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불이(不一不二)
2004-06-25 김형훈
불가(佛家)의 얘기를 해볼까 한다. 불이(不二)라는 게 있다. 둘이 아니라는 말이다. 즉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생과 사, 만남과 이별 역시 근원은 하나라는 의미다. 꽤 유명한 절엔 서로 이름은 다르게 부르지만 불이문(不二門)이 존재한다. 금당에 들어서는 마지막 문으로, 이 곳을 통과하면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에 들어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세워뒀다.
그런데 불이는 원래 불일불이(不一不二)에서 나왔다. ‘다르지 않다(不二)’를 말하려면 하나가 아니라는 것, 그러니까 ‘같지 않음(不一)’을 알아야 한다.
원효는 불일불이를 「금강삼매경론」에서 쉽게 설명한다. “열매와 씨가 하나가 아닌데, 이는 그 모양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르지도 않은 것은 씨를 떠나서는 열매가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씨와 열매는 별개이므로 다르지만(不一), 열매는 자신의 유전자에 씨를 남기기 때문에 둘도 아니다(不二)는 표현이다.
지역문화는 어떤가. 불일불이를 불가에서가 아닌 현실세계에 적용한다면 지역문화를 바라보는 해답을 얻게 된다. 각 지역의 문화를 인정할 때만이 한국의 문화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흔히 건축을 ‘인간을 담는 그릇’이라 한다. 인간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들을 한다. 때문에 건축은 민족과 나라마다 틀리고, 제주 건축의 상징인 초가 역시 뭍지역의 그것들과 전혀 다르다.
그런데 행정에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 듯 하다. 제주시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한라문화예술회관 현상설계의 예만 들어보자. 제주시는 응모자격 중 최근 5년이내에 문화시설 용도로 연면적 6000㎡이상의 실적이 있는 업체로 한정했다. 사실상 제주도내 건축인들은 참여할 수 없는 조건이다.
왜 그랬을까. 그건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제주건축문화를 바라보는 인식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 일이다. 지금까지 이런 조건으로 인해 도내 건축인들은 제 땅에 남들이 그린 건축물만 보고 살아왔다. 건축은 하나이지만(不二), 제주 건축은 다른 지방의 건축과 다를 수밖에(不一) 없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행정도 그걸 알아야 한다.
<김형훈·교육체육부장 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