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0

틱낫한 인터빙 - 현대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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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의 14가지 현대 계율
 박재완 기자
입력 2024.09.13


틱낫한 인터빙

틱낫한의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 소개
팔정도 정념(正念) ‘마음챙김’으로 현대화
초기불교 10개 계율 14가지로 재구성해
“개인의 내적 성장이 곧 사회변화의 씨앗”
틱낫한 인터빙 / 허우성·허주형 옮김 / 불광출판사 / 1만8천원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1926~2022)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 중에서 팔정도의 하나인 정념(正念)을 ‘마음챙김’으로 현대화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수행 공동체를 설립·운영하면서 세계 불교계와 다른 영적 전통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신간 〈틱낫한 인터빙〉은 틱낫한 스님의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각 수행법의 의미와 그에 대한 해설 등 구체적인 실천법을 모두 담았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풀럼빌리지에서 사용하는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을 받는 절차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틱낫한 스님의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의 기원은 초기불교 경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10개의 계율이다. 이것들의 목표는 인간 세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십악(十惡)을 버리는 것이다. 십악은 탐욕, 화냄, 삿된 견해, 거짓말, 양설, 욕설, 과장, 살생, 절도, 사음이다.

틱낫한 스님은 이 시대의 고통을 잘 다룰 수 있도록 10개의 계율을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틱낫한 스님의 핵심 가르침인 ‘상호존재’라는 개념을 통해 세상 만물의 연결성을 강조한 이 수행법은 단순한 명상 기법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평화와 행복을 찾는 종합적인 삶의 방식을 알려주는 지침이자 현대인을 위한 계율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는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는 종교이다. 하지만 불교 탄생 이후 2천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붓다의 가르침과 수행법은 현대인들에게 다소 어려운 공부일 수 있다. 틱낫한 스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교 경전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스님이 창안한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은 일반인들이 바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와 구체적인 설명으로 만든 수행법이다.

‘마음챙김’은 ‘매 순간 알아차리기’,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설거지를 하면서 설거지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을 내거나 짜증을 내기기보다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설거지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걷기, 앉기, 먹기와 같은 일상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스님의 ‘마음챙김’은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마음의 개방, 견해에 대한 무집착, 사상의 자유, 고통의 자각, 자비롭고 건강한 생활, 화 돌보기,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게 머물기, 진정한 공동체와 소통, 진실하고 사랑스럽게 말하기, 공동체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바른 생업, 생명 존중, 관대함 기르기, 진정한 사랑이라는 단계를 거치도록 설계했다.

매 순간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진정으로 자신의 고통과 대면할 수 있다. 자신이 겪었던 괴로움 중에는 원인조차 모르는 것들이 많다. 그 이유는 괴로움과 정면으로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천변만화하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바로 보려면 자신의 마음을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마음챙김 수행이 몸에 배었을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맛보고 비로소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지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불교에 관심이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많은 고민을 안고 사는 현대인 모두에게 필요한 대안과 의미 있는 통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을 통해 개인의 내적 성장이 곧 사회변화의 씨앗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하나의 명상 기법을 넘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의 천명인 것이다. 고통받는 인류에게 실천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 수행법을 실천한 많은 사람들은 “이 수행법이 개인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사회적 국제적 차원의 평화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수행법이 어렵지 않아 지속적인 실천이 가능하며, 이로써 장기적인 성장과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윤리적인 마음챙김 생활을 통해 평화와 고요함을 기르며, 궁극적으로 사회를 탐욕과 소비주의에서 사려깊고 자비로운 행동이 가치 있는 사회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성장이 곧 사회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4가지 마음챙김 수행법’은 개인의 내적 성장과 사회변화, 그리고 이를 통한 공동체의식 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세상을 더욱 이롭게 만들기 위한 것으로, 자신과 세상을 치유하는 데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박재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