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2

17 Montgomery3 발밑의 혁명 - 쟁기질과 비료에 내몰린 땅속 미생물들의 반란



알라딘: 발밑의 혁명 - 쟁기질과 비료에 내몰린 땅속 미생물들의 반란

발밑의 혁명 - 쟁기질과 비료에 내몰린 땅속 미생물들의 반란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은이), 이수영 (옮긴이) | 삼천리 | 2018-07-13 |


원제 Growing a Revolution: Bringing Our Soil Back to Life (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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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양장본 | 416쪽 | 148*210mm (A5) | 546g | ISBN : 9788994898483



미국의 지질학자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유사 이래 문명을 일으키고 인류를 먹여 살려 온 농업으로 향한다. <흙>이 거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거시적이고도 긴급한 문제를 사이렌을 울리며 환기시켰다면, <발밑의 혁명>은 그 후속편으로서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흙을 되살리고 있는 이들의 분투기와 성장기를 들려주며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위기감과 비관적 전망을 넘어 희망을 일구는 '혁명'의 현장을 직접 찾아 나섰다. 트랙터가 땅을 갈아엎고, 화학비료와 제초제, 살충제에 기대어 흙을 착취해 온 현대 농업의 신화에 맞서는 움직임이다.

고대의 지혜와 현대 과학을 결합하면서, <발밑의 혁명>은 농업이 환경 문제의 해법이 되어 우리 모두를 먹이고, 지구를 식히고, 땅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에 대한 탄탄한 근거를 펼쳐 보인다. 환경운동가이자 기업가인 폴 호켄은 이 책을 농업 분야의 <모래 군의 열두 달>이고, 토양과 생태 분야의 <월든>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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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장 옥토에서 폐허로
2장 현대 농업의 신화
3장 땅 밑 경제의 뿌리
4장 흙의 침식과 문명의 파국
5장 쟁기를 버려라
6장 풋거름
7장 아프리카의 해법
8장 유기농업의 딜레마
9장 고밀도 순환방목
10장 보이지 않는 가축
11장 탄소순환 농법
12장 선순환 고리
13장 다섯 번째 혁명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석
참고문헌






첫문장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이 덜 드는 방법으로 세계의 인구를 먹이고 공해를 줄이며,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며 농부들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하자.




이본 취나드 ('파타고니아' 설립자)
: “자연계의 운명에 관해 오랫동안 ‘비관론자’였던 내가 《발밑의 혁명》을 읽고 희망을 얻었다. 농사 방식을 혁명함으로써 더 많은 먹을거리를 기르고,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탄소를 땅에 돌려주는 결실을 실제로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을.”



우디 타쉬 (NGO ‘슬로머니’ 창립자)
: “플라톤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까지, 조지 워싱턴에서 게이브 브라운에 이르기까지, 몽고메리는 ‘모든 길은 흙으로 통한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다. 또한 21세기 우리 시대가 맞닥뜨린 가장 긴급한 과제들을 바로잡는 데 흙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드러낸다.”

댄 바버 (《제3의 식탁》 저자)
: “흙의 가장 든든한 옹호자, 데이비드 몽고메리가 또다시 일을 냈다. 《발밑의 혁명》은 토질을 향상시킴으로써 흙뿐 아니라 우리 자신 또한 치유할 수 있다는 급진적인 생각을 제시한다.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혁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향한 행동 지침.”

호프 자런 (《랩 걸》의 저자)
: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우리가 서 있는 환경의 갈림길을 묘사하고 있다. 바로 우리 발밑에 존재하는 파국뿐 아니라 잠재적인 해법까지 드러낸다.”





지은이 : 데이비드 몽고메리 (Montgomery, David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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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자연의 숨겨진 절반(부제: 삶과 건강의 근원인 미생물)>,<발밑의 혁명>,<핵심지형학> … 총 26종 (모두보기)
소개 :
워싱턴대학(시애틀) 지구우주과학부 교수. 스탠퍼드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에서 지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형학연구그룹(Geomorphological Research Group)을 이끌며, 지구의 지형학적 변화 과정이 생태계와 인간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필리핀, 티베트, 북아메리카 태평양 연안 등 지구 곳곳을 다니며 현장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뛰어난 업적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2008년에 ‘맥아더 펠로’에 선정되었으며, 《흙》 (Dirt: The Erosion of Civilizations, 2007...




옮긴이 :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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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빛을 훔쳐 온 까마귀>,<빛을 훔쳐 온 까마귀>,<블랙 뷰티> … 총 60종 (모두보기)
소개 : 번역가. 옮긴 책으로, 《프리덤 서머, 1963》, 《쟁기, 칼, 책》, 《조화로운 삶의 지속》, 《헬렌 켈러》, 《사라진 내일》, 《사코와 반제티》, 《새로운 빈곤》, 《흙: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커넥팅》, 《누가 99%를 터는가》, 《지구를 가꾼다는 것에 대하여》 등이 있고, 이누이트 신화와 전설을 담은 동화집 《빛을 훔쳐 온 까마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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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자연재해의 근본 원인은 흙을 마구 파헤치는 현대 문명에 있다”

4대강에는 준설토가 산처럼 쌓이고, 건설 현장이 아닌데도 고랭지 채소밭으로 덤프트럭이 흙을 가득 싣고 바삐 오른다. 국토를 가로지르며 고속도로가 산맥을 뚫고 산을 자른 비탈은 해마다 여름이면 집중호우에 쓸려 내려가고 멀쩡하던 도시 한복판의 지반이 침하되기도 한다. 대도시 근교 흙길은 물론 얼마 전까지 논밭이었던 신도시에 아파트와 쇼핑센터가 들어서고, 농촌에서는 트랙터가 논밭을 갈아엎고, 산에서는 튼튼한 등산화가 맨흙을 노출시킨다. 흙은 제몫을 인정받기는커녕 하찮게 여겨지고 심지어 학대받고 있다. 우리 스스로 얇디얇은 ‘지구의 살갗’ 흙을 벗겨 내고 있다.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언제부터인가 따스한 봄볕을 앗아간 황사와 미세먼지, 비 오는 날 자가용과 신발을 더럽히는 흙탕물, 기생충 알이나 중금속이 들어 있을까 의심스러운 놀이터의 모래흙?……. 도시민들은 폐타이어 알갱이들로 포장한 공원의 산책길에서 운동화에 흙 묻을 걱정 없이 걷거나 뛰며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 도시화가 곧 발전이라 여기는 동안 현대인들은 흙을 밟고 일구고 함께 숨 쉬는 시간이 사라지면서 흙의 존재 자체를 잊어 갔다.

“우리는 발밑에 있는 흙보다 머리 천체의 움직임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우려한 현실은 500년도 더 지난 오늘날에도 다를 바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인식한 미국의 지질학자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10여 년 전, 《흙: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을 저술하여 흙을 침식시킨 모든 문명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음을 설득력 있게 증언한 바 있다. 우리 인류와 생태계와 문명의 존립이 지구의 살갗인 흙에 달려 있음을 웅변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흙을 더럽고 하찮은 것으로 대하는 현실을 갈파했다.
이번 책은, 유사 이래 문명을 일으키고 인류를 먹여 살려 온 농업으로 향한다. 《흙》이 거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거시적이고도 긴급한 문제를 사이렌을 울리며 환기시켰다면, 《발밑의 혁명》은 그 후속편으로서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흙을 되살리고 있는 이들의 분투기와 성장기를 들려주며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위기감과 비관적 전망을 넘어 희망을 일구는 ‘혁명’의 현장을 직접 찾아 나섰다. 트랙터가 땅을 갈아엎고, 화학비료와 제초제, 살충제에 기대어 흙을 착취해 온 현대 농업의 신화에 맞서는 움직임이다. 

고대의 지혜와 현대 과학을 결합하면서, 《발밑의 혁명》은 농업이 환경 문제의 해법이 되어 우리 모두를 먹이고, 지구를 식히고, 땅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에 대한 탄탄한 근거를 펼쳐 보인다. 환경운동가이자 기업가인 폴 호켄은 이 책을 농업 분야의 《모래 군의 열두 달》이고, 토양과 생태 분야의 《월든》이라고 평가했다.

“농업의 상징인 쟁기는 인류의 가장 파괴적인 발명품 가운데 하나이다”

자연 상태의 초지나 숲에서는 맨땅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라. 자연은 되도록 초목이라는 옷을 스스로 갖춰 입는데, 갈아엎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들판처럼 초목이 사라진 땅은 흙이 형성되는 속도보다 빨리 흙이 사라진다. 경운(耕耘)을 하면 쟁기가 지나갈 때마다 흙이 비탈 아래로 밀려 내려간다. 이처럼 세대를 이어 가며 쟁기질을 하면 비탈은 천천히, 때로는 좀 더 빠르게 겉흙의 자연적인 부존량을 잃게 된다. 따라서 비바람을 맞고 쟁기질이 이어지면서 한 번에 아주 조금씩 땅은 서서히 비옥함을 잃어 간다.

혁신 농부들, 현대 농업의 신화를 허물다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와 환경적 재난, 생태 위기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오늘날, 환경과 생태에 관해 낙관과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농업생태학, 보존농업, 재생농업, 갈색혁명 같은 다양한 명칭을 입에 올린다. 부르는 명칭은 다 달라도 혁신 농부들은 공통적으로 ‘흙의 건강’을 농법의 핵심에 둔다. 그들은 비료와 농약, 종자까지 독점하고 있는 거대 자본과 농기계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업농, 이 모든 것을 지원하는 각국 정부의 농업 정책에 맞서고 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농부들은 자신에게 어떤 방식이 효과가 있었는지 또는 없었는지 경험담을 들려준다. 그리고 호기심이 많은 이들은 ‘이웃의 멍청이’가 색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자신보다 더 많이 수확하며 몇 해 동안 계속 돈을 잘 버는 걸 지켜본다. 땅심을 돋우는 농법을 실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개별 농부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이는 농부들의 으뜸가는 장기 자산인 땅에 재투자하는 농법이다. 이번만큼은 인류가 토양 황폐화와 몰락의 해묵은 악순환에서 실제로 벗어날 수 있는 ‘다섯 번째’ 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몽고메리에 따르면, 역사상 농업에서 나타난 


  1. 첫 번째 혁명은 최초로 경작을 시작하고 쟁기와 가축 노동력을 도입한 것이다. 
  2. 두 번째는 산업혁명 이전에 세계 곳곳에서 돌려짓기, 사이짓기, 뿌리덮개, 두엄 등으로 토질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다. 
  3. 세 번째는 기계화와 산업화를 통해 농업이 값싼 화석연료와 비료를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이다. 
  4. 그리고 기술 진보를 배경으로 녹색혁명과 생명공학이 급성장하여 수확량이 증대되고 식품 산업에 대한 기업의 지배가 강화된 것이 네 번째 혁명이다. 
  5. 다섯 번째 혁명은, 토양화학과 토양물리학에 좌우되어 온 농업 분야에서 이제 ‘토양생물학’의 원리를 근본으로 삼아 흙을 되살리는 길이다. 

토착 초지나 원시림의 모습 그대로, 다시 말해 자연의 방식대로, 흙 위와 흙속을 생명이 살아가는 곳으로 다시 가꾸어 가는 일이다.

유기농업의 딜레마

“해법이 유기농법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많은 유기농부들이 땅을 갈아서 잡초를 없애고 농사를 준비한다. 사회가 집중해야 할 기본 문제는, 모든 부류의 농부들이 한 가지 작물을 심고 거둔 뒤에 땅을 갈던 관행을 멈추고, 흙이 더 나아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관행농업이냐 유기농업이냐 하는 늘 되풀이되는 논쟁에 균열을 일으키며, 몽고메리는 보전농업의 원리에 토대를 둔 농법이 왜 흙의 건강과 비옥함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탐사해 간다. 우리는 그가 찾아 간 농부들을 통해 경운을 그만두고 농지를 화학물질로 뒤덮는 일을 중단하는 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수익이 나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이 농부들은 이로운 토양 생물을 증식시키고, 잡초를 억제하며, 해충을 막아내면서도, 비료와 살충제를 훨씬 덜 쓰고 있다. 쟁기질과 화학비료, 온갖 제초제와 살충제에 내몰린 흙속 생태계와 미생물들이 다시 흙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보존농업, 재생농업, 자연농업

이 책의 줄기를 이루고 있는 보존농업(재생농업이라 불러도 좋고 자연농업이라 해도 좋다) 방식은 다음 세 가지 간단한 원리에 바탕을 둔다. ① 흙을 파헤치는(경운) 일을 최소화한다. ② 피복작물을 기르고 작물 잔여물을 남겨 흙을 ‘언제나’ 덮어 둔다. ③ 다양한 작물을 돌려짓기한다. 이런 원칙은 유기농이든 관행농이든, 유전자 변형 작물을 재배하든 안 하든 어디에서나 적용할 수 있다.
이 농법은 인간과 자연 모두에 이롭다. 화석연료와 농화학 제품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작물 수확량을 유지할 수 있어 농부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재생농법을 실천하는 농장은 물을 덜 쓰고, 오염물질을 거의 만들어 내지 않으며,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상당량의 탄소를 땅속에 저장한다.

“피복작물로 맨땅을 덮어 주고 돌려짓기와 사이짓기 하라”

상업 작물을 수확하는 사이사이에 제철의 피복작물을 심고, 후속 작물을 심기 전이나 심는 동안 베어 내거나 뽑으면, 여러해살이 잡초가 퍼지지 않을 뿐 아니라 피복작물이 부패하면서 흙에 양분을 되돌려 준다. 땅을 피복하면 지상의 생물량과 생물다양성이 촉진되고, 특히 해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로운 곤충이 늘어난다. 돌려짓기 또한 해충과 작물 병원체가 발도 못 들이게 막아 준다. 현금작물과 피복작물 재배 순서를 다양하게 해서 복합적인 돌려짓기를 하면 병충해가 자리 잡을 발판이 사라져 해충과 작물 질병 순환의 고리가 끊긴다. 그 결과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살충제의 필요성도 줄어든다.
토양 생물의 활동과 다양성이 증가하면 물이 더 많이 여과되고 토양 유기물이 많아져서 토양 구조가 개선된다. 무척 다양한 미생물을 품고 있는 흙은 병원균이 자리 잡고 번식하기가 힘든 환경이기도 하다. 작물이 병에 걸리는 일이 거의 없어지고, 걸리더라도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작물 돌려짓기는 또한 미생물 다양성을 증대시키고, 병충해가 토양 생태계를 장악할 위험을 낮춘다. 보존농업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실천하는 일의 효과는, 물론 무엇보다도 흙의 처음 상태에 따라 정도는 달라지지만, 작물 수확량이 유지 또는 증대되고 연료, 비료, 살충제 사용이 줄어드는 데 있다. 또 보존농업은 관행적인 경운에 견주어 훨씬 수고가 덜하다. 다시 말해 투입에 들어가는 소비가 훨씬 적어지기 때문에 농부들이 상당한 저축을 할 수 있다.

“수백 수천 년이 지나도 인류는 여전히 흙에서 먹을 것을 얻을 것이다”

데이비드 몽고메리가 기름진 흙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역설하는 이유는, 미래 인류의 먹을거리와 번영의 열쇠가 바로 지금 우리 발밑의 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의 여러 농장을 직접 찾아가서 만난 농부들은 보존농업의 원리에 따라 농사지으며 비가 퍼붓든 가물든 흙의 생명력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거두고 있다. 지역과 기후, 농장의 조건이 저마다 다른 그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닫고 시행착오를 거쳐 얻어 낸 가르침은 놀랍게도 같은 줄기로 모여 흐른다. 무경운, 뿌리덮개나 피복작물로 흙을 늘 덮어 주는 일, 다 양한 작물 돌려짓기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보존농업은 어디에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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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1

12 Montgomery1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알라딘: 흙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은이), 이수영 (옮긴이) | 삼천리 | 2010-11-26 |

원제 Dirt: The Erosion of Civilizations (2007년)




반양장본 | 384쪽 | 152*223mm (A5신) | 538g | ISBN : 9788996125006



 9.0



지형학자인 데이비드 몽고메리의 신작. 흔히 흙을 빗대어 ‘밑바탕’이나 ‘토대’라고 하지만,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흙을 ‘지구의 살갗’이라고 정의한다. 이 책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와 아리스토텔레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와 솔론에서, 다윈과 멜서스, 웬델 베리와 왕가리 마타이에 이르기까지 흙을 걱정하고 이해하려고 애쓴 선각자들의 고민을 총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지은이는 흙을 지키는 일 가운데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정확하게 제시한다. 예부터 이 문제는 정치가나 정부 관리의 가장 중요한 소명 가운데 하나였다. 흙을 지키는 영농 방식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거기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농의 육성, 도시 농업과 유기농업의 권장과 지원이 모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얼마 남지 않은 흙과 우리 문명을 지키려면, 국제기구와 정부, 기업, 개인이 모두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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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흙이란 무엇인가

2장|벗겨지는 지구의 살갗

3장|고대 문명과 생명의 강

4장|찬란한 제국들의 무덤

5장|식민지를 찾아서

6장|신대륙의 플랜테이션

7장|강철 쟁기와 트랙터, 흙 폭풍

8장|화학비료와 석유의 딜레마

9장|서로 다른 길을 간 섬들의 운명

10장|지속가능한 미래의 기초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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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데이비드 몽고메리 (Montgomery, David R.)

 최근작 : &lt;자연의 숨겨진 절반(부제: 삶과 건강의 근원인 미생물)&gt;,&lt;발밑의 혁명&gt;,&lt;핵심지형학&gt; … 총 26종 (모두보기)

 소개 :

워싱턴대학(시애틀) 지구우주과학부 교수. 스탠퍼드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에서 지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형학연구그룹(Geomorphological Research Group)을 이끌며, 지구의 지형학적 변화 과정이 생태계와 인간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필리핀, 티베트, 북아메리카 태평양 연안 등 지구 곳곳을 다니며 현장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뛰어난 업적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2008년에 ‘맥아더 펠로’에 선정되었으며, 《흙》 (Dirt: The Erosion of Civilization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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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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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 번역가. 옮긴 책으로, 《프리덤 서머, 1963》, 《쟁기, 칼, 책》, 《조화로운 삶의 지속》, 《헬렌 켈러》, 《사라진 내일》, 《사코와 반제티》, 《새로운 빈곤》, 《흙: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커넥팅》, 《누가 99%를 터는가》, 《지구를 가꾼다는 것에 대하여》 등이 있고, 이누이트 신화와 전설을 담은 동화집 《빛을 훔쳐 온 까마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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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흙인가!

4대강에는 준설토가 산처럼 쌓이고, 건설 현장에서는 덤프트럭이 흙을 가득 싣고 어디론가 바삐 움직인다. 산을 자른 비탈은 해마다 여름이면 집중호우에 쓸려 내려가고 멀쩡하던 도시 한복판의 지반이 침하되기도 한다. 고속도로가 산맥을 뚫고, 흙길은 물론 마당까지 포장되어 주차장으로 변한다. 도시에는 아파트와 쇼핑센터, 뉴타운이 들어서고, 농촌에서는 트랙터가 논밭을 갈아엎고, 산에서는 튼튼한 등산화가 맨흙을 노출시킨다. 우리 스스로 지구의 껍질을 벗겨 내고 있다면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증거는 오늘 우리 사회 어딜 가나 널려 있다. 흙은 제몫을 인정받기는커녕 하찮게 여겨지고 심지어 학대받고 있다.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흙먼지, 흙바람, 언제부터인가 봄날이면 찾아오는 황사, 비 오는 날 자가용과 신발을 더럽히는 흙탕물, 기생충 알이나 중금속이 들어 있을까 의심스러운 놀이터의 모래흙……. 도시민들은 폐타이어 알갱이들로 포장한 공원의 산책길에서 운동화에 흙 묻을 걱정 없이 걷거나 뛰며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 도시화가 곧 발전이라 여기는 동안 현대인들은 흙을 밟고 일구고 함께 숨 쉬는 시간이 사라지면서 흙의 존재 자체를 잊어 간다.

흙에 관한 총체적 탐구

이 책은 흙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가로지르며 인류 문명과 지구 생명체의 근원을 탐구하고 있다. 흔히 흙을 빗대어 ‘밑바탕’이나 ‘토대’라고 하지만, 지형학자인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흙을 ‘지구의 살갗’이라고 정의한다. 사람의 살갗은 몸을 보호하고 회복하는 기능이 크지만, 흙은 암석을 분해하는 덮개로서 파괴되기 쉽다. 먼 옛날 선사시대부터 진행된 흙의 생성과 침식 사이의 균형 덕택에 지구의 생명은 풍화된 암석의 얇은 껍질에 얹혀살아 왔던 것이다. 흙은 그 특성상 지질학과 생물학의 경계 지점에 있고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연구의 바탕 없이는 한 권의 단행본으로 나오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지구과학, 미생물학, 환경공학, 건축학, 자원공학, 농학, 지리학, 인류학, 고고학, 생태학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특정 분야에서 흙이 가지고 있는 함의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게 고작이었다.

문명의 흥망성쇠와 흙

이 책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와 아리스토텔레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와 솔론에서, 다윈과 멜서스, 웬델 베리와 왕가리 마타이에 이르기까지 흙을 걱정하고 이해하려고 애쓴 선각자들의 고민을 총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흙은 예로부터 사상가나 선각자들이 가장 집착한 철학적 사유의 본바탕이었음을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적 농업의 모든 진보는 노동자를 착취하고 흙을 착취하는 기술의 진보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고대 수메르 문명에서 이집트, 고대 중국, 그리스, 로마, 마야, 오늘날 미국에 이르기 찬란한 문명의 흥망성쇠가 흙의 건강 상태와 함께 했다. 로마제국의 몰락과 종교개혁, 신대륙의 발견과 미국의 남북전쟁이 흙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기근과 질병, 인구 증가는 물론 정치적 갈등과 전쟁, 새로운 문화와 과학의 등장 이면에는 흙이라는 문제가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흙 또는 토지의 생산성을 둘러싼 개인과 집단, 공동체, 국가의 관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어쩌면 21세기에 접어든 오늘날의 글로벌 세계도 흙의 다 벗겨내면서 위기로 치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흙의 생성과 침식, 고갈

지형학자답게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문명을 사회와 흙이 맺는 관계라고 일깨운다.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과학의 원리와 역사적 사례를 하나하나 톺아보면서 흙을 다루는 방식이 문명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는 진실을 조용히 알려 준다. 과학자들은 땅을 A·B·C층으로 나누고 땅 표면을 O층이라 한다. O층은 주로 낙엽이나 잔가지, 그 밖에 식물성 물질들이 무기질 흙에 얹혀 있다. 그 아래 있는 A층(겉흙)은 분해된 유기물질이 무기질 흙과 섞여 있어 양분이 풍부하다. 그 아래층이 B층(밑흙)인데, 대개 A층보다 깊이가 더 깊지만 유기물질 함유량이 적고 덜 기름지다. 우리가 흙이라고 하는 게 바로 A·B층이다. B층 밑의 풍화된 암석을 C층(기반암)이라고 한다.(본문 36쪽 &lt;그림 2&gt;)

겉흙 한 줌 속에 사는 미생물의 수가 수십억 마리에 이른다. 500그램도 안 되는 기름진 흙 속 미생물들이 지구 전체에 사는 사람 수보다 많다. 진화론만큼 유명하지 않지만 노인이 된 찰스 다윈은 무려 27년 동안 지렁이와 흙을 관찰한 끝에 지구의 얇은 담요인 흙의 역동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죽음을 한 해 앞두고 출판한 《지렁이의 활동을 통한 부식토의 형성》(1881)라는 책이다. 다윈은 지렁이를 일컬어 “자연의 정원사이자 지구의 파수꾼”이라고 외쳤고 이 책은 흙을 바라보는 현대적 관점의 문을 열어젖혔다.

1미터도 안 되는 흙의 두께는 지구 반지름(6,380킬로미터)의 천만분의 1이 조금 넘을 뿐이다. 기반암이 풍화되고 유기물이 활발하게 움직여 겉흙 10센티미터가 만들어지는 데는 백 년이 걸릴 수도 있고 천 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 현상이나 인간의 생산과 파괴 활동으로 침식되고 유실되는 흙은 그보다 훨씬 많다. 흙이 만들어지는 속도는 흙이 사라지는 속도를 앞지를 수 없다. 흙의 고갈은 화석연료인 석유나 석탄이 고갈되는 원리와 다를 바 없다.

미래 세대에게 내미는 청구서

다양한 사회·문화·경제적 요인에 따라 어떤 사회의 구성원들이 땅을 다루는 방식과, 사람들이 그 땅에서 먹고 살며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이 달라진다. 흙을 올바르게 보존하지 않고서 해마다 농사를 짓는 일은 마치 유지보수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채 공장을 쉴 새 없이 가동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올바르게 관리해야 농토가 개선된다는 사실은 소홀한 관리가 흙을 망친다는 이치만큼이나 분명하다. 흙은 세대를 뛰어넘는 자원이지만, 조심스레 이용되기도 하고 마구 파헤쳐질 수도 있는 천연자원이다. 번영과 멸망 사이에는 고작 60센티미터 두께의 흙이 놓여 있다.

실제로 문명은 너도나도 높은 기술 수준에 걸맞은 속도로 땅을 고갈시킨 끝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거의 모든 문명이 땅의 힘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지만, 여태까지 흙을 보존하는 데 기초를 둔 문화를 생산해 온 인간 사회는 거의 없었다. 고대 중국이나 그리스와 로마, 마야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플라톤은 아테네 주변의 흙이 과거 아테네의 그림자라면서, 헐벗은 비탈에 한때 숲이 우거져 있었다는 증거를 들었다. “기름지고 부드러운 흙은 모두 사라지고 땅은 껍질과 뼈만 남았다. 지난날 이 언덕에는 풀이 무성하고 펠레우스의 바위 평원은 기름진 흙으로 덮여 있었으며 산에는 숲이 무성했다. 오늘날에도 그 자취만은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그저 고대 역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흙을 함부로 다루는 일이 현대사회를 위협한다는 사실은 1930년대 미국 남부 평원의 더스트볼, 1970년대 아프리카 사헬, 그리고 오늘날 아마존 유역에서 생겨난 환경난민들이 겪은 어려움만으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에티오피아에서는 가뭄이 들어 작물을 거두지 못하자 거의 1천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세계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1970년대부터 생산할 수 있는 농지의 규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화학비료와 살충제가 개발되고 상품작물을 재배하는 대규모 기업농이 성장하고 그에 맞춰 트랙터와 콤바인이 도입되어 엄청난 석유를 소비하기에 이르렀다.

나우루공화국과 이스터 섬의 수수께끼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탐사한 지은이는 특히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한 수 많은 섬나라의 사례를 제시한다. 흙을 소모한 서유럽 국가들이 비료의 원료가 되는 인산염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인 나우루 섬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독일이 선점한 나우루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 영국의 통치 아래에 들어갔고 섬 구석구석에서 마구잡이 채굴이 시작되 해마다 100만 톤이나 되는 인산염을 영국 농장으로 실어 보내졌다. 나우루는 1968년에 독립했지만 인산염 퇴적층은 거의 사라지고 정부는 사실상 알거지 신세였다. 한때 푸르른 낙원이었던 이 섬나라는 껍데기가 완전히 벗겨져 달 표면처럼 헐벗었고 남아 있는 소수의 원주민들은 바닷가에 산다.(261쪽 &lt;그림 16&gt;)

이스터 섬은 유럽 사람들에게 가장 풀기 힘든 수수께끼였다. 유럽 사람들은 오갈 데 없는 소수 식인종들이 그 거대한 석상들을 어떻게 세울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방문객들은 의문을 풀 수 없었으나 고고학자들이 섬 환경의 역사를 짜 맞추면서 발달한 사회가 어떻게 야만의 상태로 후퇴했는지 알려졌다. 오늘날 이스터 섬의 이야기는 환경의 악화가 선진적인 문명과 사회를 어떻게 멸망시킬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놀라운 역사적 우화이다.

그것은 참혹한 붕괴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서 사람들이 자원 기반을 고갈시키면서 일어난 쇠퇴의 이야기이다. 이스터 섬의 토착문명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진 게 아니었다. 환경이 나빠지면서 섬이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은 이미 거기서 살고 있던 이들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줄었고 섬은 침식되어 갔다. 한순간에 대격변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 결과는 생태학적 자살이라 할 만큼 파괴적이었다.

섬나라 쿠바와 아이티의 운명

카리브 제도의 아이티와 쿠바는 섬나라들이 그 흙을 대하는 태도를 대조적으로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이다.

아라와크라는 토착 언어로 ‘초록 섬’을 뜻하는 아이티는 토질 저하에 한 나라가 어떻게 무릎을 꿇는지 보여 주는 오늘날의 본보기이다. 1804년에 아이티는 노예반란으로 독립을 쟁취한 시민들로 이루어진 세계 첫 번째 공화국을 건설했지만 자랑스런 역사와 번영은 겉흙과 함께 사라졌다. 가파른 비탈에서 경작이 이루어지면서 나라의 3분의 1이 헐벗은 바위 비탈로 변해 작물을 기를 수 없었지만, 20세기 중반에 자급농들이 고원으로 퍼져 나가면서 가파른 비탈의 농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1990년까지 아이티의 원시 열대림 가운데 98퍼센트가 사라졌다. 자급농장이 자취를 감추고 시골 가정에서는 마지막으로 남은 나무들을 베어 숯을 만들어 팔고 먹을거리를 샀다. 궁지에 몰린 소작농들은 도시로 몰려들어 거대한 빈민촌을 이루었고, 2004년 정부를 무너뜨린 폭동의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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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쿠바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기계화된 방식으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에서 경작했고, 농기계와 농기계를 작동시키는 석유, 비료, 살충제, 그리고 쿠바 식량의 반 이상이 쿠바의 사회주의 무역 상대국들로부터 수입되었다. 1980년대 말 소비에트의 해체와 동유럽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위기에 몰린 쿠바는 특별한 농업 실험을 시작했다. 이것은 국가 규모로는 최초의 대안적 농업 실험이었다. 소비에트가 붕괴하고 반년 만에 쿠바에서는 산업적 국영농장이 분할되어 소규모 농장의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정부가 농민 직거래 시장을 지원했고 비어 있는 도시의 땅에서 유기농사와 소규모 농사를 짓도록 주요 정부 계획들이 뒷받침했다. 비료와 살충제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새 소규모 민영농장들과 수없이 많은 도시의 작은 상업적 텃밭에서 길러 낸 먹을거리가 유기농이 된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쿠바는 사탕수수 수출을 멈추고 자급할 식량을 다시 기르기 시작했다. 열 해 안에 쿠바 식단은 식량 수입이나 농화학물질에 기대지 않고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쿠바의 경험은 농업생태학이 산업적 방식이나 생명공학 없이도 농업의 실제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지속 가능한 삶의 기초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친 미국 독립혁명의 아버지, 패트릭 헨리는 뒷날 “우리 나라가 독립한 이래, 가장 위대한 애국자는 흙의 침식을 가장 많이 막아낸 사람이다”라고 했다. 오랜 역사 동안 이루어진 숲의 개간, 농경지의 확대, 도시의 발전, 대농장 경영 방식, 기계화, 화학비료의 사용, 그리고 식량 증산이나 효율성,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수많은 농업적 발전은 흙의 침식을 결코 되돌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흙의 침식을 가속화했다.

다행히도 지은이의 이야기 속에는 인류가 문명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길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국지적이기는 하지만 그 방법은 분명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흙을 더는 잃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숲을 보존해야 하고, 농지에서는 지역에 맞는 작부체계와 흙 보존 방법으로써 흙이 비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본이나 기계에 덜 의존하고 사람이 흙에 꾸준히 유기물질을 보태면 땅 속에서는 부지런한 지렁이들이 쉬지 않고 흙을 갈아 주어서 지구의 살갗이 두터워지고 비옥해진다.

농업의 철학적 기초는 흙을 화학적 체제가 아니라 지역마다 다양한 생물학적 체제로 다루는 데 있다. 흙, 물,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뿌리를 두고 있는 농업생태학은 표준화된 상품이나 기술을 이용하기보다 지역 조건과 환경을 이해하는 데 더 기대고 있다. 기계화된 대규모 영농방식은 그 어떤 농법보다도 흙의 양분을 빼앗고 침식했지만, 농업생태학에 기반을 둔 생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흙을 더욱 깊게 하고 양분을 보탬으로써 땅을 되살린다는 뚜렷한 증거를 볼 수 있다. 단일경작과 화학비료, 기업농에서 벗어나 무경운 농법, 유기농법, 도시 농업, 자급적인 소농을 육성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보장하는 길이다.

지은이는 흙을 지키는 일 가운데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정확하게 제시한다. 예부터 이 문제는 정치가나 정부 관리의 가장 중요한 소명 가운데 하나였다. 흙을 지키는 영농 방식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고 거기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농의 육성, 도시 농업과 유기농업의 권장과 지원이 모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우리가 낭비하고 후손에게 청구서를 내밀지 않으려면, 얼마 남지 않은 흙과 우리 문명을 지키려면, 국제기구와 정부, 기업, 개인이 모두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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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살갗을 지켜라. 

nunc 2011-05-14

“현대사회는 어떠한 문제를 두고도 과학기술이 해결책을 제시할 거라는 관념을 낳게 한다. 그러나 삶을 개선하는 과학기술의 능력을 얼마나 열렬히 신봉하든, 우리가 자원을 생산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소비하는 문제를 과학기술이 해결할 수는 없다. 자원은 언젠가 바닥나기 마련이다.”(15)

최근 벌어지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그에 따른 방사능 위험물질에 대한 공포는 효율성에 기대어 과학기술을 맹신하는 일이 인류에게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명백히 보여준다. 스리마일아일랜드와 체르노빌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다른 발전 시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친환경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효율성에 대한 미련과 초기의 기술이 가지고 있던 위험한 문제들을 새로운 기술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기란 힘든 일이다. 물론 효율성 추구와 기술 개발의 노력이 인간에게 지금과 같이 발전된 문명을 가져다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문제되고 있는 원전 사태나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초래한 갖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떠올려 본다면, 지금 우리의 삶의 방식, 우리가 지구를 사용했던 방식이 과연 올바른 것이었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이러한 성찰의 목록에 ‘흙’도 올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나 화력발전소 등과 같은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증가,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한 사막화, 불법적 폐수 유출로 인한 수질 오염, 오남용으로 인한 석유 고갈 등 우리들 앞에 산적해 있는 심각한 환경 문제들에 ‘흙’에 대한 성찰을 추가해야 한다니, 다소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흙이란 어디든 널려 있으며, 오히려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흙이란 한 문명의 지속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다. “한 문명의 수명은 농업 생산이 쓸모 있는 경작지에 자리 잡고 겉흙을 침식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331) 왜 그런가? 무엇보다 인간은 땅에서 자라는 농산물을 주식으로 삼는 존재이다. 농업 생산량이 인간의 생존에 끼치는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 그런데 농업 생산량은 농경지의 면적과 비옥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다시 말해 인간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넓이의 비옥한 토지가 없다면 한 사회, 더 나아가 인류 자체의 생존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농업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은 것은 아니다. 저자는 역사상 존재했던 다양한 문명들의 쇠퇴가 무분별한 농경의 확대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지리적 역사적 조건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대개 문명의 이야기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인구가 늘다가 비교적 갑작스레 사회가 쇠퇴해 가는 패턴을 따른다.”(72) 이러한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는 발달된 농업 기술로 인한 생산량의 증가가 인구의 증가를 불러오고, 증가된 인구의 식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땅의 재생산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농경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땅의 영양분이 모두 소멸되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거나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땅이 빗물과 바람에 침식되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갑자기 줄어들게 되고, 늘어난 인구를 먹이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황폐해진 땅에서 흙이 침식되고 갑자기 인구가 줄어든 뒤에는 낮은 인구밀도가 유지되면서 흙이 되살아난다.”(120) 마치 맬서스의 인구조절론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과정이 모든 문명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구의 얇은 토양맨틀(soil mantle)은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건강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도 우리는 그것을 꾸준히 파헤치고 있다. 말 그대로 지구의 살갗을 벗겨 내고 있는 것이다.”(39)



특히 저자가 지적하는 토양 침식의 주범은 양분을 급속히 소비하는 대규모 단일 경작 방식의 플랜테이션 농장, 겉흙의 침식을 가속화하는 쟁기나 트랙터 등의 경운 기계, 그리고 흙의 재생산 능력을 저하시키는 화학비료 등이다. 이 방식은 현대적 농업 혁명이라 불리며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시행되고 있는 농업 방식이다. 그러나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과거 대부분의 문명사회들이 그러했듯이 우리 또한 마찬가지 위기에 직면할 거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흙의 침식이 지구적으로 미친 영향에 관한 1995년의 한 보고서는 해마다 경작할 수 있는 땅 1천200만 헥타르가 침식과 토질 저하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사라지는 경작지가 전체 경작지의 1퍼센트에 가까운 것이다. 지속 가능한 상태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244)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산업화된 기술 집약적 영농 방식을 버리고 소규모 노동 집약적인 영농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랙터와 쟁기로 땅을 파헤치는 방식을 버리고 무경운 농법을 시행해야 하며, 화학비료에 기댄 단일 경작 방식에서 벗어나 돌려짓기와 똥거름 주기 등을 통해 흙의 비옥함이 자연스럽게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사한 환경에 처해 있던 망가이아나 이스터 섬과 다르게 농업 전략을 다듬어 지속가능한 경제를 유지한 티코피아 사람들의 사례나 새로운 녹색혁명의 대표적 모델로 여겨지는 쿠바 농업의 사례는 인류가 지속가능한 상태가 되기 위해 농업을, 그리고 흙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인류의 시간 동안에는 되살릴 수 없는 흙은 다루기 힘든 잡종이자 재생되는 시간이 더디고 더딘 필수 자원이다. 오랫동안 무시될수록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여러 환경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흙의 침식은 사회제도가 지속되는 것보다 오랜 시간의 범위 동안 문명의 기초를 뒤흔든다. 그러나 흙이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흙이 꾸준히 침식된다면 농업이 점점 늘어나는 인구를 먹일 수 없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329)



환경에 대한 관심은 그 세대의 양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환경의 변화와 그로부터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적 효과들은 동시대의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고 그 피해의 결과도 직접 체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시대의 무분별한 화석 연료의 사용이 지금 우리에게 이상 기후라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떠올린다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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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을 만져야 내 몸이 살아난다 

숲노래 2011-09-10



흙을 만져야 내 몸이 살아난다

[책읽기 삶읽기 77] 데이비드 몽고메리, 《흙,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삼천리,2010)

혼자 책을 짊어지며 살아가던 지난날에는 언제나 ‘책을 둘 곳’을 헤아리면서 내 살림집을 찾았습니다. 책을 둘 만한 넉넉하고 볕 잘 드는 곳인가를 생각했고, 여러 책방을 가까이 찾아가기에 괜찮은 목인가를 돌아보았습니다. 내 몸이 느긋하게 쉴 곳인가는 거의 살피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살 만한 집인가보다 책이 깃들기에 좋은 데인가를 보았습니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요즈음은 달리 생각합니다. 책은 어떻게든 곰팡이가 피지 않는 데에 둘 수 있기를 바라면서, 네 식구 깃들 사랑스러운 터전을 헤아립니다. 네 식구가 먼저 사랑스레 살아갈 만한 터전이어야 좋은 보금자리로 여겨 옮기지, 네 식구가 살가이 지내기 힘든 데라면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없는 살림으로는 꿈처럼 바라는 곳으로 가기 힘듭니다. 짐차를 불러 옮기는 값부터 만만하지 않으나, 좋은 시골자락 터란, 땅과 집을 장만해서 옮겨야지, 빌려서 들어가면 애써 잘 꾸며 살 만하게 고치면, 금세 집임자나 땅임자한테 쫓겨납니다. 이러다 보니 선뜻 꿈을 꾸지 못하고, 마음을 열지 못해요.

어찌해야 좋을까를 놓고 여러 달 망설이고 알아봅니다. 이곳으로 우리 깜냥껏 옮길 만한지 가늠하고, 저곳에서 우리를 불러 주는데, 우리가 옮겨도 될 만한가 어림합니다. 어느 쪽이 되든 마땅한 집터와 책터를 찾기까지는 퍽 품을 들여야겠지요. 오래오래 눌러살 생각이라면, 네 식구가 모조리 가볍게 짐을 싼 뒤 ‘우리가 좋아할 만한’ 마을로 찾아가서 방을 하나 얻은 다음, 좋은 살림집을 찾기까지 눌러지내야겠지요.

.. 흉작일 때 아무런 구제책이 없는 소작농들은 기근 동안 음식을 구경할 수 없었지만, 시중에는 먹을거리가 많았다. 생계 수단을 잃은 농민들은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살 수 없었다 … 기근이 이어지는 동안 정부들은 곡물을 수출했고, 그렇게 20세기로 접어들었다. 소비에트 농부들은 1930년대에 굶주림에 시달렸다. 중앙정부가 농부들이 수확한 것으로 도시를 먹이고 해외시장에 내다 팔아서 번 돈으로 산업화의 비용을 댔기 때문이다 … 기근이 이어지는 동안 19세기 말 무렵에 유럽 나라들은 대개 수입 식품으로 국민들을 먹였다 .. (154∼155쪽)


옆지기와 함께 읽는 ‘아나스타시아’를 떠올립니다. 러시아 타이가 잣나무숲에서 살아가는 아나스타시아는 식구들이 살아갈 보금자리는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삼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둘째로 좋거나 셋째로 좋은 데가 아닌 가장 좋다고 여기는 곳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요.

첫째로 좋다고 여길 만한 데라기보다 둘째나 셋째로 괜찮다고 여길 만한 데로 옮기려고 생각하던 매무새를 가다듬습니다. 넷째나 다섯째 자리라 하더라도 마음을 느긋하게 내려놓을 데라면 되리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첫째가 아니고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한 번 받은 고마운 목숨을 살아가는 나날인데, 돈 걱정이나 집 걱정에 앞서, 아름다운 삶이 되는가 아닌가를 따져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하루하루 자라면서 보고 들으며 부대낄 좋은 보금자리인가 아닌가를 아로새겨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서 늘 즐거운 터전이어야 합니다. 낮에 신나게 뛰놀고 밤에 새까만 별하늘을 올려다볼 터전이어야 합니다. 흐르는 물을 마실 수 있고, 너른 멧자락과 파란 바다를 이웃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길이 잘 뚫린 데라든지, 이름나거나 훌륭하다는 학교가 가까이 있다 한들 부질없습니다. 아이 삶을 보건대, 이런 물질과 문명은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한테는 지식이 덧없습니다. 아이 삶이 가장 대수롭습니다. 날마다 숨쉬고 마시며 먹는 자연이 가장 대수롭습니다.

.. 흙의 침식이 고대사회들을 무너뜨렸고 오늘날의 사회도 심각하게 뒤흔들 수 있다는 무시 못 할 증거 앞에서도 지구적인 흙의 위기와 식량 부족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경고는 허공으로 흩어진다. 이미 1980년대 초반에 농업경제학자 레스터 브라운은 현대 문명이 석유보다 먼저 흙을 다 써 버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이어진 그런 불안한 예측들을 한귀로 흘려 버리면서 전통적인 자원경제학자들은 흙의 침식이 식량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을 지나쳤다. 그러나 침식 탓에 농경지에서 흙이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흙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그런 관점은 먼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다. 흙의 유실이 중대한 문제로 떠오르는 때가 2010년이냐 2100년이냐 하는 논쟁은 핵심을 벗어난 것이다 .. (246쪽)


이야기책 《흙,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삼천리,2010)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서양사람들은 흙을 하찮게 여겼습니다. 오늘날에도 아직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동양사람들은 흙을 거룩하게 여겼습니다. 오늘날에는 동양사람들 가운데 퍽 많은 이들이 서양사람들처럼 흙을 하찮게 여깁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흙을 하찮게 여깁니다. 도시에서 보금자리를 얻어 지낸다고 할 때부터 흙을 하찮게 여기고 맙니다.

흙은 문명도 물질도 과학도 아닙니다. 흙은 오로지 자연이고 삶이며 목숨입니다.

사람은 문명이나 물질이나 과학이라는 옷을 입으면, 몸을 덜 쓰거나 땀을 안 흘리면서 돈은 넉넉히 벌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느 사람이라 하더라도 밥을 먹어야 하고 숨을 쉬어야 하며 물을 들이켜야 합니다. 밥·숨·물이 없이 어떤 사람이 몇 초나 살아숨쉴 수 있겠습니까. 밥·숨·물이 없는데 돈·힘·이름으로 무얼 할 수 있는가요.

.. 우리는 우리 두 발과 집, 도시, 논밭을 떠받치고 있는 땅에 대해서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 (8쪽)


이야기책 《흙》은 수많은 보기를 오랜 발자국을 더듬으면서 하나하나 알뜰히 짚습니다. 바보스레 살아온 서양 문명 사회를 낱낱이 꼬집거나 나무랍니다. 384쪽에 이르는 줄거리는 한결같습니다. 머리말에 한 줄로 적은 말마디처럼, 《흙》은 예나 이제나 “우리 두 발과 집, 도시, 논밭을 떠받치고 있는 땅에 대해서 그다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 슬프며 안타까운 사람들 근심스럽고 안쓰러운 삶자락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흙을 먹고 흙을 입으며 흙에 몸을 누여 살아가는 목숨입니다. 흙을 잊는다면 사람은 사람 구실을 못 합니다. 흙하고 멀어지면 몸은 자질구레한 못난 것들이 스며들어 무너지기 때문에 자주 아프고 오래 앓습니다. 흙을 만져야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습니다. 적어도 텃밭을 돌보거나 조그마한 꽃그릇을 건사해야 사람다움을 살포시 잇습니다. (4344.9.10.흙.ㅎㄲㅅㄱ)


― 흙,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데이비드 몽고메리 씀,이수영 옮김,삼천리 펴냄,2010.11.26./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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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흙"의 상실을 생각한다. 

늘씬고래 2012-04-19

문명이 앗아간 지구의 살갗 "흙"의 상실

위의 제목처럼 문명이 사라지게 한 흙이 결국 그 문명을 사라지게 했다는 것이 이책의 주제이다. 이 책은 농경의 시작단계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를 분석하면서 역사적인 논리 전개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지질학적 증거들을 제시하면서문명의 사라짐 뒤에 흙의 상실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전통농업으로 인한 흙의 침식 속도가 풍화작용으로 인한 흙의 생성속도를 앞지름으로서 흙의 상실을 가져오게 되고 그러한 상실이 가져오는 생산력의 저하가 결국 문명의 멸망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농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문명의 쇠퇴배경을 분석해보면 고고학적 증거가 농업생산력의 쇠퇴를 가져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한때 풍성한 문화를 자랑했던 이집트문명도 지금은 식품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로 전락했다는 것은 이러한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 동양의 농업문명의 시작점 중국은 어떤가? 사료를 통해 기근과의 전쟁을 겪었던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으며 이것은 쟁기와 축경을 통한 흙의 상실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도시가 처음에는 범람원에서 시작되면서 점차 비탈면까지 확장하는 형태를 보이다가 흙의 침식(지질고고학적 자료의 증거를 통한)이 시작되면서 도시가 점차 쇠락하는 공통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중국 우왕이 강을 지키려거든 산을 지키라고 말한 것은 이것을 잘 지적해주고 있다.

근세에 들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식량의 수입과 인구의 수출이다. 이것이 식민지 개척이 역사인 것이다. 대륙의 플랜테이션을 통한 농업생산에서도 보면 주로 흙의 침식을 가속시키는 담배 생산을 주로 했다는 점과 노예노동으로 인한 땅의 살림따위는 신경쓸 이유도 없었다는 점이 이러한 문제를 더 가속시켰다는 것이다.

오늘날 쟁기와 트랙터, 산업화된 농업의 등장으로 인한 화학비료와 석유산업의 의존은 땅의 침식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화학 비료와 농약의 사용으로 인해 흙은 점점 죽어가고 있다. 이것을 살리는 방법이 무경운방식과 흙보존경운이며, 비옥한 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다시 살림이 농업의 새로운 비젼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저자의 흙에 대한 독특한 철학이 주는 감명은 매일 보고 밟고 지나다니면서도 그 소중함을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농업에 대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말 그러한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는지, 또한 그러한 중요성에 대해 다루는 측면이 제대로 접근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게 흙을 보존한다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보전하다는 뜻이며 아울러 우리 문명의 앞날을 보전한다는 뜻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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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 

키요땅 2015-12-04


인류의 역사를 흙의 관점에서 파악한 책. 현대인에게 흙은 먼지가 많고 더러운 찌꺼기 정도로 여겨지지만 이런 흙이 사실 지구 대부분의 문명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력이 있다고 하면 믿겠는가? 고대 로마가 멸망한 것도, 유럽이 신대륙을 개척한 것도, 지금 지구상에서 지구온난화가 일어나고 일부 지역에서 식량난이 발생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문명의 기본적 토대인 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런 흙을 소중히 대하지 않으면 문명은 멸망하고 말 것이다. 농업 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알고 싶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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