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4

통불교사상에 입각해 화쟁통교이념 전개한 논서 < 현대불교신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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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불교사상에 입각해 화쟁통교이념 전개한 논서
입력 2013.06.30
원효의 십문화쟁론


박태원 지음 세창출판사 펴냄 2만천원쟁론을 화쟁한 이론 아니라
견해계열 맥락의 화쟁 이론




원효의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의 번역과 해설이다. 〈십문화쟁론〉은 원효가 화쟁의 통찰을 전면적으로 개진한 대표 저술이라 할 수 있다.
주어진 경전 내용을 따라가며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붙이는 주석서 형태가 아니라 저자가 설정한 주제를 독자적 체계로 전개하는 단독 저술이라는 점, 잔간(殘簡)의 내용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광활한 불교 이해와 탁 트인 사유 지평, 정밀한 논리와 수준 높은 논의는 원효의 수많은 저술 가운데서도 특히 〈십문화쟁론〉을 부각시키며 이에 대한 세인들의 찬탄을 전하고 있는 서당화상비문의 증언이나 후인들의 극찬을 충분히 수긍케 한다.
‘십문화쟁론’이라는 서명의 의미를 ‘열 가지 유형의 쟁론을 화쟁하는 이론’으로 간주해 온 것이 관행이지만, 필자는 생각을 달리 한다. 원효가 그의 저술에서 즐겨 구사하고 있는 ‘문(門)’이라는 말은 ‘견해/주장의 조건적 타당성을 성립시키는 인과계열’, 다시 말해 ‘견해 계열의 의미 맥락’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십문화쟁론〉은 ‘열 가지 주제에 관한 쟁론을 화쟁하는 이론’이 아니라, ‘견해 계열의 열 가지 의미 맥락으로써 화쟁하는 이론’이 된다. ‘십문’의 ‘문’은 화쟁의 방식인 것이다. 〈십문화쟁론〉이라는 저서의 성격과 내용은 기존의 통념적 이해와는 다른 것이 된다. 〈십문화쟁론〉은 불교사상의 열 가지 주제에 관한 견해 다툼들을 화쟁하고 있는 논서라기보다는 상이한 관점들을 각기 성립시키는 견해 계열의 의미 맥락을 열 가지로 식별하여 불교사상에 대한 해석학적 관점들의 불화와 충돌을 치유하는 논서로 보아야 옳다.
온갖 모순과 피아의 대립, 시비의 쟁론이 모두 끊어진 절대 조화의 세계가 무쟁이라면, 피아의 대립과 모순이 있는 현실에서 모든 대립과 모순 및 다툼을 조화, 극복하여 하나의 세계로 지향하려는 것이 원효의 화쟁사상이다.

원효 대사 진영십문으로 되어 있는 화쟁론의 제1문 ‘삼승일승화쟁론’은 화쟁의 총상(總相)에 해당한다. 삼승이 곧 일불승이요. 무량승이 모두 일승이라고 한 것으로, 이는 오직 원효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통불교사상이라 할 수 있다. 원효는 이러한 일승통불교사상에 입각하여 화쟁통교이념을 전개시켰으므로, 이것이 〈십문화쟁론〉의 총상이 된다.
제2문에서는 당시 국내외적으로 대승불교철학의 2대 조류로 되어 있던 중관파(삼론종), 유식파(법상종) 두 학파의 공(空)과 유(有)의 대립을 비판하고 과감히 공ㆍ유의 무대립론을 전개했다.
제3문에서는 모든 중생에겐 불성이 있어 성불할 수 있다는 설을 제시했으며, 제4문에서는 인(人)과 법(法)에 대한 불교계의 쟁점에 대해 논하고 있고, 제5문에서는 삼성(三性)에 대한 화쟁인데 그 원문이 훼손되어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기 어려우나 원성실성(圓成實性)과 의타기성(依他起性)과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의 삼성에 대한 이론(異論)을 화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6~10문에서는 각각 오성(五性)·이장(二障)·열반(涅槃)·불신(佛身)·불성(佛性)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을 회통시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원효 사상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이해를 분명히 담아내기 위해, 〈십문화쟁론〉 번역 부분을 ‘직역(直譯)/의역(意譯)/해의(解義)’의 세 부분으로 구성했다. ‘의역’과 ‘해의’를 덧붙임으로써 저자의 해석학적 관점을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현존 잔간에는 없지만 다른 문헌에서 인용 형태로 전하고 있는 〈십문화쟁론〉 내용도 번역하여 추가했다.
원효에 관한 저자의 동기는 ‘지금 여기의 실존 해법’ 탐구에 있다. 저자는 여전히 범람하는 배타적 주장들의 폭력적 다툼을 치유하는 해법의 일단을 원효의 화쟁 통찰에 의거하여 모색했다. 나아가 원효의 화쟁사상에 관한 저자의 궁극적 관심은 ‘화쟁사상의 보편성’에 있다. 불교적 쟁론들을 화쟁시켜가는 원효의 논법과 통찰에서 ‘모든 시ㆍ공간의 인간사 쟁론상황에도 적용시켜 유효할 수 있는 화쟁 원리’를 읽어내는 것, 원효의 화쟁사상에서 쟁론의 보편적 치유 공능을 확보할 수 있을지의 여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쟁론 치유력의 수준과 내용에 관한 것에 저자는 큰 관심을 갖는다. 〈십문화쟁론〉을 번역하고 그에 담긴 화쟁사상을 불교철학적으로 음미하는 이 책의 시선은 결국 ‘화쟁사상의 보편적 쟁론 치유력’의 문제로 향한다고 할 수 있다.
원효사상과 저작들에서 〈십문화쟁론〉이 차지하는 각별한 의메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격적인 번역이나 해설서가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책은 원효의 철학과 화쟁사상을 공부하며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박재완 기자 wanihollo@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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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원효가 독자적으로 전개해 나간 ‘십문화쟁론’! 번역과 해설 그리고 화쟁의 철학『원효의 십문화쟁론』. 원효가 그의 화쟁 통찰을 전면적으로 개진한 유일한 저술이다. 주석서 형태가 아닌 자신의 주제를 독자적으로 전개해나가는 단독 저술로서의 의미를 가지며, 원효의 광범위한 불교 이해와 탁 트인 사유 지평, 정밀한 논리와 수준 높은 논의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는 십문화쟁론을 전문 번역과 화쟁사상의 해설 등이 담겨 있다. 성격과 내용을 기존 통념적 이해와 다르게 '상이한 관점들을 각기 성립시키는 견해 계열의 의미 맥락을 열 가지로 식별하여 불교 사상에 대한 해석학적 관점들의 불화와 충돌을 치유하는 논서'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