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한길사 - ❝한길그레이트북스 196권 다 읽었다!❞ - 어부 독자 김기택 씨

(6) 한길사 - ❝한길그레이트북스 196권 다 읽었다!❞ - 어부 독자 김기택 씨와 나눈 독서 이야기 지난 6월 27일,... | Facebook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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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그레이트북스 196권 다 읽었다!❞
- 어부 독자 김기택 씨와 나눈 독서 이야기
지난 6월 27일, 파주 헤이리의 한길북하우스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주셨습니다.
바로 남해의 어부이자 북하우스의 단골손님인 '김기택' 독자님이신데요.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북하우스를 찾아주고 계신 김기택씨가 특히 사랑하는 한길사의 책은
인문총서 시리즈인 '한길그레이트북스'입니다.
무려 196권에 달하는 전 권을 모두 읽어오셨다는 말씀을 전해 듣고
한길사 식구 모두 놀랍고 감사한 마음을 금치 못했는데요.
이번에는 『로마인 이야기』 전권을 구입하기 위해 북하우스를 찾아주셨다는
김기택 독자님과 한길사의 김언호 대표님이 나눈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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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엔 『로마인 이야기』 읽겠다]
남해의 어부 김기택(金基澤) 씨가 예술마을 헤이리의 ‘북하우스’에 왔다. 북하우스의 ‘단골독자’다. 이번에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전15권)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불편한 다리를 치료받기 위해 서울에서 한 달 정도 머물게 된다. 일주일 정도 입원도 해야 하는데, 이번 기회에 『로마인 이야기』를 완독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한다. 북하우스를 방문해 한길사의 책을 구입한다. 북하우스를 드나든 지 20여 년이 되어간다. 북하우스의 책방지기 강재희 씨와 책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 강재희 씨는 다른 출판사의 책들을 이리저리 찾아주기도 한다. 물론 그의 서가엔 한길사의 책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독자’ 김기택 씨와 책 이야기, 독서 이야기 하는 즐거움이 책 만드는 나에겐 유별났다. 김기택 씨 같은 독자가 존재해서 우리는 책을 기획할 수 있다. 한 시대의 출판문화는 김기택 씨 같은 독자가 완성한다. 사흘 전에는 부인과 함께 북하우스에 왔다. 강재희 씨로부터 이야기 들었지만 첫 만남이었다. 다시 만나 그의 ‘독서편력’을 실컷 듣고 싶었다.

[2,500권은 읽었겠지요]
- 지금까지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될까요?
“2,500권은 더 되는 것 같아요.”
공업학교를 나와 전기 일을 하다가 할아버지 때부터의 가업을 이어가는 김기택 씨의 독서편력은 현대한국출판문화의 역동적인 기획들과 닿아 있다.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집대성한다’는 기치를 걸고 1996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한길그레이트북스’는 지금 196권에 이르고 있는데, 그는 이걸 전부 갖고 있다. 막 출간된 프랑스의 역사학자 앙드레 기유의 『비잔티움 문명』 말고는 모두 독파했다.
- 한길그레이트북스는 언제부터 읽었습니까?
“2015년부터였습니다. 저는 형광펜으로 밑줄 쳐가면서 책을 읽습니다. 책의 맨 끝에는 간단한 독후감을 기록해둡니다. 그레이트북스는 소설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그때 『홍루몽』을 막 끝내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수원의 헌책방 ‘오복서점’에 가서 그레이트북스 제1권인 화이트헤드의 『관념의 모험』 등 그때까지 출간된 그레이트북스 전부를 구입해 읽기 시작했지요. 북하우스가 헤이리에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마 제150권 이후부터는 북하우스에 출입하면서 구입해 읽기 시작했습니다. 150권까지 읽는데 3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좋았어요]
- 특히 기억되는 그레이트북스는?
“한나 아렌트의 책들입니다. 『인간의 조건』 『전체주의의 기원』에 이어 출간되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감동 깊게 읽었습니다. 조르조 바사리의 『르네상스 미술가평전』 전6권도 좋았습니다. 화보 편집으로 책이 빛났지요.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와 『신화학』도 좋다는 독후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한길사가 한국연구재단과 손잡고 펴내는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도 다 갖고 있다. 100권에 이르는 이 시리즈를 읽어내는 김기택 씨야말로 참 보기 드문 ‘독서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길사는 1986년에 기획을 시작해서 1994년에 전27권의 『한국사』를 한꺼번에 펴냈는데 그는 이것도 다 읽었다. 2004년에 완간된 전22권의 『이이화・한국사 이야기』도 다 읽었다. 『임철규 저작집』 전7권도 그의 도서목록이다.
이삼성의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1‧2와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동아시아 대분단체제론』도 읽었다. 고명섭의 『하이데거 극장』 1‧2, 이부영의 『분석심리학』 3부작, 이경원의 『제국의 정전 셰익스피어』를 위해 북하우스를 방문했다. 『송건호 전집』 전20권과 『리영희 저작집』 전12권도 그의 서가에 꽂혀 있다.
 
[『학담평석 아함경』 독자]
- 학담 스님의 『아함경』 전12권도 독파하셨다는데, 김기택 선생의 독서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자꾸 읽으면 독서력이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2014년에 출간된 『학담평석 아함경』은 200자 원고 4만 5천 매에 이르는 대작이다. 나는 동아시아불교저술사에 남을 문제작이라고 생각한다. 파주북소리의 일환으로 진행된 동아시아출판문화상 ‘파주북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 가장 감동적인 책 한 권이라면 어떤 책이라고 말씀할 수 있나요?
“『부모은중경』이라고 단호히 말하고 싶습니다
. 조그마한 책이지만 정말 감동적인 한 권입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불교 관련 책들을 100여 권은 읽었을 겁니다. 법정 스님 책들이 좋지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불교책들 어느 걸 읽어도 개미 새끼 한 마리 죽이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책들에는 죽임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요. 이것이 내가 불교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집사람과 전국의 사찰을 순례합니다. 우리 절이 참 좋지요.”


[이병주 소설 100권 더 읽었다]
한길사는 2006년 전30권의 『이병주 전집』을 한꺼번에 펴냈다. 『지리산』 『관부연락선』 『그해 5월』 『산하』 『행복어사전』과 중‧단편들을 수록했다. 나는 이병주의 작품을 좋아한다. 1976년에 출판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3,500여 권의 책을 냈지만, 이병주의 소설들이 단연 기억에 남는 책들이다.
책 읽는 어부 김기택은 이병주 마니아다. 그의 독서목록엔 이병주의 소설들이 망라되고 있다. 이병주의 소설 120여 권을 모았고 다 읽었다. 안경환의 대저 『이병주 평전』도 물론 읽었다. 하동에서 열리는 ‘이병주 문학제’의 이병주문학 토론회에 ‘독자’로 참여해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대하소설을 거의 다 읽었다. 박경리의 『토지』,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 최명희의 『혼불』,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그것들이다. 중국의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도 물론 읽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0권 읽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도 120권 정도 읽었다. 한길사가 펴낸 전 독일총리 메르켈의 회고록 『자유』도 읽었다.
한때 주식 책을 열독했다. 200권은 읽었을 것이다. ‘주식의 세계’를 알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의 명인 워런 버핏의 회고록 『스노볼』도 읽었다. 현대인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 이렇게 독서를 삶의 기본으로 삼는 김 선생의 독서론‧독서철학이 궁금합니다.
“거창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독서는 수양의 지름길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깊어지지요. 사람들이 이런 책 저런 책을 말하지만, 모든 책은 좋습니다. 책을 읽으면 평화로워집니다. 희생정신, 봉사정신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집사람에게 이거 해달라, 저거 가져오라 하지 않습니다. 내 스스로 하게 됩니다. 집안도 그렇지만 사회도 평안해지겠지요.”
하루 종일 책 읽어도 문제없는 독서대를 스스로 만들었다. 이 독서대 옆에는 국어사전‧불교사전‧경제사전 등을 둔다. 깊이 있는 책 읽기를 위해서다. 손주들이 “늘 공부하는 할아버지”라고 한다.
파주출판도시 교보문고 본사 정원에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돌조각이 세워져 있다. 어부 독서인 김기택은 이 메시지가 참 좋다. 그는 독서할 때 티베트의 불교음악을 은은하게 틀어놓는다. 책 읽기는 또 다른 수양 같은 것이다.

[대통령은 역사의식 갖고 있어야]
한길사는 1976년 10월 26일 독재자 박정희가 그의 부하 김재규에 의해 시해되는 열하루 전인 1976년 10월 15일에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펴낸다. 이 책은 한 시대를 경각시키는 역사적인 한 권의 책이 된다. 1989년까지 전6권이 간행되는데, 독서인 김기택은 ‘해전사’ 6권을 다 읽었다. 그의 역사의식‧인문정신의 일면을 키워주는 책이었다.
- 책은 시대정신을 구현해내고, 새로운 역사를 가능하게 하는 역량일 것입니다.
“대통령은 역사의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또한 20년 후, 30년 후 국민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나는 그의 독서편력에 감동했다. 책으로 키워낸 그의 문제의식이 놀라웠다. 전날 나는 그에게 『세계서점기행』을 서명해서 선물했다. 어느새 그걸 다 읽었다. 노르웨이 국민들의 독서력이 놀랍다고 했다. 1년에 17권의 책을 읽는다는 노르웨이 국민들. 어린아이들과 노인들 빼면 1년에 25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세계를 앞서간다는 노르웨이의 문학! 내가 이 책에서 쓴 오슬로의 명품서점 ‘트론스모’, 서점이 어렵게 되자 시민들이 손잡고 성원하는 그 아름다운 풍경!
책 이야기, 독서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그의 독서 이야기, 나의 책 만들기 이야기는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올해는 ‘휴식년’이다. 우리는 내년에 남해 바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우리의 책 읽기, 책 만들기, 고기잡이 이야기가 그 바다 어장에서 이어질 것이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