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4thSpodnsohreed ·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 화폐 경제를 비판하다
현대문명은 자본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
현대 사회는 ‘돈’ 병에 걸린 것이다.
“나는 우리인류가 결국 이 병 때문에 파멸하고 말 것이 아닐까 염려한다.”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는 그렇게 경고했다.
다가올 ‘돈’ 전쟁은 소설 <<모모>>(1973)에서 이미 암시되었다.
‘회색의 사나이들’이 문제를 상징한다.
가난해도 풍요로운 세상에 갑자기 그들이 나타났다.
감언이설로 그들은 사람들에게서 시간을 훔쳤다.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은 불행에 빠졌다.
주인공 모모가 아니었더라면
끝내 해결되지 못했을 비극이었다.
시간은 곧 돈이다.
인류 역사상 돈은 본래 등가의 물건과 맞바꾸는 수단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화폐는 그 자체가 상품이다.
어느 학자가 지적했듯,
“닻을 잃어버린 달러가 세계를 표류”한 지도 제법 오래되었다.
유령처럼 배회하는 투기자본은 지구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이윤추구에 눈먼 거대자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시민은 날로 가난해진다.
“경제성장은 무(無)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엔데)
화폐의 자기증식,
다수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악마의 마술이 이것이다.
이를 보장하는 현대의 금융시스템은 만고역적이다.
지금 이 순간(2014년)에도 그리스와 스페인 시민들은 화폐 공포에 떤다.
실업률은 날로 치솟고 호주머니에는 돈의 씨가 마른다.
거대자본은 이마저도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외환위기로 우리가 시달릴 때도 그러했다.
말라비틀어진 시민들더러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해놓고
그들은, 알짜 먹잇감 약탈에 신나서 어쩔 줄 모른다.
“경제생활의 이상은 우애다.
나는 감히 우애야말로 근대경제에 내재하는 공준(公準)이라 믿는다.
생산과 수요의 자유경쟁만 보장하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이 초래된다.
경제적 약자는 늘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제생활은 그런 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사회적 연대여야 한다.”(엔데)
모모를 통해 탐욕의 화신,
즉 회색의 사나이들을 퇴치한 작가의 탁월한 경제론이다.
마음에 큰 울림이 있다.
출처: 백승종, <<생태주의 역사강의>>(한티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