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nam Oh
·
《신앙과 신학 사이》 추천사
얼마 전 호주 시드니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영대 목사님으로부터 그가 출간할 책 원고를 보내고 추천사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원고를 읽어보니 참신한 신앙과 신학에 관한 글 모음이었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써 드렸는데, 오늘 그 책이 《신앙과 신학 사이》라는 제목으로 제게 왔습니다.
이영대 목사님은 진보 성향의 호주연합교회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96년 이후 호주에서 목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5년 6월 호주 유니테리언 교회 초청으로 시드니에 가서 몇 차례 강연을 했는데 그때 이영대 목사님을 만나 인연을 맺었습니다. 책에는 저의 호주 강연 일정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기도 하여 저도 잊었던 일을 새삼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
나는 왜 이 책을 추천하는가?
어느 신학자에 의하면 21세기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질문하는 그리스도인”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리스도교의 일반적 추세는 “묻지말고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과학을 비롯하여 기타 학문의 발달로 교인들의 지적 수준도 높아짐에 따라 생각하고 질문하는 일이 그만큼 일반화되었다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영대 목사님의 이 책은 처음부터 “나는 왜 아직도 기도를 하는가” “나는 왜 아직도 교회를 다니는가”를 시작으로 “나는 왜 아직도 하나님을 믿는가” “나는 왜 부처님 오신 날 절에 가는가”하며 ‘왜’라는 물음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책 전반부는 이처럼 신앙과 신앙 생활에 관한 기본 문제 수십 가지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나는 왜 예수는 없다를 권하는가”하며 제가 쓴 책도 문제 제기의 일부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신앙이든 학문이든 가장 좋지 못한 자세는 “당연히 여기는 마음”입니다. 노벨상을 선정할 때도 연구 결과보다는 지금까지 당연시 여기던 세계관을 새로운 안목으로 볼 수 있게 질문하는 쪽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영대 목사님이 이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새로운 안목으로 새롭게 질문하게 된 데는 그의 개인적 배경이 중요한 요인이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신학과 목회에 발을 들여놓기 전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여러 직장을 거치면서 폭넓은 경험을 한 것이 그를 폭넓은 안목을 가지고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목사님으로 아름답게 변신하게 한 것 아닌가 여겨집니다.
성경에도 하나님이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이사야 1:18)고 하시며 우리를 초청하고 계십니다. 여기서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를 영어 성경에 보면 “Let us reason together”라고 하여 우리의 이성(reason)을 사용하여 이유(reason)를 알아 보자라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가톨릭 주교회의 성경에 보면, “오너라, 우리가 시비를 가려보자”라고 번역하여 이 뜻을 좀 더 분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성을 주신 것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성을 활용하여 사물의 이유를 따져보라는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11세기 중세의 유명한 사상가 성 안셀무스도 “나는 알기 위해서 믿는다”(Credo ut intelligam)라는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물론 믿음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라 할 수도 있지만, 무조건 믿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목적이 결국 사리를 분별하는 앎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이해를 추구하는 믿음(faith seeking understanding)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일찍이 함석헌 선생님도 “생각하는 백성이어야 산다”고 일갈하셨고, 미국 클레아몬트 신학대학 존 캅 교수도 생각하는 기독교인이라야 산다는 책을 낸 일도 있습니다. 이제 이성을 무시하고 덮어놓고 믿으라고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17세기 영국의 성직자 존 던 (John Donne)이 쓴 싯구에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묻지마시라. 그것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하는 내용의 글이 있지만, 이영대 목사님의 글을 보면서 “누구를 위해 ‘왜’를 발하는가, 그것은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을 위한 것이니”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정말로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는 이 책은 새 시대를 맞아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새롭게 성찰해보고 싶은 기독교인이라면 읽고 크게 눈뜸을, 마음 문의 열림을 경험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강석원
귀한 통찰과 유익한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