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심호흡’애리조나는 지금 명상중 - 경향신문
‘丹심호흡’애리조나는 지금 명상중
입력 : 2001.02.04
“물질문명시대에서 정신문명시대로의 이행, 신뢰와 조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해 평범한 사람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단학과 뇌호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뉴휴먼이 되고 뉴휴먼이 모여 문화운동을 펼치면 새로운 정신문명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승헌의 ‘힐링 소사이어티’(Healing Society) 중에서
# ‘뉴휴먼 단’에 빠진 미국인들
“하나, 둘, 셋, 넷. 하단전에 숨을 멈추고, 깊이 우주의 기운을 느끼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들여다보고…. 자 이젠 천천히 숨을 내쉬고…. 하나, 둘, 셋, 넷”
미국 남서부 사막지대인 애리조나주의 세도나. 한국의 단학선원이 운영하는 힐링명상센터에서는 30여명의 미국인들이 고요한 음악에 맞춰 몸속의 기가 이끄는 대로 손과 발을 움직이며 명상에 빠져들고 있다.
60개 가까운 미국내 각 지역의 단센터에서 단학을 수련중인 이들은 이곳에서 분주한 일상을 잠시 접고 3박4일간의 특별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 1년간 진행된 ‘뉴휴먼스쿨’의 특별교육 프로그램 중 마지막 과정인 5단계 ‘뇌호흡 워크숍’(자아를 발견하고 자기 비전을 세우기)에 참석한 것이다.
오전의 뇌호흡 수련을 끝낸 이들은 간편한 생활한복 차림의 단 매스터(dhan master)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뇌호흡 워크숍을 이수하면서 의문났던 것들을 물어보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하와이 단센터에서 왔다는 40대의 한 여자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좀더 수련에 정진해 단 매스터 자격을 얻은 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은 신비한 기체험을 느끼게 하고 참다운 단학정신을 실천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새천년 들어 미국인들, 특히 중·상류층 미국인들 사이에 ‘단학(丹學)을 배우자’는 열풍이 불고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생명의 근원으로 일컬어지는 ‘기(氣)’를 자유자재로 운영할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단의 깊고 심오한 경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과학적으로 접근한 ‘뉴휴먼 단’(new humam dhan)에 심취하는 것이다. 게다가 단학의 창시자 이승헌씨(51)의 저서 ‘힐링 소사이어티’가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인 아마존닷컴에서 지난해 말 베스트셀러 1위로 오르며 그 열기는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 단 매스터들의 매스터 김경륜씨
“비인간적인 서양의 가치와 문화, 생활양식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들이 한때 심취한 뉴에이지운동과 다른 점을 확실하게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사회적 책임감을 결여하고 개인적 명상에만 집착한 뉴에이지운동에 염증을 느낀 미국인들이 단학이 내세우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 정신에 긍정적으로 동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도나 힐링명상센터의 교육부원장 김경륜씨(37)는 1991년 필라델피아에 처음으로 단센터를 개원한 이래 50여 도시 60개 가까운 단센터에서 10만여명이 넘는 사람이 수련받았을 정도로 반응이 좋은 단학열풍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열풍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초창기부터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단 매스터들과 98년부터 현지에 합류한 공채 출신 젊은 단 매스터들의 노력 덕분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단학의 미국화를 단기간에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 김씨는 ‘매스터들의 매스터’로 불린다.
김씨는 서울대 영문과 졸업 후 10년 가까이 학원강사로 활동하면서 황폐해진 삶과 건강을 되찾기 위해 96년 겨울 단학에 입문했다. 수련을 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이 활력을 되찾는 모습에서 단학에 대한 확신이 섰다고 한다. 97년 7월 특별채용 형식으로 매스터가 된 김씨가 세도나에 합류했을 때 한국의 단은 인도의 요가, 일본의 젠(禪), 중국의 타이치(태극권) 등에 비해 수련인원이나 홍보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씨가 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학 용어들을 그들의 사고와 문화체계에 맞고 이해하기 쉽도록 바꾸면서 ‘단학의 미국화’가 급물살을 탔다. 홍익인간 이화세계는 ‘뉴휴먼’으로, 도인체조와 기체험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상태는 ‘매스터십’ 등으로 바꾸었던 것. 그때부터는 예전의 구차한 설명(?), 즉 단학은 요가나 젠과 비슷하다는 따위는 필요치 않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2000년 11월까지 미국내 주요도시 50여곳을 매주 2박3일씩 돌며 단학특별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제 단학을 체득한 많은 미국인들은 세도나 힐링명상센터에서 단 며칠간이라도 교육받기를 원합니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세도나는 지구에 있는 21개의 보텍스(vortex, 지구 내부 에너지와 우주의 에너지가 드나드는 ‘기의 소용돌이’) 중 4곳이 있다는 ‘영장’(靈場)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매스터들과 함께 수련하고 문답하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어하는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라고 김씨는 말했다.
드넓은 대지 위로 떠오르는 태양. 우주의 신비를 느끼게 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단’(丹).
끝없이 펼쳐진 황토와 붉은 바위로 뒤덮인 ‘신령의 땅’ 세도나에 자리잡은 단학 힐링명상센터에서 내 몸과 마음은 내가 아니라 나의 것이며, 나로 인해 집과 이웃, 나아가 국가와 세계가 평화를 되찾을 수 있는 ‘세계 속의 단학’으로 만들려는 단 매스터들의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취재수첩]LA서 만난 단매스터 유재신·구상옥…“신뢰심어주는게 최선”-
미국 서부의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에서 두 사람의 단 매스터를 만났다. 인근 브레아 지역의 유재신 지원장(36)과 벨리·토렌스 지역의 구상옥 지원장(33)은 1998년 11월 단학선원이 처음으로 공개채용한 국제지도자들. 국내에서 1개월, 세도나에서 2개월간의 특별수련과 현지 1년간의 인턴십 교육과정을 거쳐 단 매스터로 활동중이다.
유재신씨의 별명은 ‘미다스의 손’. 단센터가 없는 지역에서 짧은 기간동안 많은 회원을 모으기로 유명하다. 99년 초 1개월간 세도나 지원장을 경험한 유씨가 처음 모험을 감행한 곳은 백인들만 사는 샌프란시스코의 산마테오. 개원 후 석달동안 50~60명의 회원들이 몰려들 정도였다. 또 2000년 1월부터 3개월간 준비해 중상류층 주택가인 애리조나주 피닉스 아워투키에 지원을 차렸다. 이곳 역시 개원 후 매달 50명 가까운 회원이 모였다. 두번의 모험에 성공한 유씨가 다시 지원을 연 곳은 고급 브랜드 상가가 많은 브레아시내 한복판. 9월에 계약하고 3개월간 준비한 끝에 지난해 크리스마스때 개원했다. 1월 말까지 상담을 해온 미국인은 300여명. 그중 12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해 또다시 ‘대박’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스킨스쿠버·패러글라이딩·에어로빅 등 못하는 게 없을 정도인 ‘레저광’ 구상옥씨. 그 역시 문 닫을 위기에 처한 토렌스지원을 맡아 고군분투하며 노력한 끝에 200여명의 회원이 등록할 정도로 다시 단학바람이 불게 했다. 지난해 말 인근에 있는 벨리에 새 지원을 열고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국인들 역시 한국에서처럼 단센터에 들어서면서 두 손을 하단전에 모으고 허리를 90도로 굽혀 매스터들에게 공손하게 인사합니다. 단센터를 찾는 사람 대부분이 요가나 젠 등을 수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조금은 미진하고 의아하게 여겼던 수련방법을 상담 10분만에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일깨워줍니다. 뿐만 아니라 정직, 성실, 책임감을 갖고 대하니까 더 신뢰를 갖는 것 같습니다”라고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3년 전에 이들과 함께 채용된 15명의 매스터들 중 7명은 미국 각 도시의 지원을 맡고 있으며 나머지는 순환근무를 위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애리조나(미국)/조현석기자 chs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