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1

최한기의 종교회통사상-『신기통』의 ‘통교(通敎)’개념을 중심으로-야규 마코토 2019

최한기의 종교회통사상-『신기통』의 ‘통교(通敎)’개념을 중심으로-

최한기의 종교회통사상-『신기통』의 ‘통교(通敎)’개념을 중심으로-The Thought of Penetration of Religions in Choe Han-gi -Focusing on Concept of 'Tong-Gyo(通敎)' in 『SinGiTong(神氣通)』-

종교연구, 2019, vol.79, no.2, pp. 229-260 (32 pages)

야규마코토 /YAGYU MAKOTO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초록 
본 연구는 다음 세 가지에 대해 논의한다. 

1] 먼저 기존의 연구에서는 최한기를 19세기 조선조 후기 실학자의 한 사람으로 실학파와 개화파의 가교자(架橋者)적 존재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그를 신라의 풍류도(風流道), 원효(元曉)의 화쟁회통(和諍會通) 사상으로부터 한국 개벽종교(開闢宗敎)인 동학(東學), 증산종교(甑山宗敎), 원불교(圓佛敎)로 이어지는 한국 회통사상의 맥락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다음으로 최한기 회통사상의 기초가 되는 최한기 ‘기학(氣學)’의 존재론⋅인간관⋅인식론을 개괄한다. 최한기에 의하면 ‘기(氣)’는 빈틈없이 우주에 가득 찬 한 덩어리의 활물(活物)이다. 그 ‘기’의 신명함을 가리켜 ‘신기(神氣)’라고 부른다. 기에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우주의 본체로서의 운화기(運化氣)와 모여서 유형의 사물을 구성하는 형질기(形質氣)가 있다. 모든 사물은 운화기가 모인 형질기로 이루어지고, 시간이 지나서 형질기가 흩어지자 운화기로 환원된다. 만물은 모두 이 순환 속에 있고 사람과 생물의 생사도 예외가 아니다. 또 그는 사람이 태어났을 때는 맑은 신기와 감각 기관[竅]과 손발 이외는 아무것도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출생 후에는 ‘신기’가 감각적 경험으로 물들고, 그것이 쌓이면 ‘추측(推測)’이 저절로 일어난다. 그가 말하는 추측은 감각적인 직관[推]과 반성적인 분석[測]을 합친 개념이다. 그 ‘추측’의 인식론에 대해 살펴보았다. 

3] 세 번째로 최한기의 종교관과 그가 인식한 종교 다원주의적 세계관을 살펴본다. 그는 여러 종교들이 말하는 경험세계를 초월한 신(神)⋅무(無)⋅공(空)⋅허(虛) 등의 개념, 생사의 이치를 벗어난 영혼불멸⋅윤회전생⋅장생(長生)등의 설,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설 등을 비판했다. 한편 그는 불교⋅이슬람⋅그리스도교, 유교 등의 세계종교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사람들의 공통적 가치관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현실을 인정했다. 최한기는 사람 몸 속의 신기가 두루 통하면 건강하고 치우치고 막히면(편체偏滯, 불통) 병이 되고, 개인의 인식에 있어서도 통함과 불통함이 바로 인식의 잘잘못이 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와 마찬가지로 집안[家]⋅나라[國]⋅가르침[敎]에도 통/불통이 있다고 한다. 자기의 것(정체성)을 내세우고 남의 것을 무시하는 것이 바로 불통의 병이다. 이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남을 헤아리고 좋은 것은 배우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스스로 여러 가르침에서 좋은 점을 취하고 안 좋은 점을 버려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가르침을 구축하려 했다. 최한기가 제시한 종교 회통적 보편윤리 구상을 검토한다. 최한기가 제시한 통과 불통의 문제와 회통적 보편윤리의 방법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This article discusses the following three points. 

First, the importance of Choe Han-gi, one of the late Chosun dynasty scholars of the 19th century who was often treated as a bridge between the Silhak-pa(practicalist party) and the Gaehwa-pa(enlightment party), will be assessed. In this paper I will examine him as a part of Korean thinking about Harmonization that is reminiscent of Pung-ryu-do in the era of Silla, Wonhyo’s Theory of Harmonization, modern Korean Gaebyeok(new world opening) religions such as Donghak, Jeungsanism, and Won Buddhism. 

Next, we will study ontology, humanity and epistemology based on the ‘Gi-hak(氣學{)’ thought of Choe Han-gi. According to this idea, ‘Gi’ is a lump of living things. ‘Gi’ has space that fills the universe, has a clear essence, and has a phase that moves constantly and a phase that exhibits aggregation. (Sin-gi, the ontological Gi) The Gi of the universe is temporarily aggregated into a tangible object. (Hyong-jil, the Material Gi) An object is dissipated when time comes and is reduced to the intangible universe. Everything is in this phase of circular movement. The same goes for the life and death of human beings and animals. He said when a person is born that only pure ‘Gi’ and sense organs and limbs exist. He completely denied the f conception of ‘the true nature(本然之性)’ of Zhu zi and ‘good wisdom(良知)’ of the Wang Yang-ming. People die as a result of their experiences after their birth. Accumulation of experience results in ‘Chu-Cheuk(推測)’. Guessing is a concept that combines sensory intuition(Chu推) and reflective analysis(Cheuk測). He considered how to obtain rational awareness from ‘Chu-Cheuk’. 

Finally, I will look at the complex organic world view proposed by Choe Han-gi and the accompanying world of religious pluralism. He moved away from the traditional Confucian view of dividing the world into a cultural center and a barbarous surrounding area. He saw the world from a pluralistic perspective and viewed the world as divided into several world religions(Buddhism, Islam, Christianity, Confucianism, etc). He sought to integrate various elements such as science, humanities, and ethics that belonged to traditions Eastern and Western thought, and to establish universal learning. And he hoped to bring harmony to the people of the world. This links to the Korean traditional thought of Harmonization. And he believed appropriate academic and ethical principles must be established for all mankind. His beliefs and thoughts are still relevant for us today.


키워드

혜강 최한기,
기학,
종교회통주의,
가르침[敎],
통행지교(通行之敎),
통교(通敎)

Hye-gang Choe Han-gi, Gi-hak(Gi-thought), The Thought of Penetration of Religions, the Universal learning, Tong-Gyo(通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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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연구󰡕 제79집 2호, 한국종교학회, 2019, pp. 229~260

https://doi.org/10.21457/kars.2019.08.79.2.229
최한기의 종교회통사상*

-󰡔신기통󰡕의 ‘통교(通敎)’개념을 중심으로-12)

야규 마코토(柳生眞)**

❚국문요약

본 연구는 다음 세 가지에 해 논의한다. 먼저 기존의 연구에서는 최한 기를 19세기 조선조 후기 실학자의 한 사람으로 실학파와 개화파의 가교자 (架橋 )적 존재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그를 신 라의 풍류도(風流道), 원효(元曉)의 화쟁회통(和諍 通) 사상으로부터 한국 개벽종교(開闢宗敎)인 동학(東學), 증산종교(甑山宗敎), 원불교(圓佛敎)로 이 어지는 한국 회통사상의 맥락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최한기 회통사상의 기초가 되는 최한기 ‘기학(氣學)’의 존재 론⋅인간관⋅인식론을 개괄한다. 최한기에 의하면 ‘기(氣)’는 빈틈없이 우 주에 가득 찬 한 덩어리의 활물(活物)이다. 그 ‘기’의 신명함을 가리켜 ‘신 기(神氣)’라고 부른다. 기에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우주의 본체로서의 운화기(運化氣)와 모여서 유형의 사물을 구성하는 형질기(形質氣)가 있다. 모든 사물은 운화기가 모인 형질기로 이루어지고, 시간이 지나서 형질기가 흩어지자 운화기로 환원된다. 만물은 모두 이 순환 속에 있고 사람과 생물 의 생사도 예외가 아니다. 또 그는 사람이 태어났을 때는 맑은 신기와 감각 기관[竅]과 손발 이외는 아무것도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출생 후에는 ‘신 기’가 감각적 경험으로 물들고, 그것이 쌓이면 ‘추측(推測)’이 저절로 일어
난다. 그가 말하는 추측은 감각적인 직관[推]과 반성적인 분석[測]을 합친 개념이다. 그 ‘추측’의 인식론에 해 살펴보았다.

세 번째로 최한기의 종교관과 그가 인식한 종교 다원주의적 세계관을 살 펴본다. 그는 여러 종교들이 말하는 경험세계를 초월한 신(神)⋅무(無)⋅공 (空)⋅허(虛) 등의 개념, 생사의 이치를 벗어난 혼불멸⋅윤회전생⋅장생 (長生)등의 설,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설 등을 비판했다. 한편 그는 불교⋅이 슬람⋅그리스도교, 유교 등의 세계종교가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사람들의 공통적 가치관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현실을 인정했다. 최한기는 사람 몸 속 의 신기가 두루 통하면 건강하고 치우치고 막히면(편체偏滯, 불통) 병이 되 고, 개인의 인식에 있어서도 통함과 불통함이 바로 인식의 잘잘못이 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와 마찬가지로 집안[家]⋅나라[國]⋅가르침[敎]에도 통/불 통이 있다고 한다. 자기의 것(정체성)을 내세우고 남의 것을 무시하는 것이 바로 불통의 병이다. 이 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남을 헤아리고 좋은 것은 배우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스스 로 여러 가르침에서 좋은 점을 취하고 안 좋은 점을 버려서 보편적으로 통 용되는 가르침을 구축하려 했다. 최한기가 제시한 종교 회통적 보편윤리 구 상을 검토한다. 최한기가 제시한 통과 불통의 문제와 회통적 보편윤리의 방 법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제어 : 혜강 최한기, 기학, 종교회통주의, 가르침[敎], 통행지교(通行之敎), 통교(通敎)

* 이 논문은 2016년 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과제번호NRF-2016SIA5B89144400)

** 원광 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교수. Email: projectpeke@live.co.kr


Ⅰ. 서론

19세기의 조선조 후기 실학자인 혜강(惠岡 또는 惠崗) 최한기(崔漢綺, 1803- 1877)에 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실(實)로 혜강(惠崗)은 전통적(傳統的)인 유 학사상(儒學思想)을 실증적(實證的) 과학적(科學的)안 근 화(近代化)와 관 련(關聯)시켜 새로운 태도(態度)로 발전(發展)시킴으로써 그 근본정신(根本精神)을 시 적(時代的)으로 살리려 하 다.”(朴鍾鴻 1965, 33), “실학사상(實學思想)과 개화사상(開化思想)의 가교자(架橋 )”(李佑成, 1971) 등으로 평가되어 왔다.

북한에서도 봉건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는 광범히 수입된 서구라파 자 연 과학을 토 로 하여 훌륭한 유물론적 유기론 철학을 수립한 학자

(정진석정성철 1961(1988), 297) 우리나라 기일원론적 유물론의 전통을 계승 하여 집 성한 우리나라 최 의 유물론자(정성철 1988, 533)라고 하여 최한기 기철학을 유물론으로 규정하면서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한 기-인용자)는 또한 종래의 철학의 모든 범주들과 개념들을 종합체계화하고 그에 한 심오한 결론을 내리었다.”(정성철 1988, 533)최한기의 철학사상은 우리나라 유물론 철학사상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 을 뿐 아니라 세계유 물론 철학발전에도 충분한 기여를 한 철학사상으로서 그 후 개화파사상가

들에 의하여 계승되었다. (정성철 1988, 604)고 최한기의 사상적 독창성과 사상 사적 위상에 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체적으로 남북한을 막론하고 최한기의 사상사적 위치는 실학파와 개화, 중세(조선조)와 근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은 가교자(架橋 )의 위치에 놓여왔다고 볼 수 있다.

최한기의 근 성이 주목됨과 동시에 그의 종교관에 해서도 비판적인

면이 주로 강조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손병욱은 그것과 약간 다른 각 도로, 최한기와 불교와의 관계가 도외시되고 왔다고 지적하면서 그가 유도 (儒道)⋅서법(西法)⋅불교를 화삼귀일(和三歸一)’시켜야 된다고 주장한 것

(󰡔神氣通󰡕 1, 體通, 和三歸一)은 불교의 만법귀일(萬法歸一)’사상의 향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만법귀일(萬法歸一)의 그 일(), 일로 돌아가는 그 깨달음, 그 것이 혜강에게 향을 주었는데, 다만 불교에서 일이라고 하는 것은 공()인데, 그 실제가 없다고 보지 않습니까. 궁극적인 실상(實相) , 혜강은 공이 아니라 활동운화하는 운화지기(運化之氣)로서 분명 히 실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허무[]를 실유(實有)로 바꾸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우성 외 2016, 391)

최한기가 화상귀일을 불교의 향으로만 볼 수 있을지는 약간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다. 굳이 불교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한국 고유사상으로 최치 원(崔致遠)(도의) ‘포함삼교(包含三敎)’라고 서술한 신라(新羅) 풍류도(風流道)’나 원효(元曉)화쟁회통(和諍 通)’ 사상으로부터 최 한기와 동시 사람인 최제우(崔濟愚)의 동학(東學)에서 주장한 (서학과 동 학이) ‘도측동야’(道則同也), 그리고 천도교(天道敎), 증산종교(甑山宗敎)나 원불교(圓佛敎)와 같은 한국근 신종교까지 이어지는 종교회통주의, 만교 귀일사상의 맥락에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최한기가 화삼귀일과 같은 주장을 내세우게 된 배경에는 그 나름

로의 세계인식역사인식도 깔려 있었다.

개 천하가 두루 통하게 된 것은 명()나라 홍치(弘治) 연간에 유 럽 서쪽 바닷가의 포르트갈(路亞) 사람 카노(嘉奴)가 비로소 지구 를 돌아왔으니 이것이 곧 천지의 개벽(開闢)이다. 이때부터 선박이 드나들고 사신과 중개상인들이 전달하게 되면서 진기하고 기이한 물건들, 편리한 도구들을 멀고 가까이에 전파하고 예법과 풍속과 가 르침과 문장이 전파하러 넘어오는 자들이 설명하는 바가 성 안의 젓’(城內之乳)이 되지 않음이 없었다. 불교는 허()를 숭상하니 논 할 만 못하지만 하늘을 섬기는 가르침(事天之敎)는 구호가 그럴듯하 지만 실은 괴탄(怪誕)한 이야기에 이른다. (……) 지구의 만국의 형 세와 사정은 남김없이 드러났는데 여러 가르침들의 당실()은 문 호로 갈라지고 있다. 략 원위(源委)를 들여다보면 가르침[]은 각 국의 풍속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또 후 사람이 통함에 따라 바뀔 수도 있으나 달라지고 바뀌는 사이에 점차 허탄함을 제거하고 실()을 취할 수도 있다. ()를 제거하고 쭉정이(쓸모없는 것)을 걷어내며 알맹이(쓸 만한 것)를 취하는 방식은 여러 가르침들 중에서 하늘과 사람의 마땅함에서 절실한 것을 골라 취하고 헛되고 조잡하 며 괴탄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천하만세를 통틀어서 행

해지는 가르침(通行之敎)가 될 것이다. (盖天下之周通. 粤在大明弘治年間.

歐羅巴西海隅. 路亞國人. 嘉奴. 始圜地球. 是乃天地之開闢也. 自玆以後. 商舶遍行. 使价遞傳. 物産珍異. 器械便利. 傳播遐邇. 禮俗敎文. 爲播越傳說 . 所附演. 無非城內之乳也. 佛敎尙虛. 無足論也. 事天之敎. 號則可矣. 實涉怪誕. 未知唱敎 . 已發其端耶. 從而崇奉 . 以私意誇張耶. 惕容 神. 潛究人世事業. 地球萬國. 形勢情狀. 畢露無餘. 諸敎之室深淺. 門路歧裂. 略擧源委. 敎染於各國之俗而有渝. 又緣乎後人之通而有變. 渝變之間漸有祛虛誕取實. 揚粃取粒之方. 諸敎中擇取切實於天人之宜 . 除去虛雜怪誕 . 以爲天下萬世. 通行之敎.: 󰡔神気通󰡕 1 體通, 天下敎法就天人而質正)

즉 카노──그는 원래 프란시스코 마젤란 탐험 의 일원이었으나 장인

마젤란이 죽자 함 를 이끌고 유럽에 귀환한 인물이다──가 지구를 일주하

고 나세 지구상에 뱃길이 열렸다. (이를 최한기는 천지의 개벽이라고 부른다) 그 이래

로 각국의 사신과 무역상들이 왕래하고 각 지역의 물품과 도구와 문화와 종교도 서로 오고가게 되면서 모두 성 안의 젓──물질적정신적으로 풍요 롭게 해주는 자원──이 되었다.

그러나 여러 종교들은 하늘을 섬긴다는 그럴 듯한 말을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면 괴탄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또 여러 문호(교단교파)로 갈라지 고 있다. 그런데 종교(宗敎)는 문화풍속이나 후세 사람들의 통함에 따라 변 화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르침들 중에서 하늘과 사람에게 절실한 것을 취하고 헛되고 잡다하고 괴이한 내용을 털어 없앤다면 전 세계, 오랜 세 에 걸쳐 통용하는 가르침이 되리라는 것이다.

최한기는 세계가 불교이슬람기독교유교 등 여러 종교들에 의해 갈 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해서도 인식하고 있다. 그가 회삼귀일또는 통행 지교(通行之敎)’를 구상하게 된 것은 바로 그러한 분열을 소통시키고 화합 시키려는 시도 으며 지역과 시 를 넘어서 통용하는 진정한 보편적 가르 침에 한 시도 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기학의 세계관과 인간관이었다. 다시 말하면 최한기의 회삼귀일통행지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먼저 한국 회통사상의 흐름을 개괄하고, 이어서 최한기의 세계관인간관을 기초케 하는 기학(氣學)의 체계를 개괄하며, 특히 그의 세계관신체관(身體觀)에 걸친 ()’의 개념에 해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최한기 자신의 종교관과 세계인식에 해서도 살펴본다.

. 본론

1. 한국 종교회통사상의 계보

한국 사상사에서 종교회통사상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찍이 신라 시 에 풍류도(風流道)’가 있었다. 최치원(崔致遠, 857?)이 지은 「난랑비서(鸞郎碑序)」에 의하면 실로 (도의) 3교를 포함하여 군생(群生)들을 접화(接化)한다. 집안에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나라에 나아가서는 충성한 것 은 노()나라 사구(司寇)[공자]의 가르침이요, 무위(無爲)하는 데에 처하고 불언()의 가르침을 행하는 것은 주()나라 주사(柱史)[노자]의 종지(宗旨), 모든 악을 행하지 않고 선행에 힘쓰는 것은 축건(竺乾)[인도]의 태자

(太子)[석가]의 교화(敎化)이다.”(吳法眼 1992, 129 참조; 實乃包含三敎, 接化群生, 且入則孝於家. 出則忠於國. 魯司寇之旨也. 處無爲之事, 行不 之敎, 周柱史之宗也. 諸惡莫作, 諸善奉行, 竺乾太子之化也.: 󰡔三國史記󰡕 新羅本紀 4, 眞 王 37[서기576])라고 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원효(元曉, 617-686)는 이미 여러 종파(宗派)로 갈라지고 서로 논쟁했던 모든

불교 종파의 교리를 화쟁 회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여러 학설들 이 병립되고 서로 립한 상황에 해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한탄했다.

여래가 세상에 있을 때에는 중생(衆生)이 한결같이 그의 원음(圓音) 을 따라 이해하고 (판단하여 별 문제가 없었으나) 이제는 공공(空空) 의 이론이 그름같이 치달아 혹은 나는 옳고 나은 그르며 나의 학설 은 옳고 남의 학설은 그르다고 말하는 단순한 이론만이 횡행하고 있어 드디어 건너기 어려운 큰물이 되어 버렸다. (……) 나는 이에 몇 마디 서()를 술()하고서 이름지어 󰡔십문화쟁론󰡕이라 한다

(吳法眼 1992, 119)

또 원효는 󰡔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에서 별칠 때는 무량무변(無量無邊)한 뜻[]이 그 종(大宗)이 되고, 합칠 때는 이문(二門) 일심(一心)이 라는 법()이 그 요체(要諦)로 되어 있다. (그런데 묘하게) 그 이문 속에 무 량(無量)한 뜻이 다 포용되고도 조금도 혼란됨이 없으며, 무변(無邊)한 뜻이 일심과 하나가 되어 혼연히 융합되어 버린다. 이렇기 때문에 개()와 합 ()은 서로 자재(自在)하고, 정립(定立)과 논파(論破)는 서로 걸림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일심(一心)과 진여문(眞如門) 및 생멸문(生滅門)의 이문(二門)을 바탕으로 하면서 새로운 이론의 정립과 기존 이론의 논파를 모두 허용하는 연역법[]과 귀납법[]의 논리를 이용하여 모든 교리를 화

쟁할 수 있다고 믿었다. (吳法眼 1992, 123-124)

고려시 에도 도참신앙(圖讖信仰)을 비롯한 민간신앙이 바탕이 되어,

유교도교가 각각 나름의 역할을 맡으면서 병립하고 어느 한 종교에 일방적으로 규정되지 않는 전형적인 다종교사회의 모습을 보 다. 그리고 원효가 이룩한 통불교(通佛敎)적 전통은 고려시 에도 계속 이어졌다.

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 1055-1101)은 원효의 화쟁론에서 크게 향을 받아 고려불교의 교종(敎宗)과 선종(禪宗)을 회통시키려 했다.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 1158-1210)은 원효와 초교파적인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의 천이 이루고자 했던 교종과 선종의 회통을 이루었다.(吳法眼 1992, 144-145)

조선시 에 성리학이 사상계의 중심이 되자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으로

불교는 억압의 상이 되었다. 조선후기에 전래된 천주교나 수운(水雲) 최제 우(崔濟愚, 1824-1864)가 창시한 동학(東學)도 이단(異端)으로 탄압을 받았다.

그러나 구한말에 한불조약을 맺은 이후 조선에서는 신앙의 자유를 인정

하게 되었고, 또 개신교가 전래되고 한국 신종교(천도교증산교종교 등)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은 다시 본격적인 다종교사회가 되었다. 최제우는 유도불도 누천년에 운이역시 다했던가”(󰡔용담유사󰡕 「교훈가」)라고 하면서 유교불교 등 선천시 (先天時代)의 가르침은 운이 다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선성(先聖)의 가르침이요, 수심 정기(修心正氣)는 오직 우리가 다시 정한 바(仁義禮智. 先聖之所敎. 修心正氣. 惟我之更定.)라고 하듯이 유교 등을 부정하면서 동시에 동학이 그것을 계승했다는 것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서학에 해서도 서양 학문(서학)(나의 도와) 같은 것 같지만 다르며 주문을 외는 것도 같으나 서학 주문에는 결실이 없느니라.”(曰洋學. 如斯而有異. 如呪而無實.: 󰡔東經大全󰡕, 論學文)라고 서학과 동학의 차이를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시 의 운수를 타고난 것은 하나요, 도도 같이만 이치가 다르니

.”(然而運則一也. 道則同也. 理則非也.: 󰡔東經大全󰡕 論學文)라고 동학과 서학의 바탕이 같음을 밝혔다.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 1871-1909)는 일찍이 유()⋅()⋅()⋅음양 (陰陽)⋅참위(讖緯)⋅서학(西學)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과거 종교들은 모두 선천(先天)의 도수(度數)로 그치고 말았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제

(上帝)의 권능으로 천지공사(天地公事)을 일으키면서 각 종교를 표하는

신령들을 불러드려 통합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金洪喆 1998, 235)

또 원불교에서는 소태산(太山) 박중빈(朴重彬, 1891-1943)심체라 하는

것은 (……) 곧 천지 만물의 본원이며 언어도단의 입정처(入定處), 유가 (儒家)에서는 이를 일러 태극(太極) 혹은 무극(無極)이라 하고, 선가에서는 이를 일러 자연 혹은 도라 하고, 불가에서는 이를 일러 청정 법신불이라 하 으나, 원리에 있어서는 모두 같은 바로서 비록 어떠한 방면 어떠한 길을 통한다 할지라도 최후 구경에 들어가서는 다 이 일원의 진리에 돌아가나니, (……)”(󰡔원불교교전󰡕 2 「교의품」)라고 설명했다. 정산(鼎山) 송규(宋奎) 는 그 논리를 발전시켜 삼동윤리(三同倫理)를 제창했다. 이것은 동원도리

(同源道理; 모든 종교와 교회의 근본이 한 근원의 도리), 동기연계(同氣連契; 모든 인종과 생령의 근본은 다 같은 기운), 동척사업(同拓事業; 모든 사업과 주장은 다 같이 세상을 개척하는 데에 힘이

되기 위한 것)이라는 세 가지 강령으로 구성된다. (大山) 김 거(金大擧, 1962-1955)는 이를 바탕으로 종교간 화를 추진하 으며 오늘날까지 원불교 는 종교간 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략적으로 말하면 회통사상은 단순한 관용 또는 절충주의가 아니라 자 기 나름 로 사상적인 바탕을 깔고 나서 여러 사상학술종교의 장단점 을 살피고 단점을 비판하고 장점을 인정수용하고 상호 모순점을 조정하 는 주체적인 사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최한기도 역시 기학이라는 바탕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회통사상적인 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장에서는 그 최한기 기학의 내용을 개략적으로 살 펴보고자 한다.

2. 최한기 기학의 체계

1) ‘신기(神氣)’의 본체론

최한기의 세계인식과 종교관, 그리고 기학의 사상체계는 나눠서 생각할 수 없다. 그는 독자적으로 재해석한 기()의 개념 위에 인간관과 세계관을 구축하고 기존 학문의 재편성을 시도했다. 그에 의하면 ()’는 곧 참된 이치[實理]의 근본이요 미루어 헤아림[推測]은 앎을 넓히는 요점(氣爲實理之

. 推測爲擴知之要.: 󰡔氣測體義󰡕, 氣測體義序)이다. 는 천지에 빈틈없이 가득

차고 사물 속에도 스며들고 있다. 그 전체를 보면 한 덩어리의 활물(活物) 로 활동운화(活動運化), 즉 쉴 새 없이 살아 움직이고 빙빙 돌고 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빛과 소리와 냄새는 수시로 변하지만 본래 순수하고 담백하 며 맑은 질을 가지고 있다.

를 최한기는 천지의 기, 또는 신기(神氣), 운화기(運化氣) 등으로

불 다. 그리고 그 기가 모여서 형체를 이루고 사물을 구성하는 형질의 기 (, 형질形質 또는 형질기形質氣라고도 함)가 된다. 그리고 형질의 기가 흩어지면 천 지의 기로 돌아간다. 천지만물은 모두 가 모이고 흩어짐에 의해 발생하 고 소멸한다. 그는 사람과 생물의 생사도 이러한 기의 집산으로 설명했다.

최한기는 형질=사물 사이에 충만하고 있는 신기가 피차간에서 전달

매개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았다. 그 작용을 ()’이라고 한다.

2) ‘추측(推測)’()’의 인식론

최한기는 사람이 타고난 것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신기와 여러 감각기관

[]과 손발뿐이며, 그밖에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人之所稟于

. 乃一團神氣 通氣之諸竅. 四肢則 用之具. 如斯而已. 更無他分得來 矣.: 󰡔神氣通󰡕 1, 體通,

知覺推測皆自得)

갓 태어난 아이의 신기는 순수하고 맑아서 마치 아직 물들지 않는 흰 비 단이나 맑은 샘물과 같으며 거기에는 주자학에서 말하는 본연(本然)의 성 ()이나 태극(太極)의 리(), 양명학에서 말하는 양지(良知)와 같이 타고난 착한 본성이라는 것은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태어난 후에는 감각기관을 통해 자극을 받아서 신기가 물

들고[習染], 그것이 축적되면 저절로 추측(推測)’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손발 등을 움직여서 외부세계에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추측은 직관직각을 의미하는 ()’와 분석반성을 의미하는 ()’ 의 합성어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추측한 결과 앎[]을 얻는 것이다.

최한기에 의하면 그 앎 즉 인정물리(人情物理)’는 반드시 입()─()─()의 과정을 밟는다. 달리 말하면 이 과정을 밟지 않는 지식, 즉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거나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로부터 주어졌다고 하는 지식이라는 것은 믿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소위 신통(神通)이라는 것도 다른 사람이 쉽게 추측한 것에 근거하면서 더욱 깊이 있게 추측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기는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식으로서의 ()’에는 형질통(形質通)’추측통(推測通)’이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감각기관을 통해서 받 는 자극 그 자체이며, 후자는 그것을 과거의 경험과 조시켜 비교, 분석해 서 얻어지는 판단을 의미한다. 그러나 형질통추측통’,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인식인 추측지리(推測之理)’ 그 자체는 무조건 확실하고 정 확한 인식이라고 보증된 것은 아니다. 이른바 이라는 것은 기를 통하는 것, 다시 말하면 사물에 해 무언가를 알게 된 것을 략 말한 것이고, ‘통 하고자 하다[通之]’는 힘껏 연구하고 그 무언가에 통달하기를 기약하는 것 을 가리킨다. 그러나 은 주관적인 인식에 그치지 않고 증험을 겪어야만 확실한 앎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할 수 있음을 알아서 통하고 자 하는 것을 이라 하고, 통할 수 없음을 알아서 통하려 하지 않는 것도 역시 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몰라서 통하려 하 지 않는 것은 불통이 아니다. 통할 수 없음을 몰라서 통하려 하는 것이

불통이다. (所云通 . 指其通氣之大略也. 通之 . 指其精力鑽究. 期達於彼也. 知其可通而通之. 是通也. 知其不可通而不通之. 亦可 通也. 不知其可通而不通之. 非不通也. 不知其不可通而通之. 是不通

.: 󰡔神氣通󰡕 1, 體通, 通有不同) 하지만 그 중에서도 통할 가치가 있는 것과 통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무릇 기가 통하고자 하고 증험할 수 있는 것은 곧 통해도 좋은 것이 나 비록 통하고자 했다 하더라도 증험되는 바가 없는 것은 통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夫氣通之而可以證驗 . 方許其通. 雖 通之而無所證驗.

可許其通也.: 󰡔神氣通󰡕 1, 體通, 通有相應)

그리고 통하려 한 것이 저것과 이것이 서로 뒷받침하고 서로 맞아떨어지 고 증험이 되면 그것을 실통(實通)’이라 하고, 통하려 하다가 근거가 위태 롭고 석연하지 않는 것을 차오통(差誤通)’이라고 한다.(通之而彼此有相台相應之契

. 是實通也. 通之而臲卼未釋然 . 差誤通也.: 󰡔神氣通󰡕 1, 體通, 通有不同)

최한기는 이렇게 여러 사실들을 비교검토하고 검증된 확실한 앎(실통)

근거가 애매하고 불확실한 앎(차오통)을 구별했을 뿐만 아니라 확실한 을 얻는 방법까지 제시했다. 그는 범위의 통[範圍之通]’, ‘점진의 통

[漸進之通]’, ‘증험의 통[證驗之通]’이라는 세 단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범위지통은 먼저 상이 범한 윤곽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다음으로 점 진지통은 그것에 한 구체적인 고찰이나 실천을 단계적으로 심화시키는 과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증험지통은 어떤 앎을 얻거나 실천을 한 뒤에 그 허실과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요컨 최한기는 오로지 감각적 경험에 바탕을 두어야지만 확실한 인식 ()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서 주자학의 본연(本然)의 성() 이나 양명학의 양지(良知)와 같은 선천적인 앎,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등 의 감각적 경험에 근거하지 않는 인식은 애초부터 허망한 것이다.

그런데 감각적 경험을 통해 얻어진 지식()이라도 모두 다 확실하고 믿

을만한 것도 아니다. 추구하려는 지식에도 역시 통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그래서 추구할만한 지식인지 아닌지를 분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추구할만한 것을 추구하고, 그런 가치가 없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은 모두 이다. 또 추구할 가치가 있는 지식임을 모르고 추구하지 않 는 것은 불통이라 할 수 없지만 추구할만한 가치가 없는 지식을 추구하려 하는 것은 불통이라고 최한기는 말한다.

3) 기통적(氣通的) 인간관

그가 말하는 신기는 마음의 본체이자 인식의 바탕임과 동시에 신심의 건 강과 생명을 유지하는 생명력이기도 하다. 사람의 몸속에 스며든 신기는 기

질 안에 국한된 하늘의 기(一氣質中局成之天氣.: 󰡔神氣通󰡕 1, 體通, 諸竅通氣)이며 그 것은 생명과 건강의 바탕이 된다. 신기는 혈액맥식(血液脈息)의 순환을 통 섭하고 조종하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臓腑百骸. 各具其質. 自相聯絡而周偏流注 . 血液脈息也. 統攝操縦 . 神氣也.: 󰡔神氣通󰡕 1, 體通, 氣質相應相援) 신기가 체내를 고루고 루 순환하면 통()이고 그때 몸은 건강하다. 그러나 신기의 흐름이 치우치 거나 막히는 편체(偏滯)가 되면 불통(不通)이고 그때에는 병이 아파지고 병 통이 생기게 된다.

몸에 감기가래추위열의 편체(偏滯)가 없으면 신기가 잘 통하고 화

창하며 특별히 굳이 통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지 않음이 없다. 그러므로 도량이 넓어지고 활발하며 정신은 여유롭고 유유자적하다. 이럴 때에는 천 지의 신기와 자기의 신기가 일체가 되어 있다.

그러나 감기가래추위열의 편체가 있게 되면 신기가 아프고 괴로워 서 고통에 관한 일, 신기의 고통에서 나오는 일에만 통하게 된다. 그렇게 감 기가래추위열 때문에 신기가 방해되는 것은 몸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몸을 보호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성현(聖賢)도 모면하기 어려

운 일이었다고 한다.(身體之上. 無風痰寒熱之偏滯. 則神氣通暢. 雖不 通. 而無所不通. 竑量豁達.

意思閒適. 此時神氣 天地之神氣. 打成一體. 通 不通. 亦無可論. 如有風痰寒熱之偏滯. 則神氣痛苦. 通之 . 只在痛苦之事. 所通 . 亦出於神氣之痛苦. 然則風痰寒熱之防礙神氣. 由於形體榮衛而生. 聖賢之所難免.: 󰡔神氣通󰡕 1, 體通, 通有防害) 즉 신기의 은 우선 개체의 생명과 건강을 좌지우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3. 최한기의 세계관과 가르침()’

1) 복합유기체적 인간관사회관세계관과 불통(不通)’의 문제 앞에서 최한기의 개념이 신체의 건강과 인식의 성립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개념임을 살펴보았다. ‘/불통은 인식론적인 의미와 몸의 건 강/병통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이것은 그가 인식론적 /불통과 신체건강상의 /불통에 무언가 통저(通底)하는 면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 이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 /불통을 한 개인뿐만 아니라 집안[], 나라[] 그리고 가르침[]에까지 확 적용시켰다.

사람[]집안[]나라[]가르침[]은 일을 가리켜 말하면 비 록 (사람이) 많고 적음, (규모의) 크고 작음의 구분은 있더라도 점차 동하게 되면 그 실질은 동일하다.(人家國敎. 指事而 . 雖有多寡大 之分.

次通之. 其實一也.: 󰡔神氣通󰡕 3 變通, 除袪不通)

즉 사람집안나라가르침은 구성원의 인구와 규모의 차이가 있더라

도 어떤 공통점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 공통점이란 무엇이냐 하면 지금의 말로 하면 인간에 의해 이루어진 유기체(개체/공동체)라는 점이다. 그러므 로 게기에는 모두 불통=잘못된 인식==잘된 인식=건강이 있고. 불통을 고치고 통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좀 더 엄 히 말하자면 집안나라가르침은 각각 그 공동체 자체와 동시에 그 공동체 구성원으 로서의 개인의 의식구조사고방식도 의미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남의 사정에 통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자기 일을 자랑하면 서 남의 일을 비난한다. 남의 집 사정에 통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자기 집 을 칭찬하면서 남의 집을 비방한다. 남의 나라 사정에 통하지 않는 자는 반 드시 자기 나라를 칭찬하면서 남의 나라를 비루하게 여겨 흘겨보고, 다른 교법(敎法)에 통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그(자기가 믿는) 가르침을 높이고 크게 여겨 다른 가르침을 배척한다.

(통틀어서 말하면) 불통의 병폐는 자기에게 속하는 자에 해서는 과불급 (過不及)이 있어도 그것을 말하는 사람을 반드시 매도하고, 자기 것이 아닌 것에 해서는 선하고 이익이 되고 균형이 잡힌 점이 있어도 그것을 받아들 이고자 하는 자를 반드시 업신여겨 매도한다. (不通乎人之事 . 必誇伐己之事. 而非毀人之事. 不通乎人家之事 . 必讚揚己家之事. 而誹訕人家之事. 不通乎他國之事 . 必稱譽本國之事. 而鄙訾他國之事. 不通乎他敎法 . 必 大其敎. 而攘斥他敎. 不通之弊. 尤有甚焉. 屬於己 . 縱有過不及之差誤. . 必聲討之. 屬於彼 . 雖有善利得中之端. 取用 . 必唾罵之.: 󰡔神気通󰡕 3 變通, 除袪不通) 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불통을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편애, 당파주

, 집단이기주의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의 우리 사회 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사람집안나라와 더불어 가르침또는 교법 (敎法)’에 해 언급한 점이다. ‘교법에 해 그는 오직 장차 말과 글로써 특이한 풍속[殊俗]을 인도하고 변화시키려 하는 것이 교법이다.”(惟 文而

化殊俗 . 敎法也.: 󰡔神気通󰡕 1 體通, 天下敎法就天人而質正)라고 말했다. “다른 교법(

)에 통하지 않는 자는…”라고 하는 데서 그가 교법의 복수성(複數性)을 이미 인정했던 것을 알 수 있다. ‘’, ‘교법은 또 교술(敎術)’등으로도 불 다. “서역(西域)의 교술은 불교부터 이슬람교[回回敎]로 변하고….”(西域敎

. 自佛敎而變爲回回敎….: 󰡔推測 󰡕 5, 推己測人, 西敎沿革)라고 하는 구절을 보면 가 르침’, ‘교법’, ‘교술은 모두 종교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는 종교를 인간의 힘이나 자연의 힘을 뛰어넘은 존재를 중심으로 한 관념 으로 그 관념체계에 기초한 교의의례시설조직 등을 갖춘 사회집단으 로 정의해 둔다. 집안을 가족공동체, 나라를 국가공동체라고 한다면 가르침 을 공유하는 집단은 종교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 1> 불통의 병폐

각 역에서 나타난 불통의 양상

총론

원문

유기체

사람

개체

남의 사정에 통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자기 일을 자랑하 면서 남의 일을 비난함.

(不通乎人之事 . 必誇伐己之事. 而非毀人之事)

자기에 속하는 것에 해 서는 과부족을 지적하는 자를 반드시 성토함.

 (屬於己 . 縱有過不及之差誤. . 必聲討之. 타자에 속하는 것은 선하

 고 이롭고 균형이 잡힌 구석이 있어도 그것을 받 아들이려고 하는 자를 반 드시 업신여겨 매도함. (屬於彼 . 雖有善利得中之端. 取用 . 必唾罵之.)

집안

가족 공동체

남의 집안 사정에 통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자기 집을 칭찬하면서 남의 집을 비방함.

(不通乎人家之事 . 必讚揚己家之事. 而誹訕人家之事)

나라

국가 공동체

남의 나라 사정에 통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자기 나라를 크게 칭찬하면서 남의 나라를 비루하게 여겨 흘겨봄. (不通乎他國之事 . 必稱譽本國之事. 而鄙訾他國之事.)

가르침또는 교법敎法

종교 공동체

다른 교법에 통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자기가 믿는) 가르침이 높이고 크게 여기면서 다른 가르침을 배척함.

(不通乎他敎法 . 必 大其敎. 而攘斥他敎)

* 출처: 󰡔神気通󰡕 3 變通, 除袪不通


최한기는 위와 같은 불통의 병폐에 해 그것은 스스로를 편협하게 하

고 해치게 되는 일이며 그러한 태도로 있다가는 일시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옹호하는 세력을 얻었다고 해도 결코 널리 퍼질 수는 없다고 경계한다.

이것은 스스로를 편협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해치는 일이다. 가령 한 때 기세를 타고 아주 많은 무리들이 옹호하고 선전되었다고 한들 어찌 멀리까지 갈 수 있겠는가? (是自狹自戕也. 縱得一時之乘勢. 頗有徒黨之

護傳. 烏能致遠哉.: 󰡔神気通󰡕 3 變通, 除袪不通)

그리고 동시에 그것에 한 처방전도 제시하고 있다. 즉 그 병을 고치자 면 선입견이 깨끗이 씻어지고 텅 비어 있고 크고 공편한 마음을 가지고 많 은 견문을 쌓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받아들여서 타자[]와 자기[]에 게 상통하는 늘 변함이 없는 떳떳함[]을 얻어야 된다는 것이다.(欲醫此病.

除習染. 廓然大公. 多聞多見. 取諸人以爲善. 通物我而得其常.: 󰡔神氣通󰡕 3 變通, 除袪不通)

그렇게 해야 너와 나[彼此]가 함께 참여해서 인도(人道)가 서게 되고, 남 과 우리 집안이 화합하면 좋은 풍속이 이뤄지게 되고, 원근의 나라들 이 서로 우의(友誼)를 지키면 예의와 양보가 일어나고, 윤리와 변함없는 떳 떳한 도리[倫常]를 따라서 법을 세우고 인정(人情)에 기초한 가르침을 베 풀면 법률과 교화[法敎]가 제 로 밝혀지고 사람들은 사는 것을 귀하게 여기고 죽어서 썩어버리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 리고 사물을 취사(取捨)하는 요점은 이해(利害)에 있지 남의 것이냐 우리 것이냐에 있지 않으니 이것이 변통의 술()’이라고 덧붙었다. (則我 人相參.

而人道立焉. 人我之家相和. 而善俗成焉. 大 遠近之國. 相守其宜. 禮讓 焉. 從倫常而立法. 因人情而設敎. 法敎修明. 貴生活. 而不貴死朽. 事物取捨. 在利害. 而不在彼此. 是爲變通之術.: 󰡔神気通󰡕 3 變通, 除袪不通)

요컨 그는 인간 개체뿐만 아니라 집안, 나라, 가르침까지도 모두 유기 체로서 본질적으로 공통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것은 무엇이냐 하면 그 구성 원들이 불통의 병, 즉 자기에 속하는 것을 편애하고 타자에 속하는 것을 비난, 배척하는 병폐, 그리고 자기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자를 성토하는 병 폐, 남에게 좋은 점이 있더라도 그것을 배우고 받아들이지 못한 병폐가 있 다고 보았다. 다시 말하면 그는 개인에게 이기주의의 병폐가 있듯이 집단에





< 2> 통의 양상

각 역에서 나타난 통의 양상

변통(變通)하는 방법[]

 

 

원문

유기체

 

 

사람

개체

너와 나[彼此]가 함께 참여해서 인도(人道)가 섬

(我 人相參. 而人道立焉)

남의 것이냐 우리 것이냐 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 해(利害)에 따라 사물을 취사(取捨)하는 것 (事物取捨. 在利害. 而不在彼此)

집안

가족 공동체

남과 우리 집안이 화합하면 좋은 풍속이 이뤄짐

(人我之家相和. 而善俗成焉)

나라

국가 공동체

원근의 나라들이 서로 우의(友誼)를 지키면 예의와 양보가 일어남 (大 遠近之國. 相守其宜. 禮讓 焉)

가르침또는 교법敎法

종교 공동체

윤리와 변함없는 떳떳한 도리[倫常]를 따라서 법을 세우고 인정(人情)에 기초한 가르침을 베풀면 법률 과 교화[法敎]가 제 로 밝혀지면서 사는 것을 귀하 게 여기게 되고 죽어서 썩어버리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게 됨 (從倫常而立法. 因人情而設敎. 法敎修明. 貴生活. 而不貴死朽)

* 출처: 󰡔神気通󰡕 3 變通, 除袪不通

도 집단이기주의의 병폐가 있고 그것을 불통으로 요약하고 경계하며 그 극복(변통)을 주장한 것이다.

2) ‘군도(君道)’사도(師道)’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가 나라보다 광범위한 공동체로 가르침을 설정 한 점이다. 사실 최한기는 종교적 신앙과 관련되는 혼불멸(靈魂不滅), 천 당지옥(天 地獄), 불로장생(不 長生), 길흉화복(吉凶禍福), 귀신(鬼神), 신 천(神天; 주재신, 하느님) 등의 관념교설에 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개 사후의 혼에 한 의논은 모두 외도(外道)에게 미혹된 것이

. (凡論死後之靈魂 . 皆外道之迷惑也.: 󰡔神氣通󰡕 1 體通, 形滅則知覺滅)

만약에 죽은 후에 앎이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형질과 무관한 앎이 니 살아 있는 자가 잘못 추측한 것에 말미암은 것이다. (若 死後有知.

是形質. 無攸關於知也. 由於生在 之誤推測也.: 󰡔神氣通󰡕 1 體通, 形滅則知覺滅)

외도(外道)의 학은 사람이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며 길함을 쫓고 흉함을 피하려는 심정에 따라 장생구시(長生久視)의 술법, 윤 회보응(輪迴報應)의 담론, 혼불멸(靈魂不滅)의 언설을 말하고 몸 소 행하고 남에게도 전했으나 전혀 의문에 한 증명도 없었고 또

볼만한 효험도 없었다. (外道之學. 因人之好生惡死. 趨吉避凶之情. 說長生久視之術. 輪廻報應之談. 靈魂不滅之 . 行之於身. 傳之于人. 及其死後. 更無向問之證. 亦無可

見之驗.: 󰡔氣學󰡕, : 21)

사실 앞 장에서 보다시피 최한기가 믿을만한 인식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

온다고 하면서 추측을 강조하고 의 인식론에 해 자세하게 고찰한 것도 종교적형이상학적 교설을 물리치고 참되고 보편적인 앎을 추구하는 의미가 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그가 종교가 지구상에서 국가보다 넓은 역을 통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에 주목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최한기는 이미 유교만을 기준으로 세계를 중화(中華)와 이적(夷狄)으로

나누는 화이사상(華夷思想)을 극복하고 사 세계(四大世界)에는 모두 군사 (君師)가 있어 가르쳐 지도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그 지경의 가르침으

로써 한다.(四大世界. 皆有君師. 敎 御民則以此界之敎.: 󰡔神氣通󰡕 1, 體通, 通敎)라는 인식 에 도달하고 있었다. 세계에는 유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종교가 있고 그 것이 공유되는 지역 안에서 하나의 공감 를 형성하고 그 울타리 안에서 사는 백성들을 교화하고 통합시키면서 국가 간에서도 공통적 가치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것은 국가를 넘어선 범위에 주목하면 세계종교(世界宗敎)이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공통된 가치관윤리관을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공공종교(公共宗敎)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국가를 넘어선 종교의 개념은 20세기 국의 역사가 토인비

(Arnold J. Toynbee, 1889-1975)나 미국의 정치학자 헌팅턴(Samuel P. Huntington, 1927-2008)이 제기한 문명(civilization)’ 개념과도 가깝다.(야규 마코토 2008, 119) 여기서 말하는 이른바 문명은 흔히 야만과 비되는 그것이 아니라 개인이 강하게 식별 하는 가장 범위가 넓은 정체성이자 가족부적고향국가지역보다 넓은 강고한 문화적 통일성을 가리킨다.

그러나 최한기는 세계적으로도 서구근 를 기준으로 한 문명-야만의 2분 법적인 세계관이나 전통적인 화이사상이 주류를 이루었던 19세기 중반기에 이미 그 양자를 모두 극복하고 종교 다원적인 세계인식에 도달했던 것이다. 최한기는 천하의 가르침[]에 네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불교, 이슬람[天方敎], 그리스도교[天主敎]──여기서 天主敎는 그리스도 교의 총칭으로 쓰여 있다. (天主敎總名爲克力斯 敎. 亦分三. 一加特力敎. 乃意大里亞所行天主 敎. 一額利敎. 一波羅特士 敎.: 󰡔推測録󰡕 5, 推己測人 推師道測君道) 다만 통틀어서 그 리스도교(克力斯 敎)라 하고, 가톨릭교(加特力敎, 天主 敎), 국성공회 (額利敎), 개신교(波羅特士 敎)의 셋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한 것처럼 그리 스도교 전체와 그 일파로서의 천주교(가톨릭)의 관계에 해 략 인식하고 있었다.──유교가 바로 그것이다. 그에 의하면 불교는 인도 중동부 지역에서──최한기는 힌두교를 불교의 일파로 보았다. (佛敎分爲三. 一墨那敎. 卽印度國 敎. 又名 社敎: 󰡔推測録󰡕 5, 推己測人 推師道測君道) 이렇듯 특히 최한기 초기 의 저술에서 세계의 종교에 한 이해는 그다지 정확하지 않았다.──미얀마 [緬甸], 태국[暹羅], 중국 칭하이성[靑海省], 티베트[西藏] 및 고비 사막[戈壁荒漠] 남북의 몽골[蒙古]에서 믿어지고 있다. 이슬람은 인도 서부에서 이란 [包社], 아라비아[阿丹], 아프리카 륙[利未亞洲], 파미르 좌우의 카자흐[哈薩克], 키르기스[魯特] 등 유목민족들과 천산남로(天山南路)의 각 도시에 서 신앙되고 있다. 그리스도교는 서양의 유럽 각국, 그리고 서양 맞은 편의 미국 륙 각국에서 믿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교는 중국, 베트남 [安南], 조선, 일본에서 믿어지고 있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 종 교가 모두 창시 혹은 전래된 연수를 새어보면 길어도 3,000년 정도에 지나

지 않다고 서술했다. (凡天下之敎有四. 自中南東三印度. 而緬甸暹羅而西藏而靑海漠南北蒙古皆佛敎.

自西印度之包社阿丹. 而西之利未亞洲而東之蔥嶺左右哈薩克 魯特諸游牧而天山南路諸城郭皆天方敎. 自大西洋之歐邏巴各國. 外大西洋之彌利 各國皆天主敎. 中國安南朝鮮日本之儒敎. 計其歷年. 則總不過數三千年之久.: 󰡔推測録󰡕 5, 推己測人 推師道測君道)

이들 종교는 고 부터 각각 나름 로 종교적 세계관을 나타내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불교에서는 염부제(閻浮提) 또는 섬부제(贍部提), 이슬람에서

는 다르 알 이슬람(Dār al-Islām), 그리스도교에서는 오이쿠메네(Oikoumenē), 유교에서는 천하(天下) 등이 그것이다.

최한기의 가르침은 바로 그렇게 종교적으로 구획된 문명권문화권을 통틀어서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가르침()’과 거의 같은 의미로 교법(敎法)’ ‘사도(師道)’이라는 말도 사용하고 한 나라의 정치를 가리키는 군도(君道)’라는 말과 비시켰다.

그는 세월이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는 것이

올바른 가르침[正敎]이고,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이 아니라 잠깐 동안 이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올바른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군도 (君道)와 사도(師道)가 한 때나 한 나라의 낡은 규범에 구애된다면 스스로 한계를 짓게 된다고 하면서 군도를 시작하는 자(즉 위정자)는 사도의 떳떳 한 도리를 염두에 두고서 천하 만세에 행해질 만한 법도[程章]을 세우고, 사도를 맡은 자는 군도가 관할하는 것을 통솔해서 전 세계[四海]에 떳떳하 고 오래가는 도리를 밝혀야 한다고 하면서 융성한 덕이 나타나는 큰 사업 [盛德大業]은 이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稍俟幾年之久遠. 而息滅 非正敎也. 雖久遠. 而不息滅 正敎也. 有之可無之可 非正敎也. 雖 臾不可無 正敎也. 非特天下之敎道. 雖一家一鄕之立敎. 以其常久 不常久之理. 可占優劣耳. 君道師道. 拘於一時一國之弊規. 則未免自畫. 刱君

. 念師道之經常. 而立天下萬世可行之程章. 任師道 . 統君道之管轄. 而明四海常久之道理. 盛德大業. 孰過於此.: 󰡔推測 󰡕 5, 推己測人, 推師道測君道)

즉 그는 가르침=사도가 한 나라의 정치=군도를 이끄는 것을 당연한 것으 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가르침은 마땅히 지역적역사적으로 한 정되는 편파적인 것보다는 보다 보편적이고 항구적이고 떳떳한 도리를 밝 히는 것이어야 된다. 그리고 그러한 가르침을 받아서 이루어지는 정치는 단 지 한 나라만 잘 다스리면 그만이 아니라 세계와 미래에 모범이 될 만한 법 도를 세우는 데까지 나아가야 된다는 것이다.

가르침을 중시한 그의 생각의 바탕에 유교적 사상이 깔려 있는 것은 틀 림없다.

()()주공(周公)이래로 몇 천 년 동안 억조()의 백성 이 그 가르침 안에서 함육(涵育)되고 일치일란(一治一亂)은 이 가르 침이 분명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르침이 밝혀지지 않으면 장차 괴란(壞亂)이 다가올 수 있으므로 아는 자는 근심하고 한탄하지 않음이 없다. 가르침이 만약에 밝혀지면 장차 다스려지고 융성해지게 되면서 동식물들까지도 기뻐하지 않음이 없다. 이것으 로 뭇 백성이 신기에 함이 없는지 있는지를 시험해 볼 수 있다.

(自堯舜周公以來數千載. 兆民. 涵育於斯敎中. 一治一亂. 由於斯敎之明不明. 敎若不

. 有壞亂之漸則有知 莫不憂歎. 敎若休明. 有治隆之漸則動植羣生. 莫不悅豫. 於此可驗蒸民神氣之通無有乎.: 󰡔神氣通󰡕 1, 體通, 通敎)

그는 교화가 제 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여부가 나라의 평안과 혼란과도 연관된다는 전통적 유교의 관념을 자기의 사상과 결부시키고 한 나라의 백성들이 하고 있느냐 여부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뿐만 아니라 그 사상을 세계에 부연시켜 각각의 가르침이 그 지역의 흥망과 관련되고 있 다고 본 것이다.

3) 세계의 불통(不通)’ 그러나 그가 보기에 당시의 세계는 거기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우선 세계가 불교이슬람그리스도교유교의 네 가지 가르침으로 갈 라지고, 또 그 안에서도 여러 교파로 다시 갈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나 집안, 국가 사이와 마찬가지로 가르침을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의 립 갈등도 자기중심주의의, 오만과 타자에 한 멸시와 같은 불통의 병폐이 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세계의 주요한 가르침자체가 그가 말하는 외도(外道)

즉 혼불멸이나 천당과 지옥, 윤회전생, 불로장생, 무형의 신천(神天, 즉 유일신)이나 허무(虛無), 그리고 길흉화복, 귀신, 방술(方術)이나 기타 여러 가지 괴탄한 이야기들, 달리 말하면 형이상학이나 초월적미신적신화적 요소가 뒤섞이고 있는 점이다. 그는 감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근거도 없 이 어떤 신앙신조에 해서는 반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뭇 백성을

통솔하는 도는 오직 가르침뿐(統率蒸民之道. 惟敎耳.: 󰡔神氣通󰡕 1, 體通, 通敎)이라

고 생각하는 그에게는 그러한 가르침이 현실적으로 넓은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있다는 현실만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세 번째 문제는 이미 전 지구가 항로(航路)로 연결되고 사람들과 물자가

왕래하게 되면서 각각의 가르침가르침을 매개하고 통용할만한 가르 침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1]) 그래서 그는 각각의 가르침의 벽을 넘어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적 가르침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4. 최한기의 통교(通敎)’

최한기는 단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가르침의 필요성을 주장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해서도 자름 로 지침을 제시했다.

여러 지역의 가르침을 비교하면 4 지역에 참조가 되고 비교가 되 지 않음이 없다. 저절로 같은 바가 있고, 또 저쪽에는 있어도 이쪽에 없는 것이 있고, 이쪽에 있어도 저쪽에 없는 것이 있다. 천하가 모두 같이하는 가르침이 바로 천인(天人)의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을 닦 고 밝히는 자가 천하의 스승이 된다. 만약에 마땅치 않는 가르침을 섞으면 곧 천하의 스승이 아니다. 저쪽에 있고 이쪽에 없거나, 이쪽 에 있고 저쪽에 없는 가르침은 벽처(僻處)의 낡아빠진 풍속이 아니 면 화복(禍福)을 가지고 유혹하는 설이다. 처음에는 올바른 가르침 처럼 꾸며서 행해지더라도 마침내 올바른 가르침에 해가 되고 망치 게 되므로 도리어 백공(百工)을 묶을 스승이 될 수 없다. 기용학(器用學)역산학(曆算學)도 역시 천하가 같이하고 민생에 없을 수 없 는 것이니 오히려 스승으로 존중받을 반열에 낄 수 있다. 다만 저 같이 않는 가르침, 도리어 해가 되는 도는 마땅히 함께 털어내 버려 야 된다. 점차 바뀔 수는 있으나 갑자기 변화시킬 수는 없다. 권세와 이익을 가지고 이끌 수는 있으나 위력으로 깨뜨리고 억누를 수는 없다. 저 오랫동안 전해 내려왔으나 효험이 없는 것은 반드시 변천 하게 되고, 이미 변천하면 거의 근원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諸彼界之敎. 四大界無不叅 . 自有所同. 又有彼有此無. 此有彼無 . 天下皆同之敎. 則天人之敎也. 修明此敎 . 爲天下師. 若雜以不當敎之敎. 便非天下師也. 彼有而此無. 此有而彼無之敎. 如非僻處之弊俗. 卽是禍福之誘說也. 始則假正敎而行焉. 末乃害正敎而淪胥. 反不約百工之師也. 器用學. 歷算學. 是亦天下之所同. 民生之不可闕. 寧可叅於師 之列. 惟彼不同之敎. 反害之道宜幷汰棄. 可漸化而不可猝變. 可以因勢利 不可摧抑. 彼自有久傳無驗. 必至變遷. 旣至變遷庶望返原.: 󰡔神氣通󰡕 1, 體通, 通敎)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화를 정당화시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천인의 가르침을 세우기 위해서는 세계의 여러 가르침을 비교하

면서 천하 사람들이 같이할 수 있는 공통된 내용을 찾아내는 것과 화복과 같은 내용으로 사람을 끌지 말아야 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그리고 기용학

(器用學; 공학기술학)과 역산학(曆算學; 자연과학수학 등)의 예를 들어서 그것은 세 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민생에 필요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에 스승으로 삼을만하다(배울만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천인의 가르침또는 통교를 확립함에 있어서 가치관의 다원성을 인정하면서 각각의 가르침에서 공 통성, 보편성, 타당성, 합리성이 있고 공유가 가능한 요소를 채용하는 한편, 형이상학적, 비합리적, 신비적, 미신적인 요소를 제거하려는 회통적(通的) 방법을 채용한 것이다.

여러 가르침 가운데서 하늘[]과 사람의 마땅한 도리에 있어서 절실 한 것을 골라서 취하고 허망하고 잡박하며 기괴하고 황당한 것을 제 거한 것은 천하만세(天下萬世)를 통틀어서 행해지는 가르침이 될 것 이다. (……) 유도(儒道) 중의 윤리도덕과 인의(仁義)를 취하고 귀신 과 재앙과 상서(祥瑞)의 설을 제거하고, 서양의 과학과 종교[西法] 중 의 자연과학[曆算]과 기설(氣說)을 취하고, 괴탄(怪誕)한 이야기와 화 복(禍福)의 설을 제거하고, 불교 중의 허무(虛無)를 실유(實有)로 바 꾸어서 셋을 아울러 하나로 돌아가게 하고 옛것을 따르면서 혁신한 다면 참으로 천하를 통틀어서 행할 수 있는 가르침이 될 것이다. (諸敎中擇取切實於天人之宜 . 除去虛雜怪誕 . 以爲天下萬世. 通行之敎. (……)儒道中取倫綱仁義. 辨鬼神災祥. 西法中取歷算氣說. 祛怪誕禍福. 佛敎中以其虛無. 換作實有. 和三歸一. 沿 革新. 亶爲通天下可行之敎.: 󰡔神氣通󰡕 1, 體通, 天下敎法就天人而質正)

그는 유교에서 윤리도덕과 인의를, 서양 학술에서 자연과학과 기설(氣說)──여기서 말하는 기설(氣說)은 자연과학 중 기(大氣)의 성질, 기 중 의 자연현상, 예를 들면 천문 관측 시에 기 굴절로 일어나는 기차 현상 과 같은 기술로 생각된다.──을 취하고, 불교에서 허무(虛無)를 실유(實有) 로 바꾸자고 주장했다.2)

2) 성리학자들은 부분 불교를 단지 이단(異端)이라 하여 물리쳤으나 최한기는 그것과 달리 어떤 면에서 불교에 해 나름 로 의의를 인정했던 것 같기도 하다. 최한기의 불교 이해와 인식에 해서는 다른 기회에 검토하고자 한다.

언뜻 보면 그가 제안한 천하에 행할 수 있는 가르침의 내용은 유교도덕 과 서양과학을 접목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동서절충주의와 비슷하게 보인

. 그러나 조선 말기의 동도서기(東道西器)’,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 중국의 중체서용(中體西用)’ 등 동양적 윤리도덕을 바탕으로 서양문명을 수용하고자 한 부류의 사상과는 확실히 상이한 것이다.

우선 최한기의 경우 동서(東西)⋅유불(儒佛) 등을 회통시킴으로써 전 세

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승인하고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가르침 또는 가르침을 모색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다음으로 최한기가 하늘에 한 분명한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동도서기식의 동서양 절충논리와 구별된다. 그는 유교불교이슬람서양 교(그리스도교)4개 가르침이 본래 모두 하늘을 섬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릇 네 가르침[四敎]은 모두 숭상하고 섬기는 것이 있으니 유교의 상제(上帝), 불교의 제천(諸天), 이슬람[]의 사천(事天), 서양의 신 천(神天)이다. 비록 이름은 달라도 기실은 모두 하늘이다. 후학의 달 관(達觀)하지 못한 자가 명명한 뜻에 따라 궁구하는 바가 같지 않게 되고, 보는 바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점차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 고, 장황해서 알기 어렵게 되었다. 어떤 이는 인사(人事)를 미루어서 본뜬 상()을 만들고, 어떤 이는 신괴(神怪)하고 엉뚱하게 꾸며놓았 으니 이것이 어찌 하늘을 따르는 도()를 받들어 따를 뿐이겠는가?

(若夫四敎皆有 事. 儒之上帝. 佛之諸天. 回之事天. 洋之神天. 名雖殊. 而其實皆天也. 後學之不能達觀 . 因其命名之義. 而所究不同. 因其所見之各異而. 趍向漸歧. 巍蕩難知. 或推人事而倣像. 或以神怪而杜撰. 豈是 天之道. 奉承而已哉.: 󰡔推測 󰡕 5, 推己測人,

推師道測君道)

그는 종교의 형이상학적비합리적신비적미신적 측면을 배격하면서

도 하늘에 한 공경은 오히려 중요시했다. 하늘을 섬긴다는 점에서 보면 네 종교는 근본적으로는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세 사람들이 그 원래 뜻을 모르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고, 또 상()을 만들거 나 엉뚱한 이야기를 꾸미거나 함으로써 하늘을 따르는 도가 오히려 애매해 졌다는 것이다.

또한 최한기는 자기 혼자만으로 공평하고 올바른 을 이루어내는 것

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고 그것을 얻으려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중지 (衆智)를 결집하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인증하는 경상(經常)’을 얻어야 된 다고 강조한다.

치우쳐 통하면 고체(固滯)하고 두루 통하면 활달(豁達)하다. (…) 반 드시 내 몸의 통한 바를 미루어 여러 사람이 통한 바를 통하고 여러 사람의 이목을 나의 이목으로 삼고, 여러 사람의 신기로써 나와 신 기와 통한다면 나는 비록 하나의 신기라 할지라도 무수히 많은 사 람들[]의 신기로 만들 수 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신기를 거 두어 모으려면 모름지기 한 몸의 신기를 써야 하고, 그러한 연후에 중정(中正)의 도(大道)에 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통하는바 경 상(經常)에 따라 특별히 내세우고 명호(名號)을 세울 수 있다. 이것

이 곧 윤강인의(倫綱仁義)’이다.(偏通則固滯. 周通則豁達. 以一身之諸竅諸觸.

叅互比 . 以定一事之本末. 猶勝於通一竅而斷一事. 必使我身之所通. 推通於諸人所通. 以諸人之耳目. 爲我之耳目. 以諸人之神氣. 通我之神氣則我雖雙耳雙眼. 可作萬耳萬目. 收聚萬耳萬眼之所得. 用於雙耳雙眼. 我雖一神氣. 可作萬 之神氣. 收聚萬 神氣. 用於一身之神氣. 然後中正大道. 從萬 人所通經常. 特揭建號. 卽倫綱仁義也.: 󰡔神氣通󰡕 1, 體通, 耳目神氣統萬爲一)

그는 동서 회통적인 가르침의 중심에 유교적인 학의 윤리도덕을 놓았다. 하지만 그는 윤강인의의 윤리도덕이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통한 바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와 같은 덕목에 해 서도 추측(推測)’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았다.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측은할 마음[惻隱之心]은 인()의 단서요, 수오 할 마음[羞惡之心]은 의()의 단서요, 사양할 마음[辭讓之心]은 예()의 단 서요, 시비를 아는 마음[是非之心]은 지()의 단서이다.” 이 구절에 주자(朱子)측은(惻隱)⋅수오(羞惡)⋅사양(辭讓)⋅시비(是非)는 정()이다. ()⋅()⋅()⋅()는 성()이다. 마음[]은 성()⋅()을 거 느리는 것이다. ()은 실마리[]이다. ()이 일어남으로 인하여 성

()의 본 (本然)을 볼 수 있으니 마치 물건이 안에 있는 것을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다.”(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之端也. <惻隱̖ 羞惡̖ 辭讓̖ 是非, 情也. ̖ ̖ ̖ , 性也. , 統性情 也. , 緖也. 因其情之發, 而性之本然可得而見, 猶有物在中而緖見於外也.>: 朱熹, 󰡔孟子集注󰡕, 公孫丑上) 라고 주석을 달았듯

, 도덕심의 근원은 원래 인간 본성에 내재되고 있다는 것이 전통 유교의 주류적 견해 다.

이에 해 최한기는 그것도 인간 본성으로 내재된 것이 아니라 추측 속에는 저절로 (남을) 살리고 이루게 하는 인(), 마땅한 쪽으로 나아가는 의(), 질서를 따르는 예(),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지()가 있 다.”(推測之中. 自有生成之仁. 適宜之義. 循序之禮. 勸懲之知.: 󰡔推測 󰡕 3, 推情測性, 仁義禮智) 라고 하듯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추측을 통해 얻어지는 일종의 도덕적 판 단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의 실천을 통해 사람들이 화합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남의 도움이 되는 가운데서 사람들이 서로 도와가는 도 가 성립된다고 보고 그것을 인도(人道)’라고 불 다. 최한기는 보편적인 윤리도덕으로서 유교의 오륜(五倫)을 강조하면서 그

것에 일관하는 것은 인인상위용(人人相爲用)’ 즉 사람과 사람이 서로 상 방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부모는 자식이 모실 보람이 있는 도를 행하고, 자식은 부모가 가르친 보람이 있는 행실을 하고, 임금은 신하가 충성할 보람이 있는 훌륭한 정치를 하고, 신하는 임금이 올바를 수 있게끔 정책을 세우고, 남편 은 아내가 따를 보람이 있는 남편이 되고, 아내는 남편과 화합하는 모람이 있는 아내가 되고, 어른은 젊은이가 공경할 보람이 있는 어른 이 되고, 젊은이는 어른에게 사랑받는 젊은이가 되고, 친구는 서로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 된다. 먼저 남에게 믿음직한 사람이 되 어야 남은 곧 그 사람을 믿어주는 것이다. 사람 쓰는 도는 오륜으로 부터 시작되며 나라가 백성을 위지하고 백성이 나라를 의지하기에

이른다.(父爲子之可事之道. 子爲父之可敎之行. 君爲臣之可忠之政. 臣爲君之可義之謨. 夫爲婦之可 . 婦爲夫之可和. 長爲幼之可恭. 幼爲長之可愛. 朋友相爲可信. 先爲人之可信. 人乃信之. 用人之道. 始於五倫. 至於國依於民. 民依於國.: 󰡔人政󰡕, 20, 相求爲用)

최한기에게 오륜은 윗사람에 한 아랫사람의 복종의 윤리가 아니라 윗 사람에게도 나름 로 의무를 요구하는 상호적인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최 한기가 재해석한 오륜도 역시 에 포함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상호적 윤리적 관계가 나라와 백성 사이에 이루어지게 되면 나라와 백성이 서로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윤리적 목표가 바로 무 수한 인민이 서로 화합하는 조민유화(兆民有和)’의 실현이었다.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 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 아래에 하나 조민유화(兆民有

)’의 한 구절을 보탠다면 오륜이 드러나고 통행되면서 조민지화의 실효와 오륜의 가르침을 각자가 힘써 행하게 되고 더불어 천하를

통틀어 행해지게 될 것이다.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之下. 添一兆民有和一句. 以著五倫通行. 兆民致和之實效. 五倫之敎. 各自勉行. 通行天下.: 󰡔人政󰡕 18, 畎畝敎法兆民有和)

삼강오륜 등 유교 윤리에는 군신가족붕우 사이가 아닌 시민간의 윤

리가 희박하다고 지적되곤 한다. 최한기는 거기에 조민유화(兆民有和)’즉 뭇사람의 조화라는 일륜(一倫)을 첨가함으로써 그 결함을 보완하려 했다고 도 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윤리의 기초를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에도, 양 지나 본연의 성과 같은 내재적인 도덕적 본성에도 두지 않고 오로지 인간 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에만 두었다고 볼 수 있다.

. 결론

실학자 최한기는 신기의 시각으로 인간과 세계를 다시 보게 됨으로써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인간과 세계를 보게 되었다. 그는 이 우주 전체가 한 덩어리의 살아 움직이는 신기(神氣)’라고 보았다. 우주에 가득 찬 신기가 엉켜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물의 형질(形質)이 되고, 형질의 기가 흩어 지게 되면 신기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사람과 생물의 생사도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순환으로 설명된다.

그는 사람이 본연(本然)의 성()이나 양지(良知)와 같은 착한 본성을 타 고난다고 하는 기존의 유학(성리학양명학 등)의 주류적 견해에 반 하고 사람 이 갓 태어났을 때에는 맑고 투명한 신기와 이목구비와 같은 감각기관, 그리 고 손발만 가지고 태어나고 그밖에는 아무것도 갖추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번 태어난 후에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등 감각기관을 통해 받는 자극으로 맑았던 신기가 물들이고, (形質通) 그 물듦이 쌓이게 되면 어느새 그것에 한 인식판단이 생기게 되는데 그것을 추측(推測)’이라 고 한다. (推測通) 그 추측된 내용은 손발 등 신체의 기관을 통해 바깥세상 에 시행되게 된다. 최한기는 이러한 경험주의적인 인식론을 바탕으로 올바 른 인식을 얻을 방법을 제시했다.

또 최한기는 인간의 신체에 해서도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기관들 사

이를 신기가 두루 통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과 건강이 유지된다고 보았다. 만약 그 기의 흐름이 치우치거나 막히게 되면[偏滯] 기의 불통(不通)으로 인해 몸이 아프고 병들게 된다고 주장했다. 기의 불통은 몸의 병뿐만 아니 라 편견이나 지적 정체와 같은 지적 부조(不調)로도 나타난다.

흥미로운 점은 최한기가 그러한 인간관신체관을 개체로서의 인간뿐만

아니라 집안[], 나라[], 가르침[]라는 보다 넓은 역에 해서도 그러 한 시각을 적응시킨 점이다. 그는 그러한 공동체에도 인간 개체와 같은 유 기체로서의 동질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가 이와 같은 새로운 인간관과 세계관을 통해 본 세계는 더 이상 중국

과 황제와 유교적 가치관을 중심으로 해서 그 중심으로부터의 원근에 따라 중화(中華)와 이적(夷狄)으로 나눠지는 화이사상(華夷思想)의 세계가 아니 었다. 그렇다고 19세기 당시에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던 서구근 를 정점으 로 세계를 문명과 야만으로 서열화 시키는 세계관도 아니었다.

그가 보게 된 세계는 유교, 불교, 이슬람, 그리스도교 등 여러 가르침’ (, 敎法, 師道)으로 분절화된 세계 다. 그는 군도(君道)’ 즉 한 나라의 정 치는 사도에 의해 인도되어 있고, 또 올바르게 인도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아득한 옛날에 요()⋅()이나 주공(周公)과 같 은 성인들이 문물제도를 만들고 교화를 베풀고 백성을 다스렸다고 하는 유 교적 역사관에 바탕을 든 것이었으나 유교문화권 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 도 역시 마찬가지로 나름 로의 가르침’=사도(師道)가 있고, 그것에 따라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 결과 그는 종교 다원주의적으로 세계 를 보게 된 것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가르침은 국가의 역을 넘어서 넓은 역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세계종교이고, 그 역 안의 수많은 사람들을 통합시키고 공통적인 가치관윤리관을 주고 있다는 점에 서 보면 공공종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가 보기에 당시의 세계는 매우 근심스러운 것이었다. 먼저 그 가르침도 내부에서 여러 교파로 갈라지고 립갈등을 즉 불통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그 가르침의 내용 자체가 그가 외도(外道)’라고 부른 형이상학이나 초월적미신적신화적 요소가 혼재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가르침안에서는 공감 가 형 성되고 사회적지역적 통합이 유지된다고 해도, 이미 세계가 항로에 의해 하나로 하고 사람과 물자가 서로 오고가게 되었음에도 가르침가르침사이에서는 서로 소통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한기는 천하만세(天下萬世)를 통틀어서 행해지는 가르침을 제

안했다. 그것은 유도(儒道)에서 윤리도덕과 인의(仁義)를 취하고, 서양에서 자연과학과 기설(氣說)을 취하고, 불교에서는 허무(虛無)를 실유(實有)로 바 꾸어서 귀신, 재앙과 상서, 괴탄과 화복, 허무 등을 제거하고 셋을 하나로 아우르는 것이었다. 이것은 한국사상사 위에서 보면 신라시 의 풍류도(風流道)나 원효(元曉)의 화쟁회통 사상을 거쳐 동학을 비롯하여 증산종교, 원 불교 등의 한국 개벽종교에 이어지는 회통의 계보 위에 자리매길 수 있다.

21세기의 오늘날, 세계적으로 다종교, 다문화 등 다양성이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에 공종과 상생은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반면으로 종교뿐만 아 니라 신념 갈등, 정치적 갈등 등 각 가지 갈등 립은 세계적으로 갈수록 심 각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사상 및 종교를 살펴보면 종교 간의 공존 과 소통, 나아가서는 사회의 인심의 폐단을 경계하고 이념적계층적 립 갈등을 조정시키고 회통시키는 중도(中道)의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사 상과 실천은 오늘날의 세계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해 시사(示唆)하 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 2019 06 25  심사종료일 : 2019 07 16  게재확정일 : 2019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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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Thought of Penetration of Religions in Choe Han-gi

-Focusing on Concept of󰡐Tong-Gyo(通敎)󰡑

in 󰡔SinGiTong(神氣通)󰡕-

Makoto YAGYU*3)

This article discusses the following three points. First, the importance of Choe Han-gi, one of the late Chosun dynasty scholars of the 19th century who was often treated as a bridge between the Silhak-pa(practicalist party) and the Gaehwa-pa(enlightment party), will be assessed. In this paper I will examine him as a part of Korean thinking about Harmonization that is reminiscent of Pung-ryu-do in the era of Silla, Wonhyo’s Theory of Harmonization, modern Korean Gaebyeok(new world opening) religions such as Donghak, Jeungsanism, and Won Buddhism.

Next, we will study ontology, humanity and epistemology based on the ‘Gi-hak(氣學)’ thought of Choe Han-gi. According to this idea, ‘Gi’ is a lump of living things. ‘Gi’ has space that fills the universe, has a clear essence, and has a phase that moves constantly and a phase that exhibits aggregation. (Sin-gi, the ontological Gi) The Gi of the universe is temporarily aggregated into a tangible object. (Hyong-jil, the Material Gi) An object is dissipated when time comes and is reduced to the intangible universe. Everything is in this phase of circular movement. The same goes for the life and death of human beings and

* Researcher Professor, The Research Institute of Won-Buddhist Thought, Wonkwang University.

E-mail: projectpeke@live.co.kr

animals. He said when a person is born that only pure ‘Gi’ and sense organs and limbs exist. He completely denied the f conception of  ‘the true nature(本然之性)’ of Zhu zi and ‘good wisdom(良知)’ of the Wang Yang-ming. People die as a result of their experiences after their birth. Accumulation of experience results in ‘Chu-Cheuk(推測)’. Guessing is a concept that combines sensory intuition(Chu) and reflective analysis(Cheuk). He considered how to obtain rational awareness from ‘Chu-Cheuk’.

Finally, I will look at the complex organic world view proposed by Choe Han-gi and the accompanying world of religious pluralism. He moved away from the traditional Confucian view of dividing the world into a cultural center and a barbarous surrounding area. He saw the world from a pluralistic perspective and viewed the world as divided into several world religions (Buddhism, Islam, Christianity, Confucianism, etc). He sought to integrate various elements such as science, humanities, and ethics that belonged to traditions Eastern and Western thought, and to establish universal learning. And he hoped to bring harmony to the people of the world. This links to the Korean traditional thought of Harmonization. And he believed appropriate academic and ethical principles must be established for all mankind. His beliefs and thoughts are still relevant for us today.

Key Words : Hye-gang Choe Han-gi, Gi-hak(Gi-thought), The Thought of Penetration of

Religions, the Universal learning, Tong-Gyo(通敎)




[1] )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제국주의 열강들은 비서구세계를 식민지화시키면서 자기들의 규칙과 제도를 강요하는 방법을 취했다. 그것을 ‘문명화(civilization)’의 이름으로 미화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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