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0

한국 종교 가운데 기복을 뺐을 때 살아남을 종교는? < 불교신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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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종교 가운데 기복을 뺐을 때 살아남을 종교는?종단
입력 2011.10.17 
기자명장영섭 기자


최준식 교수 ‘10월 결사’ 월례특강서 ‘고언’

10월 결사 월례특강의 키워드는 한국종교 지형의 변화였다. <한국 종교를 컨설팅하다>의 저자인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사진〉가 강의를 맡았다.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한국 기독교의 몰락은 시간문제다. 교회의 도그마적인 교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유럽 젊은이들의 정서가 우리나라에도 전이될 것이다.

더구나 중국의 득세로 한국이 예전의 중화문명권으로 복귀하게 되면, 미국의 비호로 성장한 한국 개신교에는 보수적인 극소수의 신도만 남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불교가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으리라 기대한다면 명백한 오산이다. 앞으로의 종교는 ‘기복’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교단의 가부장적 문화…비구와 비구니 차별

출·재가 비민주적 위계…어려운 한문용어 등 ‘구태’

지난 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서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스님) 주최로 열린 월례특강에서 최준식 교수는 종교인구의 감소와 종교에 요구되는 새로운 역할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한국불교의 전근대성에 대한 고언도 섞였다.

그는 먼저 “개신교는 이미 성장세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천주교가 아시아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지만 그 세가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다”며 현재의 종교지형을 진단했다. 역사가 오래된 화려하고 거대한 교회에서 고작 수십 명의 노인들만 예배나 미사를 보는 유럽 기독교의 풍경을 소개하면서 쇠락의 이유를 설명했다.


철저히 이성화되고 세속화된 젊은 세대들은 더 이상 유일신의 ‘영험’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예언한 새뮤얼 헌팅턴의 저서 <문명의 충돌>을 인용하면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인들은 중국적인 세계관을 지닌 종교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여러모로 불교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형국이지만 지금의 역량으로는 불교의 미래도 암울하다. 최준식 교수는 “한국불교는 새로운 세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사회가 지닌 병폐를 불교 교단 역시 고스란히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부대중 참여 공동체

하나만이라도 나온다면

올바른 이정표 되찾을 것

그는 교단사회의 가부장 문화, 비구와 비구니의 차별문제, 출가와 재가의 비민주적인 위계질서, 어려운 한문교리용어 등을 구태라고 규정하면서 “사부대중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공동체가 하나만이라도 나온다면 한국불교가 올바른 이정표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만일 한국의 종교에서 기복을 뺀다면 과연 살아남을 있는 종교가 몇이나 될까”라며 뼈 있는 질문을 던진 뒤 “종교는 세상보다 항상 앞서가면서 이 어지러운 세상을 인도해야 하며, 그 일을 하지 못한다면 종교란 필요 없는 것이 된다”고 경종을 울렸다.

[불교신문 2757호/ 10월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