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3

[우성규 기자의 걷기 묵상] 서울 도심속 한국교회 원류와 만나다-국민일보

[우성규 기자의 걷기 묵상] 서울 도심속 한국교회 원류와 만나다-국민일보



[우성규 기자의 걷기 묵상] 서울 도심속 한국교회 원류와 만나다
(21) 새문안교회서 시작된 여정
입력 : 2023-12-23
12월 걷기 묵상의 출발지인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전경. 박춘화 기독 사진가 제공


12월 걷기 묵상은 서울 도심 속 숨겨진 보물을 찾는 여정이다. 
한국교회사 권위자인 옥성득 미국 UCLA 아시아언어문화학과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가 내한해 동생 옥성삼 생활여가연구소장과 함께 길을 나섰다. 
박춘화 기독 사진가 역시 촬영을 위해 걷기 묵상에 동참했다. 지난 8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 앞마당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한국의 어머니 교회에서 출발한 것이 기쁘다’는 일행의 반응에 옥 교수가 “한국 최초의 조직 교회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맞다. 새문안교회는 1887년 서울 정동에 위치한 호러스 G 언더우드 목사의 사랑채에서 서상륜 등 세례 교인들과 성경을 우리말로 번역한 만주의 존 로스 목사 등이 참석, 함께 예배를 드리며 장로를 선출해 최초의 조직 교회가 됐다. 
옥 교수는 평생 한국교회 안에 있는 역사적 적당주의와 이로 인해 파생된 오류들과 싸워왔다.

“교계에 널리 알려진 초기 한국 개신교의 역사적 사실 가운데 잘못 전해진 오류들을 검증하고, 근거 없는 신화와 치우친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여 바로 잡으려 노력했다. 
흩어진 증거를 찾아 큰 그림을 맞추어가는 탐정의 논리력, 기존 체제에 불편을 느끼는 시인의 예언자적 비판력, 진실을 찾아 겹겹이 쌓인 해석사의 지층을 시추하는 사관의 정론직필(正論直筆)이 있어야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지만, 나름대로 흉내는 내려고 열심히 자료를 뒤지고 붓을 놀렸다.”

옥 교수가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새물결플러스) 서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옥 교수는 “교회가 성경과 예수님의 말씀에서 멀어지면 교회의 본질로부터 멀어지듯, 교회사에서도 1차 사료에서 멀어진 자료일수록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걷기 묵상도 정확한 사료에 근거해 이야기를 나눌 때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이번 여정은 한양도성 교회들을 두 발로 답사하며 순례길을 만들고 있는 동생 옥 소장이 안내했다. 새문안교회 역사관을 둘러본 뒤 생명의말씀사 서점을 지나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기획전을 관람하고 이어 박물관 뒷길로 들어서면 경희궁 뒤편으로 연결된다. 서울의 고궁 가운데 유일하게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24시간 접근이 가능한 경희궁 후원에서 숲으로 들어간 뒤 서쪽 언덕에 솟은 쪽문을 통과하면 국립 기상박물관이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매화나무 벚나무 단풍나무가 늘어서 있다. ‘식물 계절관측 표준목’으로 불린다. 이곳 나무들이 꽃을 피워야 비로소 ‘서울의 봄’으로 인정받는다. 이곳 관측소에 눈이 내려야 서울에 첫눈이 왔음을 전파하게 된다.

일행은 새문안교회 교인이었던 작곡가 홍난파의 가옥, 율곡 이이의 글이 새겨진 구세군 영천교회, 동양 최대 규모 운산금광의 직원이자 UPI통신 서울 특파원이던 앨버트 테일러의 당시 신혼집 딜쿠샤를 방문했다. 딜쿠샤는 ‘기쁜 마음’이란 뜻의 페르시아어이지만, 크리스천이던 테일러는 정초석에 시편 127편 1절 기호를 새겨 놓았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딜쿠샤에서 사직터널 위에 자리한 양의문교회(김준범 목사) 옥상으로 향한다. 북한산 인왕산 낙산 남산과 서울 도심은 물론 한강 너머 롯데타워까지 모두 조망하는 전망 성지다. 이날 걸어온 경로를 확인하는 한편 사직동 언덕 위에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미국 남감리회 선교부지도 내려다본다. 눈앞에 근대 기독교 유적을 두고도 우리는 이를 출입이 막힌 폐사지처럼 방치하고 있다.

체력이 허락하면 사직동교회 성곡미술관 내수동교회와 향린교회까지 역사 탐방을 이어갈 수 있다. 오후 내내 함께 걸은 옥 교수는 “사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 그 정신도 사라진다”며 “한국교회가 역사적 사실에 더욱 관심을 두고 원류가 어디인지 계속해서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35851&fbclid=IwAR3_Kt23zq61wpYQupWGzZWFs5RN_uVnEmYoWfpFvJL27D1Za_G8ol-e3IQ