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04

교회 성폭력 가해자 66%가 목사·리더 그룹…"성폭력에서 안전한 공간 없어, 성 불평등 교회 구조 개선해야" < 교계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교회 성폭력 가해자 66%가 목사·리더 그룹…"성폭력에서 안전한 공간 없어, 성 불평등 교회 구조 개선해야" < 교계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교회 성폭력 가해자 66%가 목사·리더 그룹…"성폭력에서 안전한 공간 없어, 성 불평등 교회 구조 개선해야"
기독교반성폭력센터 2021년 상담 통계 발표 "가해자 처벌 않고, 피해자에게 책임 돌리는 폐쇄적 분위기 여전"

기자명 나수진 기자
승인 2022.03.04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가 지난해 접수한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사건 중 가해자가 목사·리더 등인 경우가 6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반센이 2월 25일 발표한 '2021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교회 내 성폭력 45건 중 30건이 리더 그룹에서 발생했다.

가해자 중에는 담임목사가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목사가 8명, 선교 단체 리더가 6명, 신학대학교 교수가 3명이었다. 교회 내 성폭력은 주로 리더 그룹과 일반 교인 사이에서 발생했다. 목회자(리더)와 교인 사이에 21건, 목회자(리더) 사이에 3건, 직장 내(교회·신학교 등 목회자·리더·직원과 직원 사이) 7건이 발생했고, 일반 교인이 성폭력을 가한 경우는 12건, 기타가 2건 있었다.

지난해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 접수된 교회 내 성폭력 사건 45건 중 66%가 담임목사 등 리더 그룹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교회 내 성폭력은 교단을 불문하고 발생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6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5건, 기독교대한감리회 4건, 한국기독교장로회 3건,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3건,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2건, 기타(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대한예수교장로회 호헌, 독립 교단) 4건으로 집계됐다. 교단 밖 성폭력은 선교 단체 5건, 학교(교단 신학교 제외) 2건 등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2018년부터 기반센에 접수된 사건 262건 중 남성 피해자는 4명이다). 피해 당시 연령은 20대인 경우가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4건, 미상 3건, 미성년인 경우도 6건에 달했다. 특히 올해는 40대 이상 피해자가 1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1명)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피해 유형으로는 강간(11건)·성추행(15건)·불법 촬영 피해(3건) 등이 있었다.

교회 내 성폭력은 대부분 '이단'이 아닌 기성 교단 안에서 발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기반센 박신원 실장은 교회 내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성 불평등한 교회 문화'를 들었다. 그는 교회 권력이 여전히 남성·목사에게 집중되고 있다면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교회 내 성폭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실장은 2월 2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2018년 이후 미투 운동이 일어나면서 사회적으로 성폭력이나 성적 권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진 반면, 한국교회는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여전히 성폭력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성폭력 문제를 회피해 온 것도 문제라고 했다. 교회 안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도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거나, 별다른 절차 없이 복귀하게 만드는 등 2차 가해도 여전하다고 했다.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는 교회의 폐쇄적인 분위기도 문제라고도 했다.

교회 공동체가 성평등을 실현하고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피해자와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박 실장은 "성폭력 피해를 개인화하거나 본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게 아니라 공적으로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교회 공동체는 피해 경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서로가 연대감을 누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사건이 해결된 이후에도 피해자가 배제되지 않는 공동체를 계속 꾸려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박신원 실장은 한국교회가 여전히 성폭력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하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단지 일부 목회자들의 일탈로 보지 말고,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로 직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원 실장은 "여전히 교회 내 성폭력이 특수한 극소수의 일이거나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은 없다. 교회 내 성폭력은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실제 일상 속에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피해 생존자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교회는 아직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만일 교회 안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을 때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문 기관 혹은 신뢰할 만한 지지자에게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