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 새로운 신학…이정용의 '주변성 신학']
입력 : 2014.12.03 06:00:3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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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였던 고(故) 이정용(1935∼1996) 전 미국 드루대 교수는 스무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신학을 공부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주변인으로 살았던 그는 주변부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다른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신학의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마지널리티: 다문화 시대의 신학'(포이에마 펴냄)은 평생을 주변부 사람으로 살았던 저자가 백인 남성과 유럽 중심의 서구 신학이 아닌, 북미라는 다문화 사회에서 주변부 사람이라는 자신의 삶의 정황을 토대로 모색한 '주변성 신학'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주변성과 중심성의 개념을 연못의 물결로 설명한다.
연못의 중심에서 퍼져 나간 물결은 연못의 가장자리에 도달하면 다시 중심을 향해 되돌아가듯이 중심에서 나온 것은 무엇이든 가장자리 주변 때문에 결국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고 주변성의 관점에서 신학을 생각한다.
주변성은 신학에도 많은 함축성을 갖는다. 전통적으로 주변부 사람들은 학자나 교회 당국자라는 지배 집단 밖에 있었던 탓에 성서 해석이나 교회 전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주변성은 여러 차원을 아우르는 것이다. 아시아계-미국인이 아시아계와 미국인 어느 한 쪽에만 속해 있지 않으며 오히려 두 세계 모두에 걸쳐있는 것과 같은 성격이다. 이런 점에서 '다소 배타적이고 대립적으로 억압자와 피억압자를 선명하게 둘로 나누는 대부분의 해방신학적 접근 방식'과 주변성 신학은 다르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의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최고의 새로운 주변부 사람이다.
지배 집단인 바리새인과 서기관, 로마인들은 그를 거부했고 주변화된 사람들과 버림받은 사람, 세리, 이방인은 친구가 됐다. 미혼모의 아이로,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어나 이집트로 피난을 갔다. 그를 따른 제자들 역시 주변부 사람들이었다는 점에서 예수-그리스도를 따르는 한 주변성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죽음은 생명에 대한 절대적인 부정이지만 부활은 반대로 생명에 대한 절대적인 긍정이라는 점에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도 주변성 신학에서 중심적인 사건이며 하나님의 동시적인 초월과 내재 역시 주변부적 사유방식에서 표현될 수 있다.
1995년 미국에서 'Marginality: The Key to Multicultural Theology'라는 제목으로 영문으로 출간됐던 책을 저자의 제자인 신재식 호남신학대 교수가 옮겼다.
신 교수는 '옮긴이의 글'을 통해 "최근 다문화가 화두가 되면서 한국 사회와 한국 그리스도교가 이제는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둘 때가 됐다고 본다"면서 "많이 늦었지만 어쩌면 다문화 사회와 한국 신학, 개혁을 요청받는 한국 교회 상황에서 보자면 시의적절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