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6

Sung Deuk Oak [샤머니즘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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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 탓인가?]

2016년 11월 그 때 미국 언론사들이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한국 정치와 기독교와 샤머니즘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모두 거절했다. 한국 정치 부패가 샤머니즘 탓이라는 프레임을 거부했다. 기자가 원하는 기사가 나가면 내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터였다.
그런데 5년이 지나 다시 민주당 측에서 샤머니즘+주술 프레임을 만들었다. 나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내 주장을 싫어하는 페친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멀리 가지 말고 지난 6년을 잘 복기해 보기 바란다. 과연 샤머니즘 때문에 한국에 부패가 많고 많을 것인가? 불교면 불교, 기독교면 기독교를 바로 비판하라.
평소 '다른' 종교와 다른 인종과 공존하면서, 심지어 환대까지 하자던 진보측 인사들이, 무속 '주술'을 '틀렸다'고 외치면서 적대적 배척을 외칠 때, 나는 당황했다. 아마도 5년 전에 그 틀로 탄핵까지 갔고 촛불까지 갔으니 다시 써 먹을 카드로 생각했을 것이다. 김건희가 그 자료를 제공했다. 비록 어중간한 기자가 녹음을 한 것이지만.
그들이 평소 말하던 타종교와 타문화와 타인종 간의 다원주의에 바탕한 세계주의 이상은 어디로 가고, 야당 후보 부부를 미신 주술로 살고, 이어서 왜색 무속인 영향 하에 있고, 그 후보를 지지하는 교회가 미신과 주술을 지지한다고 매도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구약 성경도 문자적으로 인용하는 것이 의아했다. 이성과 합리를 내세웠으나, 1860년대 척사위정파 유학과 1930년대 근본주의 기독교도 이성과 합리로 타종교와 타신학을 사악한 이단으로 몰았다.
물론 겉으로는 주술을 치면서 속으로는 다른 것을 치는 줄 알았다. 만사가 복합적이다. 아무튼 샤머니즘은 5년마다 장삼오사가 쳐 보는 동네북이 되었다. 건어물만 들면 액막이 굿이라고 하는 은퇴 신학자도 나왔다. 5년 전에 통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조금만 울렸다. 아마 5년 후에는 써 먹지 않을 것이다.
그냥 부패한 교회, 부패한 정치인을 비판하라. 표절, 주가조작, 공금 횡령 등 바로 공격하는 게 빠르다.
그리고 한국 종교를 좀 더 깊이 공부하고 비판할 것을 비판해야 한다. 21세기는 가볍게 무속을 믿고 점을 치는 자들은 많아도 과거처럼 신봉하는 자들은 적다. 회사가 개업을 하거나 새 프로젝트를 할 때 돼지머리 고사를 지내는 일은 있어도, 무당을 불러 굿은 하지 않는다. 일종의 보험 정도로 고사를 지내지 무속 신앙인은 되지 않는다. 액막이 고사를 보고 그들을 주술에 쩐 회사라고 욕하지는 않는다. 대학생들이 재미로 타로점을 쳤다고 해서 역술인의 영향 하에 사는 것은 아니다.
무속이 더 유행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6-5년 전에 그렇게 비판을 했고, 대통령과 최씨가 감옥에 갔는데도 보살집은 성행했다. 그러나 중소 상공업자들이 주 고객이었던 보살집도 그들이 파산하면서 파리를 날리고 있다. '주술'에 쩐 대통령이 나와도 무속은 안 될 것이다. 만신도 팬데믹 코로나 바이러스 귀신은 이기지 못했다.
한국에는 무종교인이 급증하고 있다. 교회가 먼저, 이어서 무속도 장사가 안 된다. 타종교를 공격한다고 자기 종교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교회의 좌우가 모두 혐오를 부추킨 탓에, 교회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무속에 대해서는 여러 글에서 썼으므로 오늘은 아래 화면에 대한 인상 비평만 남긴다.
(덧) 화면에 치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으나, 그건 전통 무교의 역할이고 1987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비지니스를 위한 재수굿이 가장 중요하다. 생존과 기복의 굿이 치유보다 더 중요하고 돈을 버는 주 수입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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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샤머니즘을 욕되게 하지 마라"

[JTBC] 입력 2016-11-09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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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아마도 해외 언론들도 최근의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듯합니다.

'서울의 스벵갈리' 즉, 흑막의 그 주인공을 소설 트릴비에 등장하는 사악한 심령술사에 비유한 보도가 나왔고 '샤머니즘에 빠진 대통령', '초현실적 스캔들' 우리의 낯을 뜨겁게 만드는 외신보도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shaman fortuneteller" 처음 이런 표현을 사용한 매체는 뉴욕타임스였습니다.

최태민 씨와 대통령과의 오랜 관계를 설명해놓은 우리의 언론보도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사용되었다는 단어, '샤먼'.

그 샤먼은 다시 무당으로 번역되어 우리에게 돌아왔고 한국은 어느새 샤머니즘의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샤머니즘을 욕되게 하지 마라" 샤머니즘은 한국인의 기저신앙… 즉 영혼을 믿고 복을 비는 마음. 그것이 나쁘고 사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부끄러운 것은 샤머니즘을 빙자하여 온갖 악행과 기행을 일삼는 무리들이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일들은 따지고 보면 초현실적인 일들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실체가 분명한 욕망, 꿈틀대며 뻗어나간 권력욕과 각자의 이권을 챙기려는 치밀한 셈법이 촘촘히 얽힌 가운데 진행되어 온 '범죄'가 아닌가.

대기업을 향해서 으름장을 놓고 심지어는 일개 성형외과 원장을 위해서 온갖 뒷일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수석비서관들. 검찰 압수수색 바로 전날 반환되어 돌아왔다는 수상한 돈들과 느긋한 표정으로 검찰수사에 임했던 그 누군가.

단지 샤머니즘을 갖다 붙이기엔 그 비정상적인 일들은 너무나 치밀하게,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죠.

"샤머니즘을 욕되게 하지 마라" 황대권 작가의 칼럼에 따르면 "샤머니즘의 기능은 치유, 해원, 점복 등 인간사의 모든 것. 그리고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치유" 라고 했습니다.

전 국민을 불안과 상실에 빠지게 만든 지금의 이 소용돌이…차라리 샤머니즘의 "치유" 기능이라도 빌려와 해원 상생굿 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9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