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2

이병철 몽골생태영성순례 11, 테렐지(TERELJ)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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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생태영성순례 11,
테렐지(TERELJ)국립공원/
몽골 도로 정체는 내가 경험하기로는 세계 제일인 것 같다.
푸른 아시아 몽골 지부에서 시내 점심 식사 장소로 오는데 꼬박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차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에어컨이 고장난 차 속에서 3시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다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대평원을 앞뒤 좌우로 흔들리며 11시간을 달릴 때보다 더 힘들다. 인구 50만이면 적정한 도시에 몽골 인구 절반이 넘는 170만명이나 모여 산다고 하니 도시의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하리라 싶다.
시내 정부청사 앞 징기스칸 동상을 잠깐 방문하고 고비 매장을 잠시 들렸다가 테렐지국립공원으로 향한다.
이 국립공원은 몽골 여행의 필수적인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데, 울란바토르에서 동쪽으로 약 55–70 km, 차로 1.5–2시간 거리에 위치한 가장 접근성이 좋고 인기 많은 자연 휴양지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의 6배가 넘는 광활한 면적으로, 강, 계곡, 침엽수림,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최고 해발 2,664 m)와 대평원까지 몽골의 모든 풍경을 다 담아놓은 거대한 공원이다. 특히 바위산의 웅장하고 수려한 경관이 넓게 펼쳐져 있는 곳이어서 이곳에서만 며칠 머물다가 와도 관광과 휴식으로 충분한 곳이라 싶다.
공원의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넘었다. 다들 지쳤지만 국립공원 안의 수려하고 웅장한 바위산을 배경으로한 멋진 롯지의 게르에서 몸을 씻고 나니 다시 기운이 충만해진다.
나는 이곳이 3번째 방문인데, 지난 몇 년 사이에 휴양과 숙박시설 등은 놀라울 정도로 늘어난 것 같다. 그럼에도 이곳 특유의 풍광은 여전히 새롭게 느껴진다.
오늘 밤이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밤이다. 마지막 날의 밤을 이런 멋진 곳에서 보내게 되니 오전의 그 숨막히던 교통 체증의 기억도 말끔히 사라졌다. 어쩌면 그런 불편함이 기쁨을 더 배가 시키는 것이라 싶기도 하다.
모두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보내고 마지막 날 아침 조율 시간에 함께 명상춤을 추고 아침 기도로 틱낫한 스님의 아침게송을 다시 나눈다.
오전에 근처의 경관을 다시 둘러본다. 생활산수화 장르를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검돌화백이 이곳의 산세가 금강산 못지않다고 연신 감탄한다. 검돌화백은 우리가 사진에 풍경을 담고 있을 때 화첩에다 풍경을 붓펜으로 스케치한다. 그렇게 담은 그림이 3권의 스케치북에 가득찼다.
공항으로 가기 전에 징기스칸 동상을 들렸다가 저리거씨의 캠프장에 들려 점심을 먹는다. 전선생과 저리거씨의 부인 모기님이 마지막 식사를 정성껏 준비했다.
된장 미역국맛이 일품이다. 전선생의 전수를 받아 모기님이 만들었다.
두 사람 덕분에 이번 10일 간의 여정에서 내가 내심으로 걱정하던 육식 중심의 식사로 인한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실 여행을 잘 즐기기 위한 첫번째 조건이 현지식을 가림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지식이란 끼니를 위한 단순한 식사를 넘어 그 나라, 그 지역의 삶과 문화의 정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가를 알려준다면 당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줄 수 있다는 말처럼 밥, 음식과 그것을 먹는 사람이 둘이 아닌 까닭이다. 그래서 그 지역을 알기 위해선 그곳의 음식을 맛보아야 함은 여행의 기본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현지에 대한 예의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목축의 나라에서 육식 중심의 식사를 맛보고 즐겨야함은 마땅한 것인데도 육식을 꺼려해 온 내 오랜 입맛 때문에 이번에도 발이 달린 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나 때문에 주변에도 부담이 되었을텐데, 고맙고도 다행스럽게 우리 순례단을 위한 식사 도움이로 오신 전선생이 한국에서 필요한 식재료들을 넉넉하게 챙겨와 육식을 전혀 하지 않고서도 아무런 불편없이 편하고 풍족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저리거씨가 조성하고 있는 캠프장은 테렐지 국립공원에서도 그리 멀지않은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이곳에 지금 나무를 심고 있어 나무 한 그루 심기에 후원하기도 했다.
공항 터미널에 둥글게 모여 앉아 마지막 조율의식으로 이번 순례에 대한 간단한 소회를 나누었다. 인천에 도착하면 곧 바로 떠나야할 일행들이 있기 때문이다.
매번 이런 자리에선 함께한 기쁨과 더불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생태영성순례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기는 했지만 얼마나 생태영성을 체험한 여정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 한 면이라도 느끼고 맛볼 수 있었다면 그 또한 고마운 인연이라고 생각해 본다.
순례단이란 이름으로 함께 했던 이번 인연들이 언제 다시 순례단으로 만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번 순례를 함께한 인연들을 생각하며 시 한 편을 나눈다. 아침 조율 시간에 나누었던 시 가운데 하나이다.
-별 같은/
우리 곁에는 별 같은 이들이 산다
빛을 감추고 함께 어울러 있어
쉬 드러나진 않지만
때로는 스쳐 지나며 문득 마주친 그 눈빛에서
또는 누군가를 향한 살폿한 그 미소에서
외로운 이를 위해 낮은 목소리로 부르는 그 노래 속에서
오른손 모르게 내밀어 가만히 잡아주는 따스한 그 손길에서
길섶 들꽃 앞에 쪼그려 앉아 놀라워라 하는 그 감탄 속에서
잠시 머물다 간 자리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는 맑은 그 향기 속에서
한순간 별똥별처럼 환히 빛나는 이들을 본다
비 내리는 밤에도
어둠 그 위로 초롱하게 빛나는 별들이 있어
이승의 고단한 몸 깊게 잠들 수 있는 것처럼
감추어진 모습 속에서도
빛나는 별과 같은 이들이 우리 곁에 있어
날마다 저녁노을이 그토록 가슴 젖게 하는 걸까
내 곁의 지금 이 사람이
별 같은 그 이일지도 몰라
어쩌면 우리 모두 별의 사람들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깃든 이 땅을
초록별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여류의 노래 4, 지상에서 돋는 별)








(여류의 노래 4, 지상에서 돋는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