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닮은 부분도 많다. 그러므로 니체 수용 초기 동북아시아의 정신사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 정신사의 연대기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세계표준판 니체전집 한국어본(전 21권, 책세상) 편집위원인 김정현 교수(원광대학교)가 책임을 맡고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HK+인문사회연구소의 연구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이전까지는 니체의 사상이나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니체 수용사는 다양한 영역과 연관되어 있기에 국가의 경계를 낮추고, 철학 외의 영역도 다룰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개별 연구 결과를 한데 묶기보다 연구소의 구성원들이 자료 수집 단계부터 함께하여 다 같이 원전을 읽어가며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등 여러 국가에서 공부한 저자들이 동북아시아 지역의 니체 수용사 중 초기에 해당하는 1890년대와 1900년대의 자료를 수집하고 함께 검토했다. 국회도서관과 인터넷을 통해 확보한 연구서와 자료뿐만 아니라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 영어, 독일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저자들이 현지의 지인과 대학 도서관을 통해 구한 원전을 번역하여 읽고 논의해 만들었다.
또한 철학, 문학, 역사, 정치사상, 한국사상, 신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저자들이 오랜 시간 함께 논의하고 연구하며 집필해 더 풍성하고 깊이 있는 내용이 담겼다. 개별 지역 국가로 한정되어 있거나 연대기적 나열이 아닌 사상적 변화와 정치 상황, 시의적 문제, 각 지역 국가의 역사, 국제 정세를 통찰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니체에 대한 관심이 만들어낸 이 책은 니체와 동북아 정신사의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니체, 그리고 톨스토이, 루쉰, 이광수…
동북아시아, 니체를 만나다
1장에서는 러시아에 처음 니체가 유입된 때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니체 수용사를 살펴본다. 니체와 대비해 톨스토이 사상을 긍정적으로 평했던 니콜라이 그롯의 해석을 중심으로 검열, 금지, 비판, 번역 과정 등 당시 러시아에 있었던 니체 텍스트와 관련한 이슈를 포괄해 전체 흐름을 정리했다.
일본에 니체가 소개된 것은 니콜라이 그롯의 제자였던 고니시 마스타로에 의해서였다. 2장에서는 고니시 마스타로를 중심으로 일본의 니체 유입 과정과 그 지성사적 분위기를 조명한다. 그리고 일본 니체 수용의 효시가 된 고니시 마스타로의 사상적 지향성과 니체 수용으로 인해 문학계에 일었던 반향 등을 함께 분석했다. 이어 3장에서는 일본에서 니체가 논쟁적 담론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니체가 유입된 후 일본에 일어난 ‘니체 신드롬’과 그 중심에서 개인주의를 주창하던 다카야마 조규의 시각을 정리하고, 그의 문제의식이 형성된 배경, 평론 활동 등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조규 이후 일본의 니체 수용사 중심에 있던 우키타 가즈타미의 애기/애타 해석과 윤리적 제국주의론의 연관성을 역사학적으로 추적한다. 일본의 ‘국민국가’ 형성기에 유입된 ‘개인주의’가 근대 일본 지식인에게 미친 영향을 살피며 이기심과 이타심 및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논한다.
‘니체 신드롬’이 일어났을 때의 일본에는 무술신정 개혁에 실패한 후 망명한 중국의 젊은 지식인들이 있었다. 5장에서는 그중 중국에 니체를 소개한 량치차오의 시각을 사회진화론과 연관해 해석한다. 량치차오의 글을 사회진화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개체와 군체, 개인과 사회, 노예로부터의 해방과 영웅의 탄생 등을 언급하며 니체와 량치차오가 공유하던 문명의 변혁사상, 중국의 정치 주체가 될 ‘신민’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6장에서는 ‘중국의 니체’로 알려진 루쉰이 1920년대 중국 문학계의 중심에서 니체를 ‘중국화’하는 과정과 중국에서 ‘니체 열병’이 일어나는 과정을 다룬다. 또 루쉰에서 선총원에 이르기까지 니체의 사상이 중국 현대문학에 도입, 해석되고 현지화되고 전파되고 깊어지는 역동적 중국화 과정을 살펴본다.
한국, 당시의 식민지 조선에 니체는 일본에서 공부하던 식민지 조선의 젊은 유학생들을 통해 알려질 수 있었다. 7장에는 이러한 1910년대 조선의 젊은 지식인들이 최초로 니체를 언급하고 논의한 내용을 설명한다. 일본을 통해 전래되어 ‘다이쇼 생명주의’라는 배경을 가진 채 식민지 조선에 유입된 니체를 재일 조선유학생들이 어떻게 변용하여 시대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는 고뇌와 문제의식이 함께 담겨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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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니체 사상의 수용사로부터 동북아 3개국의 정신을 읽는다
반(反) 시대적으로 사유하고... 시대정신, 지배적 이상과 대결하면서 거기에 돌파구를 내는, 그런 점에서 ‘시대의 양심’이 되는 자들이 많아지는 세계를 그리며. -필리아(2022.1.14.)
시대정신 또는 시대의 가치가 바뀌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 아닌가하는 목소리는 사실 매양 들려오는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습관적 문구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대로의 정치적, 문화사회적, 도덕적 가치체계가 새롭게 마주하게 되는 세계와 조화롭지 못한 이질감을 체감하게 되고, 이에 대한 정신적 돌파구를 찾으려하는 것은 생명의 유지존속이라는 본질을 지닌 존재들에게 당연한 의문이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러한 고민의 흔적들은 인간 정신사의 어떤 흐름의 족적을 남기며, 바로 지금의 가치가 형성된 근원적 사상이 무엇이었는지 드러내준다. 책은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의 19세기 말, 20세기 초, 사회정치적 맥락과 깊은 연관을 맺게 된 정신사로서 ‘니체’의 독해와 수용과정의 연구를 통해 이 지역의 역사적 문명적 격변의 저류를 탐색하고 있다. 이로서 우리는 역사의 반성적 성찰과 그 구성원들의 정신에 흐르고 있는 지배적 사상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설혹 탐색과 연구, 근원이 된 텍스트나 아카이브의 해석 상 오류가 있었을지언정 그러한 실체로 수용되었기에 그 자체가 곧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 일본의 니체 수용
어느 시점에 누가 어떤 관점에서 하나의 사상을 접하고 그것을 공개적 지면을 통해 자국에 소개하였는가는 결코 간과할 것이 아니다. 그것을 접한 사람의 다소(多少)를 떠나 사상적 관심과 비평의 촉발을 가늠하게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상의 확산이나 외면을 파악하는 단초(端初)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신학적 배경을 지닌 러시아 모스크바 대학 유학생인 ‘고니시 마스타로(小西增太郞)’가 1893년 <유럽의 대표적 두 명의 도덕사상가 프리드리히 니체 씨와 레오 톨스토이 백작의 견해비교>라는 글을 니콜라이 신학교 기관지인 《심해》에 게재한 것이 최초인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니체를 언급하는 최초의 이 글은 이후 일본에서 니체의 사상을 어떻게 수용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변화를 관찰토록 하는데, 톨스토이 사상과 비교의 측면에서 말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또한 ‘도덕 사상’이라는 틀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며, 특히 이 최초의 관점이 거의 절대적이라 할 만큼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니시는 문학비평의 권위자인 모스크바 대학교 지도교수인 ‘니콜라이 그롯’의 제자이자 톨스토이와 《도덕경》을 함께 번역하며 교류를 쌓아갔던 인물이다.
한편 1890년대의 러시아는 “주도적 이념적 경향이 없어진 이데올로기 진공상태”였기에 러시아의 정치적 사회적 개혁의 필요성에 답하기 위한 정신적 갈망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체의 이타주의적 도덕비판에 대해 당대의 지식층은 부정적 태도가 주류였으며,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그롯이라 할 수 있다. 주류 지식층의 이러한 부정적 니체의 시각 속에서 철학자 ‘프레오브라젠스키’는 1892년 <프리드리히 니체: 이타주의 도덕 비판>이라는 논문에서 상대주의적 가치로서의 도덕과 이타주의 내면에 숨겨진 허위를 주장한 니체에 공감하면서 니체로부터 새로운 이상의 길을 발견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것으로 촉발된 주류의 비판론 중 하나가 그롯이 쓴 <우리시대의 도덕적 이상들: 프리드리히 니체와 레프 톨스토이>며, 여기에서 그는 두 사상가를 영적 적대자로 비교하며 니체를 부도덕의 사도, 금욕주의와 이타주의의 기독교적 가치를 전복시키는 악마로 묘사한다. 반면 톨스토이는 종교적 가치의 담지자이며 도덕적 이상의 최종적 승리를 위한 도덕적 세계관의 대표자로 제시한다. 즉 고니시가 최초로 일본에 소개한 니체는 이러한 그롯의 도덕적 가치관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의 필터를 낀 니체, 부정적 니체, 톨스토이의 도덕적 이상주의를 내세우기 위한 반면교사로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니시는 니체와 톨스토이를 ‘도덕 개혁론자’로 공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욕망에 대한 견해차이가 도덕과 종교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낳게 되었음을 파악하고 새로운 세계를 위해 ‘도덕 개량’과 ‘정신의 개량’을 주장했다. 특히 <유럽에서의 덕의 사상의 두 대표자>라는 논문에서 니체의 글을 길게 인용하며, ‘인간 개량’과 같은 우승열패를 인정하고 강자를 두둔하는 초인의 필요성과 톨스토이의 편파적 유심론과의 균형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상의 최초 수용기인 고니시 이후에 니체의 일본 수용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로서 도쿄제국대학 철학과 출신의 ‘다카야마 조규’는 니체를 ‘위대한 문명비평가’로 평가하면서 “강대한 개인의 의지의 힘이 드러나는 곳에는 반드시 영원한 생명이 있다.”며, 개인주의와 생명주의를 결부시키며 ‘미적 생활론’이라는 본능의 만족이 곧 미적 생활이라며 일본의 제국주의적 사상의 기틀을 제공한다.
조규의 이러한 사상적 토대가 소위 일본주의로 불리는 야마토(大和) 민족의 포부 및 이상을 표명하는 일본의 국민적 실행 도덕의 원리 기초다. 이것은 후일 사회진화론과 결합하여 윤리적 제국주의 이론으로 변질되고, 일본 제국주의의 양면성, 즉 사회적 이중성이라는 기묘한 사회공익론을 낳는다. 중요한 것은 국가이고 국가의 이익이 합치되는 행위만이 선이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타국의 이익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제국주의 정당론으로 나아간다. 세계 문명 및 정치 참여를 위해서 타국을 점령하는 것은 침략적 의미가 아니라 문명화라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일본은 서구의 침략적 팽창주의와는 다른 아세아 국가들의 개혁 유도 촉진을 돕는 자연적 팽창주의라고 니체의 힘에의 의지를 주장하기도 한다.
니체가 제국주의 윤리의 사상 기반을 제공한 사상가로 변질되어 수용된 것이다. 수용 초기에는 반도덕주의자라는 낙인을 찍어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다 청일전쟁, 러일전쟁의 승리로 지역 패권자임을 인식하기 무섭게 낙인은 찬양으로 급속하게 전환된다. 사실 니체 사상의 실체를 수용한 것이라기보다는 텍스트의 수많은 문장과 논의에서 하나의 논리적 틀을 길어오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일본인 개인의 자유와 인권 보장을 니체로부터 배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아시아 패권 장악이라는 침략주의적 야만성을 정당화하는 논리 또한 니체를 기반하고 있는 일본의 이중성을 바라보면서 오늘 니체의 철학을 읽는 나는 당대 일본인들의 실로 어처구니없는 그 교활한 무지의 역사와 정신에 헛웃음만을 짓는다.
2. 중국의 니체 수용
중국의 니체 수용의 과정에서는 독특한 점이 발견되는데, 니체 당사자도 부정했고, ‘디르크 존슨’과 같은 니체 연구자들이 진화론과의 친화성을 부정했음에도 이에 못지않은 진화론과 니체의 친연성에 대한 연구가 수용 초기 중국학자들에게 강렬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21세기 사람으로서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점이다.
서구 열강에 굴욕적인 개항과 조계와 같은 조차지를 내놓아야 하는 치욕의 삶을 살아가야 했던 중국인이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이론적 수단이 된 헉슬리와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에 열광했다는 것이다. 국가의 집단적 힘을 기르기 위해서 그 구성원인 개인, 국민의 소양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관점인데, 수천 년 노예로 길들여져 온 의존과 복종의 정신을 깨부수고 스스로 자유로운 존재임을 인식하는 자유의지의 존재로 부상해야 한다는 사고다. 사회진화론자인 량치차오의 민주주의 실현은 부정하면서 국민의 계몽, 경쟁을 통한 사회개량을 주창했던 엉터리 같은 이들 초기의 과정은 여기서 줄이기로 하고, 1907년 니체의 견해를 직간접적으로 시사한 ‘루쉰(魯迅)’의 최초의 논문을 통해 니체의 중국 현지화와 이론적 해석에 관심을 집중해보도록 하겠다.
루쉰은 량치차오의 사회진화론 사상을 반성적으로 비판하면서, “인간적 각성이 없으면 중국이 일본과 같은 강대국이 되더라도 수성(獸性)의 일면을 벗어날 수 없다.”며, 개인의 주체성과 의지 확립, 정신적 인간의 세움(立人)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니체의 초인 사상에 공감을 표시했다. 다시 말해 루쉰은 니체를 통해 “국민정신 개조의 사상자원을 얻어 중국 국민성 개조”라는 새로운 과제를 열었다.
중국 역사의 대변혁의 시기인 1915년부터 시작된 신문화운동으로 시작된 5.4운동 전후의 시기인 1918년부터 1925년은 반봉건, 반전통의 목소리와 함께 국민개조 운동이 본격화된 시기라 할 수 있다. 시대의 각성자, 니체의 초인을 닮은 《광인일기》에서부터 루쉰은 니체의 패턴을 그의 작품의 중심축으로 하였다. 중국 전통 가치의 죽음 선언, 광인일기의 문장에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서문 3절의 문장은 물론 많은 구절들이 흡사할 만큼 모든 가치의 재평가, 의식의 완전한 전환, 국민의 후진성이라는 말인(末人)의 전형성을 비판하며 국민의 무감각과 무지를 비판했다. 이밖에도 《들풀(草野)》은 판박이처럼 중국화 된 《차라투스트라》로 불릴 만큼 니체의 정신적 기질을 통해 니체 철학사상을 구국과 존망을 위한 중국 사회의 실천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대중이 읽어야 하는 소설 작품이 읽히지 않았다. 중국 인민은 전통과 노예적 삶에서 깨어나려 하지 않았을뿐더러 자신들의 가치 재평가와 전통에 반항하는 사상, 고독하고 절망적인 정서로 그득한 소설은 대중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구나 ‘마오둔(茅盾)’ 같은 기성의 작가는 《광인일기》를 ‘기발하고 괴팍한’것이라며 폄훼하기까지 했다. 루쉰의 니체 수용과 대중 전파는 일본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임을 알 수 있다. 필터를 낀 제2, 제3의 왜곡된 이해가 아니라 제1의,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독자적 수용이라는 점이다.
루쉰의 니체 패턴을 거부하던 초기의 중국 대중과 달리 점차 북경대를 비롯한 대학생, 해외 유학 엘리트, 지방 청년층에까지 독자층이 점차 확대되면서 루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1923년 이후 루쉰은 경전적 인물로 자리잡기에 이른다. “루쉰의 책 두 가지만 있으면 서점을 열어도 얼마든지 장사가 된다.”고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의 니체 루쉰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새로운 가치와 문화 개혁에 대한 대중적 이해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주목하게 하는 부분인데, 일본의 수용이 신학과 철학계로부터의 수용이었는데 반해, 중국은 문학의 대중화를 통한 인식의 대중적 개혁이었다는 점이다. 일본은 엘리트 지배계층의 사회 국가적 차원의 이념적 도구였다는 점에서 위에서 아래로의 수직적 주입과정이라 하겠지만 중국은 아래인 대중의 점진적 수평적 확산이라는 점에서 그 수용의 과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할 수 있으며, 이는 니체의 독법에 깃든 이해와 어떤 관계가 있음을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
니체의 중국화 확장에 루쉰만큼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 니체의 중국화 과정에 획기적 역할을 한 현대문학의 대가인 ‘선총원(沈從文)’이다. 루쉰과 접촉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자신의 사상을 니체의 개인 중심의 과대고립주의라 하였으며, 末人들의 우매함과 봉건적 예교에 대한 본질적 거부와 비판이었다. 그는 《중국인의 병(中國人的病)》에서 “중국인의 병은 봉건적 전제와 봉건문화의 통치하에서 자유로운 사색, 자유로운 연구, 자유로운 창조의 주체 정신이 결여된 것”이라며, 무지와 미신에 매여 있는 인민의 삶을 비판했다.
선총원은 사회 공리적 측면에서의 니체의 수용을 예술적 심미와 생명관으로 니체를 발전, 중국화를 추진한 인물이다. 어떤 의미에서 중국은 일본의 그것과는 다른 진정한 니체 정신의 폭넓고 깊은 이해에 기반을 둔 점진적 평등적 확산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3. 식민지 조선의 니체 수용
20세기 전후의 시기란 유럽은 물론 지구촌 전체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시대라 할 수 있다. 서구는 산업사회로의 전환이후 야기된 물질문명에 대한 회의와 자본적 질서의 주도자로서 소비기지의 개척이라는 제국주의적 야욕으로 세계적 갈등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었으며, 동북아 지역은 이러한 도전에 상처를 입고 고통을 겪던 혼돈의 시기였다.
또한 메이지 유신을 통한 근대화와 산업화와 함께 지역 팽창의 욕망으로 부풀었던 일본의 주도적 세계질서의 참여나, 오랜 전통적 질서와의 고별과 새로운 질서의 수립을 스스로 사유할 수 있었던 중국과는 달리 식민지 조선은 그 어떠한 질서에도 주체적으로 참여, 사유할 수 없었던 한계를 지닌 소외된 지역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은 갑오경장, 동학혁명 등을 겪으며 민권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시야가 싹트기 시작했으며, 일본에 의한 강제병합에 의한 민족적 반성의 시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인민 개체의 관점에서 일본에 의해 간접적으로 유입된 근대화와 이를 산업화라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물질자본의 수용에 노출되어 착취되는 현실을 모를 수는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국 니체의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당대의 일본과 중국과 나란히 논의한다는 것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하겠다.
이처럼 식민지 조선에 니체가 처음 소개된 것도 제국주의 윤리라는 일본의 극우 국수주의자인 ‘우키타 가즈타미(浮田和民)’가 쓴 <윤리총화>의 4개장이 번역되어 1909년 《서북학회월보》에 소개된 것이 처음이지만 이것이 어떤 반향을 가져온 것인지 이 책은 설명하고 있지 않다. 아마 기록의 의미 이상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지식계층의 논의가 시작된 것은 일본 유학생들이 발간한 《학지광(學之光)》에 1914년 ‘최승구’가 “사회진화론의 맥락과 생명주의와 문화주의의 영향이 중층으로 얽힌 식민지 지식인 문제”를 드러낸 것이 처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후 재일유학생인 주종건, 현상윤, 이광수, 전영택 등 다섯 명이 니체를 논의한 것이 전부였던 모양이다. 우생학적 인종주의 및 제국주의 합리화 논리의 기반인 사회진화론을 맥락으로 했다는 것도 이들이 일본 지식계층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음의 반증일 것이며, 고작 그것으로부터 “침략적 서양에 저항하기 위해 강자가 되기 위한 실력 양성”이었다는 논의도 사실 실소를 멈추지 못하게 한다. 어쩌면 당시 일본의 평범한 대중들이 지나며 주절거리는 일반적 목소리 이상의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가?
더구나 이들의 자각이란 것도 고작 ‘이쿠다 조코(生田長江)’가 쓴 《근대사상 16강(近代思想16講)》이라는 루소, 니체, 토스토옙스키, 입센, 다윈, 졸라, 플로베르 등의 사상을 소개한 책에 기반한 조잡한 제3차 번안된 인식에 불과했으며, 일본에 수용된 서양 사상에 대한 이해가 전부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여기에는 최승구의 발표된 글을 통해 “자아의 혁명 가능성 모색”이라며 식민지 청년의 저항의식을 과장하여 소개하고 있지만, 일본이 러시아 필터를 낀 니체를 이해하였듯이 일본의 필터를 낀 니체와 서구 사상의 이해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현상윤의 새로 태어나기 위한 조선의 강력주의 주장이나 주종건의 니체적 개체의 자아실현, 이광수의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이 주창한 국가주의적 사회진화론에 토대를 둔 약육강식의 원칙에 대한 운영의 논의처럼 왜곡된 니체의 수용, 즉 강자의 특권에 대한 경도는 이후 이들의 행보가 반민족적인 민족 배신으로 드러나듯 식민지 조선의 수용이라 할 것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식민지 조선이 아닌 일본 본토에 있는 유학생의 지식인 흉내에 불과한 것이라 폄훼하는 것이 그리 잘못된 인식은 아니지 않겠는가? 책은 이들의 글을 기반으로 식민지 청년들의 문제인식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과장된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이해된다.
오늘날에도 니체는 이러한 곡해와 왜곡, 니체의 원서(혹은 자기말로 완역된 1차 번역서 포함)를 읽어보지도 못하고 남의 말을 귀동냥한 것으로 마치 니체를 아는 것처럼 주절거리는 사람들의 오류가 그대로 전해지는 형국을 무수히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무지를 위장한 겉핥기식 이해가 어떤 사상의 수용으로 이해되는 것은 냉정한 인식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동북아 3개국이 하나의 사상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는 역사적 과정을 한 권의 책을 통해 탐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이 책의 저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쉬운 것은 저자들도 언급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자료 조사와 연구가 아직 일천한 단계에 머물러 중국과 일본의 수용사에 비교할 것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우리는 정신적 결핍에 놓여있다. 마치 1890년대의 러시아가 이념적 진공상태에 놓여 거듭되는 반란과 혁명으로 인민이 신음하던 시기와 겹치는 것은 나만의 환각인 것일까? 철학 부재의 시대, 사상 결여의 시대, 정치리더와 그 일꾼들의 사상적 무지는 마치 나침반을 잃은 배의 좌초를 예견케 하듯 정말 우려스럽기만 하다. 일본의 수용, 중국의 수용에서 우리는 그네들이 자신들의 윤리적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 어떠한 과정을 겪었는지, 그네들이 어떤 지적 노력에 참여했는지는 아마 바로 지금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이다.
동일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루쉰이 니체의 영원회귀를 어떻게 그의 문학에 남겨놓았는지, 그것이 중국 인민대중의 정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는 루쉰 전집을 다시 책장에서 끄집어낸다. 그리고 번역본이 거의 없다시피한 선총원의 유일한 단편집을 읽는다. 니체의 초인과 새로운 윤리를 어떻게 구현하려 하고 있는지. 몇 차례 이 저술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를 샅샅이 읽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뜻 깊은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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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23-01-14 공감(12) 댓글(3)
초원 2023-01-15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총원은 다작을 했다고 들었는데 번역서가 한 권이라니, 뭔가 이유가 있을까 싶네요.
안녕하세요? 읽
고 가다가, 인사 남깁니다.
일요일 오후 평안하게 잘 보내시길 바래요.
필리아 2023-01-15 17:53 좋아요 1 | URL
네, 다작을 하셨는데 오랜동안 금서로 묶여있었던 모양 이구요, 국내에서도 그리 주목하지 못했던 듯합니다. 주말 밤 평안히 보내시고,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초원 2023-01-15 21:0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금서로 묶였던 일이야 그랬지 싶지만, 국내에서는 왜 그럴까요. 루쉰의 기회만큼은 아니어도 더 번역되길 바라봅니다.
저도 검색해보니<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와 <자연의 아들> 자서전 밖에 없네요.
매번 잘 읽고 있습니다. 필리아님 도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마이페이퍼
러시아의 니체, 동북아의 니체
오랜만에 니체를 강의에서 읽기 돼 니체에 관해서도 업뎃을 하는 중이다. 지난해 나온 책들 가운데서 눈에 띄는 건 니체 수용사를 다룬 책으로 이디스 클라우스의 <러시아문학, 니체를 읽다>와 한중일 삼국의 저자들이 공동으로 펴낸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다.
<러시아문학, 니체를 읽다>의 원제는 <혁명과 도덕의식: 러시아문학에서의 니체, 1890-1914>(1988)다. 일단은 러시아문학 전공자들에게 의미가 있는 책인데(대학원시절에 복사했던 기억이 있다) 니체 철학의 수용과 전파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손에 들어볼 수 있겠다. 같은 맥락에서 눈길이 가는 책이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
"이 책은 니체 사상이 러시아와 일본을 거쳐 중국으로 건너가는 과정, 그리고 일본을 통해 대한제국과 식민지 조선으로 전해져 각국의 역사적 상황에 맞추어 변이되고 재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톨스토이와 루쉰, 이광수 등 우리에게 익숙한 당대의 주요 작가들이 니체 사상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초인’, ‘권력의지’ 등 니체의 주요 개념들이 이들의 작품에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의 니체 수용에 관해서는 책들이 더 있고 연구논문들도 많이 나와 있을 터이다. 번역돼 나온 책들을 조감도 삼아서 더 깊이 탐구해봐도 좋겠다.
러시아에서의 니체는 물론 나의 관심 주제 가운데 하나다. 이미 니체와 카잔차키스, 몸, 쿤데라 세 작가에 관해서는 강의에서 다루고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로 펴내기도 했다(큰글자책으로도 나왔다). 나의 관심은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그리고 고리키 등 러시아작가들과의 관계인데, 정리가 되면 책으로로 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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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23-01-08 공감 (3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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