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5

회통불교 교범이자 팔만대장경의 축소판 < BOOK 불교신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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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통불교 교범이자 팔만대장경의 축소판BOOK
입력 2013.10.25 15:18
기자명김종찬 기자 kimjc00@ibulgyo.com

인간세계의 근본을 밝히다
정목스님 편저

비움과소통

‘원인론’ ‘발미록’ 종합 해설

압축적인 내용 전달에 충실

〈원인론(原人論)>과 〈발미록(發微錄)>을 종합 해설한 신간 〈인간세계의 근본을 밝히다>는 팔만대장경의 압축적 내용을 충실히 전한다. 특히 책이 저본으로 삼은 〈원인론>은 중국 당나라 화엄종의 제5조 규봉종밀(圭峰宗密, 780~841)의 저술로서, 선교일치(禪敎一致)의 대표적 논서로 꼽힌다. 본래 책 제목인 〈원인론> 뜻은 ‘인간세계의 근본을 밝힌 논서’라는 의미로, 논주의 사상적 기반을 들어 일명 〈화엄경 원인론>이라고도 불린다.

원서 〈원인론>은 불교를 유교와 도교 및 다른 종교와 비교하면서, 교법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어 현대의 비교종교학 효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문학적 요소들도 풍부해 인간세계의 역사를 통찰하는 맛이 있다.

또한 〈발미록>은 그런 〈원인론>이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자 200여년이 지나 후학인 정원(淨源)법사가 대승경론에 의거해 해설을 붙여 보급판으로 낸 것이다.

책은 그만큼 넓은 세계관을 통해 모든 교법을 모으고 있다. 편역자 정목스님은 〈원인론>에 대해 “회통불교의 교범이면서 팔만대장경의 축소판”이라며 “문.사.철(文.史.哲)의 모범이자 비교종교학의 효시이고, 불교의 개론서이자 종파를 초월한 수행지침서”라고 평가했다.

편저자 정목스님(양산 정토원장)은 교상판석(敎相判釋)과 관련 내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지혜의 가르침과 연기의 세계관에 따라 만법을 통괄하여 일심을 밝히고(통만법 명일심.統萬法 明一心) 일심의 근원으로 돌아가 일체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삶의 가치로 삼는 것”이라며 “교법을 베풀 당시 시대상과 근기에 맞춰어 말씀하셨고(시기상응의 법), 동일한 법이라도 근기가 다른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차원을 달리해 말씀하셨으며(대기설법), 법에 대하여 의혹하고 집착하는 병에 따라 처방전을 다르게 말씀하신 것(응병여락.應病與藥의 법) 등에 따라 획일적이지 않고 팔만사천법문이라 많아지게 됐다”고 말하고, “이런 복잡한 가르침 내용을 시기 및 교리 내용에 따라 분류하고, 근본 뜻을 파악하기 쉽게 해설하는 것을 ‘교상판석’이라 부른다.”

불교에서 교상판석이 활성화된 시기는 600년대부터 800년대까지로서 법상종과 삼론종의 삼시교, 천태종의 오시교, 화엄종의 오교, 정토교의 이교 등이 그렇게 빛을 봤고, 실제 신라의 원효선사도 사교라고 해서 ‘삼승통교.삼승별교.일승분교.일승만교)’ 분류해 해설했다.
경전 <원인론>을 통해 비교종교학의 효시를 밝힌 편저자 정목스님.

책은 대승불교의 핵인 선(禪)과 염불(念佛)을 이렇게 설명한다. “대승의 두 갈래 큰 흐름은 공사상을 바탕으로 한 선과 염불로서, 선은 법성(法性)을 통찰하는 수행이며, 묘관찰지(妙觀察智)를 스스로 깨달아 정토를 맞이하는 ‘자각의 문’이다. 염불은 법상(法相)을 생각하고 관찰하는 수행이며, 성소작지(成所作智)를 믿고 정토에 태어나는 ‘자비광명에 의지하는 문’이다.”

‘일심정토교’에 대한 설명도 있다. “아미타로 법(法)을 삼아 일체중생이 아미타불의 세계인 정토를 감득(感得)하고, 정정취에 들어가 단박에 깨달음을 성취하고, 보리심을 실천하는 보살장.돈교에 속하는 가르침이다.” 일심정토 수행에 대해서는 “부처님의 지혜를 우러러 믿는(仰信) 진실한 신심을 근본으로 행하는데, 신심.안심.발심.수행.정정취.회향.일심증득의 신행체계를 닦아서, 삼신(三身)의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 구경의 목표”라고 밝혔다.

상근기와 하근기를 구분한 논점도 흥미롭다. “상근기는 단박에 대승의 유일한 법은 일심임을 믿고, 일승현성교에 의지해 수행함으로써 본래 공적한 본성(心體)을 증득한다. … 이 진실을 깨달은 지혜는 일체가 마음의 현상임을 알고 모든 의혹들을 단박에 해소해버린다. 중하근기는 인천교 또는 소승교부터 점차 닦아서, 본성을 밝히는 교법에 이르러 ‘일체경계 본래일심’의 지혜를 믿고, 묘관찰지를 성취하여 일심의 바다로 나아간다.”

유교와 불교의 대비 관점도 주목해 볼만 하다. “유교를 배우는 사람들은 오상(五常)에 집착하고, 도교를 배우는 사람들은 자연(自然)에 집착하니, 모두가 인연(因緣)을 미혹한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연기(緣起)에 집착하니 성품이 일어나는 것(性起)을 미혹한다. 대개 진실한 뜻은 곧 ‘성품이 일어나는 근본(일심의 근원)’을 말하는 것이며, 하늘.땅.사람은 곧 연기의 말단이다.”

〈원인론>을 비교종교학의 효시라고 밝힌 편저자 정목(正牧)스님은 범어사 승가대학과 중앙승가대를 나와 범어사 승가대 강사를 역임했다. 이후 한국정토학회 이사로 양산 정토원(淨土圓)에서 정진 중이며 저서로 〈염불신행의 원리와 비결> 〈한국인의 염불수행과 원효스님> 〈윤회는 없다> 〈무량수경종요> 〈아미타경소> 〈일심정토 염불수행〉 등을 냈다.

[불교신문2956호/2013년10월26일자]




김종찬 기자 kimjc00@ibulgyo.com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