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1

알라딘: 어둠의 왼손



어둠의 왼손 l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저자) | 서정록(역자) | 시공사 | 2002-09-09 | 
원제 The Left Hand of Darkness




양장본 | 384쪽 | 152*223mm (A5신) | 691g | ISBN : 9788952716910


이 도서는 <어둠의 왼손 - 그리폰 북스 003 ㅣ 그리폰 북스 3>의 개정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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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왼손>은 SF와 판타지, 페미니즘을 성공적으로 접목시켜, SF 페미니즘 소설의 진수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침입과 정복을 중심으로 한 일반 SF와는 달리, 풍부한 문학적 감성과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화의 창조로 SF의 문학적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빼앗긴 자들>과 함께 헤인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소설이다.

르 귄은 이 작품을 통해 빛과 어둠, 오른손과 왼손, 남자와 여자, 과학과 종교, 삶과 죽음 등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인간의 삶에 내재된 '이중성'을 형상화시켰다. 특히 작품의 핵이 되는 게센인들의 자유로운 성(性)의 변용은, 성적 차이로 인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문제를 제시해 페미니즘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1. 에르헨랑의 시가 행진
2. 눈보라 속에서
3. 미치광이 왕
4. 19일
5. 예감 길들이기
6. 오르고린으로 가는 길
7. 성에 관한 의문
8. 오르고린으로 가는 또 하나의 길
9. 반역자 에스트라벤
10. 미시노리에서의 대화
11. 미시노리에서의 독백
12. 시간과 어둠
13. 농장으로 가다
14. 탈출
15. 빙하지대로
16. 드럼너와 드레메골 화산 사이에서
17. 오르고린 창조 신화
18. 빙하 위에서
19. 귀환
20. 어리석은 방문

게센인들의 역법과 시간




무신론자가 된다는 것은 곧 신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의 존재도 그의 비존재도 결국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증명'이란 말은 한다라 교도들 사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말이다. 그들은 신을 증명되어야 할 사실이나 개개인의 신앙의 문제라는 식으로 보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태도 때문에 그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자유롭게 나아갈 수가 있다.
어떤 질문이 대답될 수 없다는 것을 배우는 것,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대답하지 않는 것', 이것은 긴장과 어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이다.-202쪽
- meesum
<고려할점>: 누구든 원하는 것은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얼른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러나 그 심리적 효과는 매우 크다. 오티에님이 말하는 것처럼 17세에서 35세 사이의 모든 사람들이 '해산에 매여 있다는 사실'은 역으로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다른 세계의 여성들처럼 생리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완전히 '출산에 매이는'일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부담과 특권을 거의 동등하게 나누어 갖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선택에 대해 똑같이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세계 남성들처럼 그렇게 자유로운 남성은 하나도 없다. -132쪽
- 머큐리
<고려할 점>: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해 정신적, 성적 관계에 매여있지 않다. 행성 겨울에 오이다푸스에 관한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132쪽
- 머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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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평화를 추구하는 우주연합 에큐멘의 외교사절 겐리 아이는 단신으로 행성 '겨울'의 카르하이드를 방문한다. 지구의 극지방보다도 혹독한 추위, 26일마다 남녀 변신이 가능한 독특한 생물학적 구조의 사람들.

지구의 남성 겐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관심과 의혹 속에서 카르하이드의 우주연합을 추진하고, 그에게 동조하는 총리대신 에스트라벤은 왕을 설득한다. 그러나 왕권 약화를 두려워한 왕과 귀족들의 음모로 반역자로 몰린 겐리와 에스트라벤. 추방당한 겐리는 이웃 오르고린으로 건너가지만 권력 투쟁에 희생되어 영문도 모르는 채 오지의 강제 수용소에 갇힌다. 에스트라벤은 비밀리에 구출 계획을 세우는데...






저자 : 어슐러 K. 르 귄 (Ursula K. Le Guin)

수상 : 2008년 네뷸러상, 1990년 네뷸러상, 1975년 휴고상, 1975년 네뷸러상, 1974년 네뷸러상, 1972년 로커스상, 1970년 휴고상, 1969년 네뷸러상, 0 년 뉴베리상(외서)
최근작 :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박스 세트 - 전6권>,<서부 해안 연대기 + 르 귄 걸작선 세트 박스 (한정판)>,<서부 해안 연대기> … 총 474종 (모두보기)
소개 :
1929년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앨프리드 크로버와 역시 작가이자 인류학자인 시어도라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나, 래드클리프 칼리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중세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다. 1962년, 시간 여행을 다룬 로맨틱한 단편소설 <파리의 4월>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 1969년 《어둠의 왼손》으로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 수상해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했으며, 1974년에 발표한 《빼앗긴 자들》로 또 한 차례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휩쓸었다. 1968년 《어스시의 마법사》로 시작해 총 6권을 집필한 ‘어스시 시리즈’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소설로 꼽힌다.

첫 소설을 발표한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50여 년간 23권의 장편과 100여 편이 넘는 단편, 15권의 어린이책을 출간한 르 귄은, 2001년 SF 판타지 문학에 기여한 공로로 ‘SF 판타지 명예의 전당’에 추대되었고, 2003년에는 제20대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되었다. 2014년에는 SF 문단만이 아니라 미국 문학 전체에 끼친 영향력을 인정받아 전미도서상에서 수여하는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경계를 뛰어넘은 현대 문학의 거장”(전미도서상)으로 평가받는 르 귄은 2018년 1월 22일 오리건 주의 자택에서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역자 : 서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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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인라케시 알라킨>,<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마음을 잡는 자, 세상을 잡는다> … 총 25종 (모두보기)
소개 :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살림모임 창립멤버이다. 문화사를 중심으로 고대 동북아시아 역사에 관한 책을 쓰고 있으며, 2000년 이후에는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제3세계 원주민들의 문화와 영성에 대해 공부해오고 있다.

그에게는 두 번의 큰 열림이 있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을 만난 것이다. 무위당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세상에 대한 모든 번뇌와 갈등이 얼음 녹듯이 사라졌으며, 스승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영성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인라케시 알라킨-나는 너, 너는 나》는 그동안 공부해 온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영적 지혜를 정리한 삼부작의 두 번째 권이다.

지은 책으로는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한살림), 《백제금동대향로》(학고재), 《지금은 자연과 대화할 때》(열린책들), 《잃어버린 지혜, 듣기》(샘터), 《걸을수록 힘이 솟는 걸음법, 트랜스워킹》(샘터), 《마음을 잡는 자, 세상을 잡는다》(학고재) 등이 있다.

현재 트랜스워킹센터(trancewalking.net) 대표로서 인류가 수백만 년 동안 걸어온 걸음을 복원하여 현대화한 ‘트랜스워킹’을 보급하고 있다. 검은호수라는 인디언 이름을 갖고 있으며, 다음카페 ‘인디언카페 꽃피는 나무 아래서’를 운영하고 있다.


총 : 25편




우주의 변방에서 고독과 마주하다 - 어둠의 왼손 - 열혈명호 ㅣ 2013-09-22 ㅣ 공감(1) ㅣ 댓글 (0)


지구상에 딱 한 사람만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의 고독의 깊이는 어느정도일까?

외계인을 향한 인류의 갈망은 어찌보면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과 같은 심정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빛의 속도로 10억년을 가도 끝에 닿을 수 없는 광활한 우주. 이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넓은 시공간 안에 지적인 생명체가 인간밖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쿵 내려앉을 정도의 고독감을 느끼곤 한다.



어슐러 르 귄은 영미권에서 'SF의 3대 거장' 이라 불리우는 아이작 아시모프와 로버트 하인라인, 아서 클라크 바로 뒤에 위치하는 작가이다. 당대의 SF소설들은 철저한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미래의 세계관을 풀어내는데 집중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어슐러 르 귄은 단지 지구와 지구의 미래 뿐 아닌 완벽한 '외계' 그 자체에 집중했다. 지구와 다른 환경, 다른 모습, 다른 역사를 가진 사회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지, 그 안에 사는 지성체들은 어떠한 사고방식과 외모를 갖고 있을지에 집중했다. 그녀는 그야말로 놀라운 상상력과 깊이있는 통찰력으로 무척 뛰어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이렇듯 어슐러 르 귄은 당시 SF장르를 지배하던 남성들이 만들어낸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역행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끊임없이 발표했고, 그녀의 작품들이 내포하고 있는 인문학, 사회학적 통찰력은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결국 그녀의 노력과 재능은 SF는 물론 판타지 장르를 통해서도 가감없이 발휘되며, SF 쪽에서는 '헤인 시리즈' 라 불리는 장편 연작으로, 판타지 쪽에서는 '어스시 시리즈' 라 불리는 장편 연작으로 결실을 맺으며 장르를 초월해 문학사 자체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그녀는 당시 남성중심 사회에서도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났던 별로써, 작품 전반에 페미니즘적인 성격도 짙게 묻어있다. 그녀의 페미니즘은 남성을 적으로 상정하는 공격적인 성향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다름'을 직시하고, 사회적인 불평등, 부조리함을 인지시킴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남녀 평등을 추구했다.



[ "같은 종족이긴 합니다만 그 차이는 매우 크지요. 저는 사람의 일생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남자로 태어났는지 여자로 태어났는지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평등은 보편적인 규칙이 아닌가요? 아니면 여자들은 정신적으로 열등한가요?"

"(...)여자들의 지성이 모자란 것은 아닙니다. 몸도 근육질은 아니지만 남자보다 인내력은 강하지요.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그는 난로의 불꽃을 한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하스, 여자에 대해서 도무지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군요.(...)왠지 여자란 존재가 당신보다 더 외계인처럼 느껴지는군요. 당신은 어쨌든 나와 같은 성이고..."]

p. 299~300. 지구인 겐리와 게센의 원주민인 세렘의 대화.





[어둠의 왼손] 은 196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Sf-판타지 문학상의 양대산맥인 네뷸러와 휴고 상을 동시에 휩쓴 작품이다.

어슐러 르 귄의 대표적인 연작 시리즈물 '헤인 연대기' 에 속하는 작품으로 83개의 행성과 3000개의 국가가 맺고있는 일종의 상호협력기구인 '에큐멘' 에서 지적인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 '게센' 을 새로 발견하여 일종의 사자로 파견한 '겐리 아이' 라는 인물이 겪는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게센은 에큐멘에서 '행성 겨울' 로 불리우는 극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지만, 지구인과 거의 비슷한 외모를 가진 원주민들이 독창적인 사회체제를 갖고 문명을 이루고 있었다. 이 행성에는 특이하게도 게센인들 외에는 다른 종의 동물이 거의 없었고, 자연 환경상 날짐승이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도 게센인들은 양성兩性이었다. 이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케머' 라고 불리우는 기간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데, 일종의 임신가능기로써 게센인들은 바로 이 기간동안에만 상대에게 성욕을 느끼게 된다.

에큐멘에 속해있는 인간 종족 가운데서도 양성을 가진 종족은 게센인이 유일했기에, 겐리 아이는 게센의 사회에서 뜻밖의 상황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 작품은 타자他者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관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이야기인 동시에,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설명해주는 이야기이다. 나아가, 인류의 사회구조와, 문명 그 자체에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이 얼마나 근원적인 문제를 유발하는지에 관해 깊이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작품은 놀라운 스토리 텔링을 통해 게센인들의 삶과 사상을 보여준다.

성욕이 담보되지 않은 사람과 사람간의 우정과 사랑의 미묘한 경계, 지극히 지구인적인 관점에서 동성과 이성을 넘나드는 자유롭고도 미묘한 연인관계, 가족관계, 그리고 역시 그로 인해 파생되는 독특한 정치구조와 국가 구조, 그와 함께 게센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통찰력으로 인해 탄생한 종교 등 경이로운 상상력들이 깊이있는 통찰과 안목을 통해 생물-인문학적인 개연성을 끊임없이 획득해간다.



게센인과 그들의 사회에 관한 이야기도 참으로 흥미로웠지만, '에큐멘' 이라는 범 우주적인 협력기구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행성을 묶어주는 네트워크이지만, 구속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순수하게 행성간의 우호적인 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협력기구인 동시에 체제로써 고도로 성숙된 이상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자를 파견할 때 단 한명이 행성으로 내려간다는 사실도 파격적이고도 놀라웠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연락용 위성을 행성 궤도에 띄워놓고, 11명의 선원이 수면대기중인 우주선이 위성궤도에 체류중이지만, 행성에 내려가 동맹임무를 수행하는 사자는 단 한 명. 그것은 상대 문명에 대한 지극한 존중이자 배려로써 에큐멘이 '진정한' 협력기구라는 점을 증명한다. 88개의 행성에 3000개의 국가가 가입해 있는 초 거대 단체이지만, 상대 행성을 굴복시켜 억지로 가입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협력' 이란 그런 것 아니겠는가.

겐리 아이는 자신의 진심. 에큐멘의 진심을 게센인들에게 보여주며 동맹 가입을 설득하려 한다. 그가 타고 내려온 우주선은 아낌없이 게센인들에게 내어주어 분해하게 하고, 가지고 있는 첨단 기술들을 대가없이 나눠주려한다.

사실, 양성인이 등장하는 외계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 안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사실 에큐멘이라는 협력단체였다. 어떠한 이익도 바라지 않으며, 구체적으로 행정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에큐멘은 협력단체이며 협력기구이지만 동시에 거대한 체제이고, 88개의 행성과 3000여개의 국가가 공유하고 있는 평화에 대한 거대한 갈망이다. 이런 단체가 정말 가능할까?? 상식적으로 기능적인 면에서 불가능에 가까울터다.

좀 더 생각해보면, 에큐멘에는 이미 충분한 행성들과 충분한 인간들이 있다. 단체 자체가 충분히 성숙될 만큼 성숙되어 있는 상태이다. 무려 88개의 행성이다. 게센과 같은 외딴 행성의 자원이나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전쟁은 공멸이지만, 교류는 공생이다. 88개의 행성과 3000여개의 국가가 가입되는 동안 분쟁이나 전쟁이 없었을 리 없다. 무수한 전쟁과 숱한 희생 속에서 당연한 진리를 깨우쳤을 것이고, 그로 인해 생겨난 여러가지 체계가 성숙될 만큼 성숙된 협력체계가 바로 '에큐멘' 인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에큐멘' 은 어슐러 르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형태의 협력기구이며, 가장 갈망하는 협력체계이자 평화에 대한 갈망이 구현된 것으로 '헤인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어슐러 르귄의 희망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에큐멘의 입장에서 지적인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외딴 게센 행성은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로써 빨리 이 친구를 우리 무리 안에 편입시켜서, 수많은 다른 친구들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외롭지 않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당신네 종족은 이 세계에서 소름 끼칠 만큼 외로운 동물입니다. 다른 포유동물도 없고 양성을 가진 다른 동물도 없으니까요. 심지어 애완동물로 기를 만한 정도의 지능을 가진 동물도 없지요(...)철학적으로, 정서적으로 보면 당신들은 너무도 고독하고 적의에 찬 세계 속에 살고 있어요 "

p. 297.



[어둠의 왼손]은 여러번 읽은 책이다.

어슐러 르귄의 소설은 너무나 다양한 안목과 놀라운 통찰력들이 깃들어 있어서 한두번 읽어서는 그 맛을 충분히 만끽할 수 없다.

처음 읽었을 때는 단순히 양성인 게센인들이 신기할 따름이었지만, 두번 읽을땐 게센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 구조의 논리적 개연성, 게센의 자연환경으로 인한 게센인의 생활 양식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 구조, 정치구조, 그리고 중간중간 들어있는 게센의 전설과 종교들 등 매 번 놀랍고 새로운 발상들이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이야기는 지극한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당신은 혼자이면서도 실은 혼자가 아니군요. 아마도 당신은 우리가 이원론에 사로잡혀 있는 것 못지않게 전체성에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역시 이원론자입니다. 이원론은 본질적인 것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나' 와 '타자' 가 있는 한 말입니다."

"나와 당신... 그렇군요. 그 편이 성性보다는 더 넓은 범주이겠군요."

p.298~299



인간은 스스로를 자각하는 존재이다.

이 말은 인간은 누구나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품의 제목인 [어둠의 왼손]은 작품 내에 등장하는 게센인의 노래에서 유래한다.



"빛은 어둠의 왼손

그리고 어둠은 빛의 오른손

둘은 하나, 삶과 죽음은

케머 연인처럼

함께 누워 있다

마주 잡은 두 손처럼

목적과 과정처럼"

p.298



즉, 이 책의 제목인 '빛' 인 것이다.



어둠과 빛, 삶과 죽음, 목적과 과정.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나와 당신.

어쩌면 인류와 지구, 외로움마저도.

함께 누워 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밭에 새기는 발걸음 한깨짱 ㅣ 2013-08-25 ㅣ 공감(7) ㅣ 댓글 (0)


제목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역시 그 무시무시한 제목 때문이었다. 이런 제목을 보고나면 도무지 지나칠 수가 없지. 사실 다자의 오사무도 우연히 들른 도서관에서 '인간 실격'이란 제목에 뜩, 걸려버려 지금까지 팬이 된 경우거든. '어둠의 왼손'을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던거야. 줄을 딱 땡기는 순간 어부의 뇌리에 꽂히는 월척의 느낌이랄까?




이 제목이 웬지 모르게 느낌 있는 이유는 제목을 듣는 순간 그 형상이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둠과 왼손이라니, 평소엔 가깝게 지낼래야 도무지 그럴 수 없는 두 단어지, 게다가 어둠이란 걸 떠올리는 순간 머리 속은 그야말로 어둠으로 가득차게 되버려, 왼손은 이미 이 어둠 속에 사로잡혀 형체도 없어 사라지 버린다구. 하지만 형체를 떠올리지 못해도 다가오는 느낌이라는 건 있다. 발 뒤꿈치에 달라 붙은 그림자가 어느새 슬금슬금 다가와 쿡! 등뒤를 찌를 것만 같은 공포, 스릴러, 서스펜스. 아마도 이 제목을 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스릴러라고 생각할 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둠의 왼손'은 SF다. 그것도 무섭지 않은 SF. 작자는 어슐러 르귄이라는, 'SF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면 1순위'라고 평가받는 대문호다. 직전에 읽은 책이 바로 같은 SF 장르인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마치 사막을 걷는 듯한 무미건조한 문장에 마음이 바짝 말라 있었던 터라 르귄의 문장이 더더욱 가슴 깊이 스며들었던 것이겠지만, 이 책 '어둠의 왼손'은 펑펑 눈이 내리는 겨울 행성 '게센'을 그리고 있음에도 문장 하나하나가 오히려 포근하고 보드라웠다. 아, 과연 대 문호라 불릴 만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적어도 한 페이지 건너 한 번씩은 가슴을 쑥 파고 들어왔다.

배경은 눈과 얼음의 행성 '게센', 이곳의 주민들은 한 몸에 남녀 양성을 모두 갖고 있다. 26일마다 돌아오는 '케머기'에 남자 혹은 여자의 성을 스스로 선택해 사랑을 나누고 자식을 갖는다. 주인공 겐리 아이는 일종의 우주 연합이라고 볼 수 있는 에큐멘의 대사로서(지구인) 게센과 교역 협정을 맺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다.




게센인들이 겐리 아이의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그 비참한 최후를 눈에 새긴 듯이 기억하는 우리인지라 에큐멘을 대하는 게센인들의 신중함과 머뭇거림을 답답하게 여길수도 있겠으나, 어디 신문물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스르르 스며들 수 있는 것이겠는가? 모름지기 생명이란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에 저항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저항은 점차 두 가지로 분화된다. 하나는 자극, 또 하나는 적대다. 자극을 택한 집단은 그것을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는 반면 적대를 택한 집단은 그것을 자기 생명의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어느 사회고 이 두가지 의견이 충돌하기 마련인데 후자로 중론이 모아진 사회치고 그 끝이 아름다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에큐멘은 제국주의 시대의 선진국처럼 무력으로 강화를 요구하는 집단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점잖음이 오히려 자신의 대사 겐리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고 만다. 겐리 아이는 다가온 새 시대가 자기 자리를 지켜줄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던 정치인들의 음모로 강제 노동 수요소로 보내진다.







행성 게센의 두 나라 '카르하이드'와 '오르고린'에 대한 묘사가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을 닮아 있다는 점, 그리고 이 둘의 대립이 결국 겐리 아이라는 '제3의 길'에 의해 봉합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게센인들이 양성을 모두 발현할 수 있는 특별한 생명체라는 점에서 '어둠의 왼손'은 단순한 SF를 넘어 풍부한 의미와 해석을 지닌 소설로 나아간다. 그 의미는 부질없는 이념의 대립과 갈등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고 지독할만큼 고착되버린 남녀 성역할에 대한 재고의 촉구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의미의 경중에 따라 소설의 위대함을 측정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읽는 사람의 머리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자의 가슴에 또렷한 흔적을 남기는 소설이야말로 진정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함박눈이 내린 다음날 아침,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밭에 오롯이 새겨져 있는 순결한 발자국처럼 말이다.




강제 노동 수용소에 수감된 겐리 아이는 지구인에게는 너무나 혹독한 게센의 겨울에 생명을 바쳐 견디고 있었다. 죽음이 목전에 다다랐을 무렵 그는 '카르하이드'의 옛 재상 에스트라벤에 의해 구출된다. 에스트라벤은 국가의 이익보다 평화를, 게센인보다 전 인류를 더 사랑했다는 이유로 카르하이드에서 추방된 정치인이었다. 겐리 아이는 처음에 에스트라벤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끝없이 펼쳐진 얼음길, 빙하 위로 우뚝 솟은 두 개의 화산, 휘몰아치는 눈보라, 그 위에 간신히 뿌리 내린 한 움큼의 텐트 안에서 두 외계인은 서로의 입장과, 생각과 그리고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자기 손바닥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이제 그 둘은 서로에게 완전히 의지해 걸어나간다.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두 사람은 내 마음 속으로 걸어들어와 한 발짝 한 발짝 고귀한 발자국을 남기고, 나는 두 사람이 어깨에 맨 것이 사실은 침낭과 텐트와 식량이 든 가방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역사였음을 깨닫는 것이었다.

어둠의 왼손 헤마 ㅣ 2012-10-29 ㅣ 공감(0) ㅣ 댓글 (0)






예언자 두 사람이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 나왔다.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왼손을 들어 간간이 마룻바닥을 열 번, 또는 스무 번씩 쳤다. 그리고는 다시 제자리로 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들을 전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광대'라고 고스가 말해 주었다. 그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고스는 그들을 '시간분해자'라고 불렀다. 그것은 정신분열증을 의미하는 말 같았다. 카르하이드의 정신분석자들은-비록 마음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아 좀 눈먼 외과의사 같은 점이 없진 않지만- 약이나 최면술, 국부충격, 한랭요법 그리고 다양한 정신적 치료법 등을 재치 있게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 두 정신병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지 물어보았다.
"치료라고요? 가수의 목소리를 치료하시겠다는 겁니까?"-93쪽



"이것은 에큐멘의 관습이고 거기에는 이유가 있지요. 물론 제가 그 이유를 다 헤아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여러분을 위해서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이렇게 혼자 옴으로써, 즉 이렇게 완전 무방비 상태로 나타남으로써 당신들에게 위협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고 균형을 깨뜨릴 일도 없게 됩니다. 다시 말해 침입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신의 입장인 것이지요. 사실 여기에는 그 의상의 의미가 있어요. 즉 저혼자서는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가 없지요. 오히려 제가 변화되면 되었지 말입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나는 내 입장을 설명하기에 앞서 여러분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지요. 혼자인 내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면 그것은 절대로 비인격적인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또 정치적이 될 수도 없고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관계, 그래서 정치 이상의 고나계, 아니면 그 이하의 관계가 될 뿐입니다. '우리'와 '그들'의 관계도 아니고 '나'와 '그것'의 관계도 아닙니다. 바로 '나'와 '너'의 관계이지요.-329쪽



[어둠의 왼손] 수산 ㅣ 2011-08-09 ㅣ 공감(0) ㅣ 댓글 (0)
3.9

364페이지, 26줄, 25자.

1969년작이라고 하니 르 귄의 초창기 작품입니다. 여러 사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두어 사람)의 시각으로 진행됩니다. 때로는 과거의 이야기라는 형식으로도 끼어들고요. 겐리 아이는 겨울 행성에 엔보이(envoy 사절)로 파견됩니다. 카르하이드 왕국의 국왕 아르가벤 15세는 면담을 늦추고 있는데 고관인 '왕의 귀' 세렘 하스 렘 이르 에스트라벤이 주선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에스트라벤이 실각합니다. 그는 카르하이드의 예법에 따라 미리 경고를 하였지만 겐리가 알아채지 못합니다. 겐리는 이웃나라인 오르고린으로 가게 되는데 에스트라벤의 안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시 이곳에서도 실패하여 집단농장으로 보내집니다. 에스트라벤이 그를 구출하여 다시 카르하이드로 돌려보내는데 정작 본인은 다시 고국을 밟게 되면 사형에 처해지는 것입니다. 여러 정치 제도와 인간관계 등이 복잡하게 보여집니다. 믿으면 (우주선이 내려 오는 것을) 볼 수 있다는 논리는 어디서 본 논리 아니겠습니까? 옮긴이는 페미니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지만, 글쎄요, 안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110521-110521/110521

SF소설의 난해함 내지는 .... 호호짱 ㅣ 2010-06-14 ㅣ 공감(1) ㅣ 댓글 (0)


유명한 SF소설이라고 해서 구입해서 읽었다. 사실상 SF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SF소설계의 노벨상 작가에 추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여 읽어보았는데 글쎄 50% 할인가격에 산 책이라서 그런지 번역도 마득잖고 이야기의 전개도 그저 그렇고 그래도 뒤 내용이 궁금하여 모두 읽어보았지만 마지막 결말도 역시나 끝이 보이지 않고....

눈과 얼음의 행성 '게센'에는 남여 양성이 한 몸인(게센인) 인간과 비슷한 생명체가 살고 있고 게센인은 26일을 주기로 '케머기'에 남자 혹은 여자의 성을 스스로 선택해서 몸을 변화시키는 특이한 종이다. 그런 게센인이 사는 행성에서 지구인이 외계인으로 가서 지구와 행성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기위해 관계를 맞는 이야기이지만 무슨 내용인지 딱히 모르겠다.

'빛의 반대는 어둠의 왼손'이라는 이라는데 책의 제목도 딱히 내용과는 걸맞지도 않는것 같다. 베르나르베르베르의 단편소설집 '파라다이스'에 있는 내용이 좀 섞여 있는것 같기도 하고 '끝없는 이야기'의 모티브가 좀 있는것 같기도 하고 '시간의 주름'이라는 SF소설의 시간 개념이 좀 있는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SF소설은 좀 어이없고 난해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것만은 사실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