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ㆍ원효사상 공통점에 불교 현대화 길 있다”
기자명 남동우 기자
입력 2010.08.06
원효 화쟁ㆍ지의 회통론 서로 통해
‘방편의 다양화’ 추구할 수 있어
이병욱 박사 《선문화연구》 제8집서
▲ 천태지의대사(좌), 원효대사(우)
중국불교의 주요한 인물 천태지의대사(538∼597). 한국불교의 대표적 인물 원효대사(617~686). 천태지의는 천태종을 세웠고, 원효는 화엄종 계열이다. 지역과 종파는 다르지만 천태사상과 원효사상은 서로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불교의 현대화에 안목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문화연구》 제8집에 수록된 이병욱 고려대 강사의 〈천태의 사상과 원효의 사상의 공통점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서다.
이병욱 강사는 천태사상과 원효사상의 공통점을 3가지로 정리했다. 그에 따르면 첫째, 천태의 일심삼관(一心三觀)은 공(空)ㆍ가(假)ㆍ중(中)을 의미하는데, 이 공ㆍ가ㆍ중의 맥락이 원효사상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다. 원효의 《금강삼매경론》 대의(大意)부분에서는 ‘이치 없음의 지극한 이치’를 말한다. 이치가 없다〔無理〕는 것은 부정의 표현으로 공(空)의 정신을 나타내는 것이다. 지극한 이치〔至理〕는 이치가 없다는 부정을 통한 긍정이므로 이는 가(假)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치가 없음의 지극한 이치’라는 표현은 공(空)과 가(假)를 합해서 중도의 이치를 드러낸 것이다.
둘째, 천태사상에서도 원효의 화쟁(和諍)사상과 비슷한 회통(會通)사상이 있다는 것이다. 천태는 진리의 입장에 서면 경전에서 말한 것이 다른 내용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하면서 회통의 기준으로 진성해탈(眞性解脫), 실혜해탈(實慧解脫), 방편해탈(方便解脫)을 제시한다. 이 3가지 해탈을 기준점으로 10가지의 3법(三法)을 회통한다. 그에 비해 원효는 포괄적으로 불교이론을 화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세부적 내용에서 조금 차이점은 있지만 큰 틀에서 화쟁사상과 회통사상을 말하고 있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셋째, 4실단(悉檀, 세계실단ㆍ위인실단ㆍ대치실단ㆍ제일의실단)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천태사상과 원효사상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공통점은 앞에서 제시한 2가지 공통점과 의미비중이 다르다. 천태사상의 4실단은 교판론(敎判論)을 제시할 때 주요한 근거가 되는 것인데, 원효사상의 4실단은 주변에 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4실단의 제일의실단(第一義悉檀)을 해석할 때 원효사상에서는 화쟁사상의 맥락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점은 천태사상의 4실단 이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4실단은 천태사상과 원효사상의 공통점이면서 동시에 사상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
이병욱 강사는 “이러한 공통점을 통해서 ‘불교의 현대화’에 대한 하나의 안목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심삼관’의 공ㆍ가ㆍ중 의미와 ‘회통(화쟁)사상’과 ‘4실단’이 내적인 구조에서 서로 공통점이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일심삼관’의 공ㆍ가ㆍ중 의미는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는 공(空)을 제시하고 이 집착에서 벗어날 때 ‘대상세계’의 의미가 온전하게 드러나고(假), 궁극에는 ‘공’에도 집착하지 않고 ‘대상세계(假有)’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중도를 이끌어낸 것이다. 회통(화쟁)사상도 같은 맥락이다. 원효사상과 천태사상에서 회통 구조가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근본에서는 이론에 대한 집착을 벗어날 때(空) 여러 가지 이론에 각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假) 이는 4실단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일의실단에서 깨달음의 세계는 모든 언어를 뛰어넘은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만(空), 또한 언어를 통해서 깨달음의 세계에 접근해 나갈 수 있다.(假) 이 경우 세계실단, 위인실단, 대치실단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이병욱 강사는 “일심삼관의 공ㆍ가ㆍ중이 회통사상으로 전환할 때는 ‘가’의 의미로서 다른 이론을 포용하는 회통의 맥락이 강조되는 것이고, 일심삼관의 공ㆍ가ㆍ중이 4실단의 모습을 나타낼 때는 ‘가’의 의미로서 세계실단, 위인실단, 대치실단이 부각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것은 ‘방편의 다양화’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다른 이론을 포용하는 것도 방편의 한 종류이고,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세계실단, 위인실단, 대치실단을 베푸는 것도 방편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욱 강사는 “오늘날 불교의 현대화를 추구한다고 할 때, 현대화의 한 가지 모습은 방편의 다양화라고 할 수 있고, 방편의 다양화는 ‘공’을 통한 ‘가’의 의미를 어떤 식으로 드러낼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동우 기자 ndw63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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